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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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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3.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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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레디고(2)

시작합니다.




DUMMY

14. 레디고(2)




촬영은 서사의 방향대로 하지 않는다.

당연히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의 자연광을 고려하고, 심지어 배우들의 감정선을 생각해 그 연장선에 있는 씬을 몰아 찍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까 찬영이 처음 성추행을 당하고 고참에게 반항한 뒤 개또라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또 그 이후 고문관이라는 수치스러운 별명도 얻는다.


좀 더 시나리오에 관해 얘기하자면, 후에 강병장이 찬영과 민호가 친구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최민호는 최대한 친구인 찬영을 감싼다.

병장 달기전 상병 말호봉 막차인 최민호의 권력은 막강했다.

말년 병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최민호가 친구를 감싸주는 건 당연한 거였다.


다음 촬영은 시간을 점프해서 또다른 사건이 터진 다음, 강태성과 최민호가 한 판 붙는 장면이다.

최민호는 아까 이찬영의 촬영을 지켜보면서 충분히 태성에 관한 분노를 키웠다.


“촬영 들어갑니다.”


같은 공간, 같은 자연광의 내무반.


“사운드.”

“카메라, 롤.”

“씬 0-5-42”

“레디, 액션!”



최민호를 향해 강 병장이 싫은 소리 한다.


“야, 최상병. 밑에 애들 관리 이딴 식으로 할 거야? 너, 저 또라이하고 동창이라는 건 아는데, 군대에서 그러는 거 아니다. 여기가 사회냐. 여기가 니네 학교냐고. 너, 저 새끼랑 맨날 밤에 만나서 쌔쌔쌔 하는 거 모르는 줄 아냐.”

“말씀이 너무 심하신거 아닙니까, 강 병장님?”

“뭐야? 말씀이 뭐? 내가 너 때문에 쫄따구 놈 눈치 보는 게 말이 돼! 밑에 애들 교육은 니 새끼가 시켜야지. 새끼, 이제 좀 컸다고 까부냐. 니 눈에는 내가 우습게 보이냐, 대학물 먹었다고?”


강 병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무반을 뒤집을 태세다.

이찬영이 강 병장에게 또 대든 것 때문에 내무반은 살얼음판이었다.


그러다 강병장이 먼저 거칠게 최상병의 어깨를 툭툭친다.

그러다 머리를 치고 가슴에 주먹을 친다.

참다, 참다, 최상병이 폭발한다.


“이런, 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뭐 잘 못 했는데!”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두 배우 사이에 불꽃이 튄다,

서로가 거칠게 몸을 퉁기며 기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기어이 최민호가 강 병장의 얼굴을 친다.


하극상이 일어났다.

신참 한 명 때문에.




# 바로 어제, 회상씬.


“민호야. 난...정말 이해가 안 돼. 저 사람들 있잖아. 처음에 자기도 똑 같이 당했잖아. 안 좋았을 거잖아. 분명 싫었을 거잖아. 근데, 왜 똑같은 괴물이 되지? 난, 절대 그렇게 안 될거야.”

“야, 여기는 군대야, 군대.”


다시 강태성과 붙은 씬.


최민호는 화가 폭발하지만, 뭔가 찜찜했다.

이찬영, 그 녀석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미 첫 이미지가 내무반 꼴통으로 되었다. 왕따가 될 게 분명하다.


“씨발, 왜 전부 나한테 지랄이야!”


태성이 멱살을 흔들고 있는데 후임들이 와서 말린다.

분위기로 보면 최민호가 이겼다.


키 크고 카리스마도 있고, 병장 달기 직전이라 이미 실질적인 서열 1위다. 그에 비해, 체구도 작고 성격만 지랄 맞은 병장은 최민호와 상대가 안 된다.


“컷! 액설런트! 잘했어요!


나도 모르게 주책맞게 오버하고 말았다. 아주 훌륭한 베테랑들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씬이 무사히 끝이 났다.

