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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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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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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카리스마스텝(2)

시작합니다.




DUMMY

8화. 카리스마스텝(2)








지금 난 엄청난 사기를 치고 있다.

영화‘용서할 수 없는’의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홍보원에 보낸 책은 군생활의 일반적인 생활을 그린 영화고 지금 우리가 제작하는 영화는 군의 리얼한 실상을 담은 책이다.


홍보원에서 제작지원을 받는 것은 좋다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어쨌든 영화가 만들어 질때까지 위기를 잘 넘겨야 하니까.

완성만 되면 미래의 메시지대로 성공은 확실하다.

하지만 불명예 졸업이라.

하긴, 졸업이 뭐가 대수인가.

성공하는 게 대수지.



국군을 속인다는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밀고 나간다. 50년 살아보니, 그깟 예술대 졸업장 소용없더라.

그보다는 이슈를 만들고 흥행을 만들고 장현승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내 첫 작품은 중한대의 전설이 될 것이다.

역대 어느 작품도 국군을 상대로 사기 친 작품은 없다.

물론 작품도 훌륭하고 말이지.



전날.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고 다음날 새벽같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략적인 촬영 스케쥴을 짜고 지금은 무엇보다 시급한게 콘티 작업이었다.

오서방이 애들 장난처럼 만들어 논 콘티를 다시 수정해야 했다.

전면 수정이다. 50분 분량의 콘티는 어마어마한 작업량이었지만 작정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방지석이처럼 전문 만화가같이 그리지는 못해도, 이래 봬도 항상 콘티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었다.


오서방의 스토리보드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뭐, 이정도라면 학생치고는 수준급이지. 급하게 한 거치고는 잘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고 콘티 작업에 들어갔다.


술을 퍼마신 것 치고는 컨디션이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과거로 오고 나서 나는 늘 컨디션이 좋았다.

아마도 젊어진 육체와 뇌의 기능 때문이리라.

한참, 작업을 하다, 벽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오늘은 토요일. 수업도 없고 학생들고 거의 서울집으로 갔기에 도서관은 한적했다.


다시 집중해서 콘티 수정에 들어갔다.

애들은 보나마나 어제 광란의 회식으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오서방에게도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쓱, 무언가 눈앞에 놓여졌다. 캔커피였다.


“연출님. 점심 안 드세요?”


눈을 들어보니 이찬영이 있었다.


“빵으로 때우려고. 시간이 촉박하니, 내가 빨리 움직여야지.”

“그래도 식사는 하시지. 근데 뭐 하시는 거예요?”

“응, 콘티 작업. 영화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지. 앵글 구도를 이렇게 정해놔야 촬영이 쉽거든.”

“아, 이게 그거구나. 만화작업.”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제가 도와드릴까요? 힘드실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거 잘해요. 대충 뼈대만 세워주시면 제가 느낌을 살려 볼게요.”

“이거, 영진이랑 해야하는 건데.”

“조연출님 지금 뻗었어요. 오늘을 쉬어야 할거예요.”

“넌, 괜찮고?”

“전, 많이 안 마셨어요. 강 선배님을 제가 먹였지.”


어제 대극장으로 간 강선배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 난 김에 찬영에게 물었다.


“아. 어제요? 크크크크크.”


찬영이 갑자기 웃는다.


“강선배님. 허당이예요, 허당. 겁 디게 많던데요?”


찬영이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소원대로 대극장 귀신 봤단다.

찬영이도 봤단다. 그런데, 이찬영은 무덤덤한 대신, 강태성은 대극장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대는 바람에 귀신이 더 놀랬단다.

너무 놀란 강태성이 찬영의 뒤로 본능적으로 숨었고 대극장 유령을 마주한 사람은 자신이라 했다.

심지어 귀신하고 대화까지 했다고 한다.


“야, 너 담력 쎄다. 귀신하고 말까지 했다고?”

“귀신은 그냥 다른 차원에 사는 영혼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어제 본 극장 귀신, 아주 푸근한 할아버지던데요?”

“할아버지?”

“네. 근데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자기 원한 좀 풀어달라요. 자기는 친일파 아니라고 뭐... 그런 소리 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거기까지 쫓아갔나 보다.


“별 이상한 할아버지 귀신이네.”

“아무튼, 태성선배가 하도 무서워하니까 유령은 곧 사라졌어요.”

“너 좋겠구나.”

“뭐가요?”

“대극장 귀신보면 스타 된다더라. 배우 애들 말로는.”

“아...”


찬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 연기자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찬영은 묵묵히 콘티 작업을 도와주었다.

영진이가 장난처럼 만든 콘티를 내가 1차 수정해 뼈대를 만들고 찬영이가 디테일과 느낌을 불어넣었다.

녀석이 작업하는 거 보고놀랬다.

각 쇼트의 느낌을 간략하게 적은 디렉션을 보고 찬영이 정확하게 디테일을 그려냈다. 괜히 미대생이 아니구나.

반면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연출님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이렇게 쓱쓱, 작업하는데도 퀄리티가 나오는 거 보니. 그냥 콘티만 봐도 영화가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게.”

“오래 생각하면 쓱쓱해도 이런 게 나오지.”

“그럼 연출님은 이 영화를 아주 오랫동안 준비하신 거예요?”

“응. 한 25년.”

“네?”

“아, 5년.”

“그렇구나...”


찬영은 뭔가 감탄하는 얼굴을 했는데, 그게 영화를 상상해서인지, 오래전부터 준비한 영화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25년전 나의 졸업영화를 찍고는 후회가 많았다.

나와 방지석 감독의 차이는 첫 출발부터였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했고, 나는 작가정신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하지만 회귀까지 한 마당에 과거처럼 산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돈도 좋지만, 이제는 나도 영화다운 영화를 하고 싶다.

