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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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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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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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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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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기초공사 (2)

DUMMY

19화. 기초공사 (2)




지식의 부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리는 가장 최적화된 문서와 영상을 찾아 루시를 통해 보여줬다.


마리도 루시도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의 물건 그 자체였다.


직접 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어깨너머 보는 것만으로도 핸드폰의 위대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강철이 저절로 움직이질 않나, 자동차나 비행기는 세상의 그 어떤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와! 여기도 이런 게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안나는 나데르의 바로 옆에 앉아 직관의 영광을 누렸다.


“이렇게 큰 건 가져올 수 없어.”

나데르의 입장에서는 마정석이나 마나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힘이 더 경이로웠지만 이들에겐 그저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놀라는 것과 놀라운 것을 만드는 일은 완전 별개의 문제였다.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모든 걸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 했다.

수공으로만 한다고 해서 완성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마크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도구도 적당히 있었고, 조악 하긴 해도 집집마다 곡괭이나 삽 정도의 연장은 다 있었다. 망치와 못도 있고.

다만 기계가 없다는 정도였다.


대신 여기는 마나로 인해 정말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기계보단 확연히 느렸지만, 지구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손이 빠른 사람도 있고,

유압프레스까지는 아니어도

수박통 만한 해머로 웬만한 바위 정도는 가루로 만들어버릴 만큼 힘이 센 사람도 있었다.


근육이 아닌 마나를 쓰는 거라 쉽게 지치는 것도 아니었다.


“마스터, 방벽이 문제라면 그냥 광역실드의 마정석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목적과 수단이 바뀐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안전한 거주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지, 시멘트를 만든다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다.


당장 급한대로라면 광역실드의 마정석을 쓰는 것도 괜찮았다.

나데르가 이 사람들에게 늘 붙어 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없으면 어쩔 거야? 그리고, 시멘트는 단지 방벽을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도로도 좀 깔고, 바퀴라도 굴러가게 하려면, 필요해.”


방벽, 도로, 그리고 또 생각해 낸 게 무기공장이었다. 이 중에 무엇 하나 단 시일 내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현재 인원으로는 무리였다. 쿠시는 포기하는 게 맞는 판단이었다.


“방벽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아요. 저기 돌산들 보이죠?”

나데르와 마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만 있던 레이나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네, 그런데요?”


“저게 예전엔 방벽 같은 역할을 해줬어요. 저 위에서 망보고 화살이나 창 같은 걸로 방어하면, 웬만한 외적은 다 물리칠 수 있었죠. 그런데, 콘돌 같은 괴조가 나타나고 난 뒤로는 아무도 저 위로 올라가지 않아요. 우리도 화살로 상대하긴 하지만, 하늘에서 돌 세례라도 퍼부으면 꼼짝없이 당하거든요. 그냥 낚아채 가는 경우도 많았고요. 놈들 때문에 지붕이 있어야 돼요.”


나데르도 그 생각을 안 해봤던 게 아니다.

까막까치에게 공격을 받은 이후로, 대공 진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기초공사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방벽에 지붕, 도로, 용광로, 대공 진지까지. 차라리 데린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데린은 식량과 식수를 해결할 수 없었다.


새로운 곳을 간다고 없던 인력이 갑자기 생기는 건 절대 아닐 거다. 쿠시 사람들이야 이제 나데르를 완전한 아군이라고 여기지만, 새로 간 그곳에서는 또다시 이방인이 될 테니까,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쿠시를 이렇게 버리고 가긴 아쉬운데··· 저도 이런데, 여러분은 더하겠죠?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많네요. 지금 우리 인원으로는 새로 몰려올 헌터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열흘 정도 버틸 수 있을 정도만 식량을 구한 뒤, 바로 쿠시를 떠나기로 하시죠.”


나데르의 제안에 레이나도 마크도 별 이견이 없었다.


“식량만 충분하다면, 예리코보단 페트라로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어제 봐서 알겠지만, 숲이 가까우면 사냥 가기 쉬운 대신, 우리가 공격받을 가능성도 매우 커지거든요.”


레이나는 주로 나데르를 보며 말하긴 했지만, 마크와 다른 마을 사람들도 함께 쳐다보며 말했다.

마을의 리더는 여전히 레이나라고 보는 게 맞았다.

나데르도 그녀에게서 연륜의 차이를 느꼈다.

