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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난청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에서 소설 내용으로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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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청
작품등록일 :
2022.12.12 00:01
최근연재일 :
2023.03.16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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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5
추천수 :
49
글자수 :
484,003

작성
22.1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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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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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화. 흑막 조사

DUMMY

- 저벅, 저벅.



다음날 오전 6시.



모두가 잠들은 새벽 옅은 해가 뜨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페르타에 도착했다.



- 털그럭, 털그럭.



흔들리는 마차가 이내 멈추었고, 우리는 차례차례 마차에서 내렸다.



[기사단장 헤나 데워그스]

[상급 기사 일레니아 리젤]

[중급 기사 프로반드]

[중급 기사 알레니아 테레스]



마차에서는 헤나와 일레니아를 포함해서 총 4명의 기사가 내렸고 마지막으로 경갑을 입은 한 명의 남자가 내렸다.



- 철걱.



바로 나.



[그냥 라넬..]



'난 왜 여기있는 거야..'



어제 갑작스럽게 저녁 식사를 하면서 헤나가 내게 말하지 않았었다면..난 오늘 이곳에 오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트롤과 관련해서 소굴을 한 번 조사하러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어째서 거기 멤버에 내가 있는 거냐고..



상당히 심란하였으나 뭐 어떡하겠는가.



- 저벅, 저벅.



이미 나는 이곳에 왔고, 트롤 소굴이 있을 만한 페르타 주변의 산을 타고 있는 도중인데 말이다.



"후우···후우···"



이제 하도 많이 갑옷과 검을 들고 다닌 지라 체력도 조금 붙어서 겉으로 힘든 걸 숨길 수는 있었다.



'물론 힘든 건 아직까지도 똑같지만···뭐, 안 들키면 된 거 아니겠어..'



오늘은 그래서 일부러 검도 대검이 아닌 한손검을 들고 왔다.



- 저벅, 저벅.



헤나가 그에 걱정하며 방패라도 들고 가라 했지만..전부 철제 방패에 겁나 커서 무거워 보이는 데 어떻게 들고 다니라는 말인가.


아무튼 그래서 한손검 하나만 띡 들고 왔다.



- 저벅, 저벅.



어차피 소굴 조사이니 싸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뭐 상관없겠지.



그렇게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우리는 어느새 페르타의 뒷산에 다 오른 상태였고, 이내 평지와 내리막길만이 남아 있었다.



'휴···드디어 다 올라왔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 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사이에 체력이 붙은 걸까? 뭐, 아무렴 어떤가. 덜 힘들면 된 거지.



- 사박, 사박.



우리는 그렇게 푸른 나뭇잎과 풀이 무성하게 자란 숲속을 걷기 시작했다.


헤나와 일레니아가 앞장서고 내가 중앙에, 그리고 다른 중급 기사인 프로반드와 알테니아는 맨 뒤에서 후방을 보고 있는 대열이었다.



이른 아침의 숲속은 평화로웠다.



살랑이는 산들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들.


은은하게 산속의 나무들을 뚫고 들어오는 연한 햇살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기에 적합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이곳이 마치 다른 세계가 아닌가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 생각해보니 다른 세계가 맞긴 하네..'



아무튼 난 그렇게 걸으며 헤나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헤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기사단장인데 자리를 이렇게 비워도 괜찮은 건가요..?"



그에 헤나가 한순간 의아해하더니 이내 이해한 듯 내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헬리오스 기사단에는 기사단장의 대리로 데르칼테를 세워두고 왔으니 말이지."



헤나는 그에 재밌을 것 같다는 듯이 웃으며 데르칼테에 대해서 말했다.



"아마 지금쯤 엄청나게 지루해하면서 무표정으로 도장만 찍고 있을 게다. 더 하자면 뭐 화도 낼 테고 말이지."



실제로 현재 헤나의 집무실에서는..



- 탁, 탁



데르칼테가 아무런 무표정으로 질린다는 듯 서류에 도장만을 찍어대고 있었다.



"아무튼 그러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데르칼테가 다소 게을러도 할 건 하는 아이니까 말이지."



우리는 그렇게 이것저것 잡담을 조금씩 하며 나아갔고,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몇 분 정도 더 걷자, 앞장서던 일레니아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말했다.



