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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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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작품등록일 :
2021.08.16 14:38
최근연재일 :
2021.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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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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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기초공사 (8)

DUMMY

25화. 기초공사 (8)



나대르는 징후를 얘기하다가 그제서야 자신이 뭘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컨트롤러를 받아서 각성한 게 아니었다.


처음 A1에 도착했을 때,

그 속도로 달려오는 차에 부딪히고도 멀쩡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보호장구가 그만큼 깨지고 흠집이 날 정도라면,

바로 일어서서 움직일 순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그가 달렸던 속도를 계산해 봤다.

사거리를 건넌 차가 횡단보도에 닿기까지 거리나

나데르가 횡단보도에서 여자아이를 구하려고 뛴 거리나

별 차이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시속 6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속도로 뛰었단 얘기였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볼 때 나데르의 속도에 신경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화면이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는 탓도 있었다.

오죽 했으면 슬로모션조차 체감이 8배속이었으니까.


나데르는 그때 이미 각성한 상태였다.

커뮤니케이터라서 특성이 발현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을 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컨트롤러를 들고 있던 정체불명의 그 남자

사건이 너무 긴박하게 흘러 잊고 있었다.


나데르는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에 박 팀장에게 전화해 제주로 가는 이유를 약식으로 보고했다.


“팀장님, 그리고 비행기에 무기를 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혹시나 제주에서 균열이 발생하면 제가 직접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서부경찰서에 연락해 둘게요. 그 곳에서 무기를 수령해서 쓸 수 있도록 조치하면 되겠죠?”

“총기류는 그렇게 해도 되는데, 제가 갖고 있는 검은 다른 검으로 대체가 안됩니다. 검만이라도 통과 가능하도록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


“마리, 방법이 없을까?”

“마스터, 괴생물체 퇴치 긴급협조 시행령에 해당 요건을 갖춘 자에 한해 무기류의 수하물 적재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국정원이 가능한 선 안에서 모두 지원해주겠다고 박 팀장 본인 입으로 말했다.

나데르는 같은 내용을 다시 한번 박 팀장에게 설명했고,

박 팀장은 국정원 신분증으로 자격을 증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나데르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제주 서부경찰서를 들려 총기를 수령한 후,

중산간에 있는 말 목장으로 갔다.


목장 옆으로는 숲으로 들어가는 조그마한 샛길이 있는데, 샛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계곡이 있었다.

제주도 주민이 아니면 알기도 어렵고, 관광지로 개발되기에도 육지의 계곡과 별 차이가 없어 인적이 드문 계곡이기도 하다.

나데르는 이 곳에서 조금은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그걸 찾아온 거다.


“마리, 마나 레이더 켜봐.”

“역시”

“마스터! 바위가 마스터의 코어와 공명하기 시작했어요! 조심해요!”


이거다. 기억에는 없는데 뭔가 익숙한 느낌

가슴이 요동치는 이 느낌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몸이 바위에 착 달라붙었다.

마치 장리리가 벽 속으로 스며들듯

나데르는 바위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이상하게도 마리는 바위에 함께 스며들지 않았다.

‘이래서 조심하라고 했나?’


컨트롤러와 첫 이별이었다.

마리는 나데르의 손에서 떨어져 바위 위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엔키의 서’에 입장하셨습니다.-


“후손이여. 다시 만나서 반갑군. 무슨 일로 찾아왔지?”

“누구시죠? 후손? 어디서 말씀하는 거죠?”


순백의 공간이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하는 걸 보니, 번지수는 제대로 찾았다.


“여기는 나의 정신이 머무는 공간이다.”

‘마정석에 있는 혼 같은 건가?’

바위가 거대한 마정석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지.”


사방이 갑자기 단풍이 가득한 산악지대로 변했다.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에메랄드 빛 호수가 인상적이었다.


나데르는 자신도 모르게 호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흙도 풀내음도 공기도 피부를 스치는 촉감도 모두 실물처럼 느껴졌다.


“당신은 누구죠?”

“지난 번에도 얘기해 줬을 텐데? 기억 못하는 건 봉인 때문인가?”

여전히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풍경이 바뀌었다.

