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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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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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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줄다리기의 묘미(3)

시작합니다.




DUMMY

27화. 줄다리기의 묘미(3)






인터뷰는 한순간에 제보로 이어졌다.

기록은 중요하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상대방의 기억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 특히나 언론의 약속은 100% 신뢰할 수 없다.

씨네마 21의 편집장 정도라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녹음 해둔다. 내 배우를 지키기 위함이다.

서지원에게 일어난 일을 나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조선예 편집장은 처음에는 못 믿는 눈치였다.

잘 나가는 신인배우가 그런 식의 대우를 받았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두어 시간 정도 이어진 이야기 끝에 그녀는 내 말을 믿기로 한다.


“우리가 철저하게 파헤쳐 볼게요. 변한 감독이 작품 평가는 좋은데 좀 괴팍하다고 알고 있어요. 사람이 좀 거만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장현승 감독님. 자신 있어요? 이거 터뜨리면 아주 큰 사건이 될 겁니다. 괜히 영화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때마다 쉬쉬하는 게 아니에요. 관련자들이 줄줄이 나올거고. 또...서지원씨가 많이 힘들겁니다.”

“하지만, 이게 해결되지 못하면 서지원씨는 제 영화에 출연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짐승 같은 영화가 개봉되면 서지원도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이제 시작하는 여배우를 그런 괴물 감독 하나 때문에 잃어야 겠습니까. 편집장님도 아시잖아요. 배우하나 잘 키우면 한국영화까지 부흥합니다. 전, 서지원씨를 믿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편집장이 물었다.


“왜 꼭 서지원이어야 하죠? 감독님의 영화 ‘지독한 목격자'의 히로인 말이에요.”


그 말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글쎄요. 일단 서지원씨의 의지가 강해요. 감독으로서 제 작품을 알아주는 배우가 있다는 건 영광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지원씨는 아픔이 있는 배우라 그 배역과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진주가 조개의 고통속에서 탄생하는 것처럼.

창작자는 그런 배우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하군요. 감독님의 작품에서 서지원이 어떻게 빛날지...알겠습니다. 변 감독 일은 우리에게 맡기세요. 씨네마21은 철저하게 서지원씨 편에서 편파보도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2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났다.


방을 나오는데 그녀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톤이 높고 당당한 말소리.


“김보미 기자? 외근 중이지? 그 변한 감독 말이야. 제보가 들어왔어. 그 사람 신상 한번 털어봐. 충무로의 악질 변태놈이래. 이건, 편집장 특별 지시니, 확실하게 취재해 줘야해. 응. 제보 내용이 실종 배우 서지원에 관한 건데...”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언론계의 핏볼 테리어였다. 본생에 나도 당한 적이 있었으니 잘안다.

변한, 당신 이제 좆됐어.




***



대학생인 난 졸업을 못했다. 그렇다고 억울한 건 없었다.

연출 수업 에서 F학점을 받았는데, 칸 영화제까지 간 작품이 학교에서는 F학점을 받았다.

이해는 한다. 그 난리를 쳤는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면 뭔가 잘못된 거다.

총장이 나 때문에 머리 숙여 사과했고, 국방부는 끝까지 내게 날을 세웠다.


정태우 사장에게 2000만원을 입금받고 곧바로 국방부에 돌려줬다. 그리고 정 사장에게 극장 개봉일이 잡혔다는 소식을 받았다.

총 5일간 씨네마하우스에 내 영화가 걸린다.


나는 새삼 정 대표의 수완에 감탄했다.

마침 극장가에 이렇다 할 작품이 없기도 했지만, 그 틈을 타 독립영화를 밀었다는 게 정말로 대단했다.

물론 칸 영화제 진출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홍보원 미디어제작소 마경수 소장에게 칸 진출과 극장 개봉 소식을 알렸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는 좋아하는 눈치였다.

졸업을 못 했다고 하자, 그도 위에다 시말서 썼다고 한다.

앞으로 국방부 외주제작이 무척 까다로워 질거라고 했다.


“앞으로 외주는 심사숙고해서 주기로 했네. 자네 때문에 이제는 외주제작보다 자체 제작에 더 힘쓰기로 했다네. 잘 된건가? 음...잘 된 거라고 봐야겠지.”



마경수의 입장에서는 잘 된 거지.

그의 영향력이 홍보원 내에서는 더 강해질 것이다.

이제 곧 국방 티비 설립도 추진한다고 했다.



뒤늦게 중한 예술상을 받았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칸 진출은 중대 출신 중 유일하게 재학생이 세운 업적이라고 할까. 그 업적 때문에 중한 예술상을 받았다. 우리끼리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상이었다.


캠퍼스 정문에 내 이름이 쓰인 플랜카드까지 붙었다.

후배 녀석들의 짓이었다.


-89학번 영화 천재 장승현 선배님의 칸 영화제 진출을 축하합니다!!! 중한영화제 예술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영화과 후배들 일동.-


게다가 유급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기뻐하는 어이없는 후배도 있었다.


“와, 그럼 장 선배랑 한 학기 더 듣는 거네? 학교 다닐 맛 나겠다.”

“아마 등교는 안 할걸? 차기작 준비한다고 바쁘다던데....교수님이 수업 빼주시겠지. 참, 장 선배 영화사 차릴지도 모른대. 태우 영화사 알지? 거기 정태우 대표가 선배네 회사에 지분 넣었다네...”


나에 대한 소문은 분 단위로 녀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또 소문으로는 방진석이 차승진의 운호 필름과 계약했다고 한다.

졸업생 중 진로가 유일하게 정해진 사람은 방진석과 나, 두 사람뿐이었다.