내 마음속에 담아둔 수십 편의 묵은 영화들이 있다.

난, 그걸 하나씩 꺼내 진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무튼.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콘티작업은 밤이 늦어서야 대충 마무리 됐다. 찬영이 애써 주었다. 손이 빠르고 예술적 감각이 있어서 완성된 걸 보니, 프로 콘티작가 못지않았다.


“수고했어.”

“뭘요. 한 식군데요. 이렇게 같이 작업하니까, 정말 저도 영화인이 된 것 같네요. 미술보다, 전 영화가 더 좋아요.”


과연 연기자를 택할지, 스텝의 길을 걸을지가 궁금했다.

이찬영이 스타가 되면 내게는 좋을텐데 말이다.

녀석은 어제 이후로 훨씬 안색이 편해졌다. 다행이었다.

이래서 회식이 중요한 거다. 이제 찬영은 완전히 영화과 학생이 되었다.



***



다음 날


B스튜디오 연습실.



조원들이 전부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대략적인 촬영 스케쥴을 알려주고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얘기하는 자리다.

촬영이 한시가 급했다.

다행인 것은 촬영의 대부분이 군대 내부반에서 이루어져 크게 복잡할 건 없었다.

군의 지원으로 로케이션이 어렵지 않았고, 프리프로덕션(사전 작업) 과정이 한층 간단해졌다.


하긴, 학생작품에 상업적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빗대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게 카메라와 조명이 있다면 당장 영화를 찍을 자신이 있었다.


몇몇 스텝이 외근으로 자리를 비웠다.

오영진은 파주 근처에 베이스캠프를 정하기 위해 급히 떠났고 촬영감독은 현장 답사하기 위해 떠났다.


강 선배가 나를 반가이 맞이했다.

왠일로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오, 우리 연출님 왔어?”


친절하게 맞이하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선배님. 콘티 완성했습니다.”


일단 선배니까 진행 과정은 보고한다.

선배는 곧 하늘. 2020년도 애들은 상상하지 못할 사상이다.


“좀 볼까? 난 콘티 구경하는 거 재밌더라.”


마음에는 안드는 녀석이지만 그래로 이 바닥에서 구른 이력은 인정해야 했다.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경력만 20년이다.

콘티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야, 이거 우리 연출이 한 거 맞아?”

“아뇨, 찬영이가 도와서...”

“아닙니다. 연출님이 다 하신 거예요. 저는 디렉션대로 느낌만 잡았고요. 장 선배님이 전부 다 하신 거예요.”

“야, 너 실력 있구나.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렇게 실력자가 됐지? 그동안은 왜 그렇게 해맨거니? 응? 이건 완전 프로가 한 건데...”


묘한 눈빛으로 그가 본다.

조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어제, 방선배네 A조 애들 만났는데, 자기네들은 지방 케이블 지원받는다며 엄청자랑하더라고. 그쪽은 방지석 선배가 케이블 쪽에 인맥이 있었나 봐요. 제가 우리 연출이 홍보원 지원금 타왔다니까. 웃더라고요. 2000만원 지원받는다니까, 그제야 웃음이 싹, 가시던데요?”

“선배, 선배. 내일이면 학과에 소문 쫙 날거예요. 아마 소문나면 배아파 할 사람들 많을 거예요.”

“장 선배님, 진짜, 수고했어요. 선배님 짱이예요. 저희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영화 망할까 봐, 얼마나 불안 했는지... 못 믿어서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선배님.”

“죄송해요.”

“미안해요, 선배님.”


조원들이 하나둘씩 내게 사과했다.

귀여운 것들. 뭘 그런 걸로 감동 받고 사과하고 하지? 대학생씩이나 돼서는....


“야, 야. 니들 그렇게 미안하면 현승이한테 잘해라. 촬영때 NG내지 말고 단역이라 해도 혼을 갈아 넣는 연기를 펼치라고. 알겠어?”

“네. 잘하겠습니다!”


스텝들을 뺀. 10명 남짓한 배우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콘티를 들고 강태성이 또 한마디 했다.

여하튼, 배우들은 말이 참 많다.


“캬, 니들 나중에 이 콘티 좀 봐라. 이게 우리 연출님의 실력이시다. 콘티보면 답나온다. 어떤 영화가 나올지.”


그거 그렇게 돌려보고 하는 거 아닌데....


하지만 뭐, 졸업작품이니, 내가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최민호 선배는 연습 마지막 날, 우리와 함께 최종 연습 하실겁니다. 한 번밖에 연습에는 합류 못 하지만, 워낙에 베테랑이라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각자 배역에 몰입해 촬영때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 바랍니다.”

“와, 민호 선배가 온다고?”


스타가 합류한다고 하니 전부들 기대하는 눈치다.


조원들 모두가 긴장했다.

이제 본격적인 촬영이라하니, 사뭇 진지해진다.

게다가 최고 스타인 최민호와의 작업이다.


“그럼 연습 시작합니다.”



다들 일사분란하게 책을 편다.

연습 모습을 찍기 위해, 나는 캠코더를 켰다.

그때, 태성이 또 소란스럽게 굴었다.


“얘들아, 연출님 커피 대령도 안하고 뭐하니 연습전에 미리 준비해 놔야지.”

“아닙니다. 이제 연습인데, 됐습니다.”

“자씩, 디게 매너있게 구네. 나만 쓰레기냐? 후배 시키기 싫으면 그럼, 이 몸이 직접 움직이면, 상관없지?”

“네?”

“가만있어 봐. 내가 커피 한잔 뽑아 올게.”


강선배가 씽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강태성이 최민호 캐스팅하면 내 아들이라 그랬는데...

그래서일까, 어쩐지 앞으로 강선배에게 평생 커피는 얻어먹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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