“어? 여긴?”


전혀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분명 이곳은 데린이다.

녹음이 울창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지하도시로 내려가는 그 곳에는 광화문 광장 만큼 큰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순백으로 조각된 여인들이 실오라기를 하나씩 두르고 물동이를 기울이고 있었다.

각기 다른 표정이 몽환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줄기를 따라가며 정원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래 저런 모습이었구나’

감탄하고 있는 사이,




소년 한 명이 나데르를 치고 지나갔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사라졌다.


나데르가 소년을 쫓아가려는 찰나

풍경은 다시 폐허로 변했다.

핸드폰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다시 보이는 풍경은 불타고 있는 도심이었다.

“쏘냐 누나!”

실제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몸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나데르가 누나를 향해 달려가려는 찰나였다.


풍경은 다시 순백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모르겠나?”


마치 가상세계 VR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허상인가요?”

“허상일 수도, 실제일 수도 있지.”

“무슨 의미죠?”


“처음 본 건, 내가 이 땅에 처음 왔을 때 모습이야. 두 번째는 내 고향을 떠날 때, 세 번째는 내가 막 고향에 돌아갔을 때지.”

“네 번째는 뭐죠?”

쏘냐 누나가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닐까 덜컥 걱정되기 시작했다.

“닮긴 닮았지? 네 누나는 아니야. 너에겐 머나먼 할머니. 내겐 딸이지. 넌 내 딸의 후손이니까 내 후손인 셈이지.”


‘그럼 그냥 후손이지. 셈이 아니지 않나?’


“엔릴이 네게도 마수를 뻗었던데.”

“엔릴이요?”

“어, 고약한 친구가 하나 있어.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해.”


나데르는 선조라는 존재가 무슨 선문답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주제가 뜬금없이 바뀌었다.

그래도 엔릴이란 자가 악의 축이란 것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떤 마수를 말씀하신 거죠? 혹시 제가 선조님 고향으로 가게된 걸 말씀 하신건가요?”


“아니, 널 유혹하려고 했었지.”

“유혹이요? 사도가 될 건지 물어봤던 거 말씀인가요?”

“그래. 시키지도 않았는데 참 잘 했어. .”

사도가 되지 않은 걸 두고 하는 말일 거다.


“나데르 아논”

“네?!”

오랜만에 들어보는 풀 네임이다. 선조라고 하는 목소리는 나데르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가 만든 물건에 내가 당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네가 마리라고 부르는 그 녀석, 잘 해줘. 엔릴한테 세뇌를 당했던 거 같은데, 네가 그 기억들을 싹 다 지워버렸더군. 잘 했어. 잘 했어.”


시스템 초기화 시킨 걸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데르가 한 거라고 보기엔 조금 억지가 있었다.


“엔릴 그 자식 여기도 벌써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 같은데, 좋은 의도는 아닐거야. 인간들을 워낙 혐오하는 녀석이라.”

“저쪽을 망가트린 것도 엔릴인가 그 친구 짓인가요?”

“엔릴 혼자 한 건 아니고, 녀석이 마계랑 손잡고 작당한 거지. 인간이 너무 많다고 말야. 내가 최대한 손을 쓰긴 했는데, 너무 늦었어. 내가 마계에 붙잡히지만 않았어도,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텐데, 봉인된 상태라 네 코어를 활성화 시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게 아쉬워. 네 코어에 마정석을 모두 빼고, 기억에 집중해봐. 내게 걸려있는 봉인을 조금은 풀 수도 있을 거야. 그럼 지금 한 대화를 잊지 않겠지.”


나데르는 코어에 있는 마정석을 모두 꺼낸 후 지금까지 들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복기했다.


“선조님,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제게 보너스를 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죠?”

시스템은 마리와도 별개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보너스라··· 마르둑이 성공한 건가? 아누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네. 엔릴이 가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잘 들어라 후손아. 나와 마르둑은 인간이 없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누님은 달라. 관심이 없어. 엔릴은 인간이 없어지길 바라지.”

“선조님은 사람이 아닌가요?”

