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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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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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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시작합니다.




DUMMY

19화. 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전부 여기서 만나네? 훈이 너는 가는데 마다 만나는 거 같다?”

“형, 부지런히 다녀야, 신인 배우 하나라도 발굴하지요. 형님도 참 부지런하십니다.”

“우린 이게 일이지. 영화제 소식 들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게 우리야. 나는 낮부터 작품 다 봤다.”

“어땠어요? 저는 일이 바빠서 못 봤는데, 최민호 나온다고 해서 부리나케 왔네요.”

“평범하지 뭐. 실험적인 작품 몇 개 있더라고. 그, 방지석이라는 학생 작품이 그나마 인상에 남더라. 나중에 한 번 만나보려고.”


도나씨가 끼어들었다.


“사장님들, 소문 못 들었죠? 어제 pc통신 접속했다가 중한영화제 얘기로 시끌시끌하더라고요. 군인 최민호가 졸업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센세이션인데, 영화도 꽤 괜찮나 봐요?”

“오, 80분짜리 장편이네? 포스터는 허접한데, 진짜 급하게 찍었나 보다.”


들으려고 한 게 아닌데, 아는 얼굴 보니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엿듣게 되었다.


“도나씨, 오늘 영화제 감상평 통신에 올릴 거예요?”

“그래야죠, 회원들이 이 영화 꼭 보고 비평 써달라 하더라고요. 사실 졸업영화제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나는 그 아카데믹한 거. 그거 진짜 싫어해요. 근데, 회원들이 부탁하니, 한 번 와본 거예요.”

“역시, 최민호 때문인가.”

“그러게 학생 작품이 뭐 얼마나 세련미 있겠어요? 난 여자라 그런지, 스타일 없는 거 취향 아니에요. 보다 졸리면 그냥 자려고요.”


아, 저 도나씨라는 평론가는 이때부터 매니악한 영화 비평가로 꽤 인기를 끓었다.

그녀가 비평하는 영화는 언제나 화제가 되었고 영화 매니아들은 그녀의 추천에 따라 극장을 옮겨 다녔다.

후에도 필력 하나로 영화계의 파워 인사가 되는데, 감독들이 그녀의 평가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군대 영화, 여자가 좋아할 리 없는데, 약간은 신경 쓰인다.


도나씨가 통신에서,


‘아, 영화제 잘 다녀왔습니다. 아주 달고 깊게 자고 왔어요. 수면용으로 추천^^.’


이러면 끝인거다. 게다가 지금 내 처지는 비평가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학교와, 군과, 문체부와 맞서려면.


“상영시간 됐네요. 같이 앉아서 보십시다.”


기자들 우르르. 충무로 인사 몇 명이 또 우르르 입장하고, 그리고 그 중 또 빛나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마가 유난히 넓고 반짝이던 학장님. 우리 이지형 학장님.

그분이 조용히 나타났다.


나는 찔리는 마음에 몸을 숨겼다.


우리 조 애들이 학장님께 인사를 드린다.

학장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지 않았다.



갑자기 마음에 부담감이 든다.

아마, 학장님의 모습을 본 후일 것이다.

영화제의 마지막, 관객에게 인사하는 작은 포토 타임이 있다.

일반 관객은 빠지고 연극영화과 학생들과 함께 후일담을 나누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다.

반성문도 써야 하고.

학장님의 매서운 눈초리도 무섭고.


“영진아, 네가 나 대신 나가.”

“진짜? 그래도 돼?”


공식적인 자리를 부탁하자, 좋아라한다.

원래 나서는 거 좋아하는 녀석이다.


“나 반성문 쓰러 집에 간다.”

“야, 그건 아니지! 애들이 오늘 한잔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심각한 건 아는데, 그래도 우리 조원들 너만 보고 있어. 영화 완성한 거 보고 너한테 얼마나 고마워하는데.”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 일이 전부 해결되면 그때 해.”

“짜식....”


오영진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너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라고. 영화 같이 만들었잖아. 어려움이 생기면 같이 해결해야지.”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닌데.


“아무튼, 네가 일방적으로 힘들어하는 건 우리가 용납할 수 없어. 이게 뭐야. 축젠데 함께 즐기지도 못하고...”

“야, 축제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어. 학장 얼굴 보니까, 간담이 서늘하다. 박 교수가 뭐라고 했는지, 친히 영화관까지 오셨다.

