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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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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3.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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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촬영(2)

시작합니다.




DUMMY

11화. 촬영(2)





“조연출님 먼저 출발하셨는데요.”

“뭐야?”


스텝 중 하나가 일러 준다.


“강 선배님 스포츠카 타고 먼저 출발하셨어요.”


화가 나긴 했지만, 당사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민호 선배가 등장하자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정문 앞에 모인 후배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 어떻게 하면 저런 스타를 캐스팅 할 수 있냐. 나도 영화제 때 졸업 선배에게 부탁해볼까.”

“그게, 아무나 되는 줄 아냐? 시나리오는 쓸 수 있고? 아무리 단편영화라 해도 영화는 비즈니스야. 배우가 봤을 때 와, 대박! 이래야 단편영화라도 출연하는 거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서로가 윈윈하는.”


후배들은 나와 민호 선배를 둘러싸고 별소리를 다 했다.

9시다. 더 지체할 수 없으니 봉고차에 올라탔다.


첫 촬영은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이찬영이 보충대로 입소하는 짧은 씬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촬영 전 간단하게 고사를 지내기로 했다.

미신이라 해도 어쨌든 사정이 복잡한 영화라 사기 충전을 위한 의식이 필요했다.



“화이팅! D조 화이팅!!!”


귀청 찢어질라. 후배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후배들을 향해, 민호 선배는 손을 흔들었다.



***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도착하니 강 선배와 오서방이 미리 고사 자리를 봐두고 있었다.


“야! 오서방!”


오서방이 특유의 맹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왜?”

“너, 내 책! 시나리오 유출하지 말라 그랬지. 이제 보니까 범인은 너였어!”

“아, 그거? 미진이가 하도 보자고 해서 보여줬어. 베갯머리 송사 모르냐. 한집에 사는 데 어떻게 안 보여줘.”


그러니까, 지 와이프. 김미진. 남편이 영화학도라는 이유만으로 영화과에 입학한 천하의 열녀 김미진이 그걸 읽고 공유했단다.


“뭐, 어때, 어차피 몇 명 되지도 않은 영화과 학생, 같이 좀 보면 어떠냐고, 식구끼리 왜 이래.”

“어휴, 저걸 조연출이라고!”


그러나 어차피 벌어진 일 따지만 무엇하랴.


“야, 만약에 국방부에서 알기라도 하면 어떡하냐.”

“퍽이나 그런 일 생기겠다. 그리고 미진이 시나리오 두 개라는 건 몰라. 그건 비밀로 했다.”


영진이는 막걸리와 북어. 과일 몇 개와 편의점 족발을 준비해 고사상에 올렸다.


“신성한 고사상 앞에서 부정 타게. 잔소리 좀 고만하세요, 연출님. 자, 자, 장 감독님. 고사 준비, 다 됐습니다.”


친구가 아닌, 후배를 조감독으로 두어야 하는 건데...


그때 할아버지가 쓰윽, 나타났다.


“고사상이 저게 뭐냐. 조촐하네.”

“형식이죠, 뭐. 어차피 천지신명, 그런 신이 영화 촬영장 보호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냥 상징성으로 아무 신에게나 비는 겁니다.”

“그럼, 나한테 빌려무나. 천지신명은 얼어 죽을, 그딴 신이 어딨냐. 다 잡신이지. 영화판에 나 말고 확실한 신이 어디있다고. 얘야, 대신에 나 막걸리 말고, 위스키를 올려다오.”

“네?”

“조니워커 블랙, 모던 보이들의 상징인 술이지.”


결국 이 고사상을 자신이 받겠다는 소리네. 천지신명께 올릴 축문이 이미 다 준비됐는데, 난처하다.


고사가 치러지기 직전. 박정한 교수님이 약속대로 나타나셨다.

그의 손에는 조니워커 블랙이 들려져 있었다.


“하하하. 봐. 가지고 왔지? 저놈 아주 텔레파시가 잘 통한다 말이야. 내 팬이라서 그런지.”