마을을 운영하는 일은 자신이 하는 것보단 레이나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시 재건 계획은 나데르 혼자 너무 앞서 나간 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데르는 큰 그림을 그린 후, 레이나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


지구의 기술은 전문가나 숙련자가 무조건 필요했다. 마리가 모든 지식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해도, 기초가 없는 사람들이 그걸 이해하고 구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지구에서 건너오는 인원들 중에 그런 사람들을 포섭하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았다.


“왕웨이펑이라고 했었나? 지구에서 무슨 일했어?”

“네, 칼 만드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칼? 어떤 칼?”

식칼도 칼이고 회칼도 칼이고, 커터칼도 칼이다.


“도검류죠.”

“응?”

안 그래도 이곳의 무기가 너무 허접해서 고민이었다.

이건 몰라서 되물었다기보다는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에 가까웠다.


“마스터가 갖고 있는 칼과 비슷한 것들이죠.”

이걸 성과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데르에겐 의미 있는 정보이자 수확이었다.


덩치에 대해선 별 기대가 없었다.

워낙 험상궂게 생긴 이유도 있고, 몸에 붙은 근육을 봐선 어디 사무직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칼이라니? 적어도 이 동네에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칼도 매우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전기를 머금은 아스켈론의 경우 때론 총보다 더 뛰어난 위력을 뽐내기도 했으니까.


"직접 칼을 만들었어?"

"네"


나데르는 속으로 쾌재 아닌 쾌재를 불렀다.


“언제부터 만들었지?”

“12년 정도 됩니다.”

“총은 어떻게 갖고 있는 거야?”


사제 총을 들고 있길래, 무슨 조폭과 연관이 있는 줄 알았다.


“칼을 만들다 보니, 고객 중에 총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어서··· 몇 정 부탁해서 얻었습니다.”

“중국이 무기류를 거래할 수 있는 나라였어?”

“칼은 장식, 수집 용도로 가능합니다.”

“총은?”

“돈으로 못 사는 건 없죠.”


하긴, 불법이라 그렇지, 돈만 있다면 뭔들 못 사겠는가.

적어도 나데르가 아는 중국인들은 법을 무시하는 행동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이 녀석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 둬야 하나?’


아직은 왕웨이펑이란 이름 옆에 별표가 표시돼 있었다.

소년은 예상대로 평범한 중학생에 불과했고, 장리리는 무슨 대형 음식점에서 얼굴마담처럼 손님을 안내하는 일을 했다고.

패션모델을 준비 중이었다고 하는데, 두 가지가 병행이 가능한 건지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마스터에게 거짓을 보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조금은 궁금했다. 나중에 천천히 알아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헌터들이 생길 것 같은데, 헌터들에게 마정석이 심어지는 과정을 알 수가 없네.’


나데르는 하드웨어만 예멘인이었다. 학연이나 지연 모두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라 함은 한국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 얘기는 중국인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한국인이라고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인보다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헌터들이 모두 저렇지는 않을 수도 있지.’

나데르는 아직은 출현하지 않은 한국인 헌터에 대해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어쨌건, 헌터를 믿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나데르에겐 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으니,

누가 왜 이곳에 보내서, 이곳 사람들과 싸움을 붙이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은 이곳의 돌연변이 동물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생명의 나무가 악의 근원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각성자 혹은 돌연변이들을 만들고 일반인과 보통의 생물들이 그들과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자면, 세상에 생명의 나무 같은 게 너무 많았다.

‘돈이 대표적이고, 핵도, 각종 첨단 기술도 다 쓰기 나름이지.’


그럼 사도가 악인가?

스탯창에 보니, 아스켈론도 사도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럼 아스켈론은 악일까? 천수이치앙은?

사도라는 자들 또한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행동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사도를 부리는 자들은 누구일까? 신? 악마?’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자신이 마스터가 된 것은 운일까? 아니면 운명?

나데르는 자신 또한 사도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설마 구세주는 아니겠지? 내가 무슨’


수많은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냥을 하고, 식량을 모았다.

간혹 고블린 무리들이 그레이폭스를 타고 나타났지만,

나데르가 펼친 광역실드에 막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해보고 돌아갔다.


큰 도발은 없었지만, 마리는 사방에서 마나 에너지가 점점 모여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도 열흘 치까지는 아니지만,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만큼 모였다.

“갑시다. 저 에너지들이 몰려오면, 우리 숫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요.”

나데르는 레이나와 마크를 불러 짐을 꾸릴 것을 지시했다.


