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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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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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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탄생의 순간(1)

시작합니다.




DUMMY

16화. 탄생의 순간.(1)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촬영 일정의 마지막 일.

15일의 여정이 오늘로써 끝이 난다.


마지막 촬영일은 찬영을 배려하기 위해 극의 절정인 죽음의 장면을 찍기로 했다.


감정의 빌드업이 중요하다.

이런 씬은 배우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며칠이고 촬영이 늦어지는 불상사도 생겨난다.


다행히 영화 연기 기술은 전부 할아버지를 통해 습득하고 있었다.(물론 찬영은 그걸 알 리 없다.) 그는 이 작품이 끝나면 완벽한 영화배우가 될 것이다.

최민호의 뒤를 이은 또다른 괴물신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이외에 감정은 귀신이 가르쳐 줄 수 없다.

타고난 감수성이 필요하다. 찬영은 충분히 그 감수성이 풍부했다.


이찬영은 죽음의 장면을 찍기 며칠 전부터 침울한 상태가 되었다. 몰입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감정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 사람이 고통으로 죽음을 선택할 때는 그 심정이 억울할까요. 아니면 후련할까요.”


깊이 생각하면 안되는데... 경험상 배우는 순간의 느낌에 몰입할 때 좋은 장면이 나온다. 배우 본인의 성에 차지는 않더라도 스크린상으로는 그랬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죽음을 경험한 배우는 없다.

죽음 상상하는 것조차 인간으로서는 힘들다.

그럴 땐 순간적으로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거 한 번 들어볼래? 내가 선정한 엔딩 곡인데.”


지난번 술자리에서 뮤지컬 출신 연예 병사가 부른 슬라브 여인의 작별이란 곡을 녹음한 게 있다.

대학 시절 습관적으로 가지고 다닌 어학용 미니 카세트에 병사의 노래를 녹음했다.

찬영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감정 과잉은 영화에서는 예쁘게 나오지 않아. 난, 이 병사가 부른 느낌이 딱 좋아.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우리, 이렇게 담백한 느낌으로 가자. 죽음이 꼭 심각할 필요는 없어. 오래 생각한 죽임일수록, 담백할 수 있어.”

“극중 이찬영은 오랫동안 죽음을 생각했을까요?”

“그러지 않았을까? 기질적으로 아웃사이더들은 죽음을 좋아해. 심지어 동경하기도 하고.”


찬영의 눈이 일순 커졌다.

번뜩이는 영감의 눈빛.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부른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를 들으며 찬영은 생각에 잠겼다.


“수시로 듣고 감정을 잡아봐. 아마도 도움이 될 거야.”

“네. 고맙습니다.”




#씬 70. 세면장(늦황혼/외부)



카메라가 돌아간다.



“정신 차리라고 새끼야. 니가 변하지 않으면 넌 영원히 이 꼴을 당할 거다. 넌 이런 게 좋아? 응? 재밌어? 어? 너, 내가 제대하고 나면 어쩔 건데? 그땐 동기들한테도 처맞을 거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새끼, 이 지겨운 새끼!”

“민호야...”

“그렇게 부르지마 새꺄! 난 니 고참이야! 사내새끼가, 남자답지 못해서는!”


최민호가 거칠게 벽을 친다.




더이상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

이제 배우들은 감독의 디테일을 넘어섰다.

이제는 저들의 연기를 연출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승화시키느냐다. 지금까지 저들의 연기는 완벽했다.



저들에게 숨기는 사실 한 가지가 있었다.

이 영화는 80분 장편 영화로 탈바꿈 중이다.

조연출과 상의 끝에 장편으로 가기로 했고, NG가 거의 없는 덕분에 필름은 넉넉했다.


장면을 추가하고 서사의 디테일을 살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장편으로 갈 시, 일반 개봉까지도 욕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 10,000명부터 4,000만원 수익이 카운팅 된다.

미래의 상태 메시지로 봤을 때 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리 없다.