할아버지가 조정한 모양이다.


“교수님!”


조원들이 박 교수를 맞이했다.


“자네 증조할아버지가 이거 좋아하셨지? 그거, 모르나?”

“아뇨, 알아요.”

“영화 대박 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할 상대는 천지신명이 아니라 영화의 신에게 빌어야지. 우리끼리, 응? 우리끼리 편하게 하자고.”


그는 정말 우리 할아버지를 연구하는 사람이 맞나보다.

그가 연구하는 옛 영화인의 자손이 바로 나.

나는 그의 제자고.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과거에는 그걸 왜 몰랐을까.


박 교수가 말린 북어 옆에 위풍당당하게 위스키를 올렸다.



“그럼 시작합니다.”


나는 준비해온 고사 축문을 읽기 시작했다.


“단기 4329년 10월 17일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감독 장현승외 침례자 일동이 천지신명, 그리고 한국영화 선배님들께 삼가 고합니다.”



유세차를 읊자마자 할아버지는 고사상 앞에 앉았다.

내 눈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보일 리가 없다. 할아버지는 평소와는 다르게 엄숙한 표정이 되었다.


“스케줄 빵꾸 귀신, 날씨 변덕 귀신, 엔지 귀신은 제작현장에 얼씬도 못 하게 하시고, 부지런 귀신, 원하는 날씨 귀신, 스텝과 배우들 호위무사 귀신, 엔지 박멸 귀신, 무엇보다 대박 귀신을 저희와 함께하게 해주소서.”


상업 영화판에서 써먹는 축문이다.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오서방이 조금 어리둥절 한 표정을 했다.

그동안 숱하게 읊었던 제작 고사 축문이 아닌가.

주기도문처럼 술술 나온다.


그렇게 고사는 간단하게 끝이 났다.



촬영 첫날 비가 오면 길운이다.

조금이라도 비 좀 뿌려 줬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날씨 같은 것도 컨트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할아버지는 날씨 귀신도 천지신명도 아니다.

촬영장 귀신이 그의 정체다.


“비만 뿌리랴. 불도 내줄 수 있다.”


‘쏴아아아.’



내 생각을 읽은 할아버지가 옅게 비를 뿌렸다.

순간이었지만 터미널 유리창에 빗물이 떨어졌다.


시작이 좋다. 그럼, 이제 진짜 크랭크 인이다.




첫 씬이 가장 어려운 법.

첫 씬이 영화의 첫 장면이 되라는 법이 없지만, 스케줄 상 첫장면을 찍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찬영이 첫 촬영의 주인공이다.

찬영은 이 씬을 마치고 머리카락을 잘라야 한다.


녀석 괜찮나?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찬영이었다.

다른 핵심 배우들은 전부 프로들이었으니까.


미술부와 조명, 촬영감독이 장비를 셋팅하는 동안 나는 찬영의 상태를 체크했다.

대사도 완벽하게 외웠고, 컨디션도 좋아 보인다.

셋팅이 끝나고 조연출이 우리를 불렀다.

촬영 전 리허설을 하는 시간이었다.


“잘할 수 있지?”

“네. 잘할 수 있습니다.”


찬영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레디, 액션!”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데, 녀석의 움직임이 좀 이상하다.


“컷!”


입영 버스에 오르는 그 간단한 연기도 정말 이상했다. 나무토막. 훈련이 안 된 배우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보였다.

리허설이라해도 이건 실전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그만큼 손해가 크다.


지켜보던 최 선배와 박 교수가 동시에 머리를 긁적였다.

가족이라 그런지 서로 버릇도 비슷하다.


“야....연출. 내가 보니까 말이야...저 씬으로 오늘 하루 다 보내겠다...”


짬밥이 있는 최 선배가 말했다.

나 또한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과거의 난 이런 햇병아리 신인배우에게 윽박을 질렀다.

나를 과거로 오게 된 계기를 준 배우 박해운도 그런 날 무척 원망했었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일단 놈은 카메라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했다.