영화 보고 나면 노발대발 할텐데...아무튼, 뒷 일을 부탁한다.”

“하아?”


아무튼, 그렇게 반성문 쓰러 집으로 갔다.



다음날 학교가 발칵 뒤집혀 졌다고, 이보라 조교가 직접 자취방까지 찾아와 알려줬다.


“얌마, 지금 총장님까지 사건의 정말을 다 아셨다.”

“네...”


결국, 일이 이렇게 됐구나.


“반성문 다 썼냐.”

“네.”

“그거나 줘라, 빨리.”


깨알같이 적은 장문의 반성문을 보라 조교에게 건넸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일이 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긴 얘기는 하지 않았다.



“소송하겠데, 너한테.”

“...네.”

“뭐냐. 그 담담한 표정은.”

“법적으로 책임질 게 있으면 지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상영에 국방부가 간섭한다면 그건 안돼요. 그건 반성문에도 적시했습니다.”

“그게 반성문이냐? 협상문이지.”


작성한 반성문은, 반성문의 취지에서 많이 어긋나긴 했다.

우리가 얼마나 이 영화에 열정을 갈아 넣었는지, 후반 작업까지 얼마나 열중했는지.

앞으로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까지 발전시킬 포부까지 밝혔다.

그리고, 성숙한 군이 되길 바란다는 싸가지 없는 말도 덧붙였다.


“...총장님이 너 이름 물어보셨어. 영화도 직접 보시고 판단하겠다고 하시고. 아직 국방부에 정식으로 사과는 안 한 모양이셔.”

“정말이에요?”

“학장님이 총장님을 설득하셨어. 학생 하나 살려보자고. 이건, 학생 개인이 아니라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학장님이요? 어제, 영화 보시 고도요?”

“너, 어제 영화 끝나고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

“전 반성문 때문에...”

“기자들이 너 찾고, 난리였어. 대체 이게, 대학생이 만들 수 있는 영화냐고. 혹시, 사회에서 영화 만들어 본 복학생 아니냐고. 얼굴 좀 봐야겠다고.”


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위기 진짜, 끝내줬다. 나도 뒤늦게 분위기 보러 갔었는데, 키노 기자, 씨네마 21기자, 스크린 뷰 기자가 우르르 영진이한테 가서 인터뷰 부탁하더라. 너 도나라는 영화평론가는 알지?”

“천리안 영화 논객요?”

“그 여자가 씨네마 21하고 지금 계약했는데, 네 작품을 첫 비평 작으로 쓰겠다고 하더라. 어제 밤 늦게 통신글 올라온 걸 봤어. 아무튼, 여론이 너 천재 만들겠다고 들떠 있으니, 학교라도 별수 없지 뭐.”

“휴...다행이다.”

“인마,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국방부가 답답하게 나오면 이거 협상하는 데 길어질 수 있어. 끝까지 잘 마무리해. 박 교수가 너 커버한다고 학장한테 오만 욕 다들었다. 그러니, 나중에라도 교수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알겠습니다, 조교님.”

“짜식...영화 만드느라 수고했다. 그리고, 난 니 영화 못봤지만, 본 애들이 그러더라. 마치, 미래에서 온 감독 같다고.”


뜨끔.


“그거 원래 천재한테 하는 표현이잖아. 난 천재 같은 건 애초에 안 믿지만, 니가 대단한 건 인정할게.”


살다 보니, 이보라 조교한테 칭찬도 듣고.

회귀하니 좋구나.


보라 조교는 내 반성문을 품에 꼭 안고는 학교로 돌아갔다.

오늘은 큰 덩치가 귀엽게까지 보였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났다.


총장님이 화통하게 나를 밀어줬다.

4대 신문 첫 페이지 광고란에 총장님과, 나의 사과문이 나란히 실렸다.

국방 홍보원을 향한 공개 사과문이었으며, 학교는 끝까지 학생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내 영화가 끝내는 주는 영화라고, 도나씨의 비평도 신문에 짤막하게 실렸다.

유례없는 홍보였다.

이렇게 되면 영화를 서로 유통하겠다고 제작자에게 연락이 올 테지? 미리 김칫국부터 마셔 본다.

느긋하게 그 연락을 기다렸다.