찬영은 한창 두 배우의 열연에 몰입하다 갑자기 깨는 말을 했다.


“맞아야 하는데, 진짜 맞아야 하는데...강태성 저거...”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애가 할아버지가 씌이더니 이상해졌네.


“찬영아 정신 차리자.”


녀석이 내 말을 듣자 정신이 드나 보다.


“넵!”

“과몰입 금지. 씬이 끝나면 쿨다운 해야지.”

“하, 넵, 넵!”


아, 이 훌륭하신 배우들. 이 센스있고, 알아서 척척 연기도 잘하고 필름도 아껴주시는 고마운 분들.

내가 본생에서 이런 배우들만 만났어도 100만 관객까지는 갔겠다.


촬영은 날개 돋친 배처럼 순항을 이어갔다.

그리고 7일 후.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



아침 6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쉼 없이 촬영이 이어졌다.

촬영이 그날 종료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조감독과 스크랩터, 그리고 촬영감독과 나 이렇게 넷이 모여 새벽까지 회의를 한다.

우리에게는 이 영화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픈 욕망이 있었다.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조원들은 나이상으로 열의를 보였다. 그러니 잠을 줄여가며 작품에 몸 바치는 건 단언컨대 즐거움이리라.


박 교수도 하루가 멀다하고 내게 연락해 현장을 파악했고, 조교 이보라는 직접 부대까지 찾아왔다.

왕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방 터뜨리려면 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미래의 메시지. 할아버지 말로는 천상의 메시지. 상태창은 나의 미래 상태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차피 성공할 거라고 대충대충 하면 안 된다.

청춘으로 회귀한 난, 놀랍도록 작업하는 게 즐거웠다. 대충대충이 어딨나. 일이 즐거운데.



슬슬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불협화음이 일어날 즈음이다.

이때는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감독의 역할이 가장 커지는 순간이다.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은 현장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누구처럼 엄청난 카리스마는 없고, 조곤조곤 잔소리를 하는 타입인데, 그래서 내 영화가 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위한다.


내가 다시 만난 후배들은 나의 디테일한 잔소리를 좋아했다. 현장에 가면 매일 수십 가지의 질문들을 받는데, 나는 오히려 그게 좋아서 한 번에 3명에게 지시를 하고 질문에 듣고 해답을 내줬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선배는 힘들다.

강태성과 최민호, 이찬영.

이 세 사람이 분량이 제일 많아 촬영은 거의 세 사람 위주로 돌아갔다.


피곤하고 지치는 건 당연한 일.

특히나 참을성이라고는 개미 눈물만큼도 없는 강 선배는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조연출 불러와.”



그래, 만만한 게 조연출이지.

감독은 어렵고, 다른 스텝은 말이 안 통하고. 실질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는 조연출이 제일 편하다.


“야, 스케줄 좀 꼬이게 하지 말라고.”

“저... 그게 선배님. 민호 선배님 출퇴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제대로 좀 하자. 오늘도 봐. 나 새벽부터 한 씬 찍고 지금까지 스텐바이다. 내 꺼 바로 이어 찍으면 어디 덧나냐. 씨발,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해.”

“그게...스케줄 상.”

“애, 말대꾸하지마. 그냥 시정하라면 시정해.”

“네...”


빌어먹을 조연출 길들이기.

예전에 나도 당했었지.

조금 전부터 강태성의 심기가 불편하게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조연출의 상태와 강태성의 호령이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밥차 같은 거 안 부르냐.”


가지가지 한다.


“바, 밥차라뇨....”

“맛없는 도시락 삼시 세끼 먹자니, 토할 것 같다. 얘들 얼굴 좀 봐라. 저게 사람 얼굴이냐. 간식도 없는 현장이 어딨냐. 그런 건 조연출 네가 신경 써야지. 제작비도 넉넉히 받았다면서.”