당연히 경험이 없으니, 풀 샷 연기가 어색한 건 인정해야 했다.

그렇다고 촬영이 길어지면 안 된다.

더군다나 날 고생시키는 건 조금 곤란하다.


“30분만 쉬자!”


감독 의자에서 일어나 찬영에게로 갔다.

현장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이찬영.”

“네. 연출님.”


천진하게 보이는 이 얼굴은 전혀 긴장한 표정이 아닌데...


“너, 긴장했냐? 평소에 그렇게 딱딱하게 걸어?”

“평소대로 했는데...많이 이상했습니까?”

“존나게 이상해.”

“....”

“찬영아.”

“네, 감독님.”

“뛰어.”

“네?”

“PT체조 100회 실시다.”

“...네!”



찬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심히 PT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니까 주위 시선이 집중됐다.


배우는 신체 훈련이 기본이다.

왜 잘 나가는 배우들이 운동에 목숨을 걸겠나.

그건 단지 몸매 관리나 체력 보강의 차원이 아니다.


유연한 신체를 기르는 건 연극배우나, 영화배우, 티비 배우 할 것 없이 중요하다. 이찬영에 대한 강 선배의 평가가 맞았다.

오디오형 배우.

하지만 반대로 비디오, 오디오는 다 된다는 소리다.

신체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건 연기가 아니다.


“헉,헉. 끝났습니다. 감독님!”

“좋아. 위치로.”

“네!”


과거의 박해운은 문을 열고 닫는 씬만 30번을 넘게 촬영했다.

너는 제발 그러지 말아라.


“쟈, 슛들어 갑니다.”


첫 필름이 돌아가는 순간, 우리는 모두 긴장했다.


“사운드”

“카메라 롤.”

“씬 0-0-1”


슬레이트가 딱, 울리고


“레디~~~~ 액션!”


우렁찬 내 소리가 울리자마자 찬영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이야, 훨씬 좋은데?”

“쉿, 영진아, 조용.”


차분히 연기가 펼쳐지고 버스에 오르는 데서 컷.


“O,K!”


내가 안도의 숨을 쉬자 스텝들도 전부 호흡을 함께 한다.

촬영장 전체가 금방 긴장감이 풀렸다.


“하하하. 장 감독. 이거 완전 솔루션이네.”


구경하던 박 교수가 웃었다.


“야, 방지석은 동네 아저씨 하나 캐스팅해서 엄청 고생했단다. 내가 현장 가서 봤잖아. 너 연기지도 잘하는데? 아버님이 그렇게 작업하시나?”

“아뇨.”

“연출자에게 젤 어려운 게 연기지도지. 그걸로 시간 뺏기다간 영화 진행 못 한다. 어떻게 문제점을 한 번에 알 수가 있지? 저건 나도 못 하겠던데.”

“그냥, 주인공에게 온통 관심을 두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보여요.”


나도 이런 잘 난 척 한번 해보고 싶었다.


“첫 스타트가 좋으니, 안심해도 되겠다. 그래도 4년 동안 내 밑에서 배운 게 쓸모없지는, 않나 보다.”


민호 선배 또한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첫 씬이 무난하게 나갔으니, 앞으로도 기대 되는데요?”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장 감독이 알아서 잘할 거다.”


박 교수의 표정이 환하다.


“아무튼, 내 모가지는 우리 장 감독 영화에 달려 있으니까, 수고 좀 해줘.”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크게 웃었다.


“이 촬영장은 이제 내가 접수한다. 하하. 신나는구나.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해. 촬영장 오니까, 왜 내가 몸이 근질근질하지? 아, 나도 메가폰 잡아 봤으면.”



영화판은 속설이 많다.

첫 씬이 NG 없이 가면 그 영화는 대박.

촬영장에서 불이나도 그 영화는 대박.

오늘처럼 첫 촬영이 시작되는 날 비가 와도 대박.

귀신을 봐도 대박.


그러니,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할아버지의 활약이 시작됐다.

좀 이상한 쪽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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