"단장님."

"그래, 일레니아. 이건···"



"트롤의 발자국입니다."



일레니아의 말에 우리는 거대하게 파인 숲속의 바닥을 바라보았고, 이는 어제 우리가 보았던 트롤의 발자국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면···



"근데 이건···"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군.."



트롤의 발자국은 한두 개, 혹은 일렬로 나열되어 어딘가로 이동하던 자국이 아니었다.


원형으로 발자국이 빙빙 둘러진 곳도 있었고, 규칙적이지 않고, 수없이 많은 발자국이 한 자리에 찍힌 경우도 있었다.



그에 그 자리에 기사들. 아니, 일반인인 나 마저도 이곳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전투인가.."



하지만 우리는 난해했다.


이 발자국이 트롤들 간의 서열의 다투기 위해 일어났던 전투인지, 무언가가 개입하여 일어난 전투인지를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인간이 개입한 것이라 가정하여 인간의 발자국을 찾으려해도, 트롤의 발자국에 묻히거나 어제밤 사이에 떨어진 수많은 나뭇잎에 의해서 못 찾을 확률이 컸다.


애초에 공격한 인간이 철저한 자라면 발자국 마저도 지웠을 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약 10분, 20분간 우리가 발자국을 찾아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조사에 진전이 없자 헤나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큰일이군. 이대로 조사가 늦으면, 범인이 있다 해도 더 놓칠 가능성이 높겠어···어딘가에 뛰어난 사냥꾼이라도 데려와야..하···나···"



- 스윽.



뭐.



- 슥.



왜.



- 스륵.



왜, 날 보는 데 갑자기..!



헤나의 말에 갑자기 모두가 하나둘씩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난 그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아 이런, 생각해보니 나···'



헤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라넬..네가 있었구나."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사냥꾼으로 보였었겠구나..'



난 처음 이곳에서 베다의 이름을 그었던 것을 떠올렸고, 이어서 일레니아와 중급 기사들이 하나씩 덧붙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네 헤울 울프를 6마리나 맨손으로 잡은 사냥꾼님이 여기 계셨네?"

"헤울 울프를.."

"6마리나.."



뭐야, 왜. 왜 놀라는데.


너네 기사잖아. 헤울 울프 6마리는 평범한 거 아니야? 제발 그렇다고 해 줘!



"여러모로 귀찮겠지만 한 번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헤나는 이내 내게 그렇게 말하며 부탁했고, 난 그에 작게 콧바람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렇게 부탁하면 또···



"후···알겠어요. 잠시만요.."



난 그에 그들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 양해를 구했고, 이내 노트를 꺼내며 말했다.



- 스륵.



'여태 안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제 어쩔 수 없네..'



이름이 잔뜩 써있는 수상한 노트를 기사들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안 들키고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


나중에 이 노트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지르고 보기로 했다.



- 사락.



"음? 라넬, 그 노트···"



역시나 물어보는군..


큰일이다. 사실 안 물어보길 바랬는데 뭐라 대답해야 하지?


무슨 글씨가 그렇게 많냐고 물어보면···무슨 언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난 그렇게 긴장에 침을 삼키며 내게 질문하는 일레니아를 바라보았고, 이내 일레니아가 말했다.



"백지네요? 뭐 적으실 거라도 있어요?"



그래. 백지지..



잠깐.


백지라고?!



난 그에 노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노트의 내부를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백지는 커녕 빽빽하게 이름이 채워진 글씨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에 난 바로 눈치챘다.



'이거···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그러지 않고서야 백지라고 할 리가 없다.



난 그에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노트로 눈을 옮겼고, 이내 헤나가 나를 보며 얘기했다.



"상황에 대한 기록인가. 메모하는 습관은 중요하긴 하지."



'헤나, 정말 미안하지만···아쉽게도 전혀 아니랍니다.. 전 그렇게 성실한 사람이 아니에요..'



난 그렇게 모두를 속이는 데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는 노트의 페이지를 넘겼고 이내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사냥꾼 중에서는 더 이상 쓸만한 게 없어 보이고, 차라리 얘가 낫겠다.'



- 사락!



