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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난청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에서 소설 내용으로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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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청
작품등록일 :
2022.12.12 00:01
최근연재일 :
2023.03.16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7,123
추천수 :
49
글자수 :
484,003

작성
22.12.21 12:00
조회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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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1화. 검술 훈련

DUMMY

- 저벅, 저벅.



우선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녀에게 훈련장으로 가자고 했고, 그녀는 그에 별 의심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훈령장으로 데려가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계속해서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뭘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야..!'



나 같은 일개 평범한 시민이 그 거대한 트롤과 맨몸으로 견줄만큼 강력한 상급 기사에게 검술을 알려 준다는 것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쉽게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하루, 이틀 동안 피겨스케이팅을 잘 타는 상상을 했다.


트리플 악셀부터 세밀한 자세 하나하나까지 다 생각하고 묘사해 보았다.


좀 더 과장해서 한 번 스케이트장으로 가 체험해 보고 그것을 글로도 한 번 정리를 했다.



헌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보다 피겨스케이팅을 한 번이라도 잘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아니, 애초에 아닌 것이 맞고 말이다.



다만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던 것이 내 노트와 펜이었는데, 그것도 딱 5분 동안 만이다.


뭐, 아무런 기억도 느낌도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실제로 잘 기억은 안난다.


마치 시험 문제를 풀고 이틀이 지나니 그때 보았던 시험 문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잡생각과 동시에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지를 생각하며 걷던 와중 우리는 어느새 기사단의 훈련장에 도착해 있었다.



'차라리 길을 잃었을 때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좋아. 도착이다. 아, 그러고 보니 가르쳐 주려면 우선 어떻게 해야 하나..? 무기라도 가져올까?"



"어···"



일레니아의 말에 나는 말끝을 조금 흐렸다.



사실 일레니아를 가르치는 것에 관해서 딱 알맞은 인물이 하나 있다.



굳이 안 찾아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세르벨]



이전에 이름을 그었던 기사 군주 펠가니스가 나왔던 작품 '무너진 세계의 망령들' 에서 주인공을 맡은 녀석이다.


펠가니스보다 조금 더 뒷페이지에 있으나 결국 이 녀석도 검술밖에 없어서 위험도가 높은 페이지까진 가진 못했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 보였던 백염검의 위력이라면 충분히 끝페이지 쪽의 위험 인물 라인까지 갈 뻔 했지만, 그건 특수한 상황이었으니 가능했던 거라 뭐, 됐고.



아무튼 세르벨만큼 지금 일레니아에게 효과적인 스승은 없을 것이다.



짐승같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전에서 쓸 수 잇는 검술들을 많이 알고 있고, 세계가 멸망한 뒤 수많은 망자와 망령들을 베며 살아남은 인물들에게 정식적인 검술을 배웠기에 이론도 충분하다.



그리고 세르벨이 일레니아의 스승으로 제격인 이유는 현재 일레니아가 실전에서의 검술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펠가니스 때의 기억과 세르바노트의 시선으로 잠깐 그녀의 검술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이다.


다소 과감함이 없고, 너무나도 정직한 동작들 뿐이니 그녀에게서 큰 위협을 느끼진 못했다.



아마 세르벨이라면 단 5분이라 해도 그녀의 그런 부분을 메워주고 채워줄 것이다.



허나 내가 이렇게 그녀의 스승으로 제격인 세르벨의 이름을 쉽사리 긋지 못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뭐, 예상했겠지만 세르벨은···



'내가 엄청 고통스럽게 죽여놨으니까 말이다..'



그때는 하도 우울했었는지 어째서였는지 이유는 잘 기억이 안 난다만, 세르벨의 최후는 상당히 암울하고 쓸쓸하게 죽어 갔다.


기억하기로는 멸망 후 검은 달이 만든 모든 괴물들을 죽이고는 마지막 보스 격인 칠흑의 왕까지 죽인 뒤 그의 힘을 흡수해,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이미 죽은 여인인 세하의 무덤으로 간다.


그리고는 그 앞에서 자결하여 칠흑의 힘을 모조리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고 말이다.


뭐, 기억의 편린이 들어오는 거니 그만큼 충격은 덜하겠지만, 이전 세르바노트의 힘을 써 보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기억의 편린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던 아내가 아이와 고문을 당한 뒤 함께 타죽고, 모두에게 배신당하여 복수하던 세르바노트의 기억보다는 세르벨이 훨씬 덜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세르벨의 이름을 긋기에는 다서 거부감이 있었다.



"어..라넬? 무슨 일 있어?"



약 몇 초간 내가 대답이 없지 그에 걱정이 됐는 지 일레니아가 내게 물었고, 나는 그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서 가자. 생각해 보니 무기를 챙기긴 해야겠어."

