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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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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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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3)

시작합니다.




DUMMY

33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3)




세상이 뒤집혔다.

1997년의 봄은 서지원의 인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계절이었다.


-연예인 서지원씨에게 누드 강요와 강압적인 촬영으로 문제가 된 변한 감독이 과거에도 스텝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여배우에게 강제 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무명 배우 김모씨가 강압에 의한 누드 촬영으로 영화감독 변한씨를 형사 고소했습니다. 이로써 변 감독은 총 3명의 영화인들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잇따른 증언과 고소로 서지원씨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서지원씨 팬들이 편파보도를 한 MCC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뉴스를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나.

티비 연예방송이나 일간 스포츠지는 서지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몰아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거장의 길을 걷는 전도유망한 감독이 신인 배우 하나 잘못 만나 혹독한 시련을 당하는 모습으로 보도했다.

팬들이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서지원은 그동안 그 어떤 편파 보도에도 공식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무서웠고, 변한 감독과 마주칠까 무서워 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이 났다. 세상이 내 편을 들어 주었다.


그녀는 라디오의 뉴스를 들을 당시 직감했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고.


서지원은 당장 장현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가는 신호음을 들으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


영화 ‘용서 할 수 없는’의 개봉 3일전.

따르릉. 내 오피스텔에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용.”

“누구세요?”


하이톤의 목소리가 쨍하게 울렸다. 모르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머나, 서운해라. 벌써 내 목소리 잊었어?”

“누구신데요?”

“야, 장현승. 너 진짜, 서운하다. 코찔찔이 너를 그토록 쫓아다니면서 챙겨 준 게 누군데 내 목소리를 잊었누. 이렇게 존재감 있는 목소리를 잊는 게 말이나 되냐? 응? 너 진짜 둔한 아이구나.”


말투가...딱, 이보라 조교였다.


“아! 이보라 조교!”

“야! 끝에 님자 붙여야지!”

“앗, 죄송합니다...하하하 반갑습니다. 조교님! 그런데 갑자기 웬일이세요? 저 학교 출석해야 해요?”


졸업을 못 해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지만, 교수님 빽으로 출석은 하지 않았다.


“아니, 그건 아니고. 나 서지원 사건 아주 관심 있게 봤거든. 나도 한 사람의 여성 영화인으로서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

“아, 네.”

“나도 주변에서 들은 것도 있고 본 것도 있고. 솔직히 서지원 걔가 진짜 불쌍하다 생각했거든. 드러난 거보다 더 많은 배우들이 변 감독한테 당했을 거야. 서지원이 조 편집장에게 그랬다며. 너 없었으면, 자긴 영원히 음지에서 살았을 거라고, 말라 죽었을 거라고. 너가 걔 살린 거야, 니가 생명의 은인이야.”

“아뇨. 제가 뭘 했다고요.”


뭘 또 그렇게까지 치켜 세워주나.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상태창이 보이지 않은 건 미래의 그녀가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다면 좋은 게 아닌가.

서지원이 지금처럼만 잘 해준다면 그 미래의 메시지처럼 그녀는 대스타로 성장할 것이다.

그때 기꺼이 내 영화에 출연해준다면 나는 정말 기쁠 것이다.


변감독이야 원래 위선자이니까, 혼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변 감독이 완전히 법에서 지고 서지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완전히 끝이 나는 거다.



“너, 잘한 거야. 너 때문에 배우들... 이제 제 목소리 좀 낼 거다. 특히 힘없는 신인, 혹은 무명 배우들. 지금 변 감독 말고도 찔리는 인간들 많을걸? 하하하, 꼬시다.”

“조교님. 조교님도 혹시...”

“야. 나는 못 건드리지. 내 덩치를 봐라. 맞고 싶은 변태 놈은 덤비겠지.”


도합 12단의 무술 실력.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현승아~ 전화 건 건 다른 게 아니고 말이야~.”


보라 조교에게서 이런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나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좀 많이 이상했다.