큰돈은 못 벌겠지만, 국방부가 변상하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제작비 돌려주고 깔끔하게 끝을 낼 참이다.

학생 작품의 저작권은 연출자에게 있으니 유통 배급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워밍업은 이 정도로하고 빨리 상업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다.

거대한 바다로 하루 빨리 나가고 싶었다.




다시 씬으로 돌아가서.


찬영은 최민호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당한 후 밤새 고민한다. 동틀 무렵, 찬영은 무언가를 결심하고 화장실로 향한다.

조금 외진 이 화장실은 친구 최민호와 함께 담배를 피며 잡담을 나눈 곳이다.



해가 떴다.

화장실 창으로 들어오는 붉은 햇살.

찬영의 얼굴 크로우즈 업.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찬영은 해를 똑바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눈을 깜박인다.


4칸의 화장실의 제일 안쪽 칸.

화장실로 들어간 찬영은 문을 잠근다.


벨트가 풀어지는 소리. 벨트를 문틈에 걸어 고정 시키는 소리. 이어서 화장실 안에서는 찬영이 발버둥 치는 소리가 약 30초간 들린다.


이내, 조용해진 화장실. 시간이 흐르고 군인들의 활기찬 구보 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찬영은 더 없이 훌륭했다.

이보다 더 내 마음에 들게 연기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항상 내가 원하는 장면의 90%만 되면 O.K를 외쳤는데, 지금은 100%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꺼져가는 숨소리와 군인들의 구령 소리에 맞물릴 때, 컷.

완벽한 컷.


“O.K.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해 시간에 맞춰 밤을 꼴딱 지새운 조원들의 얼굴이 빛이 났다. 스텝들 전원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강태성 선배는 분량을 줄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날, 마지막 날은 우리와 함께했다.


“장 선배님! 수고하셨어요!”

“와, 단 15일 이 많은 촬영을 했다니, 믿어져요? 해냈어요! 진짜 신기해요.”


아직 조원들은 이게 장편 영화인지 모른다.

장편 영화를 15일 만에 찍었다는 걸 알면 다들 어떤 반응이 나올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애들아. 준비 됐지? 와서, 우리, 그거 하자. 그거.”


이제 조연출이 아닌 오서방으로 돌아온 영진이가 조원들을 향해 말했다.

스텝들은 장비 챙길 생각은 안하고 전부 내게 달려들었다.

얘네들 뭐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좀 무섭다.



“선배님!”


조원들이 일제히 나를 들었다.

짐짝처럼 나를 들어서 밖으로 나가더니 헹가래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우리 연출님이 최고다!”

“장현승 감독 최고! 막강 스텝 최고!”


그러더니, 강 선배가 준비해온 케익이 내 얼굴 위로 날아왔다.


“복수다, 이 녀석아! 내 분량 자르지 마라!”


나도 질세라 얼굴에 묻은 케익 조각을 태성 선배에게 던졌다.


“와하하하하.”


최고, 최고를 외치는 우리조의 격렬한 종결식을 보고 아침 군보를 하던 육군 병사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태양이 눈부셨다.

영화가 싫어 과거로 도망친 내게 이런 멋진 날이 오다니.

그 날은 내가 경험한 가장 완벽한 날이었다.



***




“너네, 이 얘기 들으면 안 믿을 걸?”


도서관 지하식당에서 1학년 영화과 학생들이 모였다.


“야, 우리 남편 그 문제의 D조 조연출인거 알지? 연출이 이번에 촬영 때, 아주 끝내줬다드라.”

“현승 선배? 그 시나리오만 120번 고쳤다는 선배?”

“너, 붕어냐. 한 달 전에 그 선배 시나리오 비화 싹 휩쓸고 지나갔는데, 또 말하랴? 그거 하루 만에 전면 수정한 거고, 시나리오 두 개라고. 120번은 과장이고.”

“아하. 난, 그 조소과 미남 배우한테 꽂혀서, 깜박 잊었네.”

