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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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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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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참으로 알 수 없는 일(1)

시작합니다.




DUMMY

31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1)





“니가 서지원 배후자냐?”

“누군데, 다짜고짜 반말이에요?”

“나? 너 같은 놈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사람. 경고한다, 너 서지원 캐스팅 당장 그만둬. 매장당하기 전에”

“뭐야? 당신 누구야? 변한이야?”

“뚝.---”


전화를 건 사람은 분명 변한 감독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목소리에 살기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은 변한 감독밖에 없었다. 기도 차지 않는다. 본인이 당당하면 이런 식으로 사람 협박할 리가 없지.

뭔가 더럽게 켕기는 게 있는가 보네.

매장시키다니, 누가 누구를 매장한다는 거지?


기분이 나빠져 씨네마21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편집장님? 장현승 감독입니다. 방금 변한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협박 전화 받았습니다.”

“어머나, 그래요?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뭐라고 그랬어요?”

“절, 매장하겠데요.”

“하, 그 사람 김보미 기자한테도 전화해서 그랬다는데, 진짜 뭔가 있긴 있나 보군요.”


나와 편집장은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김보미 기자 말로는 저쪽도 무고죄에, 계약위반에 의한 피해보상, 명예 훼손까지. 걸 수 있는 건 다 걸겠다고 했데요. 그 전에 먼저 소 취하하고 남은 촬영분 촬영해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뻔뻔하게 얘기했다네요.”

“말도 안 되죠. 그럴 수 있는 거였으면 애초에 1년 가까이 잠적하지도 않았겠죠. 변한 감독이 사건을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군요.”

“다음 주 특집기사 나와봐야 여론이 형성되겠지만. 솔직히 지금 증거가 너무 빈약한 건 맞거든요. 매니지먼트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하는데 지원씨가 담당 매니저도 고소해버렸잖아요. 이중 계약에다 계약위반. 물론 저쪽도 변 감독하고 비슷하게 나오겠죠.”

“증거가 부족해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증거가 안 되요? 직접 당한 사람인데.”

“그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있어야 하는데, 쉬울까요. 전부 변 감독한테 매인 사람들인데. 매니저 고소까지 한 상황에서요. 또 지금 불리한 상황인 게. 계약서를 보니, 노출에 관한 부분은 분명히 명시가 안돼있는데, 씬은 분명히 1장면으로 협의가 끝났거든요. 근데, 변한 감독이 가지고 있는 계약서는 씬은 10회 이상으로 계약돼 있데요. 매니저가 중간에 장난친 거죠. 변한 감독은 자기는 잘못 없다 할 거예요. 아마.”

“10회요? 와, 그거 에로 영화였어요?”

“그러니까, 이상해요. 이런 영화를 대체 왜 찍게 했는지. 그리고 변한 감독의 그 영화. 서지원씨 말로는 표절이랍니다. 인디 프랑스 영화 거의 다 베꼈다는 데 그 영화가 유럽에서는 먹혔나 봐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변 감독 표절문제 있었잖아요? 평론가들이 오마주니, 포스트모더니즘이니, 변한 감독 편을 많이 들어줬죠.”

“근데, 변 감독님. 영화계에 파워가 있어요?”

“모르셨군요. 변감독 아버님은 문공부 장관 출신에다, 어머님은 kmc간판 아나운서였어요. 의원까지 지내신 분이고요. 변한 감독 집안 스펙 때문에 초창기 감독 데뷔했을 때 화제가 됐었죠. 물론, 그때는 영화도 신선했고요.”


처음 안 사실이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 생각했으니까.

영화감독들, 집안 좋은 사람도 많고 말이다.


“아무튼,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네. 하지만 저희 씨네마21은 서지원씨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한번 해보죠, 뭐. 어차피 우리 매거진은 주류도 아니고 욕먹는 거 하루 이틀인가요. 보스 눈치 좀 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사고 친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예요.”


편집장이 웃었다.


“덕분에 판매 부수 엄청나게 늘었는걸요. 이런 대형 사건 하나쯤 나와줘야 잡지사들도 먹고 살죠. 아무튼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주 기사나면 변 감독도 뜨끔 할 겁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일로 길게 시간 끌고 싶지 않았다.


