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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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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작품등록일 :
2021.08.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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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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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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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1)

DUMMY

14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1)



마을 회관으로 대피하고 반나절 즈음 지났을 무렵,

밖으로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나데르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게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환자들을 살피던 레이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리오였다.

그 옆으론 니키와 네후르 등 일곱 명이 서 있었다.

엘릭서의 샘물을 마신 사람들,

그들은 이미 회복이 다 된 상태였다.

레이나도 동의의 뜻으로 리오의 눈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애증이라고 할까?

니키를 우롱하는 듯 보여 나섰다가 쳐 발리긴 했지만, 자신보다 압도적인 무위를 지녔고, 심지어 자신을 치료해 준 존재였다.

그 뒤로 이상한 동작들을 시키고 괴롭힐 땐 다시 증오하는 마음이 일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신뢰가 싹틀 무렵 사람들을 구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아주 없진 않지.

가방과 이상한 물건들을 모두 두고, 칼과 총이라고 하는 것만 들고 사라졌다.


“안 보여, 집에도 가봤는데, 짐도 모두 그대로야. 시체도 없는걸 봐서는 죽은 것 같진 않은데.”

“동물들과 싸울 때 나타나서, 동물들과 싸움이 끝나니 사라진다··· 뭐지?”

리오의 보고를 받은 레이나는 나데르의 정체가 궁금했다.

커뮤니케이터란 특성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나데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웅성웅성 조금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안나도 치유의 힘이 사라진 지라 사람들은 다시 생명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이 조를 짜서 생명의 뿌리를 가져오기로 했다.


“그들은 지하도시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났어요. 몽키랫 무리가 그들의 명령을 따르더라고요. 생명의 뿌리 근처까지 갔다가 뿌리는 구하지도 못하고 겨우 빠져나왔죠.”


‘지배력을 확보했다면, 불가능한 얘긴 아니야.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지배력을 확보한 후로는,

나데르가 생명의 나무 근처로 다가갈 때까지만 해도, 놈들은 나데르에게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생명의 뿌리를 얻지 못했으니, 부상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었죠. 부상자만 쿠시에 남겨둘 수도 없어서 이렇게 같이 오게 된 겁니다. 고블린 녀석들이 줄곧 쫓아왔어요. 놈들의 목표는 부상당한 사람들이었어요. 한 명씩 한 명씩 잡혀갔죠. 아마 놈들이 가만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레이나의 표정이 꽤나 어두워졌다.


“아니, 그냥 쿠시에 남아 계시지 그랬어요?”

“나데르 씨가 돌아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먹을 것도 없는 데, 가만있으면 죽을 것 같고,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 움직인 거죠. 예리코에 가면 어쨌든 희망이 있으니까요.”


“알겠어요. 일단 이걸 갖고 있어요. 여기를 이렇게 돌리고,”

딸칵

“들리죠?”


나데르는 무전기를 하나 건네주며 사용법을 가르쳐 줬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리가 마나 신호를 통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특성이 마나 신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특성은 컨트롤러라고만 나올 뿐이었다.

‘뭐든지 컨트롤할 수 있는 거 아냐?’

아직도 마리에 대한 의문은 여러 가지 남아 있었다.


“대장, 나는?”

니키가 자기는 왜 빼놓고 가냐고 얼굴을 디밀었다.

“넌, 여기서 사람들 지켜. 우리 돌아올 때까지 한 명이라도 더 죽으면 알지?”

“XX, 나도 데려가라니까, 난 이런 거 쓸 줄 모른단 말야.”

“활이나 총이나, 집중해서 쏘는 건 다 똑같아.”


‘솔직히 활이 훨씬 어려운 거 아닌가?’

나데르는 소총과 탄창을 니키에게 맡겼다. 니키가 다른 마음먹고 나데르를 쏜다고 해도 50미터 이내 최근접 거리만 아니라면 파워아머가 모조리 튕겨낼 수 있다. 니키가 설령 버프를 쓴다고 해도 파워아머를 뚫기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지금 니키의 충성심?이라면 등 뒤를 맡겨도 좋았다.