“있지, 너 조연출 안 필요해? 내가 있잖아. 스릴러 광이거든. 세상에 출시된 스릴러는 내가 안 본 영화가 없다고. 스릴러 거장이 되는 게 내 꿈이야. 현승아, 조연출 아직 없지? 오서방도 기획으로 빠졌다는데.”


순간, 나는 할아버지처럼 내 무릎을 딱, 쳤다.


‘맞아! 이보라 조교...아니 이보라 감독은 미래의 스릴러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지! 아니,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현승아 왜, 대답이 없어? 싫어? 안돼?”

“아니요! 좋습니다. 진짜, 진짜 좋습니다. 조교님이 오시면 이 영화 정말로 대박 날 겁니다!”

“진짜 그렇게나 좋아?”

“그럼요! 조교님, 정말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하하하.”

“어머...얘가 왜 이러지? 너...혹시 나 기다렸니?”


나는 실없는 사람처럼 웃고 말았다.

미래의 이보라야 말로 충무로의 여걸, 피의 여제. 특히나, 탐미적 미장센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감독이었다.

비록, 히트작을 연이어 내지는 못하는 감독이었지만, 함께 작업한다면 그 섬세한 연출을 배울 좋은 기회였다.

감독이 조연출에게 연출을 배운다는 게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런데, 조교 생활은 어떻게 할 작정이지?

계약이 만료되었나?

설마 교수님이 일부러?

교수님에게 이보라 조교도 애제자였다.



그때 이명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제 첫 영화는 조연출로 참여한 ‘지독한 목격자’였어요. 내 인생의 영화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죠. 전에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직접 연출을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냥 무난한 상업영화나 찍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장현승 감독을 만난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때 장현승 감독에게 참 많은 걸 배웠어요. 그 분이 저의 후배님인데, 그 어떤 감독들보다 제게 큰 영감을 줬죠.”


이상한 환청이다.

그리고 이상한 환상을 본다.

이보라 조교는 나의 본생에서 스릴러의 거장이 되는데, 그녀가 나한테 스릴러 연출법을 배웠다고 한다.

아마도 미래에 언론과의 인터뷰인 듯하다.

그녀는 성공했고 과거를 회상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지금의 나는 그녀의 연출을 탐하고 있고.

그녀는 나를 스승으로 여겼다.

확실한 건 그녀는 나 때문에 잘 되고, 나는 그녀 때문에 잘 된다는 훈훈한 마무리였다.



***



오피스텔로 정태우 사장이 찾아왔다.

오늘은 웬일인지 명품으로 쫙 빼입었다. 속된 말로 간지 작살이다.

허우대가 좋고 생김새도 남자다워 저렇게 명품으로 빼입으니 영화배우 부럽지 않다.


“사장님,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와, 옷이 날개네요.”

“지원이 사건도 잘 풀리고 해서, 제가 기분이 좋아서요. 다 장 감독님 덕분입니다. 진짜 장 감독님 아니었으면 우리 지원이 엄청 힘들었을 겁니다.”

“뭘요. 제 영화의 히로인을 보호한 거 뿐인데요.”

“아무튼 제가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장감독 차를 지금보다 더 좋은걸로 바꿔 줄까 하는데.”

“아닙니다. 감독이 좋은 차 타고 다닐 일이 뭐가 있나요. 촬영장 다니려면 고급차종은 오히려 방해만 되요. 지금 몰고 다니는 갤러퍼로 저는 만족합니다. 딱 좋아요.”

“그럼, 이건 어때요? 제가 양복 한 벌 맞춰 줄게요.”

“네? 양복은 제가 입을 일이....”

“모레 극장 개봉하잖아요? 사진도 찍힐거고, 지원이도 거기 온다고 했으니 언론들도 취재하러 많이 올 겁니다. 그리고 프랑스도 가잖아요.”

“턱시도는 빌려 입으면 되는데요.”

“그리고 터키 투자자도 함께 만나야 하잖아요. 이런 후줄근...아니, 평범한 차림으로 만났다가는 제 운전기사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그 정도인가.

나는 내가 입을 옷을 쓱, 한번 보았다.


