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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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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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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3)

시작합니다.




DUMMY

21화. 미래에서 온 영화감독(3)






“사장님. 저 왔어요.”


비서의 안내도 없이 서지원은 자연스럽게 대표실로 들어갔다.


“왔어? 밖에서 많이 기다렸나? 미안, 갑자기 중요한 손님이 와서 말이야.”

“바쁘지도 않은데요, 뭐. 저야말로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자식, 그런 말이 어딨냐, 귀찮다니. 오다가 마주친 사람은 없고? 기자라던가, 뭐 수상한 사람.”

“아까 나오다, 젊은 남자와 마주쳤는데, 사무실 손님인가 봐요?”

“니 얼굴 봤어?”

“아뇨....”

“걔, 중한대 학생인데, 아주 명물이야. 얼마 전 중대 영화제에서 발견한 인재지.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기분도 그런데, 아까 그 녀석 얘기 좀 해줄게.”


분위기로 보아 서지원은 특별한 약속이 있어 온 게 아닌 모양이다. 정태우가 그녀를 동생같이 다정하게 대했다.

정태우의 수다가 시작됐다.

장현승의 이야기로 입담을 푼 후,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하하하. 재밌지 않아? 영화 때문에 나라에 사기 치고 학교에 사기 치고. 지원금 2000만원 전부 토해내는 조건으로 홍보원도 마무리하려나 봐. 혹시 일주일 전 신문 구해서 볼 수 있으면 찾아봐. 그 녀석 대국민 사과까지 했더라고.”

“영화에 미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가 무척 피곤하게 들린다.

그런데도 목소리는 청아했다.


“요즘도 잠 못 자고?”

“네. 아예, 못 자요. 눈만 감으면 조명 라이팅이 날 비추고 있는 거 같아서 끔찍해요. 촬영장 일이 자꾸 생각나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요.”

“큰일이네. 그러니까, 내가 김 사장 한 번 만나보겠다니까. 이런 일은 지원이 가족들이 나서야 해. 나는 네 가족은 아니지만 너 그 영화에 싸인하는 거, 그거 말리지 못한 죄책감 진짜 크다. 너네 회사 대표 만나서 담판 짓고, 그 변한인지 변태인지 그 감독 새끼 만나서 담판 지을게.”

“소용없어요. 이미 제 손으로 계약서에 싸인했고, 회사도 그 영화에 출연하는 데 적극적이었어요. 객관적으로 계약 위반한 건 저라고요. 휴우...저, 지금 아무 생각 안 할래요. 그냥, 일 잠잠해 질 때까지, 어디 외국에라도 가 있고 싶어요.”


서지원이 갑갑했는지 모자를 벗는다.

융단 같은 검은 머리칼이 흩어졌다. 조막만한 얼굴, 조각 같은 이목구비,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피부, 별 같은 눈동자. 누구라도 서지원을 본다면 홀딱 반할 얼굴이었다.


아무리 미모를 가리려 해도 지체 발광은 가려지지 않았다.

정태우는 그 얼굴을 보면서, 정말 아까운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겪다니, 아직 어린애가.

차라리,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며 달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성폭력이었다.

그것도 교묘히 계획된.


서지원은 우연히 매니지먼트 사장들과 모임을 가질 때 만난 배우였다. 처음 봤을때와 지금의 모습은 하늘과 땅차이다.


정태우가 서지원을 챙기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정태우는 그녀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스타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서지원네 회사 대표에게 티비 스타가 아닌 영화배우로 키우라고 조언했다.



그 후 서지원은 모든 티비 활동을 중지하고 영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티비 스타가 첫 스크린 관문을 통과하려면 의례하는 신고식이 있었다.


여배우의 노출이 필요했다. 연기자는 영화를 위해 혼신을 다한다는 진지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고, 감독은 흥행을 위해 여배우의 관능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분명 예술적으로 찍어 주겠다 약속했다.

베드씬도 단 한 장면밖에 없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책은 수시로 바뀌었고, 노출의 빈도도, 씬의 강도도 점점 높아졌다 했다.

오죽하면 상대 배우인 남자 배우가 베드 씬을 찍다 실신하고 말았다.


서지원은 남자 배우가 실신한 날, 촬영장을 탈출했다.

