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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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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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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시작합니다.




DUMMY

22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1)







“와....사무실 괜찮다.”


오영진은 강남쪽 영화사는 처음이었다.

1990년대 후반은 영화사 위치만으로도 신진세력과 구세력이 나뉘었는데, 대부분 젊은 영화인들은 강남 쪽 사무실을 선호했다. 확실한 선 긋기를 하려는 듯. 젊은 영화인들은 탈 충무로를 선택했다.

태우 영화사는 신사동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와, 저 영화들. 전부 태우 영화사에서 수입한 거냐, 아니면 디피용이냐.”

“직접 수입한 거. 하나 같이 대박 났지.”

“진짜, 짱이다. 주옥같은 작품들만 골라서 수입했네. 뽀다구나네.”


오영진이 눈이 흥미롭게 빛났다.

프렌치 키스, 덤앤더머, 마스크, 세븐 등 한국에서 성초대박을 친 외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정태우의 회사가 영진이의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오늘이 오영진의 면접 자리인 셈이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실례합니다. 정 대표님 찾아왔습니다.”


엄청난 미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대표의 비서인 것 같았다.


“아까, 전화 주신 분이세요?”

“네. 장현승이라고 합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대표님이 지금 다른 분하고 미팅하시고 계셔서요.”

“네.”


비서가 뜨거운 차를 내주었다.


이어서 쉴 새 없이 전화를 받는 비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 직원들.

주로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직원들이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어느 직원의 책상 앞에는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마도 다양한 경로로 접수한 시나리오를 1차로 거르는 작업을 하는 듯하다.

저 중 절반 이상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이다.

현재 태우 영화사에서 진행하는 작품은 2가지.

코메디와 로맨스 작품이었다.


정 대표의 사무실에 손님 둘이 나온다.

시끌벅적하다.


“호호호호. 정 대표님. 내가 한물가기는 했어도 여전히 충무로 대표 월드 스타잖아? 나 같은 노장이 젊은 감독하고 일하면 의외로 궁합이 잘 맞을 수도 있답니다. 젊은 감독 소개 좀 많이 해주세요. 우리가 돈이 없어 그렇지 가오가 없나요? 출연료도 파격 DC해줄테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연락 줘요.”


배우 강수현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영화계 안방마님이자 최초의 월드 스타.

충무로의 여걸, 마당발, 전천후 오지라퍼. 한국영화를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몇 안 되는 강성 영화배우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는 것 같았다.

귀국한 지 불과 4년.

이 정도면 비즈니스의 천재급이 아닐까.


문밖을 나설 때까지도 강수현은 사정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는 ‘접속’ 같은 영화 안 찍고 싶은 줄 아냐. 찾아 주지 않으니 못 찍는 거다. 나도 애로쪽 말고 로맨스 코메디나, 액션 영화 찍을 줄 안다.

그녀가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했다. 최고의 탑 스타마저도 미래를 위해서 저런 비즈니스를 한다. 떠오르는 신진세력인 정태우와 교류하는 걸 보면 그녀의 안목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강수현과 내가 눈이 마주쳤다.


“어머, 손님 계신데, 내가 너무 떠들었네? 아무튼 정 대표, 날 풀리면 우리 공이나 치러가요.”

“네, 선생님. 살펴 가세요.”


강수현이 나를 다시 힐긋 본다.

나는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



정태우 사장이 다른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서지원이 앉아 있었다.


“서, 서지원씨?”


오서방이 무척 놀라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불렀다.


“반갑습니다. 배우 서지원이예요.”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가 화사하게 웃었다.

일전에 보았던 검은 모자 아래 드리워진 그늘은 그 어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 눈을 못 쳐다보겠다.

진짜 더럽게 예쁘게 생겼네.


***


“그래서, 이 영화 제작하시겠다는 겁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바로 본론부터 물었다.

서지원이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제작 결정이 되어야 하고, 투자를 받아야 하고, 순조롭게 가려면 우선 캐스팅부터 정해져야 했다.


투자자가 서지원을 좋아할까.

앞으로 소송 때문에 시끌시끌 해질 배운데. 어느 투자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결심할까.

신인 감독, 막장 여배우,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범죄 스릴러물. 꺼릴게 분명하다.


예쁘다고 해서, 배우가 화제의 인물이라고 해서 영화가 잘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독이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정 대표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니까, 장 감독님. 이건 저 예산 영화로 가야 맞아요. 회사에서 투자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아까, 50억 얘기 하셨죠? 그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나는 이 영화로 세기말 대한민국을 뒤흔들 거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미래의 상태 메시지가 말해주었다.

계획대로라면 1년 안에 제작을 마쳐야 하고. 스릴러 시즌인 여름 개봉에 맞추려면 당장 내일부터 촬영에 들어가도 빠듯하다.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한다.

꼭 서지원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전도현 같은 배우 캐스팅하고 나머지 배우들도 출연료 빵빵하게 데려오면 투자 쉽게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신인이니까, 배우 힘 좀 빌리고 싶다.


그런데, 전도현이 뭐 내 작품만 기다리고 있나?

빵빵한 배우가 조연출 경험도 없는 신인 감독하고 일하고 싶어 할까? 재수 없으면 캐스팅 작업만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 나는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이럴 때, 할아버지가 나타나 내 결정을 도와주시면 좋으련만 늘 그렇듯 필요한 순간에는 그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럼 제작비로 얼마 생각하시는데요?”

