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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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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작품등록일 :
2021.08.16 14:38
최근연재일 :
2021.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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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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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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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휴가의 조건 (3)

DUMMY

임무 하나 완성이면 두 달 치 월급이 들어온다. 지난번 보상을 보니 그렇다. 하루 종일 힘들긴 했지만, 죽을 고비 한 번 없이···


‘아, 아니지, 까딱하면 죽을 뻔한 게 벌써 몇 번이야? 사기당할 뻔한 것도 있고.’

그래, 생명 수당 생각하면 딱히 과한 것도···

‘아니지, 지금 이 아이템 이 능력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으면?’

정말 노나는 장사다. 목숨 걸만한 거래가 맞다.


저번처럼 실신할 정도도 아니고,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부님 말씀대로라면, 누군지 모를 그분의 이 계획 썩 나쁘진 않다.


‘잠깐, 마정석도 하나 더 얻었잖아?’

나데르는 벌떡 일어나 카고 주머니에 넣어뒀던 마정석을 꺼냈다. 투명한 연분홍빛이 전 소유주를 자꾸 떠오르게 한다.


‘하, 이거 교감을 하기도 애매하고, 누구 줄 수도 없고.’

치유라는 특성을 칼에 집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몸에 장착한다? 여인의 혼과 교감을 하자니 더더욱 꺼려진다. 첫 대면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연애 한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는데, 처음부터 너무 하드코어 한 걸 봐 버렸다.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오겠지.’

마정석을 카고 주머니 안에 다시 집어넣었다.

수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남아있던 피로마저 다 풀려버렸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런, 잠자긴 글렀네.’


스탯이나 확인해 볼 요량으로 컨트롤러를 집었다. 이제는 마나가 빨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잘 안다. 컨트롤러가 나데르의 마나를 쭈욱 빨아들였다.


‘하여튼 요물이야. 요물’


사용자 : 마스터

컨트롤러 1

마나효율 9%

마나감응력 1

체력 20

재생력 28

사도 1 아스켈론

지배력 2

교감 1 감전

특성 커뮤니케이터


마나효율이나 체력 등이 소소하게 오른 것보단 없어진 별표와 사도 1 아스켈론, 특성 커뮤니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커뮤니케이터?’


사도는 좀 전에 컨트롤러에게 사기당할 뻔한 일도 있었고, 여인이 사도로 표시되는 점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하지만, 커뮤니케이터는 너무도 생소했다.


다시 설정창에서 검색을 할까 하다가

‘음성 지원 모드를 쓰면 어떨까?


설정에는 아직 비활성 상태로 남겨둔 것이 많았다.


동굴 입구에서도 그렇고, 어두운 밤에 계속 밝은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나빠질 것 같았다.

‘하긴, 눈도 더 좋아진 거 같단 말이지.’


걱정과 달리, 밤인 데도 어두워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물을 인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매번 화면을 보면서 자판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핸드폰의 인공지능 서비스처럼 음성인식이 더 편할 때도 많다.


음성 지원 모드는 여전히 OFF로 표시되어 있었다.

「시동어가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시동어를 설정해 주세요.」

프롬프트가 깜빡이는데, 이 시동어라는 게 왠지 컨트롤러의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컨트롤러도 혼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음성 지원이라 하면 녀석의 음성이지 않을까?’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좀 있고, 시동어에 ‘트롤’이라고 적고 엔터 버튼을 눌렀다.


-특정 종족의 명칭은 시동어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프롬프트 아래로 빨간색 경고 문구가 떴다.

동물 이름도, 의미 없는 소리도, 물건 이름도, 심지어 남자 이름까지도 사용할 수 없단다. 이 정도면 지랄도 풍년이다.


“야! 이건 여자 이름도 되거든!”

나데르는 급기야 말 한마디 못?하는 컨트롤러에게 고함지를 뻔했다.

‘내가 핸드폰이랑 무슨 짓을 하고 있냐.’

이름 짓다가 순간 현타가 왔다.


“쫌! 쉽게 가자. 마리, 마나 리모컨을 줄여서 마리. 됐지”

‘마나 리모트컨트롤러’ 녀석의 정식 명칭이었다. 설정을 뒤지다가 알게 된 이름이다.


마리

라고 입력했다.


녀석도 마음에 든 것인지,

-사용 가능한 시동어입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래에 확인 버튼이 활성화되었다.


“안녕하세요! 마스터?! 마리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쁘지 않나요?”