***



투자 공모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첫째는 투자 규모였는데, 1997년 당시 김영삼 정부의 정책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자 제한이 없었다. 투자 제한 상한선이 없다는 소리였다.

김대중 정부로 넘어가면서 펀드 조성 금액을 10억원 이하로 제한한다. 지금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에는 적기였다.


50억 규모라고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지노선을 예상하고 부풀린 금액이다.

원래 예산은 30억으로 짰다.

당시 장편 영화 평균 제작비는 10억원을 상회한 금액이다.

미술이 중요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과감한 투자를 할 셈이었다.


그 문제로 정태우 사장과 미팅을 가졌다.


“1차 펀드 조성은 3억원 정도로 목표액을 잡고 있습니다.”

“너무 적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목표액을 높이 잡아놓고 목표에 이를 때까지 주주들이 함께 투자에 관여합니다. 투자 유치에 직접 나서기도 하고요.”

“한국은 아직 문화 펀드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말입니다. 관객들이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발상은 호기심을 끌 테지만, 요즘 같은 경기에 많은 투자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저는 관객이 투자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대기업 투자를 2차로 받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삼성영화사에서 영화 투자에 적극적이긴 한데 간섭이 심할 겁니다. 캐스팅부터 시나리오까지 직접 컨트롤 하려고 들 겁니다.”

“목표액을 높이 잡으면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영화라는 게 시간과의 싸움인데, 투자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면 지칠 겁니다.”


문제가 여기 있었다.

자금 수혈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영화가 수시로 엎어진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투자자들은 돈만 날리는 셈이다. 제작사 사기가 여기서 성립되는 것이다.


프리프로덕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투자.

믿을 만한 투자자를 끌어들여서 안정적으로 출발하는 것.

그건 대기업밖에 답이 없었다.


“일단, 오픈은 해봅시다. 조선예 편집장이 한마음 일보 대표와 만나서 공모를 주관하겠다고 담판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번 주부터 씨네마 21과 한마음 일보에 대대적인 투자 공모 광고가 실릴 겁니다.”

“와, 편집장님 일 진행 하나는 진짜 화끈하시네요.”

“그분이 볼 때 문화 펀딩 시도 자체가 신선하니까요. 게다가 장 감독 영화가 칸에 초청된 게 영향이 컸죠. 조선예 편집장을 한 번 믿어봅시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유일합니다.”

“그래도 메인 투자자들은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알고 있다.

지금 태우 영화사는 두 개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다.

투자자들 돈을 상당히 끌어들인 걸로 안다.

투자를 더 받고 싶어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었다.

지금 투자받은 금액이 50억은 넘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외국 투자자들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국내는 경기도 그렇고, 돈을 안 풀려고 해서요. 얼마 전 터키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왔습니다. 한국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이스탄불 큰 손입니다.”


나와 조 편집장의 인터뷰때 약속을 펑크냈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런데 터키...터키라...


불현듯 머릿속에서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정태우는 미국에서 돌아온 1994년부터 2000년도 중반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고속성장한다. 그런 그에게도 감추고 싶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국제 사기단에 휘말린 사건. 무려 15억 원이라는 돈을 뜯겼다.


영화판에서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이었다.

이 당시 아프리카 사기단, 중동 쪽 사기단이 극성이었는데, 이 똑똑한 양반은 중동 사기단에 걸려들었다.

터키와 한국 합작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에 솔깃한 것이다.

터키는 지금도 그렇지만 영화 소비의 강대국이었다. 정 대표가 그 떡밥을 물었다.


‘내가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하네....’


막아야 하는데 좀처럼 묘안이 없었다.


“확실한 사람입니까?”


뒷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왠지 건방지게 들릴 것 같았다.


“지인이 소개해 준 사람이니 확실한 신분입니다. 돈 있다는 사람은 무조건 만나봐야지요. 제가 사기당할 것 같아 그럽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장 감독.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 하나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얘기 나누다 보니, 꼭 업계 사람하고 얘기하는 거 같군요. 이상하게 편하네.”

“업계 사람이죠, 저도.”

“아니, 좋은 말로. 선수처럼 느껴진단 소립니다.”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사기극에 휘말리는 정태우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


-사랑하니까 투자하세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초청작 ‘용서할 수 없는’의 감독 장현승의 두 번째 영화. 바로 당신의 영화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로 관객 투자자를 모십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품격있는 투자를 기다립니다.


씨네마 21이 후원하고 태우 영화사가 투자하는 장현승의 뉴 씨네마.


세븐보다 강렬하다, 양들의 침묵보다 섬뜩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

1999년, 한국영화의 돌풍을 예고할 영화.


시놉시스는 투자설명회 때 공개됩니다.



정말로 광고가 실렸다.

한마음 일보는 신문 전면에다 내 광고를 실었고 씨네마 21은 나의 단독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투자 광고가 실렸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투자만 이루어지면...크랭크 인만 되면 정말 대박 행진인데...

관객들이여, 독자들이여. 제발, 보물을 발견하시길.


띠리리리

스타텍이 울린다.


“장 감독? 장 감독님이세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았다.

조선예 편집장이다.


“궁금해할까 봐, 전화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씨네마21로 전화 문의가 많이 오네요. 이거 전화 받아주는 것도 일인데, 태우 영화사에다 전화 돌리면 안 되려나? 잡지사가 뭐라고 이쪽으로 자꾸 전화 오네요.”


다행이다.


“투자설명회 준비는 잘 되고 있죠? 프리젠테이션때 장 감독님이 잘해 주셔야 해요. 그때 스토리도 공개하고요. 잘할 수 있죠?”

“물론이죠, 편집장님.”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씩씩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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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7 44 13쪽
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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