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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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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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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엉뚱한 불똥(1)

시작합니다.




DUMMY

30화. 엉뚱한 불똥(1)







2시간 동안의 설명회가 끝이났다. 예비 투자자들은 캔 영화사에서 나눠준 자료를 들고 돌아갔다.

영화사 ‘캔’은 앞서 얘기했듯이 나와 오영진이 만든 회사다.

사무실은 내 오피스텔. 투자자는 정태우, 직원은 오영진이 등록됐다.

투자를 받기 위한 회사였지만, 내 회사라는 사명감은 있었다.


첫 투자설명회가 나쁘지 않았다. 정태우 사장도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고 흡족해했다.

20년 후에는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지만 90년대 후반의 상황은 전혀 새로운 투자 방식이었다.

정태우가 직접 나서서 미국의 영화 펀딩 방식을 설명하자, 신뢰도가 높아졌다.

미국 통(通)인 정태우, 칸으로 가는 자칭 영화 천재인 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씨네마21이 뭉쳤다.

투자자들이 돌아가는 발걸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첫 투자목표액은 무난하게 달성된다.


2차 투자 일정은 아직 미정이었다.

1차 반응을 보고 결정할 일이다.


“너 스토리 설명할 때 진짜 말 잘하더라. 쇼맨십이 있던데? 음악 같은 건 또 어디서 구했냐. 나, 이런 거 처음인데 지켜보니까 재밌더라. 관객 반응도 좋고.”

“투자설명회가 별거냐. 사람 마음 뺏는 쇼지. 쇼호스트처럼, 우리는 영화를 만들어 파는 데만 집중하면 돼.”

“쇼 호스트?”

“아, 물건 파는 사람.”


오영진은 진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하는 말이 꽤나 전문적으로 들렸나 보다.

학교에서 작품 할때는 작품 얘기만 떠들었지, 영화를 상품처럼 다루지 않았다.

하긴, 영화판에 첫 발을 들이는 애가 이해하기에는 고급 영역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보다 더 잘하는 녀석이 오영진이다.


5월에 칸에 간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


예전의 나는 하이텔이니 천리안이니 미래에는 SNS니 하는 걸 즐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영화까는 여자 도나씨가 천리안에서 활동했고 서지원의 팬클럽이 하이텔 동호회 중에서도 꽤 규모가 있었다.

두 사람 다 막강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90년대 인터넷 스타들이었다.

서지원의 실종 미스터리의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의혹만 커져 팬들은 새벽마다 접속해 서지원에 관한 다양한 썰들을 풀었다.

별의 별 얘기가 다 돌았다.


이때만 해도 청정구역이었던 하이텔 팬클럽은 연예인에 대한 꽤나 진지한 글들이 오갔다.

깊은 새벽, 할아버지의 권유로 나는 채팅방에 들어갔다.


-서지원이 모기업 회장 첩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영화를 파투 냈다더라. 회장이 위약금 다 물어주고 제작비도 물어줬다던데.

-그거 뻥. 사실이라면 아직도 경찰이 서지원 찾고 있겠냐. 감독은 여배우 찾아 달라 하고.

-서지원 소속사 사장이 조폭인데, 빚 때문에 서지원 일본에다 팔았다더라. 서지원이 가족이 없는데, 사장이 그 점을 이용해 팔아넘긴 거.

-ㅋㅋ 지금 서지원 안티 들어옴? 조폭은 개뿔, 서지원 소속사 힘없기로 유명한데, 서지원 아니었으면 밥 먹고 살기도 힘들텐데. 조폭이라면 애를 애초에 그런 예술영화에 출연시켰겠냐. 최저 캐런티 받았다더만.

-이게 제일 유력한 썰. 그 영화 완전 포르노라 도망간거임. 영화 개봉되면 이미지 엿되는 거라 소속사에서 배우 숨긴 거.

-그 감독 영화 좀 이상하긴 해. 여배우 맨날 벗기고 남자한테 당하는 역만 나와. 생각해보니까, 그 감독이랑 작업하고 연기 길게 하는 배우가 없네?

