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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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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작품등록일 :
2021.08.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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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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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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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기초공사 (1)

DUMMY

18화. 기초공사 (1)




“마리, 마나레이다 켜봐!”

다섯 개의 파란 점이 지하 1층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루시! WT-10B로 전화 연결해.”

“마스터, 전화기를 꺼놓으셨잖아요.”

입구에서 전화기를 꺼놨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전원을 다시 켜니, 부재중 전화가 무려 57번이나 왔었다. 10A와 10B가 번갈아 가며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나데르, 방금 니키 목소리가 들렸다. 무전을 들었으면 누군지 대답하라.”

“나데르, 레이나에요. 무사하군요.”

“아니, 여긴 왜 왔어요? 사람들은요?”

“거의 다 도착했을 거예요. 저희가 먼저 내려온 거예요.”

“거의 다 도착했다니요? 이곳 데린으로 왔어요?”

“네, 나데르는 어디에 있어요?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고요?”

“여긴 지하 2층이에요. 그 자리에 기다리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크리스털이 나데르가 위험해 보인다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곧 올라갈게요.”


영화를 보면 꼭 상황이 다 끝난 후에야 경찰이 등장하던데,

경찰은 아니지만, 아군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반갑다.


“어이, 덩치! 넌 저 욕쟁이 업고, 꼬맹이, 따라가! 리리 넌 앞장서.”

나데르는 포로에 대한 처분을 직접적인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처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미션은 실패했고, 마정석마저 뺏겼으니, 중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리오가 맨 앞에 있었다. 네후르도 보였고, 그 뒤론 니키와 레이나 그리고 마크가 있었다.

“저 사람들!”

니키가 가장 먼저 소리쳤다.

“니키! 자꾸 소리 내면 어떡해?!”

레이나가 니키의 옆구리를 툭 치는 것이 보였다.


“야영을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나데르는 반갑다는 인사 대신 무모하게 쫓아온 일행들을 나무랐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묻기 바빴다.


“대장! 데린에 올 거였으면, 나도 데려왔어야지?!”

니키는 장리리를 흘겨보며 나데르 옆으로 와서는 팔을 붙들며 말하는데,

팔짱을 낀 것 같은 애매한 자세였다.

남자 같은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다.

아무튼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야야, 왜 이래? 리오가 또 결투 신청하면 어쩌려고?”

나데르도 숙맥은 아니다. 니키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종말이라도 다가온 것 같은 이 세상에서

감정에 치우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나데르는 니키의 반대쪽 팔뚝을 잡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곁에서 떼어냈다.


니키가 리오를 째려보자,

“아니, 대장, 내가 뭘 어쩐다고?! 오해야.”

리오는 자기에게 튄 불똥을 쳐내기 바빴고,

원수 같은 두 그룹 사이에서 흐르던 긴장감은 잠시나마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 포로들입니다. 여기 이 녀석이 가장 사악한 녀석이죠. 덩치, 놈을 내려놔.”


이빨 빠진 헌터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목숨을 구걸해야 할 상황이다.


왕웨이펑은 자신을 덩치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치욕스러운 모멸감을 느꼈지만 위기를 벗어날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옆에 있던 여자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인질극이라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가장 강력한 적이 바로 그 여자였다. 뭔가 억울한 표정을 짓는 남자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곽형이란 자가 시체들을 움직일 수 없는 이상, 희망은 없었다.


“판단은 여러분께 맡길게요. 마을 사람들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이 사람들 맞죠?”

“포로라고 하는 것 보니, 이들이 나데르도 공격했나요?”

레이나 또한 침착함을 잃지 않는 리더였다.

“네”


“나데르라면 바로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살려 두셨죠?”

레이나는 공을 다시 나데르에게 넘겼다. 네가 살려둔 이유를 듣고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질적으로 저를 공격한 사람은 이 둘이죠.”

나데르는 이들을 살려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지금 전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

보아하니, 이들 또한 그런 것 같은데, 이들은 사람 죽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등등

그동안 수집한 정보 중에 이들이 나데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로 설명을 이었다.


