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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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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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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영상 속 진주(1)

시작합니다.




DUMMY

28화. 영상 속 진주.(1)







서지원은 자신의 은신처에서 씨네마21 기자와 함께하고 있었다. 서지원 사건을 전담으로 맡은 김보미 기자였다.

김보미와 서지원은 장장 6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지원은 최대한 차분하게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이야기는 한 여배우의 인권탄압에 그치지 않았다.

배우와 스텝들 모두 거장이라는 이름 앞에 무력하게 당한 꼴이었다.


“상대 배우는 그래도 탑스타셨잖아요. 남자 배우가 가만히 있었어요?”

“감독하고 딜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상대 선배님은 많은 작품은 하셨지만, 연기력은 항상 저평가 받았었죠. 감독이 서구권에는 인지도가 있으니까, 이 영화로 칸이나, 베를린 가자고 하셨어요. 해외의 작은 영화제에서는 상도 받게 해주겠다고 하니 선배가 꾹 참고 촬영한 거예요.”

“회사에서는 왜 막지 못했나요.”

“처음에는 매니저하고 트러블이 있었어요. 결국, 변 감독을 이기지 못한 거예요. 성질이 장난 아니에요. 오죽하면 조감독이 3번이나 바뀌었어요. 우리는 영화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극기 훈련을 하는 식이었어요.”

“이런... 이런 사람에게 그런 예술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군요.”

“김보미 기자님. 이 얘기도 하고 싶어요. 변 감독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저에게 보라고 한 포르노그라피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어요. 유명하지 않은 인디영환데, 변 감독이 그 작품을 많이 차용했어요. 그 사람. 예술가 아니에요. 나는 그런 식의 모방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보미 기자는 서지원의 말에 빨려들었다.

6시간 동안 식사도 잊은 채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거짓도 과장도 아니다. 진심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있었다.

변한 감독은 삐뚤어진 예술가가 맞았다.

한국영화를 좀 먹는, 영화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암적인 존재.


“인터뷰 힘들었을 텐데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김보미 기자는 눈앞의 어린 여배우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사람들이 제 말을 들어 줄지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도 저의 이런 행동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건 아니죠. 소속 배우 하나 지키지 못하는 데 매니지가 자격이 있나요? 이건, 감독과 배우,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에요. 사무실 책임이 큽니다. 제가 보기엔 계약해지 소송도 함께 진행하는 게 나을 듯해요.”

“다 정리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장 감독님 작품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에요.”

“장기전이 될 겁니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해요. 천만 다행인 건 소송 중에는 변한 감독 작품에 출연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그나마 합법적으로 차기작을 촬영할 수 있는 거죠.”


서지원은 탁자 앞에 놓인 소니 카메라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거, 오디션 영상이에요.”

“아, 편집장님께 얘기 들었습니다. 투자 공모 때 오디션 영상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 것 같아요.”

“오디션 영상이라 봤자. 일상장면 밖에 없는데, 이걸 어떻게 사용할거라는 건지.”

“장 감독 작품 보니까. 배우의 이미지를 아주 잘 캐치하던데요. 아마도 서지원씨 일상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모양이죠. 투자 광고 때문에 영화가 알음알음 홍보가 되고 있어요. 투자 문의도 많고요. 지금까지는 청신호입니다. 그러니까, 서지원씨. 힘내세요.”


서지원은 김보미 기자의 말을 듣고 안색이 밝아진다.

웃으니 이제야 23살 아가씨다웠다.


****




서지원의 오디션 영상이 도착했다.

정태우 사장과 조선예 편집장, 그리고 또 한 사람. 할아버지 장필두 감독이 내 옆에 있다.

우리는 씨네마21일 회의실에 모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기자들이 나를 힐끔거렸다.


“저 사람이 장현승?”

“그런가 봐. 아직 애긴데?”

“대학생이라더니,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네.”

“인물도 좋구먼. 아, 나도 저 나이로 돌아가면 저렇게 진취적으로 살 수 있을까? 부럽네. 나이가 부러워.”

“하이고, 우리하고는 근본이 달라. 집안도 명문가고 저 정도면 천재지.”

“명문가? 어디 집안인데.”

“장필두 감독 후손이라지. 자손들 전부 영화 밥 먹고 살았지.”

“아...그 장필두.”


쑥덕, 쑥덕, 내 얘기를 하는 기자들이 싫지는 않았다.

천재라는 소리는 참 민망했지만, 칭찬은 내 자존감을 한껏 고취시켜주었다.



“생각보다 문의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태우 영화사에도 문의가 많죠?”

“투자 설명회 때 얼마나 사람들이 모이느냐가 중요하죠. 1차 목표액이 3억원인데, 그러려면 못해도 1천명 이상은 모여야 합니다.”

“천 명까지는 힘들지 않을까요?”


내가 말했다.


“그건 알 수가 없어요. 하다못해 의료기기 투자설명회도 사람들 미어터져서 못 들어가는 예도 있으니까요. 영화라는 게 대박만 나면 돈이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모두 알고는 있으니까요.”

“작년에 은행나무 침대가 초대박 쳤잖아요? 그 영향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영화 투자에 관심이 많아요.”

“의료기기 보다는 훨씬 낫죠, 영화가. 그렇다면 은행나무 수익을 예를 들어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빠르겠네요.”

“투자설명회 때는 무조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합니다. 의외로 초보 투자자들이 많이 와요.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를 어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씨네마21의 독자들을 예로 들면 상당히 고급 독자층입니다. 영화라면 전문가들 이상으로 비평하기를 즐기는 열혈관객들이죠. 제 생각에는 만약 이런 독자들이 투자자로 나선다면 영화의 디테일을 상당히 따져 물을 수 있어요. 디테일이나 완성도는 다른 게 아니라 배우, 책, 연출이죠. 가장 중요한 게 감독이 누구냐가 아닌가 싶어요.”


