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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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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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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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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탄생의 순간(3)

시작합니다.




DUMMY

18화. 탄생의 순간(3)






“이봐요! 박정원 교수! 이거 어떡합니까. 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런 사고를 낸 거예요!”


학장실에서 호통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거였어? 당신이 학교 엿 먹이는 방법이 이거였냐고.”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뭐? 심려? 하! 이 양반 봐라. 이게 심려 차원인가? 당신 이거 징계감이야!”


박정원 교수는 침묵했다.


‘잘났다고 까부는 거지? 천재라고, 작품하나로 온 대학 민국이 빨아주니까 지가 진짜 천재인지 알지?’


처음 교수임명을 받고 학교 온 날 동료 교수들로부터 저런 말을 들었다. 박 교수는 왕따였다.

따돌림을 당한 그는 지금껏 실력 하나로 버텼다.

이 정도 시련은 버틸 수 있다. 이런 냉대가 어디 하루 이틀 사인가.


오늘만 어떻게 버티면 서울 상영은 끝이난다.



“당장 서울 상영 중지시키세요! 서울까지 상영 되면 일이 얼마나 커질 줄 알고 계십니까!”

“고작, 학생 작품입니다. 학장님. 저와 현승군이 징계를 받는건 상관없지만, 작품을 중단하게 하는 건 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졸업작품이 아닙니까.”

“뭐요!”


반백의 흰머리에 날카로운 눈빛,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차가운 눈빛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흔들림이 없었다.


“졸업생 작품을 학교가 망친다면 학교가 뭐가 됩니까.”

“망치다니! 누가 누굴 망쳐!”

“4년 동안 수업료 내고 제게 배운 학생입니다. 이 작품을 허락한 건 저 박정원이고요. 졸업영화에 모든 열정을 바친 학생들은 뭐가 됩니까. 학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반발이 클 겁니다. 상영 중지는 안됩니다.”

“아니, 이 사람이!”

“영화 안 보셨죠?”


뜬금 없이 영화를 봤느냐고 질문한다. 학장님의 얼굴이 붉은 고추처럼 벌게졌다.

사람 놀리나, 총장한테 쳐맞게 생겼는데, 저 새끼는 뭐라는 거야.


“영화 보시고 판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날라오는 서류 뭉치.

다행히 박 교수를 향해 던진 서류철이 아니다.


“이거, 문체부, 국방부, 학교까지 일이 복잡하게 됐다고! 몰라요? 단순히 애 징계 때린다고 다가 아니란 말이야! 학교가 군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거야. 문체부는 영화제를 후원하고 그 후원금이 학생들 제작비에 쓰이는데, 그런 영화제에서 말 나와봐. 문체부가 가만있겠어!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하란 말이에요!”

“학생들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진짜, 이 사람이.”

“영화를 보시고 말씀하시라니까요. 애들 장난 같은 영화라면 이런 모험 하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폭력, 억압. 단순히 군의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승현 학생의 영화는...”

“누군 영화 안 해봤어? 그런 식으로 제작하는 건 사기꾼이야. 아니지. 교수가 사기꾼인 건가.”

“징계는...받겠습니다. 하지만, 상영중지를 압박했다가는 영화과 학생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작년에도 그 난리를 쳤는데, 영화과에서도 그러고 싶지 않으시죠?”


문창과에서 학생 작품을 교수가 표절했다.

미술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중대 교수가 돈 먹고 상 준거였다.

그것뿐인가 해마다 예술대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가 졸업영화를 취소하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작품에 참여한 중대 학생만 30명. 졸업 예정자는 7명이나 됐다. 그나마 승현 학생은 캐스팅 운이 있어, 작품이 잘 나왔고 모두의 기대를 받는 영화가 되었다. 그런 영화를 학교가 없애려 한다면?


“협박하는 거요? 교수가 학생 선동이라도 할 모양이지?”

“아닙니다. 이치가 그렇다는 거죠.”