“이건 그동안 수집한 정보로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누군가는 이 세계가 완전히 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것 같다. 자신은 후자다. 등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이든 저쪽 세상이든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그들 중 누군가는 제가 온 세상 또한 이곳처럼 변하길 바라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해 봤습니다.”


니키와 네후르는 아예 턱까지 벌리고 나데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나데르가 신이 보낸 **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금칙어는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에도 적용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칙어가 있다는 사실은 나데르와 마리에게만 적용되는 듯, 마을 사람들은 삐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이상한 무기들을 쓰는 거였군요. 그럼 이 헌터라는 사람들. 우리를 진짜 사람으로 안 볼 수도 있다는 거네요?”

“아마도, 대부분은 그럴 겁니다.”


장리리와 소년, 그리고 왕웨이펑은 나데르가 이 사람들과 말이 통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무슨 얘길 하는 걸까요?”

“우리를 어떻게 죽일까? 뭐 이런 거? 아니면 실컷 부려먹다가 죽일 수도 있고.”

“NPC와 동맹을 맺어야 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무조건 다 죽여야 되는 줄 알았지.”


소년과 덩치가 얘기하는 동안, 장리리는 나데르의 표정을 살폈다.

적어도 자신에겐 마정석을 돌려줬다.

여러모로 이용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마정석을 얻기 전에도 어느 정도는 자신 있는 얼굴이었다.

마정석을 얻고 나서는 한층 더 물이 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마스터가 된 남자.

이성으로서 정복욕도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나데르가 주로 얘기하고 있는 여자는 마치 여신이라도 되는 듯 아름다웠다.

그리고 저 선머슴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도, 싸울 때는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여성스러운 옷만 입혀 놓는다면, 웬만한 연예인들은 다 울고 갈 만큼 그녀 또한 예뻤다. 늘씬한 키에 넘치는 건강미까지.

자신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이렇게 자괴감을 느끼라고 살려줬나?’


“사람들이 데린에 거의 도착하지 않았을까요? 마리, 마나레이다 켜봐.”

“네, 마스터”

“대장, 우리도 마스터라고 부를까?”

마리는 처음부터 마스터라고 불렀으니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

니키나 레이나가 장리리나 천수이치앙과 동급이 되는 것은 싫었다.


“됐네요. 오줌싸개 아가씨.”

“야! 그 말은 하지 말랬지?!”

“야? 마스터라고 부르겠다며? 퍽이나 마스터라고 부르겠다.”


레이나는 쿡쿡 웃기만 했고, 니키는 씩씩거리며 나데르를 노려봤다.


“우린, 얼른 빠지자. 쟤네들이나 끌고 올라가자고.”

리오는 네후르의 소매를 잡아끌었고,

“여긴, 아직 쓸만한 방도 많으니, 따로 야영 준비 안 해도 되고, 차라리 사람들을 이쪽으로 내려오라고 하는 게 낫겠어.”

마크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아니요. 제가 처음 이곳에 올 때도 여기로 넘어왔어요. 저쪽 세상 사람들, 언제 어느 때 이곳으로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차라리 도시 위가 나아요.”


“친구들을 죽인 걸 생각하면 정말 찢어 죽이고 싶은데, 대장 얘길 들어보니, 앞으로 더 많이 생길 적들을 생각해서, 최대한 이용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해. 그런데, 대장, 수상해애. 리오와 날 그렇게 닦달했던 것도 그렇고, 사람을 늘 이런 식으로 부려먹는 거 아냐?”


“그러게, 누군 오줌 싼 바지 움켜쥐고”

“그만! 알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른 두 남자는 천장만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


마을 사람들 시체는 아침에 날이 밝으면 적당한 곳을 파 매장하기로 했다.

일꾼도 충분히 있고.


“살살 때려. 죽으면 어떡해? 물 아까워.”