“너는 나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하이브리드의 자손이다. 이제 그만 가거라. 엔릴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너를 찾아낼지도 몰라. 잘 가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데르는 하얀 공간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손엔 마정석이 쥐어져 있었다.


하이브리드

사람이 아닌 존재.

‘각성자들을 그렇게 부른 건가?’


선조라는 존재의 모습을 끝끝내 못 봤다.

하지만, 많은 의문이 풀렸다.

인간을 미워하는 존재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는 인류가 없어지길 바라며, 그렇게 할 힘도 있었다.

나데르는 이제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저쪽 세상에 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적은 지금 지구를 침공하는 중이었다.

바위 밑에 떨어진 마리를 주워들었다.

거의 1미터 높이에서 떨어졌을 텐데, 멀쩡한 것이 신기한 녀석이다.

지구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을 쓴다.


바위 속에서 본 데린은 조금은 이상한 방향으로 기술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됐다.

자신이 사는 도시가 그렇게 망가지길 바란다?

말이 안됐다.


‘인간과 하이브리드라···신인가?’

문득 그들이 신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신과 악마가 손을 잡는다고? 그것도 인간을 멸하기 위해?’

나데르로서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데르는 마나 스캐너로 바위를 스캔했다.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마스터로서 읽지 못하는 마나 정보는 없었다.

“마리, 마스터가 읽지 못하는 정보도 있는 거야?”

“시스템 개발자와 연관된 정보는 마스터의 접근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단서는 처음 입장할 때 받은 문자 한 줄이 전부였다.


‘엔키의 서’에 입장했다고.


선조의 이름은 엔키 아논, 적의 이름은 엔릴

앞글자가 같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적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 녀석이라고 했을 뿐

그 얘기는 동족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설마 형제는 아니겠지?’


그리고 아누님과 마르둑이란 존재


자신에게 휴가를 보내는 사람?은 그 마르둑이라고 불리는 자일지도 모른다.


‘잠깐, 먼 조상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직도 살아 있다고?’

정말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서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슨 앙심이 있어서?’

거대한 일에 휘말렸다는 건 이젠 의심할 여지도 없다.

한 국가의 정보기관 직원 정도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나라를 잃어도 괴로운 삶이었는데, 인류가 사라진다? 상상하기 싫었다.

‘엔릴은 어떤 식이든 인류가 전쟁에 빠지길 바라. 핵전쟁이 터지면?’

그의 소원은 간단히 해결된다.

‘핵전쟁처럼 쉬운 방법이 있는데, 인류가 사라지길 바라면서 왜 그 방법은 안 쓰지?’


쉬운 길이 있는데, 엔릴은 돌아가고 있었다.

인류가 사라지길 바라지만,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뭘 바라지? 인류가 없는 깨끗한 지구?”

마나가 가득한

자신들이 살기 좋은 곳


엔키의 서에서 가장 처음에 봤던 그 그림 같은 풍경

그 곳엔 사람이 없었다.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중간산을 내려오고 있을 때,

바위가 갈라지며 균열이 발생했다.


“한 명이야. 쫄 필요 없어.”

“이상하지 않아? 여긴 던전도 아니고, 한라산이야. 그런데 이런 데 보스가 있다고? 괴물인데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니. 감이 안좋아.”

“쫄리면 빠져. 어디 가서 헌터라고 떠벌리지 마라. 확 입을 XX 버릴테니까.”

“뭐? XX XX. 보스고 뭐고 네 XX 대가리부터 XX버리게.”

“둘 다 그만. 병규 넌 이번에 빠져도 좋아. 대신 패널티는 각오하고. 진성이도 여기가 무슨 조폭 집단이냐?”

“아니 형님, 욕은 저 XX가 더 많이 했다고요.”

“너, 초딩이냐?”

큭큭 웃는 소리가 바위 주변으로 흩어졌다.

“지금부터 입 뻥긋 하는 사람은 페널티 각오해라.”


헌터들이 나데르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스터, 다수의 마나 에너지가 접근해 오고 있어요.”


작가의말

설정을 미리 정해두고 썻어야 하는데,

라이브로만 적다보니 글이 자꾸 산으로 가네요. ㅡ.ㅡ;;;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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