“지랄한다.”

첫인사부터 영 마음에 안 든다. 공주병도 아니고, 지 목소리를 들어서 왜 기쁜 건지 모르겠다.


“올바르지 않은 언어습관이네요. 언어를 순화해서 쓰셔야죠.”


이건 음소거를 해제한 것보다 더 최악이다. 나데르는 더 고민하지 않고 OFF를 누르려고 했다.


“근처에서 다수의 마나 에너지가 감지됐어요. 마스터보다 약한 개체가 셋, 비슷한 개체가 하나에요. 조심하세요.”


그냥 음량으로 마나 레이다의 경고를 듣는 것보단 한결 부드러웠다. 좀 더 디테일한 것도 마음에 드는 편.


“너, 한 번만 봐준다.”

“너 말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데르는 이를 앙 다물고 컨트롤러를 지긋이 노려봤다.


“헛소리 그만하고, 마나 레이다 띄워봐.”

“제 이름은 마리에요. 마스터가 지어준 이름, 마!리!”

“그래, 컨트롤러 한 마리!”

“이익! 그런 뜻이었어요? 이름 바꿔요!”


그러는 사이에도 마나 레이더는 네 개의 파란 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마스터의 명령은 음성 지원과는 상관없이 자동 수행인 것 같았다.


‘약 올리면 발끈하는 게 심심하진 않겠어.’

혼자라 외로울 것 같았는데, 음성만이라도 통할만한 녀석이 생겨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마나 파장이 사람 같은데요?”

“사람?”

“아직 거리가 멀어서 확실하진 않아요.”


음성 지원 서비스라기보단 인공지능 비서와 닮았다.

‘혼이 담겨서 그런가?’

휴대폰의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특유의 딱딱함이 없었다.


레이다로 봐서는 대략 5백 미터쯤 거리였다. 아직 실루엣이 보이기엔 먼 거리···

‘진짜, 사람 같은데?’

일단 권총을 꺼내 들었다.


“마리, 내가 까먹을까 봐 미리 물어볼게.”


나데르는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나데르는 교전 수칙에 따라 빛이란 빛은 다 차단···하려 했다.

컨트롤러는 주머니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왔다.


‘하여튼, 이거···’


“네, 물어보세요. 10분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마리도 똑같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럴 땐 참 똑똑한 녀석이다.


밤이라 그런지 확실히 속도가 더뎠다.

컨트롤러, 그러니까 마리도 조심하라고만 했지 피하라는 등의 권유조차 안 했다.


상대의 전력이 나데르보다 다소 높기는 했지만,

파워아머, 총, 수류탄, 아스켈론는 나데르의 핸디캡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더 뛰어난 무기를 들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폐허가 된 도시나 지하도시의 모습만 봐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곳은 정말 역사 책에도 안 나올 것 같은 낡은 도시였다.

솔직히 컨트롤러와 도시 사이엔 어마어마한 괴리가 있었다.


“특성에 커뮤니케이터라고 뜨던데, 그게 뭐야?”

“마나 파장에 따라서 갖고 있는 특성이 다 다른 건 아시죠?”


“아니.”

“마스터가 그런 것도 몰라요? 사도도 아니고 그런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스터가 됐데요?”

“네가 사도가 될 거냐고 묻길래 싫다고 했지.”

“네? 제가요? 전 그런 적 없는데···”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구만···아주 깜빡 속아 넘어가겠어.’

“그래? 뭐, 그렇다 치고, 특성이 다 다른 건 알겠어. 그게 커뮤니케이터와 무슨 상관이지?”


“특성이란 건 보통 마정석에 종속되어 있어요. 마정석은 몸속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고, 다른 개체의 마정석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죠. 문제는 마정석이 자랄 때 생성되는 회로에요. 마나회로라고 하는데 특성 발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죠. 마나 파장은··· 좀 더 복잡한 얘기라 넘어갈게요.”


나데르도 TMI는 사절이다.


“마나 커뮤니케이터는 마정석이 없어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마나를 써요. 그래서 모든 마정석을 다룰 수 있죠. 희귀한 케이스에요. 마정석도 서로 궁합이란 게 맞아야 결합이나 강화가 되는데, 그런 걸 다 무시하고 쓸 수 있으니까요.”


“한 마디로 사기란 얘기네.”

“사기 아니에요!”


이런 걸 보면 순진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어째 목소리 톤과 정신연령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잇! 왜 발끈해? 찔리는 거 있어?”