“갤러리아로 가시죠. 제 단골집이 있는데, 잘해 줄 겁니다.”


일단, 양복 한 벌은 얻어 입기로 했다. 나름대로 보상을 주겠다는 데 사양하는 것도 실례다.

차는 지금은 정말로 필요 없었다. 나중에 대박 나면 나도 폼나는 수입차 한 대 뽑아야지.

그나저나 정말로 날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작정인가.


“그 투자자들 말인데요. 궁금한데, 정말 아무 조건 없이 태우 영화사에 투자하겠다는 거예요?”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가는 길, 정 사장의 벤츠 승용차에 올랐다.


“한국 회사를 하나 세우라더군요. 터키 법이 그렇다고요. 터키에 5억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 회사에만 터키인들이 투자할 수 있데요. 그렇게 법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외국에 법인이 있으면, 나중에 탈세하기도 편하겠네요.”


나는 슬쩍 떠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었다.


“아닙니다. 탈세가 아니라, 절세입니다. 장 감독님 말대로 나중에 벌어들일 거 생각하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 놔야죠. 절대 불법 탈세는 아닙니다.”

“거긴, 조세피난처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합법적 탈세가 가능합니까.”

“터키와 가까운 델로스섬이 있습니다. 거기가 조세피난처입니다. 미리 터키 투자자들과 얘기가 됐습니다. 그곳에 저를 대신해 회사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회사는 그분들의 투자금으로 만드는 거겠죠?”

“아니요. 그분들 계산은 확실하신 분이라, 제가 10을 보여줘야 100을 주는 분이거든요. 이후에 한국영화 수입도 하실 분들이라, 저와 공생 관계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회사를 세우는 데 필요한 자금 5억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네? 5억원이요?”

“네.”


환장한다.

한국 돈 5억이면 터키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정말 우습지 않은가.

미국물까지 먹은 국제적 사업가가 이런 어설픈 사기에 넘어가다니. 게다가 델로스 섬은 과거, 고대 최초의 조세피난처에 불과했다. 지금은 아니다.

아마도 그는 그 사실까지는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같다.

너무 믿어서일 수도 있고, 믿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얘기가 오가는 중 백화점에 도착했다.

올해 처음으로 갤러리아라는 이름을 쓰게 된 한화 백화점은 외관도 아주 고급스럽게 리모델링 했다. 오랜만에 와보니, 옛 정취 그대로였다.

이곳은 일명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강남 킹카들의 쇼핑의 성지.


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주 활기차고 명랑한 목소리로.


“감독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화사하게 웃고 있는 서지원이 서 있었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가 사뿐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만난 지 며칠밖에 안됐는데...


날 너무도 반겨주니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정 사장님이 저도 불렀거든요. 감독님 쇼핑하는 데 저도 따라다녀도 되죠?”


태우 사장을 힐끗 보았다.

그가 서지원을 보고 입을 헤벌리고 웃는다.


그 투자자 얘기 좀 진진하게 할 참이었는데, 서지원 때문에 못 하게 됐다.

그런데 정 사장 저 얼굴은 아무리 봐도 서지원에게 빠진 얼굴이었다.

그때 서지원이 갑자기 내 팔을 잡았다.


“감독님, 제기 미리 와서 봐둔 게 있어요. 이쪽으로 가요.”


그녀가 내 옆에 착 붙었다.

그러고 보니 서지원은 정태우에게 인사하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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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3) +6 20.04.14 1,728 44 12쪽
33 32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2) +2 20.04.13 1,714 43 11쪽
32 31화.참으로 알 수 없는 일(1) +4 20.04.12 1,796 45 12쪽
31 30화.엉뚱한 불똥(1) +3 20.04.11 1,810 41 12쪽
30 29화.영상속 진주(2) +3 20.04.10 1,828 42 12쪽
29 28화. 영상 속 진주(1) +2 20.04.09 1,850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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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줄다리기의 묘미(2) +4 20.04.07 1,918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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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3 20.04.05 2,060 38 11쪽
23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2 20.04.04 2,136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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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17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9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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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레디고 +2 20.03.27 2,001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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