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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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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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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줄다리기의 묘미(1)

시작합니다.




DUMMY

25화. 줄다리기의 묘미(1)





정태우는 서둘러 장현승을 만나고 싶었다.

칸 진출이라면 지금까지와는 얘기가 달라 진다.

아직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영화 유통계약을 하지 못했다.

이럴 때 장현승에게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는 휴대폰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집안이 명문가여도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정원 교수에게까지 연락해 사실 확인을 할 수도 없고, 조선예 편집장 앞에서 칸 진출을 재차 확인하는 것도 우스워 보였다.


그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당장 안성으로 달려갔다.

오영진의 연락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서지원하고 미팅 때 내가 너무 심했었나.

그래도 칸에 출품될 정도면 위원회에도 꽤 호평을 받았나 보다. 실력 있는 친구다. 처음부터 예상했지만 장현승의 발전은 빨랐다.


상이라도 타오면 투자받기 쉽다. 어쩌면 지금 코메디 영화에 투자하고 있는 메인 투자자들도 장현승에게도 투자하겠다 할지도 모른다.

먼저, 장현승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자.


칸 진출작의 배급 계약부터 서두르고, 서둘러 극장에 걸어야 한다. 칸 영화제 전후로 영화관에 걸리면 독립영화라도 쏠쏠한 수익을 올릴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차기작 투자 유치에 힘쓰면 어떻게든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27세 칸 출신의 천재 영화감독. 사람도 포장하기 마련이니까 장현승을 아예 뛰어난 천재로 만들어 버린다.

마케팅에 활용하기 딱 좋다. 감독 자체가 스타가 되면 투자는 식은 죽 먹기다.

젊고, 댄디하고, 게다가 영화까지 잘 만드는 천재.

어떤 투자자가 투자금을 아낄까.


그런데 하필, 차기작이 스럴러라니.

그 영화 그거 꼭 찍어야 하나.

오히려 작품성 있는 멜로나, 드라마성이 깊은 영화를 찍는 게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더 좋을 텐데. 첨밀밀이나 중경산림 같은. 서지원도 장만옥 같은 역을 맡으면 스크린에서 환상적으로 나올 것이다.

피 흘리고 쫓고 쫓기고, 비명지르고. 스릴러 영화 찍어봤자. 여배우에게 큰 이득이 없다.

걔는 왜 스릴러에 꽂혀서는.



정태우는 장현승을 다른 쪽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끝까지 방향을 틀어 다른 영화를 찍게 설득해야지.

어린애가 뭘 몰라서 그렇지, 내 감이 맞다. 이 영화는 절대로 흥행할 수 없다.

이렇게 주목받는 감독이 차기작 말아먹으면 일어설 수가 없다.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패배자에게 패자 부활전은 주어지지 않는다. 영화판은 그랬다.


띠리리리리.


카폰이 울렸다.


“조선예예요. 장 사장님.”


좀 전에 만났는데 무슨 일이지?


“사장님이 놓고 간 시나리오. 방금 다 읽었어요. 하하, 술술 읽히던데요. 속 보이는 것 같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저 내일 한마음 일보 사장님 만나러 갑니다.”

“무슨 일로요?”

“아까 부탁하신 일 때문에요. 그거 우리 보스한테 허락받아야 진행할 수 있거든요.”


칸 진출 소식에 편집장이 속보이게 달라졌다.


“대학생이 졸업작품으로 칸에 진출한다는 게 어디 쉽나요? 잘했으니, 칭찬해 줘야죠. 아참, 이 얘기도 해드릴려고요. 현승 학생 베를린에서 상까지 준다 했는데 거절하고 칸 선택한 거래요. 이건 뭐, 도전의 연속이네요. 우리 보스한테 이 얘기하면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네. 얘기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장편 시나리오. 정말 끝내주던데요?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중간에 끊기가 힘들더군요. 이거 성공하면 한국영화 한 발걸음이 아닌 열 발걸음 진보하는 거예요. 응원할게요. 저희가 한번 도와 볼게요, 정 사장님.”


그녀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풀렸다.

하지만 이 영화 장담하건대, 망한다.



***


“왜요? 뭣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나는 집까지 찾아온 정태우 사장에게 물었다.

캠퍼스 근처의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방학 중이었다.