-서지원 출연한다는 차기작 영화 그거 사기지? 어제 투자 설명회 간 사람? 우리 배우님은 실종되고 나서도 여기저기 이용당하네.

-회장이랑 임원이랑 갔다 왔을 텐데 말이 없네. 기다려보자. 제발 사실이었으면...


지면상 존댓말을 전부 반말로 바꾼다.

이 시절 인터넷 유저들은 대부분 예의들이 발랐다.


내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팬 까페이다 보니, 나에 대한 안 좋은 얘기도 나왔다. 만일 차기작 소식이 진짜라고 해도 서지원이 선택하기에는 내 스펙이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채팅은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서지원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독이 될지도 모르는 일. 사건이 터지고 화제가 되면 투자자들이 언제 변심해 캐스팅을 반대하고 나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완벽한 보석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투자자든, 언론이든, 영화판의 고인물들이든, 서지원 사건은 이번 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한편 서지원은 김보미 기자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감독, 매니저, 영화사에게 각각 명예 훼손, 강요에 의한 부당촬영, 2중 계약등 계약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씨네마 21 특종 기사와 함께 드디어 서지원은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특종에 목마른 언론들이 개떼들처럼 달려들었다.

서지원 단독 인터뷰가 실린 씨네마21은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고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법원에서 나오는 서지원의 모습이 뉴스에 찍혔다.

9시 뉴스에까지 잠깐 서지원이 등장했다.

티비에서 본 그녀의 모습은 정태우와 김보미 기자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언론을 피하는 모습이지만 꽤나 당차 보였다.

언뜻 카메라를 보는 서지원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선배님. 그거 사실이에요? 서지원이 선배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거요.


찬영이다. 녀석 오랜만에 내게 문자 한다.


-응. 근데, 너 뭐 하느라 이제 연락하냐.

-앗, 죄송합니다. 저 휴학하고 지금 아르바이트해요.

-아니, 갑자기 휴학을 왜 해? 한 학년만 더 다니면 졸업인데.

-차기작 때문에요. 도저히 학업과 병행이 안 될 거 같아서요.


차기작? 차기작이라니...

정훈이라는 앞으로 매니지먼트계의 큰 손이 될 매니저가 찬영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다. 이야기가 잘 된 걸까.

하지만 계약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그런 중대한 결정에 내 의사를 묻지 않을 리 없다.


나는 당장 문자를 중지하고 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찬영. 너 나 몰래 계약했어? 정훈 대표랑?”

“아니요. 왜요?”

“근데, 차기작은 무슨 차기작. 너 작품 뭐 들어가는데.”

“....”


녀석이 뜸을 들였다.


“야, 말 좀 해봐.”

“선배님. 저 선배님 작품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요? 저는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선배님하고 칸 다녀와서, 차기작 들어가는 거... 맞죠?”


이런 엉뚱하고 맹한 놈을 봤나.

내가 정하지도 않은 걸, 지가 왜 다, 정하냐고!


“찬영아, 이번 거 말고 우리 다음 거 같이하자.”

“네?”

“칸 초청받는 것도. 티켓 두 장 밖에 안 나와. 배우 한 장, 감독 한 장 나오는데...민호 선배는 군복무 중이라 그렇다 쳐도 태성선배가 있잖아. 가고 싶어 할거야.”

“...”

“이번 작품은 너하고 맞는 배역이 없어. 너 단역이라도 할래? 그건 싫지?”

“거기 싸이코 있잖아요. 못된 놈요. 그거 제가 할래요.”


시나리오를 읽은 건가? 어떻게 읽었지?


“오선배가 읽어 보라고 줬어요. 할만한 캐릭터는 없는데, 선배 한테 부탁해서 조연하나 만들어 달라고 얘기해보라고 했어요.”


오영진과 이찬영의 모종의 소통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연을 어떻게 일부러 만들어서 넣어. 등장인물 딱 3명만 압축해서 갈거야.”

“맞아요. 읽어보니 조연 늘어나봤자. 극의 긴장감만 떨어뜨릴 것 같아요. 그래니까, 저 주인공 할래요. 저, 이거 하고 싶어 죽겠어요. 이거 하려면 저 어떻게 해야 해요?”