“편집장님. 이건 그냥 아이디어인데요. 기사 말미에 이런 구절을 넣으면 어떨까요. 좀 쎄긴 한데, 어차피 변 감독하고 싸우자는 기사잖아요?”

“뭔데요?”


순간 떠오른 생각을 편집장에게 전했다.



***


“캬, 안타깝구나. 후손들이 영화만 줄줄이 말아먹지 않았어도. 너도 변 감독처럼 스펙 자랑하면서 영화계에서 승승장구했었을 텐데.”

“우리 집안, 국군 홍보원에서는 알아주던데요.”

“그야, 니 애비가 만든 국군영화가 싸게 잘 먹혔으니까.”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아버지 영화 훌륭한 것도 많아요. 시대를 잘못 만나 그렇지, 앞선 분이세요. 앞으로 장이산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영화, 날품팔이 소녀의 재림은 제가 끝까지 막을 거지만. 아무튼, 우리 집안 망한 건 할아버지 친일 논란이 제일 컸어요.”

“야. 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저, 조선예 편집장 말이다. 조심해라. 내 기사 절대 못쓰게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어떻게 막아요. 그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꼭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 전에 친일 논란은 한 번에 종결시킬 증거를 제가 가지고 있어야겠죠.”


할아버지의 목적은 아주 분명했다.

솔직히, 날 과거까지 보낸 것도 다 본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거였다. 덕분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모든 걸 시도하며 살고 있지만, 그래서 분에 넘치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그 문제가 불거진다면 내가 아무리 잘 나간다 한들. 나는 배척 당할 것이다.


“내가 저번에도 얘기했지? 내 초기 필름. 그걸 찾아다오.”


머릿속에는 온통 서지원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그 말씀은, 아직은 귓등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



씨네마 21의 단독 보도!

거장 영화감독의 소름 돋는 이중성.

그는 촬영장의 악마였다.

10여 년간 한국 영화계는 그에게 속았다!

변한 감독의 진실을 씨네마21이 샅샅이 파헤쳐 본다.


일주일 후에 발간된 씨네마 21의 표지를 보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역시 편집장다웠다.

자극적인 잡지의 문구도 문구였지만 표지가 엄청나게 히트였다. 변한 감독이 표절한 프랑스 영화 ‘아이러브 포르노그라피’의 선정적인 영화 장면을 그대로 실었다. 남녀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표지였다.


언뜻 본다면, 도색잡지가 아닐까 오해할 정도.

이 정도 어그로면 변한 감독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사서 읽어 볼 정도다.

게다가 침통한 표정의 서지원의 얼굴을 작게 넣어, 그녀가 피해자인 것처럼 연출했다.

예술가의 이름이 파렴치한으로 바꾸는 순간.

폭력, 폭행, 강압, 표절, 기행.

변한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기사는 완전히 편파 보도였다.

중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변한 죽이기에 칼을 든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변한 감독이라면 기자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좀 심하게 썼다. 편집장이 직접 기획했다는 기사의 갈무리에는 내가 말해준 기사의 아이디어가 실려 있었다.



-씨네마 21은 비겁하게 굴지 않겠다. 중립적 태도도 취하지 않겠다. 이 기사에 불만 있는 사람들은 당장 편집실로 연락하길 바란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불만보다는 증언의 전화가 빗발치리라는 것을.-



***


씨네마 21의 편집국,


“모르셨어요? 우리는 진보 매체예요. 네. 편파 보도 맞아요. 아무리 중립을 지키려고 해도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기사 자세히 읽어 보신 거 맞아요? 그 프랑스 영화 우리 기자가 어렵게 입수해서 분석 다 끝냈습니다. 변 감독 시나리오도 우리가 입수해서 다 읽어 봤고요. 이야기가 일치해요. 캐릭터는 완전 똑같고요. 말 나온 김에 예전에 논란 있었던 그 작품도 표절 맞거든요? 그게 표절이 아니라는 게 말이 돼요?”


연예 통신과의 짤막한 전화 인터뷰.