캠퍼스가 텅 비었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제가 아는 한국 관객들은 어두운 이야기 안 좋아합니다. 아니, 아주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과거 우민화 정책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웃고 떠들고, 가슴이 뭉클해지거나 뜨거워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멋지게 포장된 영화도 본질은 그렇습니다. 한국의 관객들은 어두운 현실을 잊으려 극장을 찾습니다. 어둡고 골치 아픈 범죄영화. 좋아할 리 있겠습니까.”

“세븐은 흥했는데요.”

“영화 세븐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 알고나 있어요?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 유명 감독, 탑 스타가 총출동하는 수준 높은 영화죠. 그리고 분량, 얼마나 많이 잘려나갔는지 모르죠? 잔인한 장면, 다 잘려나갔습니다. 그 영화가 전 세계로 팔려나가서 그렇지. 만약 한국에서 세븐을 제작했으면 100% 망했습니다.”

“...”


그래, 그렇다 치자.

기분은 참 그랬지만, 1997년도 사람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 그냥 찍게만 해줘라. 뒷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

지금 한 말 후회하게 해 줄테니까.


“아무튼, 현승씨는 한국영화 기록에는 남을 겁니다. 최초의 본격 범죄 스릴러 영화를 찍은 감독으로. 그리고 한국 최초의 대학생 신분으로 칸으로 간 감독으로.”


와이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 은근히 맥이네.


“배급 계약이나 하시죠. 대표님. 그 얘기 하시러 온 거잖아요? 투자자께서 제 차기작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시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럼,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배급 계약을 시작하죠.”


정식 계약서를 쓰기에 앞서, 약식 계약서에 서로의 조건을 조율한다.


“일반적으로 극장 개봉시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반반씩 나눕니다. 거기서 10% 부가세를 배급사가 내고 거기서 투자배급사는 메인 투자자와 또 비율을 나누죠.”


잠깐, 어째 말이 좀 이상했다.

분명 투자배급사라고 했는데, 혹시 지금 자신들이 투자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 졸업영화의 투자자는 엄연히 학교와 국방부였다.

지금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국방부에 2000만원을 돌려줘야 하니, 돈만 받으면 투자자의 자격을 상실한다. 내가 사비로 그 2000만원을 갚으면 내가 투자자 된다.


“그래서 비율은....이렇게 됩니다.”


그가 숫자를 적어 보였다.


“5%로요?”

“차띠고 포띠고 하면 그렇게 되죠. 이게 표준 계약서입니다.”

“이해할 수 없군요. 엄연히 투자 지원은 국방부가 했습니다. 지금 이 계약서 내용으로 보면 마치 태우 영화사가 투자제작사 처럼 보입니다만. 우리 영화에 1원도 투자하지 않은 회사가 어떻게 투자사가 되는 거죠?”

“아, 그 부분을 말하는 거라면. 홍보원에 제작비 2000만원을 회사에서 돌려 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문제는 해결되지요?”


수익이 1000만원이 난다 치면 학교에 50만 원만 주겠다는 소리. 물론, 다른 조는 자신들의 사비로 제작을 하고 감독의 사비로 제작을 하기도 했다. 그럴 경우는 학생들이 제작자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만약 이 영화로 수익이 나면 정태우가 아니라 학교가 가져가는 게 맞다. 이게 맞는데 어리다고 얕잡아 보는 건지, 아니면 비즈니스 앞에서는 본성을 드러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배급사는 10%만 먹는 게 관례 아닙니까. 저는 배급 계약을 맺으러 왔지 권리 이양, 뭐 그런 거 조율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점잖던 정태우가 벌컥 화를 낸다.


“이봐요, 장 감독! 이 영화 수익이나 날 것 같아요? 왜 그렇게 팍팍하게 따지고 들어요. 극장은 우리가 영화 걸어 달라면 걸어 주는 줄 알아요? 홍보와 마케팅이 기본으로 보장된 작품만 엄선해서 걸어 준다고요. 똑똑한 장현승 학생, 홍보, 마케팅 그거 어떻게 할 거예요? 나 말고, 이 작품을 배급하겠다고 배팅할 작자가 있을 것 같아요?”

“홍보 어떻게 할 건데요?”

“네?”