샘물을 길어다 무겁게 혼자 들고 올 순 없으니, 리오를 비롯해서 노가다를 대신할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니키도 데려가서 함께 굴릴까 생각했지만, 소총을 맡길 사람이 그녀 말고는 없었다.

쿠시 사람들은 모두 나데르가 지하도시로 생명의 뿌리를 구하러 가는 거라 생각했다.


“테스트, 테스트. 레이나 잘 들려요?”

“네, 잘 들려요. 조심히 갔다 오세요. 또 사라지지는 마시고.”

“하, 그건 나중에 차차 말씀드리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세요.”

“네, 알겠어요.”


“돌아갈 때까지 네가 써.”

나데르는 무전기를 리오에게 건네줬다.

“주는 거야?”

“빌려주는 거야. 잘 갖고 있어. 통신병 역할 잘하고.”

“통신병?”

“그래, 레이나에게 보고 잘 하고, 무전 오는 거 놓치지 말라고.”


무전이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또 뭐라고 갈굴지 몰라 리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리오는 나데르가 신이 보낸 사람이라고 믿었다. 리오뿐만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게 됐다.

옷이며, 무기, 모든 장비가 여태 보지 못했던 것들뿐이다.

니키의 수통이긴 했지만, 그가 가져온 물은 안나가 치유해 주는 힘 그 이상이고,

그가 지닌 무기의 성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니, 까라면 까야지.


나데르는 엘릭서의 샘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생각이 없다.

대박 아이템이라도, 독점해야 이윤도 커진다.

데린으로 가는 도로에 접어들면서,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마리를 찾았다.


“마리, 레이다에 걸리는 거 있어?”

“아직은 없어요. 데린 지하도시 쪽에 신호가 잡히는데, 모두 지하에만 머물고 있어요.”


나데르는 지하도시에 나타난 자들이 도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자신의 가설이 맡기를 바랐다.


무슨 이유인지는 이제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 아마도 모두가 사도이거나 사도를 선택했을 거다.

나데르처럼 임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아닐 거다.

즉 임무만 해결하면 휴가를 갈 수 있다는 뜻

대신, 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혼이 조언을 한다거나, 혼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컴컴한 지하도시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지낸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안에서 헤매는 거나, 위에서 이러고 있는 거나. 그게 그건가?’


엘릭서의 샘물은 아직 안전하다.


“일이 좀 급해졌어. 먼저 갈 테니, 이 길 따라 천천히 와.”


나데르가 귀에 손을 대고 혼잣말로 뭐라고 떠들더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사라졌다.

“쿠시에서도 저렇게 사라진 거 아냐? 혼자서만 되게 바빠.”

“어허, 쿠시를 누가 살렸는데?!”

누군가가 나데르에 대해 뭐라고 할라치면, 리오가 먼저 나서서 막았다.


나데르는 일행을 따돌릴 필요가 있었다.

순간 이동을 시전했다. 마나를 증폭 시킬수록 이동 거리가 늘어났다.

짐이 많다면 모를까, 일행과 거리를 벌리는 정도로는 마나 소비가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리오가 달려와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거리까지 왔다.

‘이젠 달려야겠지?’

드론 한 대는 일행을 감시하기 위해 붙여놓고, 나머지 드론과 함께 샘물을 향해 달려갔다.


***


“F 급 던전이라 그런지 난이도가 너무 평이하네. 이런 게 지구에 나타났으면 대박이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겠지?”

“그쵸. 이 녀석들이 집에서 튀어나온다고 생각해 봐요. 어휴! 재앙이 따로 없죠.”

여자는 여전히 역겹다는 듯 죽은 몽키랫들을 발끝으로 빗자루질 하듯 쓸어냈다.


“여긴 마정석도 따로 없고, NPC들 죽이는 거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복귀 시간이나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큰 형님, 우리 돌아가면 조직 하나 만들어 볼까요? 우리 능력들을 합치면 도시 하나쯤 접수하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소년은 집이 석가장이라고 소개했다.


