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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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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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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시작합니다.




DUMMY

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서지원은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

장장 6개월이나 사라졌던 배우. 그토록 언론이 찾아 헤매도 숨어만 있던 배우. 무책임한 배우. 그녀가 사라져 변 감독의 영화가 잠정적으로 중단 상태였다.

만일 그녀가 세상에 나타나, 다른 영화를 찍게 될 경우 문제는 없을까.

그리고 서지원이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천하의 정태우라고 해도 법적인 문제까지는 어쩔 수 없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아직 어린 그녀가 세상 물정 모르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일까. 23살의 여배우. 이제 겨우 데뷔 3년차.

하지만 실물로 본 서지원은 나이에 비해 깊이가 느껴지는 배우였다. 특히, 영롱한 눈이 그랬다.


서지원은 투자까지 하겠다며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했지만, 그녀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었다.


미래의 상태창은 서지원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이찬영을 처음 봤을 때 선명하게 떠오른 정보가 서지원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천상의 메시지는 배우와 시나리오의 성공 여부는 정확하게 맞췄다. 물론 성공의 데이터는 이제 겨우 한 작품에 머물렀지만.

아마도 내 불안감은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 같았다.


‘미스 캐스팅이면 영화 망하는데...’

‘그냥, 상태창이 울릴 때까지 배우 오디션을 계속해버릴까....’


내 마음은 본생에서의 소심했던 감독으로 다시 돌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야, 내가 간섭할 건 아니지만 이것만은 알려준다. 상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건 네가 회귀할 당시 서지원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다.”

“네? 그럼 서지원이 죽었어요?”

“그 미래 메시지란게 시스템이 그렇거든.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분석, 수 만가지의 가능성을 확률로 분석해 최적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데, 서지원은 미래의 모습이 없으니, 상태 메시지가 안 뜬거다. 현재와 미래가 서로 연결 된다는 말 알지? 혹시나 앞으로 서지원의 운명이 바뀐다면, 그래서 만일 죽음을 피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시지원의 상태나 미래도 보일 거다. ”


평행이론인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공존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이건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그렇다고 치고.


“지금은 서지원에 대한 정보를 보여줄 수가 없어. 지원이는 네가 회귀 할 시점의 미래가 없어. 그 말은 지금 네 앞의 서지원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야.”

“그럼, 저하고 일하면 안되겠네요?”

“아니지. 일단, 이렇게 해봐라. 서지원을 여주인공으로 확정하고 첫 리딩 때 어떤 상태 메세지가 뜨는지 보자. 내 생각은 그렇다. 이 아이가 캐스팅 확정되면 분명 뭔가 변화가 일어날 거다.”

“근데...미래의 서지원은 왜 죽어요?”

“병으로 죽는다. 평생 혼자서 숨어 살다가. 그냥 고독사.”

“이런....”



나는 서지원의 얼굴을 봤다.

저렇게 고운 사람이 그런 죽음을 맞이하다니.

어울리지 않은 죽음이었다.

영화 한편이 완전히 사람 인생 완전히 망가트린 거다.

그 점은 나하고 똑같네.


그때 문뜩 든 생각은 혹시 서지원은 본능적으로 이 영화가 자신을 구원해 줄 영화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 아닐까.

살고자 하는 본능이 그녀를 영민하게 각성시킨 게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상태 메시지를 읽은 건지도 몰랐다.

마지막 기회라고. 배우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할 절호의 찬스라고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확신이 생긴다.

그래, 그녀로 하자. 한 번 같이 가보는 거야.

하지만... 그녀 앞에는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서지원씨. 지금 변 감독과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장현승 학생.”


정 사장이 예민하게 끼어들었다.

학생 소리를 듣자 또 내가 발끈했다.


“사장님, 그 학생이라는 소리는 좀....”

“아, 이런. 또 실수하네요. 장 감독 외모가 너무 어리게 보여 그런가...”

“그러니까...서지원씨.”

“...모든 걸 책임지고...해결하겠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 말 안나오게요. 나이는 어리지만 영화판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요. 그리고 이거 해결하지 못하면 영화에 큰 지장 있는 거 잘 알고요.”


작은 입술을 앙다문다.


“배역이 확정되면... 정면 승부 보겠습니다. 감독님 영화에 누가 되지 않게끔, 그 사람과 싸워보겠습니다. 그리고, 부탁드리자면...앞으로 저와 변 감독과의 일은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


미래의 사람들이 짐작한 그 이유가 맞나보다.

변태 같은 새끼.


“알겠습니다. 그럼 오디션 준비는 이렇게 해주세요.”

“제가 특별히 준비할 게 있나요?”

“서지원씨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일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서 주세요. 아무거나 좋습니다. 먹는 모습, 산책하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연기하는 모습. 혹은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모습. 지원씨의 희로애락을 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연기의 틀이 잡히지 않았을 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책의 여주인공과 서지원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 여주인공은 30대의 미혼 여성이었고, 아주 평범한 보통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서지원은, 보다시피 조각 미녀에다 23살 밖에 안된 앳된 여자였다.

그녀로 간다면 캐릭터를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었다.


“특이하네요. 지금까지 제가 봤던 오디션은 전부 극중 캐릭터를 연기하라는 주문이었는데...”

“만일 영화가 확정되면 저는 서지원씨 자체 캐릭터를 쓰고 싶습니다. 그게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안돼요! 그럼, 여주인공 캐릭터가 바뀌잖아요! 그럼 책이 바뀌잖아요!”