“어떻게 하실건데요? 전부 저의 대한 이야기로 마케팅 할 거 아닙니까. 국방부 사기치고 만든 영화가 칸 영화제까지 초청받았으니, 그것만큼 홍보 거리가 어디 있어요? 따로 뭘 어떻게 하실건데요. 티비 광고라도 내시게요?”

“장현승씨...당신 진짜...답답합니다.”


누군 계약서 사인 안 해본지 아나. 교묘히 말장난 치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계약하려 하네.

내가 더 답답했다.


“사기 같아요? 이거 표준 계약섭니다.”

“제가 제안하는 표준 계약서로 합시다. 일방적으로 정 사장 뜻만 말하지 말고요. 돈 2000만원 그거 제가 알아서 국방부에 돌려주겠습니다.”


돈도 없는데 큰소리를 쳤다.



종이에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적었다.


1. 마케팅은 본 제작자의 동의를 거친 후 할 것. 편집은 함부로 손대지 말 것.

2. 출판, 연극, 드라마, 라디오등 계약 권한은 제작자에게 있다.(판권 보유권)

3. 초기 배급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2년 후 재계약한다. 유통 상황에 만족하지 못할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4. 배급자는 제작자에서 환급 불가한 선금을 주어야 한다. 선금은 2000만원 부터가 기본이다.

5. 배급자는 마진의 10%만 갖는다. 부가세는 배급자가 부담한다.


“하....”


정태우가 입을 딱, 벌렸다.


“이게 제 조건입니다. 싫으면, 전 차승진 대표가 있는 운호 필름으로 갈 겁니다.”


차승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정대표의 표정이 변한다.

정태우의 최대 라이벌이 운호 필름의 차승진 대표다.

현재, 방진석이하고 차기작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가 정색한다.


“뭐, 누굴 찾아간다고요?”

“어차피 누구도 못 팔 영화라고 하지 않았나요? 일단 가서, 찔러나 보려고요.”


정말로 당황하는 얼굴.

어리숙하게 넘어갈 내가 아니지. 계약만큼은 내가 절대적으로 갑이어야 한다. 숱하게 당해봐서 안다. 능구렁이 같은 제작자, 도둑놈 같은 대기업들.

이젠, 내 마음대로 할 거다.

그게 바로 영화를 위한 길이었으니까!


“회사는 적은 이윤을 쫓지 않습니다. 장 감독. 내가 장 감독이라면 충분한 마진을 주고 열심히 팔으라 하겠어요.”

“네,네. 하지만 제작자 몫까지 먹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사장님 말대로 돈도 안 되는 영화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심보로 보이니까요.”


찌리리 서로의 눈빛이 싸늘해진다.



“선금 2000만원 받아서 국방부 줄 생각입니까?”

“잘 아시네요. 그럼 학교가 제작사가 되는 겁니다. 엄밀히 따지면요.”

“돈 벌릴 거 같아요?”

“1장은 남길 것 같은데요? 두고 보세요. 저 때문에 총장님이 망신당하셨으니, 저도 학교를 위해 뭔가는 해야죠? 수익 생기면 영화과에 전액 기부입니다.”


정태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네,네 알겠습니다. 계약이나 하지요. 나, 원 참.”


그가 혀를 찼다.

그러더니 뭔가를 내민다.

휴대폰이었다.


“앞으로 나하고 연락 자주 해야 할 겁니다. 함께 일하려면 얼굴도 자주 보고 성향도 파악하고 해야겠죠. 그래야 오늘 같은 오해도 일어나지 않죠.”


정말 오해였을까.

장사하려는 거처럼 보였는데.


“집도 강남으로 옮깁시다. 운전은 하죠? 회사 이름으로 차량지원도 해주겠습니다.”


허... 이게 웬 반전이람.


“뭘...그렇게 까지...?”

“당장 내일부터 사람 같이 만나러 다닙시다. 칸 가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 감독이 제안한 투자 공모 그거 해봅시다. 씨네마21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 합니다.”

“저, 정말입니까!”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이제 한배를 타야 하니, 서로 불필요한 오해는 하지 말아요. 서지원하고의 나 사이도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죠?”


그가 내민 휴대폰은 스타텍이었다.

졸지에 같은 휴대폰을 두 남자에게서 받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리고 2000만원은 꼭, 내일 중으로 입금 바랍니다!”

“....흠... 알겠습니다...”


그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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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8 44 13쪽
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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