광고에까지 실린 이 해프닝을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

팍팍하게 나오는 국방부의 태도가 좀 너무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또, 영화에 대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화가 정식 극장에 개봉하기도 전에 나는 환생한 히치콕이 되었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과 비교되었다.


-감각적인 연출, 예술적인 절제미, 몽환적 이미지와 리얼리즘을 넘나드는 희대의 수작.-

27살 청년의 기적 같은 데뷔작. 벌써 영화 홍보 카피를 기자들이 만들어주었다.


사과문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신문 문화란에 이런 식의 낯뜨거운 기사가 매일 같이 실렸으니 말이다.



나는 다시 편집실로 향했다.

80분짜리 영화를 110분 영화로 재편집하기 위해서다.

편집으로 잘려나간 필름을 다시 이어 부친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장면들이다.


혼자 편집실에서 미래를 대비한 상영용 필름을 편집하고 있는데, 편집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장현승 학생?”

“네. 맞는데요.”

“저는 태우 영화사 정태우입니다.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나는 어떤 영화사 사람도, 기자들도 직접 만나지 않았다. 전부 오영진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허리케인 정.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인 2005년 당시, 영화계 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사람이다.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만나기가 연예인보다 힘들군요.”


캠퍼스 인근의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벤츠사의 승용차를 몰고는 그는 영락없는 사업가였다.

나보다 6살이 많은 정태우 사장은 미국에서 다년간 필름 마켓을 배우고 온 사람이다. 영화 수입부터 영화, 드라마 제작, 나중에는 한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충무로 제작사 중 유일하게 할리우드 물 먹고 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띄인건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갑작스런 관심이 부담스럽더라고요. 제가 저질러 놓은 것도 있고 해서, 근신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영진 학생에게 물었더니, 기자들 몇 명도 인터뷰 허탕 쳤다고 하던데, 나는 운이 좋군요. 지겹게 듣는 말이겠지만, 영화 잘 봤습니다.”


한참 동안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런 겉치레가 약간은 거추장스러웠다.

날 완전히 학생 취급을 하니, 이야기의 진행이 일방적이다.

얘기를 한참 듣다 중간에 말했다.


“오늘 오신 거, 영화 배급문제 때문이죠?”

“아니, 난 그것 보다...”

“교수님과 상의 해 봐야겠지만 저는 사장님하고 계약하겠습니다. 어차피, 정 사장님도 독립영화 관심 있으시잖아요. 여기까지 오신 성의도 있고, 또, 지금 정 사장님이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니...”

“장현승 학생?”

“네?”

“오늘 찾아온 건 이 영화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그럼 뭐란 말인가. 이거 극장에 걸려야 하는데.

물론, 다른 기회도 얼마든지 있을 거지만, 나는 정태우와 일하고 싶었다.


본생에서 이 사람에게 시나리오만 보내면 물먹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다면서 내 책은 읽어 주지도 않았다.

솔직히 먼저 찾아와 줘서 기뻤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비즈니스 때문이라 생각했다.


“혹시, 하고 싶은 영화 따로 있어요? 이 영화도 오랫동안 구상했다, 들었는데...솔직히 이런 군대 영화를 오랫동안 구상했다는 건 믿기 어렵습니다만...다른 구상해놓은 영화가 있어요?”


이거 차기작 프로포즈인가?

잠시 말 문이 막혔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94년도에 한국 들어와 수입하는 것마다 히트쳤습니다. 이제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싶은데, 미국은 저예산 영화도 큰 이익을 내고 있거든요.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알짜로 수익을 내지요. 괜찮다면 현승 학생과 함께 작은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

“제가 하고 싶은 영화는 블록버스터라서요.”

“하하. 누구나 블록버스터 좋아하죠. 하지만 현승 학생은 이제 졸업하는 학생이고, 또 당연하게 조연출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감독 제안이면 파격적이라 생각하는데요. 저예산 영화 만 모아서, 따로 미국 시장을 겨냥 할 겁니다. 이거, 큰 기회예요.”

“책 한번 보시고 말씀 나누시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 책은 절대 저예산으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내가 너무 확신에 차 얘기하니, 거절하기 어려운가 보다.



“그래요...일단, 읽어 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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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2 20.04.04 2,136 42 11쪽
22 21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3) +3 20.04.04 2,180 37 12쪽
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7 44 13쪽
»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2 41 13쪽
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17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8 41 11쪽
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8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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