“암튼. 우리 남편이 그러는데 보름 만에 뽑은 분량이 자그마치 장편 분량이래. 무려 100분짜리. 촬영하다 감독이 장편으로 가자고 해서 시나리오 또 수정하고. 촬영분 늘리고. 이게 말이 돼? 지금 촬영감독이랑 편집 겁나게 하고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처박혀서 안 나온데, 벌써 일주일짼가 봐.”

“몸 상하겠다.”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중간에 촬영감독이 도망갔다는 거지. 그 노가다를 지금 현승 선배 혼자서 다 하고 있는 거야.”

“헉, 어쩌냐...”

“촬영 때는 어땠냐면, 배우들이 막힐 때마다 감독한테 달려갔는데, 그렇게 코칭 받으면 연기가 예술이 되고, 글쎄 롱테이크 총 3번 갔는데, 장 선배가 카메라를 들쳐 매고 1km는 달렸다나 봐. 전문용어로 핸드 헬드 기법. 촬영감독이 하도 못 하니까, 장 선배가 다 한 거지. 그거 무지 어려운 기술인 거 알지? 신출내기는 흉내도 못 내는 그런 거라고. 아마 편집도 장 선배가 하도 잘하니까, 촬영감독 기분 나빠서 도망간 거.”

“에잇. 설마.”

“맞아, 맞고 내 추측이야. 근데 이건 분명해. 이번 영화는 장현승 선배의 독무대였다는 거.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변할 수도 있니? 장 선배 신입 때부터 평범했다던데.”

“평범한 척 한 거 아닐까. 무림 고수처럼.”

“이번 작품 너무 기대돼. 눈 빠지게 영화제만 기다리고 있다니까. 지금 영화과 학생들 전부 4학년 D조 작품만 기대하잖아.”

“방지석 선배 작품도 만만치 않다던데.”

“그 선배는 원래부터 잘했던 선배고. 아, 나 빨리 영화 보고 싶어 죽겠다.”

“누가 중한 예술상 받을까.”

“난, 장현승에 한표.”

“나도.”

“나도.”

“쉿, 저기 선배들 온다.”



귀가 간지럽다.

후배들이 내 얘기를 하나보다.

요즘은 영화과 애들 만나기가 무서웠다.

대체 소문을 누가 퍼뜨렸는지, 내가 마치 영화의 신이나 되는 것 같다.


귀찮은 일도 많았다.

편집실에 매일 같이 후배들이 찾아와 먹을 걸 주고 갔다.

태성 선배는 자기 분량 잘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 같이 음료수를 전달하고 갔다.


“내가 저번에 말했지? 나, 이번 영화제 때, 꼭 감독들한테 캐스팅 받고 싶어.”


중한 영화제는 충무로 제작사들이 신인 감독이나 배우를 캐스팅하는 장소가 된다.

그러니, 대학의 축제이기도 하면서도 시험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강 선배님. 이제는 그냥 절 믿으세요. 촬영 동안 최고로 멋지게 찍어드렸습니다.”


그는 이 한마디에 안심하는 눈치였다.

배우가 이렇게 열정이 넘치면 아무리 얄미워도 미워할 수가 없다. 편집을 하는 동안, 나는 최대한 그가 돋보일 수 있도록 분량을 잘라냈다.


결국, 출연 분량은 줄어들어도 그는 만족할 것이다.



예술가들 사이에 떠도는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일화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작품 의뢰를 받고 6미터 높이의 거대한 대리석 덩이를 3개월간 노려보기만 했단다.

시간이 지나 그는 결국 대리석 안에 갇힌 다비드를 보았고 그때부터 그가 한 일은 정과 망치를 이용해 다비드를 구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비드 상이 세상에 태어났다.



편집이 끝이 났다.


나의 다비드가 비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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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9 41 11쪽
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8 34 13쪽
15 14화. 레디고(2) +1 20.03.28 1,993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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