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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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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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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줄다리기의 묘미(2)

시작합니다.




DUMMY

26화. 줄다리기의 묘미(2)






‘거참 애가 되바라진 건지, 뭘 몰라서 저러는 건지...’



돌아오는 길 정태우는 혼잣말을 했다.

보통 독립영화의 평균배급수수료는 30%다.

관객이 1만명 들면 3000만원이 제작자에게 들어오는 게 보통이다. 국방부에게 돈 갚아 주고 극장 배급도 해주고 하면 얼추 손해는 아니구나 싶었다.

회사입장에서 제안한 건데, 딴지를 걸 줄은 몰랐다.

선금을 받아 빚을 돌려줄 생각을 하다니.

장현승은 작은 흥정에도 머리 회전이 빨랐다.


무슨 계산법인지 이 영화로 한 장은 거뜬히 넘길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맹랑하다고 보기에는 자기 생각이 확고해 보였다.


정태우는 장현승에게 했던 말대로 이 작품에 큰 욕심은 없었다. 다만, 작품을 핸들링하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자기 뜻대로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작년 태우 영화사의 순이익만 70억원. 작은 영화사치고 무섭게 성장하는 회사였다. 그깟 독립영화 하나에 돈 욕심을 낼 회사가 아니다.

계약 과정에서 솔직히 좀 놀랐다.

대학 4학년짜리가 능구렁이 사업가처럼 자기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 노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앞으로 많으면 수천 명, 적으면 수백 명을 컨트롤해야하는 감독이라는 자리. 만만하게 보이면 오래 버틸 수 없다.

아무튼 대단한 재목임은 틀림없었다.

칸 진출 소식에도 좀처럼 들떠있지도 않았다.


장현승은 창작자라는 마인드 외에 사업가 마인드가 있었다. 계약을 진행해보니, 확실히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사업이다. 어린 장현승이 그 부분을 확실히 아는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스럽고 한편으로는 약간의 경계심이 생겼다.


***



“형 강남 간다.”


아니나 다를까 오서방이 시나리오를 읽고는 달려왔다.

정 사장하고 미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오서방이 와 있었다.


“강남? 갑자기 웬 강남?”

“정 사장이 집도 주고 차도 준댄다.”

“우와, 역시 칸으로 가는 감독님은 대우가 다르구나. 차까지 나온다니 그런 대우는 처음 들어본다. 차기작 말이야. 태우 영화사하고 하기로 결정 났어? 야 근데 시나리오 읽었는데, 니 말대로 쩔더라. 이건 책이 아주,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급이던데?”

“이럴 땐 개쩐다고 칭찬 해줘라. 여주인공을 서지원으로 확정하면 어떨 것 같냐.”

“완전좋지! 실물 진짜 엄청나더라. 얼굴 되지 몸매 되지, 목소리 매력적이지. 아, 근데. 여주 30대 아니었어? 나이가 어리네.”

“그게 문제긴 한데, 본인 의지가 너무나 강해. 캐릭터 수정도 못하게 하고. 게다가 자기가 직접 영화 투자도 하겠대, 너도 그때 들었지?”

“걔 진짜 화끈하더라. 근데 서지원 영화 계약할 수는 있어? 사정은 다 들어봤는데, 그 변한 감독이라는 사람, 성질 장난 아니라던데. 업계 양아치로 소문 자자하대. 나도 뭐, PC통신 동호회에서 들은 얘기지만 프랑스에 함께 유학 간 사람이 거기서도 작품 할 때 현지 애들하고 말썽이 많았데.”

“하여간 대한민국은 어디 유학만 갔다오면 환장한다니까. 검증도 없이.”

“그 사람 서지원 엄청괴롭힐 텐데 걱정이다.”


하지만 당분간 서지원 걱정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가 메이드 되야 내 여배우도 챙길 수 있는 법이다.

화제를 바꿔 다시 졸업영화로 돌아갔다.


“우리 조 영화 배급 계약 끝냈다. 조만간 서울 시내 극장에 걸릴 거야.”