“지원아. 많이들 그렇게 수정작업 한다.”

“안돼요! 이 책은 티끌 하나 고쳐서는 절대 안 돼요!”


나와, 정태우, 그리고 오영진은 뜻밖의 서지원의 반응에 약간 당황했다.



***


서지우와의 첫 미팅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그녀는 절대로 캐릭터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혜자 선생은 30살에 할머니역도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자신을 한 번 믿어보라 했다.


이 영화의 여주는 매우 강렬한 인물이다.

연쇄 살인마와 7일 동안의 동거.

사이코패스와 맞서는 용감하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에 서지원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오디션 영상을 보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서지원은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정태우 사장과 나머지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 투자금이 없으면 감독이 직접 발 벗고 나서 물을 길어 와야지요. 저는 아버지께 그렇게 배웠습니다. 제가 아까 부탁드린, 씨네마21 편집장과, 도나씨, 그리고 제가 더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소개시켜 주십시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장 감독. 일을 그렇게 크게 벌려 놓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50억 돈...어마어마 한 겁니다. 그거 망하면...”

“상업영화의 목적이 수익에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작자로 나서니, 더 절실해지겠지요. 사장님. 한번 지켜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추진력은 좋군요. 하긴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든 추진력이라면. 한달만에 영화 한 편 뚝딱 만드는 배짱이면....뭐, 좋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죠.”


결국 정 사장은 투자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회사 다시 차리면 내가 성은 간다 했는데 또 이렇게 돼버렸다. 인생이란 참 모를 일이다.



“야...너 언제 차기작 준비해서 정 사장한테까지 건넸냐. 내 허락도 없이?”


안성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 올랐다.


“그럴 틈이나 있었냐. 바빴잖아. 너도 바빴고.”

“그러니까, 바쁜데 언제 그런 걸 또 썼냐고. 나한테 비밀로 하고 말이지. 치사하게.”

“비밀 아니야. 이것도 예전부터 구상 한 거라고, 하루 만에 다 썼다.”

“너는, 진짜 신기한 놈이야.”


가늘게 뜬 눈이 나를 꿰뚫어 본다.


“쓰기만 하면 하루 만에 뚝딱이냐. 뒤늦게 신이라도 들렸냐. 그리고 너, 그렇게 시나리오 잘 쓰는 편이 아닌데...왜 뒤늦게 재능 터진 거지?”

“유식한 소리로 임계점을 넘었다고 해두자. 나 복학하고 나서 하루에 한 편씩 써댔다. 300편은 넘게 단편 썻다고.”

“그래서 내가 아는데, 너 시나리오 스타일 딱, 잡혀 있는 앤데...이번 작업때 보니까, 그 쿠세(버릇)가 없어졌더라고. 아무튼, 신기하네. 서지원이 그렇게 애닳아 하는 작품 나도 한번 보자.”

“단,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

“너, 이거 보면 다른데 취직하겠다는 소리 못할걸? 나의 개쩌는 작품을 보면 아마 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할 거다.”

“뭐?...개쩔? 뭐?”


24년 후에 유행하는 말이라 오영진은 못 알아들었다.


“절절매게 빠져들 거라고. 그걸 개쩐다고 한다.”

“뭐? 하, 말이 뭐... 그 따위야.”

“아까 내가 한 말 그거 괜한 허풍 아니야. 니가 이거 읽고 딱, 정해! 1. 장현승 감독과 의기투합해 함께 회사를 차린다. 2. 정태우 사장 밑에서 실무를 배운다. 3. 증권회사 다니다, 명퇴 당하고 백수로 살다, 다시 펀드 매니저로 취직해 돈 좀 만지다가 말년에 캐나다 가서 산다.”

“뭐래니?”

“자, 일단 내꺼 읽고 천천히 생각하자.”


나는 알고 있다.

녀석은 분명히 나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친구 소원 들어주는 게 진정한 우정이 아닌가.

녀석은 평생 영화판을 그리워했다.


오영진은 나와 다르게 일 하나는 꼼꼼하게 잘했다.

실무는 전부 영진이가 도맡아서 해줄거다.


“안 쩔기만 해봐라.”

“쩌니까 봐. 밤에 보다가 괜히 흥분해서 우리 집으로 쳐들어오지 말고.”

“마누라 있는데 뭐하러 너네집 가냐? 걱정 붙들어 둬라. 밤은 외롭지 않으니.”


그때 또 영진이의 요란한 삐삐소리가 울렸다.


“어,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이 시간에?”

“급한가 본데? 8282다.”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서 공중전화부스를 찾았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 옆에 공중전화가 있었다.

영진이가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를 바꿔준다.


“야, 현승아.”

“네. 교수님! 전화 바꿨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너, 베를린이 좋냐, 칸이 좋냐.”

“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교수님의 큰 목소리를 듣고 영진이의 동공이 커졌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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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3 20.04.05 2,061 38 11쪽
23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2 20.04.04 2,136 42 11쪽
22 21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3) +3 20.04.04 2,180 37 12쪽
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8 44 13쪽
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17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9 41 11쪽
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9 34 13쪽
15 14화. 레디고(2) +1 20.03.28 1,994 33 11쪽
14 13화. 레디고 +2 20.03.27 2,002 36 13쪽
13 12화. 첫 촬영(3) +2 20.03.26 2,042 39 13쪽
12 11화.촬영(2) +4 20.03.25 2,080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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