그리고 바로 정태우 사장에게 달려갔다.


태우는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분노했다.

영화계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인권탄압.

어느 거장은 아역배우를 반강제로 협박해 옷을 벗겼고, 어느 감독은 처음의 계약과 달리 씬을 10배나 부풀려 촬영했다.


영화판의 오래된 못된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배우의 인권은, 더군다나 신인 배우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자로서 수치인 거는 안다. 하지만 피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야. 소송이라도 걸어오면 너만 망하는 거야. 소송 중에 별의별 꼴 다 당할 건데. 그땐 어떡할 거야. 나는 네가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죽고 싶어요, 사장님.”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람 얼굴 보면, 내가 죽을 것 같아요.”


어린 친구라 그런가, 마음이 무척 약했다.

가족들도 전부 외국에 있고, 회사도 믿을 곳이 못 됐다.

몇 번 만나지 않은 정태우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니, 말 다했다.


그는 우선은 자신의 형수님 댁에 서지원을 피신시켰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강남 한복판에 숨어 있던 서지원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물론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아, 외부인과 접촉이 없기도 했지만.


“내가 너무 다그쳤나? 미안. 다른 얘기 하자. 너, 집에서는 뭐하니. 하루종일 안 갑갑해?”

“강아지 밥 주고, 정원에서 산책도 시키고 책도 읽고 그래요.”

“그래, 당분간은 그렇게 지내. 눈치 보지 말고. 거기, 내 집이야. 형수가 미국에서 사업 말아먹고 들어와서 그냥 거기서 살아라 한 거야. 형은 미국에 남아 다른 사업하고 있어. 나는 형 사업자금 열심히 대고 있지.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히 있어.”

“고맙습니다.”

“이거 공짜 아니다. 너 언젠가 내가 복귀 시킬테니까, 그땐 나하고 정식 계약하는 거다.”

“네...”

“그리고 이거, 복사해 줄 테니까, 심심하면 집 가서 읽어. 아까, 얘기한 그 중대 명물이 쓴 시나리오야.”


서지원은 시나리오를 내려다봤다.


-제목, 지독한 목격자. / 각본, 연출 장현승.-


이날 서지원은 장현승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은신처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서지원은 변했다.


여배우 서지원의 인생은 장현승의 시나리오를 읽기 전과 후로 나누어졌다.

그녀는 ‘지독한 목격자’의 시나리오를 밤을 새워 3번이나 정독했다. 무언가로 세게 얻어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나리오에는 서지원이 평생 꿈꾸었던 캐릭터가 숨쉬고 있었다.


다음날 서지원은 한껏 단장을 하고 정태우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은신처에서 태우 영화사까지 도보로 20분.

많은 시민들이 그녀를 알아본다.


“저 여자, 서지원 아니야?”

“맞네! 사라진 서지원이네!”


웅성,웅성,웅성.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알아본 건 순식간이었다.



하루 사이에 놀랍도록 변한 모습을 보고 정태우는 놀랐다.


“무슨 일 있어?”


그녀의 손에는 장현승의 시나리오가 들려 있었다.


“사장님. 저 이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저, 발랄한 목소리.

죽어가던 꽃이 피어났다.


“시나리오, 진짜 끝내줘요! 저, 이 영화 꼭 출연하고 싶어요! 전 평생 스릴러 영화의 여주인공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사건을 파헤쳐 나가고 해결하고 복수하고!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처럼 말이죠!”


생기 가득한 눈에 광채가 돌았다.


“만나게 해주실거죠, 네? 지금 당장 만나게 해주세요!”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 있나.

하지만 이거, 어쩐다.

정태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


졸업할 수 있을까?

지금 학교 분위기상 그럴 리 없다.

총장님까지 나서서 사죄를 했으니, 나는 영원히 학교의 역적이었다.

최민호 선배가 기무대까지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한다.

정말 미안했다.


영화의 평가가 좋아서 기분 좋은 건 천진한 우리 후배들뿐일 거다.

박 교수는 마냥 이 일을 기뻐할 수 없는 입장이고 졸업을 앞둔 우리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취업문제였다.


나는 한 학기를 더 다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차기작 계약에 지장이 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예술대생 이력에 가장 중요한 중한 예술상을 받지 못했다. 아예 시상식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가 이 난리가 되자, 예술상이고 뭐고 말이 쏙 들어갔다.