“와하하하. 진짜야? 자막에 내 이름 좀 크게 넣어주라. 개봉하면 엄마, 아빠, 친척, 사돈의 팔촌까지 다 부를게. 근데 돈 안 될텐데. 용케도 계약해줬네.”

“야, 그런 소리 하지 마. 극장 걸리면 무조건 돈 된다. 정 사장이 괜히 계약하자 그러겠어. 근데, 정 사장 말이야 사람이 좀 그렇더라. 계약 날로 먹으려 해서 내가 브레이크 좀 걸었지.”

“계약 몇 번 해본 사람처럼 말하네. 독립영화로 돈 벌었다는 소리 못 들어봤는데. 메인 극장 잡기도 힘들고.”

“너 수업 때 뭐 들었냐. 독립영화의 경제학이라고 들었지? 극장도 세금혜택이 있어서 독립영화는 잘 걸어준다. 장편 영화가 잘 없어서 그렇지. 대박작 없을 때 빈집 노리면 쏠쏠하게 돈 벌리는 거야. 바로 알짜라는 말이지. 정 사장이 말이야. 의견 조율하는데 우리한테 5%만 먹으라는 거야. 권당 30만원이나 하는 필름 프린트가 5권이나 들어간 그 엄청난 대작을! 그거 다 국방부 돈으로 한 거잖아? 돈 한 푼 안 보태고 날로 먹으려해서 시껍했다.”


내가 정신없이 떠드니까 영진이가 멍하게 바라본다.


“왜 그렇게 보냐.”

“너, 완전 베테랑 같이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쪽이 10% 먹으라 했지. 아니면 다른데랑 계약한다고 했지.”

“야...그런 협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냐....”

“앞으로 니가 해야 한다. 영화사 차리면.”


역시 이때의 오영진은 순수해서 좋군.

뭐만 해도 우아,우아 해주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투자자인가, 제작자인가. 아니면 감독인가.

우선 이 노선부터 확실하게 해야했다.

제작하는 감독이 영화의 주인이다. 노선을 그렇게 정했다.

그러려면 영화사는 차리겠다는 결정이 맞았다.


나는 오영진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차근히 알려 주었다.

기획에서부터 투자, 스텝들의 라인업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기하자 녀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막연하게만 보였던 프리프로덕션(준비작업)계획을 세세하게 설명하자 영화가 윤곽이 보이면서 확신을 가지는 것 같았다.


녀석은 기획자 타이틀을 달아주면 기꺼이 함께 일하겠다고 했다. 조연출은 못 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자신이 할 그릇이 못 된다고.


“영화사 이름은 ‘깡통’으로 하자.”

“깡통?”

“속이 비었으나, 언제나 새로운 걸 담을 수 있고, 재생이 가능하고, 찌그러져도 다시 펼 수 있고. 뭐, 그런 의미심장은 뜻은 없고, 그냥 필름 케이스에서 따온거야.”


그렇게 ‘영화사, 캔’이 탄생했다.



***



“안녕하세요, 장현승 감독님. 조선예 편집장이에요.”


깡마른 체구 희끗희끗한 새치머리. 단정한 바지 수트 아래 흰 운동화가 보인다.

다음날 조선예 편집장을 정태우 사장하고 같이 만나기로 했으나, 그가 갑자기 약속을 펑크내는 바람에 나 혼자 왔다.

중요한 투자자를 만나러 공항에 간다고 했다.

그 유명한 조선예 편집장을 이렇게 만나다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왜 어지러웠냐면, 본생에서 씨네마21은 항상 내 영화에 별점을 하나만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늘 악평을 쏟아냈기 때문에 나는 이 잡지를 증오했었다.

할아버지가 친일파로 의심된다는 내용을 최초 보도한 잡지사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우리 집안 가루가 되게 까였다.


나쁜 편집장.

하지만 실지로 만나본 조선예는 뭔가 사람을 끄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 정말 어리시네요. 박 교수님이 독점으로 인터뷰하게 해줬는데 괜찮겠죠? 우리 기자가 인터뷰하려는 걸 제가 직접 한다고 했어요. 정태우 사장님하고 얘기가 오간 것도 있고 해서.”