정태우와 조선예 편집장이 나를 본다.


“다 필요 없고, 서지원 얼굴 하나면 끝이겠구만.”


또 다른 참석자인 할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우리는 텔레파시로 말을 주고 받았다.


“검증 안 된 여배우 얼굴로 투자자들을 설득하라고요?”

“너, 서지원 하이텔 팬까페 안 들어가 봤지? 내가 어제 처음으로 인터넷이라는 걸 해봤다. 거기 얘들 말하는 거 보니까 회원수가 점점 는다는데? 회원수 만명 넘었다더라. 야, 근데 지금 우리나라 국민이 만명이나 컴퓨터가 있냐? 아무튼. 요샛말로 덕후들 화력을 무시하지 말아라. 내가 슬쩍 정보 흘렸지. 장현승 차기작 서지원이 주인공이라더라. 서지원이 그 영화하려고 일부러 영화 파투 냈다더라. 못 믿겠으면 가봐라. 감독이 서지원 영상 들고나올 거다.”

“할아버지! 반칙이에요. 제 허락도 없이 비밀 정보를 막 흘리는 게 어딨어요!”

“뭐 어떠냐, 거짓말도 아니고. 거기 팬클럽 회장이 40먹은 증권맨인데 돈 좀 있지 않을까. 야. 너 2020년하고 지금하고 다를 것 같냐. 옛날 팬심이 더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법이야. 서지원 사라지고 팬카페 회원이 6000명이나 늘었다는데, 이게 무슨 의미겠냐.”


요즘으로 따지자면 서지원은 수지 같은 인기를 누리던 배우였다.

나이 어린 팬들보다는 20대 중반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이 높은 팬들이 많았다.


“실종된 기간 동안 서지원은 아재들의 여신이 되어 버린 거야. 그런 서지원이 나타나 봐라.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서지원이 그 정도로 인기가 있었나.

하긴 24년이 지난 후에도 회자 될 정도였으니, 잠깐동안 대단하기는 했었다.


“아무튼 슬쩍, 정보 풀었으니까, 팬클럽 임원들이 확인차 갈 거다. 그때 서지원 영상 공개해. 할 수 있는 거 다해봐야지.”


1차 목표액 3억이 쉬운 돈이 아니다.

처음은 누구나 힘든 법. 훗날의 클라우딩 펀딩을 지금 시작하려니, 불안한 요소가 많았다.

아무튼, 할아버지의 오지랖이 나쁜 결과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큰 도움은 못 줬어도 소소하게 내 일을 도와줬던 할아버지다.


“아! 나 궁금해 죽겠다. 빨리 영상 틀어 봐라.”


누가 감독 출신 아니라 할까 봐, 캐스팅에 열정적이시다.


캠코더를 티비 모니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영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강렬한 햇살 아래서 서지원은 캠코더를 킨다. 정원인 것 같다.

눈이 살짝 부은 것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킨다는 말과 함께 말티즈 한 마리와 정원에서 뛰어 논다.


잔무늬가 있는 진분홍 원피스를 입었다.

긴 생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은 모습이 소녀를 연상시켰다.


다시 캠코더를 손에 쥐고 얼굴을 비춘다.

얼굴 가까이에 카메라를 대니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비친다.

그 모습마저도 명랑하게 보인다.


정원을 돌고돌고돌고 몇 바퀴를 무료하게 돌더니 정원 한켠에 놓인 사다리를 타고 담장 밖을 내다 본다.

서지원의 셀프카메라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은둔 생활을 하는 서지원의 무료한 모습.

따분해 하던 그녀가 길가던 사람을 재미삼아 찍다 들키자 황급히 몸을 숨기는 모습.

그리고 유일한 말동무인 강아지와 장난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밥을 반쯤 먹다 쓰레기통에 음식을 버리는 모습.

낮은 숨을 쉬며 낮잠을 자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한동안 카메라를 응시하는 서지원의 얼굴이 길게 찍혔다.


배우는 눈으로 말을 하지. 대사보다 중요한 게 눈이다.

어쩌면 서지원은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틀리다.

배우를 보고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일으키느냐가 좋은 배우의 요건이었다. 그 점에서 서지원은 충분히 매력적인 여배우였다.

모두가 숨죽이며 서지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상의 장면마저도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건 예쁜 외모와 특별한 연출과는 다르다.

많은 배우를 상대한 건 아니지만 본생에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배우들이 있었다. 그것은 생동감이었다.

생동감이 있으면 죽은 화면도 진짜 세계처럼 느껴진다.

넋을 놓고 서지원을 보고 있는데 화면에 미래의 상태 메시지가 자막으로 나왔다.


- 배우 서지원의 수상 이력입니다.

2000년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우상

2000년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 여우주연상.

2000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 연기상, 인기상.

2001년 ...2002년...2003년...2005년...2010....2015...

2017년 칸 영화제...뚝.


쉴세없이 자막이 흘러가다 영상이 뚝 끊겼다.

2017년까지의 정보에서 끊어졌다.


“서지원씨가 적임자네요.”


두 사람이 만장일치로 얘기했다.


“화면에서 저런 생기를 내뿜는 배우는 처음이에요. 나이는 문제가 안될 거 같은데요?”


무려 영화 인생 30년을 살아오신 조선예 편집장께서 서지원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별것 없는 영상에서 진주를 발견했다.


***


그리고 투자 설명회 당일.

씨네마21에서 빌린 프레스센터 연회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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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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