페트라로 가는 길은 그리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데스웜이 튀어나왔고, 고양이만 한 전갈 무리들이 쳐들어오기도 했다.


푸슉

나데르는 니키를 향해 달려드는 전갈 녀석의 꼬리를 사정없이 잘랐다.


콰앙

리오도 수류탄을 던지고 있고, 네후르는 기관단총으로 놈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전기에도 내성이 있는지, 단순히 지지기만 해서는 안 통했다.

아마도 외골격의 탓도 있는 듯, 몇 분이 지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달려드는 녀석들도 있었다.


모두가 엘릭서의 샘물을 마신 탓인지 웬만한 찰과상은 금방 아물었지만,

엘릭서의 샘물이 만능은 아닌 모양이었다.

전갈에 쏘인 사람들이 나오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레이나를 잡고 떨고 있는 게 보였다.

포로들은 주민들과 달리 샘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쏘이지 않기 위해 더 필사적이었다.

나데르는 자신이 나무 여인의 치유 마정석을 장착하고 사람들을 치료할 생각이었다.


“마스터, 쟝지엔예한테 힐러 마정석 다시 주는 건 어때요?”

헌터들의 마정석은 모두 이미 마스터 페어링을 마친 상태였다.


나데르가 그동안 그들에게 마정석을 돌려주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스터의 임무는 헌터에겐 일종의 기회였다.

지구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

임무를 한 번 완수했다고 바로 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건 돌아갈 자격은 주어진다.


나데르의 경험상, 지구로 복귀할 때는 자신이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혹시나 지구로 돌아가 능력을 지닌 채 잠적을 할까 봐 고민한 건데,


“어차피 마스터의 임무 목적에서 벗어나면 **들이 특성 발휘를 못할 겁니다.”


마정석의 혼들이 나데르의 사도가 됐고, 자신의 명령만 따른단다.


나데르는 힐러와 광역실드 마정석을 두 사람에게 다시 주고 명령을 내렸다.

“지엔예는 전갈에게 쏘인 사람들 빨리 치료하고, 웨이펑은 남은 전갈 녀석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나데르는 네후르에게 기관단총을 돌려받아 웨이펑에게 막힌 전갈들을 일망타진했다.


전투가 끝나고 모두가 도로 위에 퍼졌다.


“대자앙! 고마워!”

“허잇! 접근 금지!”

전갈의 체액이며 껍데기 잔해를 잔뜩 묻힌 채로 달려드는 니키에게

말로 하는 경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에헤이! 오줌으로도”




“모자라?”

말보다 주먹··· 이 아니고 몸이 더 빨랐다.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온몸을 던져 나데르를 덮쳤다.

“모자라! 우 이 쒸!”


지평선으로 페트라가 있다는 협곡이 보였다.


나데르는 전갈의 체액과 껍데기를 털어내며 일어나 마리를 찾았다.


“마나레이다 켜줘.”


그곳엔 파란색 점 외에도 노란 점들이 거대하게 뭉쳐 있었다.

즉, 마정석이 없거나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 혹은 동물들이 모여있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모여있는 도시였다.


작가의말

정시에 올리는 게 3일만이네요.


제 글을 찾아와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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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기초공사 (14) 21.09.16 75 4 13쪽
30 30화. 기초공사 (13) 21.09.15 86 6 13쪽
29 29화. 기초공사 (12) 21.09.14 99 4 12쪽
28 28화. 기초공사 (11) 21.09.13 94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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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기초공사 (8) 21.09.09 122 5 12쪽
24 24화. 기초공사 (7) +1 21.09.08 126 8 14쪽
23 23화. 기초공사 (6) 21.09.07 133 8 13쪽
22 22화. 기초공사 (5) 21.09.06 130 8 14쪽
21 21화. 기초공사 (4) 21.09.05 141 10 14쪽
20 20화. 기초공사 (3) 21.09.04 151 8 13쪽
» 19화. 기초공사 (2) 21.09.03 157 10 12쪽
18 18화. 기초공사 (1) 21.09.02 190 10 12쪽
17 17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4) +1 21.09.01 180 10 13쪽
16 16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3) +2 21.08.31 177 10 13쪽
15 15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2) 21.08.30 184 9 14쪽
14 14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1) 21.08.28 206 11 12쪽
13 13화. 준비 (3) 21.08.27 21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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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휴가의 조건 (6) 21.08.23 22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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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휴가의 조건 (4) 21.08.21 285 15 15쪽
6 6화. 휴가의 조건 (3) 21.08.20 33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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