그녀가 쓰고 있는 은테 안경이 반짝였다.

그 안에 있는 눈은 더 반짝였다. 날카롭기까지 하다.

저 사람과 친해져서 할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막을 수는 없을까. 언론이란 참 무서운 매체였다. 나는 그 어떤 것보다 기자들이 무서웠다. 그래서 조선예 편집장이 결코, 편하지 않았다.

막상 대화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긴장했나 보군요. 첫 인터뷰라 긴장되는 건 알지만 편하게 생각하세요. 녹음기는 돌아가고 있으니까, 영화 제작 과정부터 천천히 이야기하듯 하시면 됩니다.”


기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건 뻔하다.

그런 뻔한 건 하기 싫었다.


“편집장님. 아무래도 이런 뻔한 인터뷰는 서로가 지루하잖아요. 바꿔서 제가 편집장님을 인터뷰하는 건 어떠세요?”

“네? 저를요?”

“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제 얘기도 나오고 인터뷰도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역시 대학생이라 통통 튀는군요. 좋아요. 그럼 쌍방 인터뷰 식으로 할까요?”

“네. 그럼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장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애송이 감독을 편집장님이 직접 인터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녀가 무척 좋아했다. 역시 이런 사람들은 대우해줘야 좋아 한다.


“편집장님은 평소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세요?”


갑자기 인권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당황해했다.


“인권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죠. 모든 인문학과 예술의 포괄적인 주제가 바로 인권이라고 봐요. 아, 그러고 보니 장 감독님 작품도 인권에 대한 영화군요. 군내 실상을 아주 리얼하게 그렸던데, 혹시 경험담인가요?”

“아뇨. 제가 먼저 질문하게 해주세요.”

“아, 그러시죠. 그럼.”

“말씀하셨다시피, 제 영화는 인권에 관한 얘기입니다. 군대 내 인권 말살의 현실을 두 주인공을 통해 보여줬죠. 그런데 그게 꼭 군대내 현실만으로 한정한 게 아니에요. 영화를 보시면 곳곳에 인권이 무시되는 장면이 꽤 있어요. 할머니를 보고 군인들이 야유를 하는 장면. 휴가 때 최민호가 호프집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장면. 술 취해서 경찰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 등. 곳곳에 폭력들이 숨어 있죠.”


조 편집장이 무언가를 받아쓰기 시작 한다.

자신의 느낌을 메모하는 거겠지.


“폭력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엄연히 지금 영화판에도 폭력과 인권 말살이 일상처럼 일어나니까요. 특히나 여성이라면.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판에서 버티기 힘들어요. 여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그 이유죠.”

“방금, 영화판에서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셨나요? 그게 무슨 말이죠?”


코끝에 걸친 은테 안경을 위로 치켜 올렸다.


나는 망설임 끝에 얘기했다.

지금이 기회 같아서다. 또 언제 이렇게 편집장과 만날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


“편집장님. 여배우 하나 살려 주십시오. 실종 배우 서지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장님이 도와주신다고 약속하시면 서지원 실종에 관한 사건 전모를 전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조선예 편집장은 녹음기를 껐다.

그녀의 눈이 더욱더 빛났다. 특종 하나 물었다는 표정.


“어떻게 된 일이죠? 배우 서지원씨 일을 감독님이 왜....”

“제 차기작의 여배우입니다. 서지원씨가 제 영화의 히로인입니다.”


그녀가 들고 있던 펜을 떨어 뜨린다.


“오직 씨네마21에서만 서지원씨의 특종이 나갈 겁니다. 대신 약속해주세요. 누구보다 서지원씨의 편이 돼주겠다고. 기사는 각색 없이 저의 얘기로만 쓰겠다고.”

“일단,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요. 이건 편파 보도하셔야 합니다. 약속 안 하시면 저 지금부터 한마디도 안 하겠습니다.”


그녀가 잠시 망설인다.


“좋아요, 장 감독님. 오늘 저하고 만난 게 신의 한 수네요. 이야기 해보세요. 원하시면 당분간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나는 내가 준비해 간 녹음기를 비밀스럽게 작동시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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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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