“그게 말입니다... 필름 값이 비싸고, 필름을 보존하는 물품도 비싸서 만만치 않습니다. 외주 제작사에서 빌려온 최신 장비 렌탈료도 있고요...”

“다른 팀은 감독이 밥은 잘 챙겨 준다고 하더라. 내가 이 말까지 해야겠어? 그리고 돈이 없어도 선배들 밥은 잘 챙겨야지.”


지금 나, 없다고 괄시하는 거?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용돈 받아본 지 오래다.

하지만 강 선배 말이 맞았다.

밥 한번 거창하게 쏘지 못한 건 맞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 선배님.”


조연출이 어쩔 줄 몰라 할 때, 그들에게 갔다.


“능력 없는 감독이라 죄송합니다. 스케줄 꼬이는 것도 앞으로 요령껏 조절해보겠습니다.”

“크흠, 그래.”

“선배님. 그래서 말인데요. 후반부에 선배님 씬을 덜어 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악역이 너무 과하게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어제 연출부하고 얘기 끝냈습니다.”

“뭐야? 아니, 내 씬을 왜 줄여.”


갑자기 발끈했다.


“시나리오 좋은데, 거기서 뭘 더 뺀다는 거야. 악역이 등장해줘야 긴장감이 살지.”

“아닙니다. 강 선배님. 오히려 악역은 짧고 임팩트 있게 가는 게 좋습니다. 많은 악역이 그렇지 않았습니까. 양들의 침묵 앤서니 홉킨스도 총 분량이 15분이었습니다.”

“그래?”

“네. 이미 선배님 분량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편집에서 잘려나가는 것보다, 지금 적절하게 마무리하시는 게 어떨까요. 앞으로 고생 안 하셔도 되고요.”

“내가 잘 못 했다.”


뜬금없이 사과한다.


“배우한테 분량 줄인다는 건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네가 모르나 본데, 이거 밖에서 겪으면 자살각이다. 분량을 줄여?....잘 못 했다, 잘못했다. 장감독.”


뭔가 오해하나 보다.

내 말은 진심이었다. 초반에 강 선배를 악역으로 캐스팅하려고 분량을 억지로 늘린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로 보였다. 그는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티비 스타라 그런가, 분량 욕심이 많다.

영화는 그게 아닌데.


“선배님. 저 유치하게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 험담했다고.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선배님을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야, 장현승!”


그가 소리쳤다.


“내가 잘하겠다니까!”


강 선배의 소리를 듣고 스텝들 모두 하던 일을 멈췄다.


이거 참 난감하다.

어떻게 이해시켜야 한다?


“어제 회의 끝에 결정한 겁니다.”

“진짜, 매정하게 이럴 거야!”


잠시 외출을 했던 스크립터 최양인이 헐레벌떡, 뛰어 왔다.


“크, 큰일 났어요! 선배님!”

“왜 그래?”

“홍, 홍보부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엄청 높은 사람인가 봐요. 군인들도 같이 왔는데, 전부 연예 사병들이에요.”

“뭐?”

“그중 나이 많은 한 분은 군복을 안 입었어요. 지금 현장으로 오고 있어요!”


스크랩터는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감사가 나왔다는 뜻이니까.

다음 촬영 씬은 이찬영이 고참들에게 신나게 얻어맞는 씬이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장면.

이거 큰일이다. 촬영 중단하게 생겼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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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2) +4 20.04.03 2,168 44 13쪽
20 19화.미래에서 온 영화감독(1) +2 20.04.02 2,213 41 13쪽
19 18화.탄생의 순간(3) +1 20.04.01 2,156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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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슬라브 여인의 작별. +2 20.03.29 2,088 34 13쪽
» 14화. 레디고(2) +1 20.03.28 1,994 33 11쪽
14 13화. 레디고 +2 20.03.27 2,001 36 13쪽
13 12화. 첫 촬영(3) +2 20.03.26 2,042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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