“네, 구독자님. 죄송합니다. 표지가 좀 그랬죠? 항의하시는 건 이해가 가는데, 내용을 봐주세요. 지금 서지원씨 문제를 제대로 다뤄주는 매체가 아무 데도 없어요. 사건과 상관없는 이상한 추문을 만들어서 신문이고 티비에서 거짓 보도하고 있어요. 우리가 더 세게 나간 거뿐이랍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서지원씨 사건을 알게 될 테니까요.”


여기저기 전화 소리로 편집실은 불 난 호떡집 상태.

전화를 응대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다짜고짜 욕설해대는 사람. 포르노 잡지냐고 항의하는 사람. 방송사의 끝 없는 취재 전화. 혹은 타 매거진의 기자들.


그리고, 드디어 증인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네? 누구시라고요?”

“...예전에 변 감독님 영화에 출연한 배운데요.”

“배우요? 성함 좀 말씀해 주세요.”

“이름은 밝히기가 좀 그런데...10년 전, 변한 감독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에요. 저도 그 배우님과 똑같은 일 당했거든요. 그거, 매니저하고 감독하고 짠 거예요. 변한 감독이 매니저들한테 항상 그랬거든요. 앞으로 종합 엔터테이먼트 차릴거라고. 그래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특히 업계에서 힘이 좀 약한 매니저들한테 그런 소리를 많이 하고 다녔어요. 변 감독이 성격때문에 여배우 캐스팅이 잘 안 됐거든요. 배우수급을 위해, 매니저들을 이용한 거죠.”


전화 응대하던 직원의 눈이 커졌다.


“잠깐, 잠깐만 기다리세요. 김보미 기자 연결해 드릴게요!”


사건은 점점 변한 감독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


눈앞에 서지원이 앉아 있다. 그리고 찬영이가 있었다.

밖은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지만 지금 내 눈앞의 배우들은 더없이 평온하다. 태풍의 눈처럼 이곳은 고요하다.


태우 영화사의 미팅룸.

약속한 서지원과의 미팅이 이루어졌다.

찬영을 불러낸 건 캐스팅 때문이 아니다.

단지, 함께 리딩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였다.

아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지원은 이 영화의 유일한 배우이자 스텝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웃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본래도 좀 맹한 구석이 있는 이찬영.

서지원을 알아보지도 못했을뿐더러 만나자마자 새침데기 같이 굴었다.


“인사해, 서지원씨야. 알지?”

“모르는데요?”


뾰로통하게 말하는 녀석이 쌀쌀맞다.


“야, 몰라도 인사는 해야지.”


꾸벅 인사를 하는 이찬영을 서지원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뭔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자, 그럼 시나리오 같이 읽어 볼까요?”


두 사람이 시나리오를 꺼낸다.

서로 마주 앉아 힐끗,힐끗 상대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대본을 건성건성 읽기 시작하는 이찬영.

긴장은커녕, 하는 행동이 배우병 걸린 강태성 같다.

목소리를 내리깔고 대사를 툭툭, 친다.

그러다, 서지원의 차례가 온다.


택시에 오르는 첫 장면.


“아저씨, 회현역으로 가주세요.”


별 것 아닌, 평범한 일상의 대사.

하지만 별거 아닌 게 아니었다.

별것이 아닌게....아니었다.


서지원의 평소의 톤과는 전혀 다른 진성이 묻어난 깊은 목소리였다.

느른한 30대 여자의 목소리가 미팅룸에 퍼졌다.

서지원이 대사를 하는 순간 영화가 시작됐다.

건방 떨던 이찬영은 자세를 다시 고쳐 앉았다.


다시 힐끗 서지원의 표정을 살피는 이찬영.


‘찬영이 저거, 못된 것만 배워서는!’


연습이 끝나면 혼 좀 내줘야지.


그리고 얼마 후 이찬영이 연쇄살인범 정우의 목소리를 냈을 때,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

찬영은 ‘용서할 수 없는’의 배우 이찬영이 아니었다.

분석을 끝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이 돼 있었다.

음습하고 기름진 주인공의 목소리 톤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두 배우의 눈길이 마주친다.

본격적인 기싸움이 예상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상승했다,

두 배우의 피 튀기는 경쟁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저 두 사람. 처음부터 왜 저러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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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2) +2 20.04.13 1,714 43 11쪽
» 31화.참으로 알 수 없는 일(1) +4 20.04.12 1,796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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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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