“아무튼, 옷 벗을 준비나 하세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차에 박 교수는 학장의 책상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티켓이다.


“학장님. 댁이 역삼동이시죠? 가시는 길에 장현승 학생 작품 꼭 보시기 바랍니다.”

“하, 진짜...어이없네.”


고개를 푹 숙이고 학장실을 나온다.

나오면서 그가 한마디 한다.


“노인네, 쫄기는...”



***





관객이 미어터졌다.

관객이 이렇게 몰려들 줄 몰랐다.

영화과 후배들이 서울까지 와서 다시 관람을 해줬다.

끝나고 있을 후일담 자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9개의 작품은 총 4섹션으로 나누어졌는데, D조 작품은 장편이기에 독립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즉, 내 영화는 폐막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조 작품은 졸업 선배 작품과 묶이거나 해서, 4작품을 동시에 관람해야 했다.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우리가 더 받았다.

영화도 좋고, 장편이란 게 이런 이득이 있었다.

게다가 관객호응도 좋았다.


포스터랄 것도 없이 민호 선배의 얼굴만 대문짝만하게 찍어 포스터를 대신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졸렬한 포스터가 나왔다.

강남 한복판에 최민호가 출연하는 독립영화 포스터가 걸렸다. 지나가는 여성들의 발길이 영화관으로 향할 걸 예상했어야 했다.



결국, 그 넓은 극장 좌석이 다 찼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역시 스타가 좋기는 좋구나. 최민호라는 이름 석자에 지나가던 손님까지 불러 모으다니.’


이러니 수억 원을 주고서라도 캐스팅에 열 올리지.


“티켓 장사 쏠쏠하겠다 손주야.”

“마경수님 월팝 데리고 갈 비용은 나오겠네요. 쫑파티는 나이트클럽에서 할 거예요.”

“그나 저나, 그 마경수하고는 어떻게 됐냐. 나, 니 옆에 있어야 하는데, 나도 마경수 그 사람 표정 보니 도저히 같이 못 있겠더라.”

“그게요, 할아버지....”



바로 어제의 상황.



“얘기 좀 하세.”

“...”


나를 둘러싼 학생들을 뒤로하고 마경수 소장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아트센터를 나와 인근 벤치로 갔다.

바람이 무척 찼다.


“나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장현승. 무슨 말인지 알지? 어떻게 영화가 이렇게 바뀐 거야. 어떻게 된 거지?”


난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마경수는 내 얘기를 가만히 들었다.

최대한 인내하면서 자초지종을 듣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말미에 그가 말했다.


“휴...그럼, 이렇게 하지.”


마경수는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나를 원망해도. 나를 협박해도, 심하게 말하면 나를 죽인다고 해도 답이 없는 상황.


답답해진 그가 담배를 벅벅, 피운다.


“후우...자네가 작정하고 날 속였다고 하면, 그래서 내가 어리석게 자네같은 애송이에게 속았다고 하면 난 더 엿 되게 돼. 군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뭔 줄 알아? 적의 전술에 말려들었다고 하면 그때는 뚜껑 열리는 거야.”

“네...”

“씨팔, 뭐 어떻게 해야...”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드는가 보다.

일단, 자기가 속았다고 하면 안 된다는 것만 직감적으로 안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깔끔하게 홍보원 원장님께 사과 드리겠습니다. 내일 바로. 반성문 보내죠. 학교, 문체부, 국방부 할 것 없이 진심을 담은 편지와 그동안의 영화 메이킹 필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열정적으로 촬영했는지 전부 알리겠습니다.”

“이봐...군대는 그렇게 낭만적인 곳이 아니야. 학생들의 열정? 예술? 별 관심 없어.”

“영화는 어떠셨어요?”


나는 솔직한 그의 감평을 듣고 싶었다.

나는 그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영화를 좋아하고 플래툰 같은 영화에 자기 이름 넣어보는 게 소원인 사람이었다.