하지만, 나데르는 말만 그렇게 할 뿐 마을 사람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배를 차는 건 보통이고, 얼굴과 낭심을 걷어차는 이도 꽤 있었다.


관절을 노려 짓밟는 사람도 있고,

‘저러면 뼈가 부러질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차는 이도 있었다.

한 번은 이가 우두두 떨어지는 것도 봤지만,

엘릭서의 샘물이 욕쟁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일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욕쟁이는 두들겨 맞다가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했고,

나데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웨이펑은 결국 욕쟁이의 소원을 들어줬다.


“여기서 예리코를 가느니 차라리 페트라로 가는 게 낫지 않아요?”

마을 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를 두고 의견이 둘로 갈렸다.


엘릭서의 샘물로 상처도 모두 낫고, 재생력도 좋아졌지만, 배고픔은 해결할 수 없었다.

헌터들에게서 압수한 음식까지 모아도 50명에 달하는 인원을 먹이기에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거리가 얼마나 되죠? 페트라로 가면 식량을 구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해요?”

나데르는 50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적보다 무서운 걸 꼽으라면, 아마 보급이 끊기는 것과 전염병이 도는 것, 그리고 악천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른 도시로 가는 길에는 이 모든 것이 언제든지 덮쳐올 수 있었다.


“지금 컨디션이면 3일이면 충분할 거예요. 여기서 쿠시로 돌아가서 예리코를 가는 거리나 별 차이는 없을걸요?”


3일, 베스트일 경우 얘기였다.


“쿠시로 돌아가서, 며칠만이라도 사냥을 하면서 식량과 식수를 충분히 준비한 다음 떠나시죠.”

나데르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나데르가 함께 있어준다면 그렇게 하죠. 우리끼린 무리에요. 고블린과 다른 동물들의 습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행선지를 두고 마을 사람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사이, 나데르는 다른 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밤에는 자세히 볼 시간이 없었는데, 레이나가 그 사이 더 어려진 것 같다. 20대 초반이라고 우겨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릭서의 샘물 때문인가?’


애초에 부상이 없던 사람이니, 노화가 사라지고, 재생력은 신체 나이를 더 어리게 만든 것 같았다.

나데르는 엘릭서의 샘물을 독점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데린을 전초기지로 삼을 필요가 있었다.


“좋습니다. 대신, 제가 부탁하는 걸 최대한 들어주셔야 합니다. 아셨죠?”

“말씀만 하세요.”

레이나는 나데르의 말이라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도 들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 또한 레이나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대신 쿠시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된 후,

나데르는 무너진 쿠시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

일단은 마을을 보호할 장벽이 필요했다.

철근은 무리지만, 숲에는 대나무가 많았다.


‘맞아, 중국애 들은 철근 대신 대나무도 쓰더만, 철근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임시로는 쓸 수 있겠지.’


“마리, 자연에서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 가급적이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그렇게 마리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예리코나 페트라는 모두 실제 지명입니다만,

그냥 모티브만 따왔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둘 다 사해 근처에 있는 옛 유적들로

소설 속 배경도 대략 그 쪽 레반트 지역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3시 40분까지 정시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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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기초공사 (15) 21.09.18 84 4 14쪽
31 31화. 기초공사 (14) 21.09.16 76 4 13쪽
30 30화. 기초공사 (13) 21.09.15 87 6 13쪽
29 29화. 기초공사 (12) 21.09.14 10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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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기초공사 (3) 21.09.04 152 8 13쪽
19 19화. 기초공사 (2) 21.09.03 158 10 12쪽
» 18화. 기초공사 (1) 21.09.02 192 10 12쪽
17 17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4) +1 21.09.01 180 10 13쪽
16 16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3) +2 21.08.31 17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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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사도만 있는 게 아니다. (1) 21.08.28 206 11 12쪽
13 13화. 준비 (3) 21.08.27 21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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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휴가의 조건 (4) 21.08.21 287 15 15쪽
6 6화. 휴가의 조건 (3) 21.08.20 33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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