나는 노트의 초중반 부분을 펼친 뒤 한 이름을 골라 그었다.



[데오라드]



- 스윽.



[세계를 들여다보는 보는 거다.]

[이제 네가 나설 차례야.]

[아, 이거야? 그 눈이?]



그리고 나는 이내 노트를 접고는 서서히 눈을 떴다.



- 스윽..



그러자 내 눈의 검은 동공은 이내 보라색으로 변하였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어.."



내가 만든 캐릭터 데오라드는 비운의 캐릭터였다.


내가 쓴 판타지 SF 소설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병에 걸린 아이였는데 어느 날 시력을 잃고 싶지 않아 병원에 찾아갔다가 강제로 수면 마취를 당한 뒤 눈을 이식당한 주인공이다.


알고 보니 그 병원의 주인은 그 소설에서 박멸 대상인 마법사였고, 죽은 자신의 딸의 눈을 데오라드에게 이식하였었다.


데오라드는 그렇게 마법사의 눈. 즉 마안을 얻게 되고, 그것을 숨기며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마법에 대한 것들과 나라가 숨긴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아가는 내용인데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 꽤 괜찮은 능력이다.



"라넬. 무언가 발견한 건가?"

"아직이요."



헤나의 말에 나는 눈을 한 번 감았다뜨며 시야를 넓혔다.



[통찰의 마안]



- 사악!



그러자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연한 보랏빛으로 변하며 그곳에서 나는 발자국을 찾으려 했다.



- 숙, 수숙.



그러자 모든 발자국들이 회색으로 변하며 보라색의 배경 속에서 발자국만이 회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트롤의 발자국이고, 여긴 겹쳐 있는 동물의 발자국..'



그러던 중 조금 떨어진 곳애서 난 하나의 이상한 발자국을 확인했다.



'음..?'



회색으로 빛나는 아주 작고 옅은 발자국.


허나 근처에 트롤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난 수상한 발자국 위에 덮인 나뭇잎을 치웠다.



- 삭, 사삭.



그렇게 내가 낙엽을 치우자 그곳에서는 내 손바닥 길이보다 조금 더 긴 발자국이 나타났고, 그 발자국을 본 모두가 발자국의 정체에 대해 알아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인간 발자국 맞죠?"

"그래.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군.."



그리고 난 고개를 들어 발자국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보았다.



나뭇잎과 나뭇가지, 주변에 자란 짧고, 긴 풀들로 인해 가려진 무수히 많은 인간과 트롤의 발자국을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니 모든 발자국들은 선명히 찍혀 있었고, 난 그에 그 발자국들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전부 최근 거에요. 이거다."

"며칠 정도 된 것 같나."



헤나의 말에 난 적당히 둘러대었다.



"음···짧으면 하루 이틀. 길면 나흘 정도까지네요."



그에 헤나는 확신하며 내게 말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발자국의 끝에···"



"우리가 원하는 답이 있겠군."



우리는 그렇게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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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알 수 없는 폭발 사고 : 엑텔레스 23.01.11 66 1 10쪽
27 27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10 67 1 13쪽
26 26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9 68 1 10쪽
25 25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8 88 1 11쪽
24 24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7 72 1 10쪽
23 23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6 76 1 13쪽
22 22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5 75 1 11쪽
21 21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4 82 1 15쪽
20 20화. 죄인 : 레지나드 +1 23.01.03 92 1 14쪽
19 19화. 죄인 : 레지나드 23.01.02 93 1 10쪽
18 18화. 죄인 : 레지나드 23.01.01 9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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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흑막 조사 22.12.23 124 1 11쪽
12 12화. 검술 훈련 22.12.22 123 1 10쪽
11 11화. 검술 훈련 22.12.21 133 1 11쪽
10 10화. 흑막 22.12.20 149 2 13쪽
9 9화. 흑막 22.12.19 160 1 10쪽
8 8화. 트롤 토벌 22.12.18 158 1 10쪽
7 7화. 트롤 토벌 22.12.17 168 1 10쪽
6 6화. 트롤 토벌 22.12.16 202 1 12쪽
5 5화. 기사단 22.12.15 210 2 14쪽
4 4화. 기사단 22.12.14 23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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