내 영화가 그에게 안 통할 리 없었다.


“영화는 좋았어. 더 말해 뭐해. 관객들 반응 보면 몰라? 근데, 윗대가리들이 그걸 이해하냐?”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말해봐.”

“군 영화 제가 한 작품 더 찍겠습니다. 그땐 정말 육군이 원하는 영화로요. 소장님은 미디어제작소의 대표시잖아요. 계속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 국군 홍보에 이바지할 분 아닙니까.”

“자네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 영화. 대한민국 육군 사상 가장 큰 홍보역할을 할 겁니다. 저, 이거 다시 재편집해서 서울 시내 극장에 전부 걸 겁니다.”

“하...진짜 야무진 친구네. 그래, 극장은 잡을 수 있고? 그 모든 걸 자네 혼자 하겠다고? 그리고 이런 반(反)군대 영화가 홍보된다고 하면 참 고맙다고 하겠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건 아닙니다. 소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더러운데?”

“오히려 군이 이 영화를 제작 지원했다 하면 관객들은 놀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요?”

“응?”

“해마다 군대에서 얼마나 많은 군인이 죽습니까. 이건 엄연한 사실이잖아요. 군이 성숙한 자세로 나온다면, 오히려 더 추앙 받을 겁니다.”

“대체 무슨 소린지...”

“이제부터 설득은 마 소장님이 하시는 겁니다. 국방부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지, 아니면 옹졸한 군의 이미지로 남을지는 선택하셔야 해요. 이미 영화는 상영됐고, 앞으로 일이 일파만파로 커 질 겁니다.”


마 소장이 담배 한 개피를 더 꺼냈다.

나는 마 소장의 담배를 잡았다.


“군 영화. 다음에는 정말 멋지게 찍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마경수와의 일은 일단락되었다.



***


“으하하하. 뭘가 그렇게 싱겁게 끝났데?”

“그럼 어쩌겠어요. 방법이 있어야죠. 그 사람도 그냥 군무원일 뿐인데, 자기 목숨 부지하는 게 먼저죠.”

“네 말대로 관객이 군을 호평해 준다면 어쩌면 국방부도 화가 좀 풀리겠구나.”

“오늘 상영하면 게임 끝이에요. 이제 일파만파로 영화가 알려질 텐데, 어떡하겠어요? 방법이 없지.”

“영화 하나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어렵구나.”

“그 맛에 영화 하는 거죠. 쉬우면 이런 맛이 있겠어요? 아, 난, 돈 얼마나 벌까 벌써, 그것부터 계산하게 되네요.”

“일단은 반성문이나 잘 써라.”

“아, 그게 먼저네요.”


그렇게 텔레파시로 할아버지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극장 입구서부터 눈부신 광채가 나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한 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캐주얼 수트차림이 뉴요커 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 시원시원한 인상, 족히 180은 넘는 체격.

버터 냄새 풍기는 이국적 분위기의 남자는 태우 엔테테이먼트, (구)태우 영화사의 대표 정태우 사장이었다.


‘하. 저 양반을 여기서 만나네?’


90년 후반인 지금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계를 접수할 허리케인 정 사장.


20년 전 그는 무척 미남에다가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었다. 불황의 시기에 돈을 갈쿠리로 쓸어 담는 신화 속 인물.

그는 ‘용서할 수 없는’의 포스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프로그램을 들춰본다.

그의 뒤로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어이, 정 사장 일찍 왔네?”


태양 영화사 이태양 대표.


“형, 오랜만이에요.”


헐레벌떡 뛰어오는 내 또래의 젊은 남자는 정훈 사장.

미래의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대성하는 사람.

그리고.


“안녕 오빠들.”


PC통신 시절 영화 평론으로 필명을 날리던 자칭, 영화까는 여자 도나씨가 등장했다.


아, 이거 일이 재밌게 돼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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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2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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