미래의 상태창은 분명 중앙 예술상을 탄다고 예언해 주었는데, 기회가 지나가고 말았다.

하긴, 예언이 100% 맞을 거라고 단정한 게 순진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증권회사나 들어가려고. 여의도면 본가하고도 가깝고, 아무리 봐도 난 영화에는 재능이 없는 거 같아서 말이야.”

“안돼 인마, 너 영화 해야 해.”


물론 오영진은 증권회사 들어가서 잘만 산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으니, 외환위기 때 직업을 잃고 한동안 방황하게 된다.

무엇보다 오영진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가끔 나와 만날 때마다 영화 현장을 그리워했다.

연출부가 아니라도 좋으니, 자기 손으로 영화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다시 태어나면 꼭 영화 할거라는 말도 했다.


그는 참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

일찍 결혼해 이사를 20번이나 다니면서까지 재산을 불리고 악바리 같이 살았다.

느지막이 캐나다로 떠날 수 있었던 건 다 영진이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영화판에서 저 정도만 성실해도 업계 5손가락 안에는 들 수 있다.


“영화 버리고 가면 너 후회한다. 영화가 꼭 연출만 있냐. 기획자도 있고 직업이 다양하지.”

“그래도 감독이 폼나지. 솔직히 영화 뒤에 가려진 스텝들 누가 기억이나 하냐. 감독과 주연배우만 대우하잖아.”

“앞으로는 말이야. 한국의 영화 제작자가 아시아 시장 장악하는 날이 온다. 내 말 믿고 포기하지 마. 너, 잔말 말고 태우 영화사나 들어가라. 내가 얘기하면 너 받아 줄 거야.”

“어쭈, 잘 나간다, 이거냐.”

“우리 작품에 관객 1000명 든 거 알지? 그거 나중에 나비효과로 1000만 명 된다. 형이 뜨면, 너도 같이 영화 만드는 거야. 나하고 콤비로.”

“됐다, 인마. 아부지가 적당한데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돈 벌란다. 난 처자식도 있고.”


부르르르르.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린다.

오영진의 바지 주머니에서 울리는 삐삐소리다.

나는 당시 그 흔한 삐삐도 없었다.

모든 연락을 자취방 전화로 받거나, 오영진을 통해 받았다.


“어? 이 번호 정태우 사장 같은데?”

“와, 전화번호도 아냐. 미래의 사장님이시라고?”

“너 따까리한다고 정 사장하고 연락 한 거잖아. 어디, 정 사장 뿐이냐? 기자, 제작자, 감독, 심지어 영진위 사람들까지 내가 전부 통화했다고. 너, 한창 평화롭게 반성문 쓸 동안 말이다.”

“어, 미안.”


이런 친구가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내 일을 볼 수 있었다.

새삼 고마웠다.


“야, 나 빨리 전화 좀 해야겠다.”


우리는 근처에 공중전화를 찾았다. 안성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내리라는 곳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영진이가 전화 부스를 찾아 정 사장에게 전화 했다.


이윽고 통화를 시작 한다.

무슨 얘기를 나누나? 조금 심각한 거 같기도 하고. 잠시 후 영진이가 손짓하며 나를 불렀다.


“왜? 정 사장이 뭐래?”

“너보고 만나제. 저번에 시나리오 가지고 온 거, 그거 진지하게 얘기 좀 하고 싶다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오영진, 너도 같이 가자!”


우리는 다시 태우 영화사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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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 통졸임
    작성일
    20.04.04 10:52
    No. 1

    소재도 나쁘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대충 훌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정성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연들에게 매력을 부여하는 것도 괜찮아보입니다. 할아버지라던가.. 주인공과 할아버지의 티키타카 구도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고 주인공의 조력자 포지션을 조금 강화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글 좋은데 안타깝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0.04.04 17:49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AlbertA
    작성일
    20.04.07 23:04
    No. 3

    김모시깽이 감독인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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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3 20.04.05 2,060 38 11쪽
23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2 20.04.04 2,136 42 11쪽
» 21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3) +3 20.04.04 2,180 37 12쪽
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7 44 13쪽
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2 41 13쪽
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17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8 41 11쪽
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8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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