“정부가 가만있지 않겠지. 나는 숨어 지낼 거야. 이번에 공안한테 잡혀서 죽는 줄 알았거든. 때마침 균열이 만들어졌으니 다행이지.”

큰 형님이라고 불린 남자는 소년의 치기를 비웃었다.


“나도, 진짜! 대낮에 총질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여자는 벽에 기대는 듯했으나, 등부터 벽에 스며들 듯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쳇, 어디 기댈 수가 없어.”

“침대엔 어떻게 누워서 자?”

“애들은 몰라도 돼.”

능력을 쓰지 않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장착한 마정석의 혼은 남자였는데 조금은 변태 같은 기질이 있었다. 사도와 헌터의 관계이다 보니, 도움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는 혼의 요구에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딱히 어려운 요구는 아닌데,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짜증 나는 요청을 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어젯밤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더니, 마나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잘 자. 내 꿈 꿔? 아주 지랄을 해요.’

-오늘 밤도 자기 싫구나?-

‘내 몸이야. 왜 니가 맘대로 하려고 하냐고. 그리고, 내가 안 자면, 나만 손해야?’

-정 억울하면, 마나석을 뱉어 내던가?’


마나석을 뱉어내면, 그냥 일반인으로 돌아간다. 다시 헌터가 되기는 어렵다.

이능력을 포기한다? 이곳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통한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치사하다. 치사해.’

-내가 좀 치사해.-


동공이 살짝 풀려 있는 것 같다.

다른 세 사람은 그녀가 혼과 대화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주제를 다시 바꿨다.


“한 번에 네 명은 처음이지? 대단히 어려운 던전도 아닌데, 왜일까?”

“던전 보스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거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무슨 나무가 체력이 만렙이야? 아무리 봐도 저 생명의 나무란 게 던전 보스처럼 보이는데, 보스가 아니라잖아. 게다가 뭘 수호하라는 임무는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

“형님은 어때요? 비슷한 경우를 겪어본 적 있어요?”

“아니, 난 늘 혼자였어. 나 말고 또 헌터가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어.”


***


“리오, 받아!”


그건 드론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드론이 서서히 내려앉았는데, 그 위에는 수통들이 실려 있었다.


“대장은?”

“먼저 들고 돌아가. 곧 따라갈 테니. 너희가 마셨던 물이랑 같은 거야. 나머지 사람들에게 줄 거야. 너희는 또 마셔봤자 똑같으니까 딴 생각 하지 말고.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


무전기에서도 목소리가 들리는데, 드론이라고 이상할 건 없다.

무전기도 드론도 처음 보는 물건이긴 매한가지였다.

알아서 오겠지.

도대체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뛰어갔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수통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됐다.


나데르는 엘릭서의 샘물이 데린과 쿠시 사이의 어디쯤인지 지도상에 표시하고, 삽자루를 들었다.

이곳이 왜 묻혀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전의 누군가도 엘릭서의 샘물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을 거다.

다가가서 보지 않는 한 이제는 그냥 황무지의 일부분일 뿐,

감히 우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위를 지나가도 모를 거다.

엘릭서의 샘물은 그렇게 또다시 이 땅에서 사라졌다.


***


나데르가 새롭게 깨달은 사실.

마나효율은 전투 중에 오른다.

상대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혹은 까다로울수록 잘 오른다.

그래봐야 1~3% 내외 수준, 기존에 상대했거나, 마나효율이 낮은 상대는 효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


사람을 상대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일단 적인지 아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쿠시 사람들을 공격한 이유도 알고 싶다.


‘데린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은 해 봐야겠지?’


“마리, 데린에서 포착되는 마나 에너지가 사람인 건 확실해?”

“네, 마스터같이 코어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다른 방법으로 마정석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 몇 명이지?”

“총 네 명이네요.”

“네 명의 마나 효율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

“그건 지하도시에 가서 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일단 가보자.”


불리하면 퇴각했다가 다시 오면 된다.


작가의말

오늘 연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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