형사역은 나이 때문에 안되고, 살인범을 연기하기에는 찬영은 너무나 맑은 이미지였다.

배우가 못된 구석 하나라도 있어야 악인을 연기할 수 있다.

악인도 그냥 악인이 아니다. 연쇄살인범이다.

배우도 다 자기 그릇에 맞는 역할을 맡아야 역도 살고 영화도 산다.

찬영은 이런 복잡한 악인을 연기하기에는 너무나 깨끗한 아이였다.


“너, 살면서 누구 증오해본 적 있어? 하다못해 친구라도 때려 봤어?”


찬영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없지? 욕심이 많은 건 배우에게는 장점이지만, 찬영이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자. 너, 이제 25살이야. 인마. 조바심 낼 필요 없다고.”

“저, 그런 아이 아니에요.”

“뭐?”

“선배님이 생각하는 그런 아이 아니라고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시나 본데, 저 학교 짱이었어요. 중고등 학교 때.”


내가 몰랐던 이찬영의 모습이 조금씩 밝혀졌다.


***



요즘 일간 스포츠지들이 먹고 사는 건 스포츠 소식이 아니다. 바로 서지원의 기사였다.

촬영장에서 도망친 사연부터 1년이 되도록 은둔한 이유, 그리고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 연일 자극적인 기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명 감독, 신인 여배우 강제로 벗겼나?

-그날 촬영장에서 나신으로 무슨 일이?

-베드씬 촬영 중 공사가 떨어져 나가...


보고 있는 내 얼굴이 시뻘게졌다.


나는 서지원에게 연락을 했다.

다음 달은 나도 무척 바쁜 달이라 서지원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전에 작품에 관한 얘기도 나누어야 하고, 계약에 관한 얘기도 나누어야 했다.


“지원씨. 괜찮아요? 변 감독이 아직 별 대응이 없는 걸 보면 저쪽에서도 꼼꼼한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버틸만해요. 그리고 변 감독 측에서 연락이 한 번 왔는데, 따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저쪽에서는 일이 커지는 게 정말 싫은가 봐요.”

“당연히 그렇겠죠. 그 영화 제작을 감독이 직접 했다고 들었습니다. 논란이 커지면 타격이 크니 지원씨에게 화해하자 할 겁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흔들리면 안 됩니다. 지원씨.”

“흔들리긴요. 감독님 작품 읽을 때마다 마음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걸요. 지금 절 다잡아 주는 건 감독님 작품이에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편하네요.”

“지금 대본이 닳도록 작품분석하고 있어요. 시나리오를 볼 땐 저도 모르게 주위 상황을 다 잊게 되더라고요. 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요, 아무 생각 없어요.”


애써 밝은 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변 감독은 만나지 마세요. 만나면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독님, 칸 가기 전에 한 번 뵙고 싶은데요?”

“아, 참. 그거 때문에 연락 드린겁니다. 계약 문제도 있고, 캐릭터 얘기도 좀 나누려고요.”

“제가 사무실로 갈까요?”

“제 사무실은 좀 그렇고 태우 영화사에서 만나면 어떨까요.”

“네. 그럼 조만간 만나도록 해요.”

“그러죠. 그리고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변 감독이 어떤 말로 회유해도 절대 만나지 말고, 합의도 해주지 마세요.”

“네.”

“다음 주, 씨네마21에서 변한 감독 특집기사 나와요. 그러면 이제 언론은 지원씨 편이 되는 겁니다.”


수화기 너머 그녀가 안심하는 표정이 보인다.

작게 미소짓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장 감독님.”


예감이란 게 있다. 사람의 직감, 예감은 살면서 큰 도움이 된다.

50년을 살면서 변한 감독을 우연히라도 마주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지능적인 파렴치한인지는 현재인 지금도, 미래의 나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서지원을 증오하면서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한방에 상대를 쓰러뜨릴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서지원에 대한 분노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씨네마 21에서 변한 감독의 특집기사가 나오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가 장현승이야?”

“네, 그런데요?”

“너 이새끼, 죽고 싶어?”


변한 감독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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