“5억원 내외로 책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아니, 독립 장편 영화도 제작비 3억 이상인데, 상업 스릴러물을 5억원이요? 장비 대여만 해도 제작비 넘길 것 같은데요? 이번 영화, 미술이 특히 중요합니다. 5억원에 제작하라니. 영화 만들지말라는 소리 같군요.”

“꼭 그렇다고도 볼 수 없는 게, 미국에서는 이 정도 예산으로도 충분히 제작 가능합니다.”

“그건 B급 영화에서죠. 저는 B급 영화 찍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쪽 취향도 아니고요. 사장님. 한 마디만 묻죠. 이 영화를 제작하려는 게 배우 서지원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입니까.”


무척 당돌한 질문.

하지만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영화하고 싶다고 졸라서 영화 제작해주는 충무로 골빈 제작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혹시 이 사람도 그런 부류일까.

남자니까. 어리고 예쁜 여배우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까.

갑자기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확신이 없으시면 저는 그만 다른 제작사를 찾아가겠습니다.”


배우 하나 회생시키려고 내 영화를 이용하다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그거, 아니예요. 감독님.”


서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조른거예요... 이 영화 꼭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저, 출연못해도 되니까. 이렇게 재밌는 영화. 좋은 영화. 만들게 해달라고. 제가 그랬어요. 내가 꿈꾸던 캐릭터가 바로 감독님 책 안에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쁘게 오해하지 마세요....”


오영진이 나를 끄집어 앉혔다.


“얘기나 더 들어보자, 현승아.”


젠장할...저예산으로 찍으려면 앞으로 고생이 훤한데.

저예산 영화는 스텝도 잘 안구해진다.

외주 업체하고 계약도 잘안되고.

조명회사, 촬영기사들 돈 뜯기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A급 전문가들은 절대 계약 안하려고 할 것이다.

출발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크흠. 시나리오 좀 고치면 저예산으로 찍어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인 감독, 촬영장에서 도망간 막장 여배우, 검증 안된 장르. 제작사입장도 충분히 이해 갑니다. 하지만 저는 제 영화에 자신 있습니다. 서지원씨도 보고 느끼셨겠지만, 제 작품 신선하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긴장감이 있지요? 이 영화로 1000만 영화 갈겁니다. 안타깝게도 사장님은 확신이 없으신 것 같군요.”


원래 영화 감독은 반은 입으로 먹고 산다.

우리 할아버지의 말씀이시다.


“그럼. 나머지 45억원. 제가 구해보겠습니다. 회사를 따로 차려서 투자자들 끌어 모으겠습니다. 사장님은 5억원 투자 확정 해주시고, 제가 투자자를 모을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뭐? 아니, 무슨 회사!”


오서방의 목소리가 커진다.


“영화사지. 이 영화 프로젝트로 갈 거야. 태우영화사가 제작 전반을 책임지기 부담스러워하니, 나와서 협업으로 가야지. 씨네마 21편집장하고 평론가, 듀나씨 꼭 만나게 해주세요. 영화는 투자 공모로 제작 할 겁니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에 직접투자는 씨네마 펀딩. 그거 해보려고요.”


외국에서는 영화 펀딩이 활성화 돼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도 초반이나 돼서야 뮤지컬과 영화를 중심으로 활발해진다.


나는 조금 일찍 시작해 보고 싶을 뿐.


정태우 사장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내가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겠지.


“현승 학생. 회사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 쉬운게 아닙니다.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거 그거 영화만드는 거 보다 배는 어렵습니다. 일반 공모를 하겠다고요? 절차를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이 사람아, 내가 그거 많이 해봤다.

물론 작품이 후달려서 관객이 참여하는 공모는 못해봤지만, 나도 10억도 땡겨오고 30억도 땡겨오고 다 해봤다.


“영화사를 차리는 데는 전화기와 사업자 등록증 하나. 공모펀드 모집은 광고로 모집. 투자자에게 PPT설명으로 기대감을 준다. 계좌를 계설한다. 돈을 받는다. 1차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감되면 창업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는다. 제 계획입니다.”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


“사장님.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일단 해봐요. 우리.”


서지원이 거든다.

제발 더 거들어라.


“저 같은 영화 팬이 있다면 당장 제작해달라고 후원금을 보내겠어요. 게다가 이건 수익이 나는 투자잖아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시나리오가 이렇게 훌륭한데, 이거 공개 되자마자 영화팬들은 쌈지돈까지 투자 할 것 같아요. 당장 저부터 투자 할게요. 저는 1억원.”

“야, 니가 그럴 돈이 어딨어?”

“저 CF로 번 돈 많아요. 그거 다 모아놓았어요. 내 인생의 빛이 될 영화를 이렇게 놓치고 싶지 않아요.”


뭘 저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나.


“영화가 싫어서 도망쳤는데, 영화가 다시 날 부르는 느낌이에요. 장 감독님. 전 재산 1억 전부 투자 할테니까, 저 여주인공으로 써주세요.”


도발적인 서지원의 말에 전부 입을 다물었다.


“1000만 관객 가자고요. 저, 모든 거 다 내려놓고 이 영화에 올인하겠습니다.”

“오디션부터 보시죠.”

“물론이죠.”


그녀가 정말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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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독립 영화사를 차리다(2) +3 20.04.05 2,061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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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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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탄생의 순간(2) +2 20.03.31 2,032 43 12쪽
17 16화. 탄생의 순간(1) +2 20.03.30 2,089 41 11쪽
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9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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