“제, 제가 왜 찔려요?”


인공지능 같은데 말을 더듬기까지.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냐. 됐다. 그냥 해본 말이야.”

삐질라.


마리는 마나 커뮤니케이터라고 했다.


“그건 그렇고, 난 그냥 커뮤니케이터던데?”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정보가 막혀있어요.”

“응? 정보가 막혀?”

“네, 마스터에게 접근 권한이 없는 정보는 저도 볼 수가 없어요.”


뭔가 의문점이 더 늘어났지만, 더 이상 노닥거릴 수 없었다. 이제 실루엣이 제법 또렷해졌다. 사람이 확실하다. 남자 셋에 여자 한 명.


자리를 피해도 되겠지만, 어떤 사람들일지도 모르고, 적이든 아군이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이 세계의 정보를 물어보려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생각이었다.


*


“진짜, 그년, 죽은 거 확실해?”

“크리스탈은 거짓을 말하지 않아. 그리고 말 좀 곱게 해. 년이 뭐냐 년이”

“그럼? 그런 괴물을 분이라고 할까? 그 미친 연놈들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겠냐고.”

“잠깐, 쉿! 저기 뭔가 있어”


남녀 둘이 투닥거리는 중에 앞서가던 남자가 일행을 세웠다.

그 옆에 있던 남자는 조용히 활시위에 화살을 매겼다. 버프를 받는다고 해도 거리가 턱없이 멀었다.


“저 불빛”


네 사람은 휴대폰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또, 놈들일까?”


달이 뜬 밤이다. 어둡긴 해도 서로의 얼굴은 충분히 알아볼 정도로 밝았다.

얼굴이 모두 창백하게 보였다.


“돌아갈까?”

“우리를 봤을 수도 있어.”

“아니야. 불빛은 그대로야. 아직 못 본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어.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사람 더 모아서 오자고 했지? 연놈들 소굴인데, 그렇게 쉽게 사라지겠냐고?”


여자는 옆에 있는 남자에게 눈을 흘기며 속삭였다.


“생명의 뿌리가 급했잖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데, 그건 너도 인정하지?”

남자는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냐는 듯 투덜거렸다.


“다들 그만, 지금 우리끼리 다툴 때야? 어차피 필요한 선발대였어. 일단···”


모두의 시선이 남자의 입에 몰렸다. 무슨 말을 할지 뻔했다.


“튀자!”


네 사람은 오던 길을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


“뭐야? 도망가는데?”


상대는 넷이고, 자신은 한 명이다.

마나에너지도 상대 전력이 더 우수하다.


‘함정인가?’


“마리, 놈들과 거리를 알려줘!”

“맨 뒤 목표물과 382미터 떨어져 있어요.”


오묘한 말투다. 인공지능과 마리가 섞여 있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 이 거리 유지한 채 쫓아간다. 300미터 이내로 좁혀지거나 500미터 이상 벌어지면 알려줘.”

“네, 마스터!”


소녀다운 발랄함 이랄까? 경쾌하게 들린다.

놈들은 왜 이 밤에 도시를 찾아왔을까?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나데르는 정찰병으로 드론을 먼저 보냈다.


*


“놈이 쫓아와요!”

“XX, XX 왜케 빨라?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잖아?”


놈들은 늘 지하도시를 지키기 바빴다. 생명의 뿌리는 누구라도 양보하기 어려운 희귀자원이다.

그가 도시 밖에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쫓아오는 건 더 이상했다.


“썅! 이러다 우리 동네 위치도 발각되겠어.”

“그럼 맞붙어 싸울 수밖에 없나?”

“네후르, 너 돌아가서 보자.”

“살아서 보자.”


네후르는 니키를 향해 윙크했다.


“미친 XX”


나데르는 쫓아가면서 그들의 대화를 다 들었다. 번역기도 없이 다 알아들었다.


‘어째서? 다 들리지?’


놈들의 무장을 확인하려 보냈는데, 의외의 수확이었다. 놈들은 마을이 발각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직 드론은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고도를 높였다.


작가의말

급한 일이 있어 퇴고 없이 올립니다.

어색한 부분은 금일 내로 수정하겠습니다.


띄워쓰기 수정했습니다. (16:21)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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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휴가의 조건 (6) 21.08.23 22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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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휴가의 조건 (4) 21.08.21 285 15 15쪽
» 6화. 휴가의 조건 (3) 21.08.20 33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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