"그래? 그럼 무기 진열대로 가자. 훈련용 무기가 꽤 있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훈련장의 구석에 있는 무기 진열대로 갔고, 난 그곳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그래. 이번에 일레니아를 잘 가르쳐서 키워 놓고, 다신 능력을 안 쓰도록 해 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무기 진열대 앞에서 거대한 대검을 하나 꺼내 손에 쥐었고, 그에 일레니아가 의아해하며 내게 물었다.



"응? 라넬. 너 원래 그렇게 큰 대검을 썼었나? 내 거랑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어?"



아 생각해 보니 이전에 대련할 때랑 출전때는 이거보다 좀 더 얇은 검을 썼던 것 같다..



"어···오늘은 너한테 맞춰서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비슷한 걸로 들려고..! 이 정도 크기 차이면 다루는 데도 크게 문제 없고 말이지..!"



그렇게 더듬으며 대답한 내 말에 일레니아는 의심스럽게 보는 듯하더니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뭐···그렇게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는데, 고맙네..!"



'휴···대충 넘어갔나보네..'



뭐, 어쩔 수 없다.


세르벨이 실제로 검을 휘두르며 다녔다면 아마 저만한 검을 휘둘렀을 테니까 말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다, 세르벨이라면 크면 클 수록 많은 녀석들을 벨 수 있다면서 더 큰 검을 선호했겠네..'



오랜만에 떠올렸던 등장인물들의 생각에 난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그것을 본 일레니아가 진열대에 걸린 대검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뭐야, 대련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났나보네?"

"그런 거 아니거든.."


"아, 그나저나 갑옷, 안 입어도 되려나..?"



일레니아의 물음에 나는 끝 쪽에 걸린 판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간단한 대련만 할 예정인데.."



일레니아는 그에 미소를 지었다.



"뭐야, 말하는 거 보니까 엄청 자신 있나 본데? 그럼 그렇게 하자. 대련은 서로 안 다치게 검이 닿기 직전에 멈추는 방식으로 하고 말이지."

"좋아."



나는 긍정했고, 그에 우리는 판갑과 함께 검을 들고 서로의 간격이 약 10보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 저벅, 저벅.



그리고 그렇게 일레니아가 뒤로 돌아 걷는 동안 나는 노트를 꺼내 노트에 적힌 이름 하나를 지웠다.



"후우···"



[세르벨]


- 지익!



난 심호흡과 함께 노트에 적힌 세르벨의 이름을 지웠고, 이내 노트를 주머니 속이 넣었다.



그리고 이내 세르벨의 기억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네가 정말 세상을 구한 거라 생각하는 거냐.]

[안녕. 난 ■◇■□..]

[네가 죽인 거다.]

[네가 부순 거다.]


[푸욱!]



"허업.!!"



순간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기억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고, 난 그에 놀란 충격에 의해 마치 천식환자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우···후우···"



내가 그렇게 심호흡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내 일레니아가 뒤를 돌았고, 다행히도 일레니아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준비는 됐지?"



일레니아의 물음에 나는 살며시 감은 눈을 뜨며 말했다.



"그래.."



- 차락!

- 척.



일레니아와 나는 서로 검을 쥐었고, 이내 내가 그녀의 동작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눈치챘다.



'지금이군.'



- 콰앙!



일레니아가 돌진하는 시기를 말이다.



- 화아악!



일레니아는 살벌한 기세로 바람을 뚫고 내게 달려왔고, 이애 내 바로 앞에서 검 끝을 세웠다.



'찌르기군..'



- 탁탁! 화악!



- 턱.



난 그에 옆으로 발을 한 보 옮기며 일레니아의 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짧은 순간 일레니아의 몸 곳곳을 흝어보며 빈틈을 찾아내었다.



'가슴 측면, 좌측 머리, 좌측 다리···전신에 빈틈이 없는 곳이 없군.'



일레니아는 그대로 찌르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신이 공격받을 것을 알았는지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이동시켜 도망쳤고, 이내 긴장되는 마음을 잠시 추스르는 듯했다.



"맞받아치거나 아예 물러날 거라고만 생각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나보군.."



물러난 일레니아에게 내가 말했다.



"강적을 만나면 그 수법들은 모조리 파훼당할 게 뻔하다. 넌 아직 강자를 만나 보지 못한 느낌이야."



근데 간간이 튀어나오는 말투는 못 고치겠네···이상한 걸 알면서도 내 몸이 이렇게 말하긴 원하고 있으니 원..



아무튼, 그렇게 일레니아에게 조언하자 일레니아는 내 충고에 조금 분한 듯, 표정을 살짝 구기더니 다시 검을 바로잡고는 내게 돌진했다.



"큭..!"



- 파악!



일레니아가 이번에 돌진할 때는 다소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첫 합에서는 어떤 공격인지 알아내는 데 조금 헷갈렸던 것과 달리 두 번째 공격에서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녀가 무엇을 할지가 보였다.



'오른쪽으로 쫙 뺀 대검과 함께 내 팔과 행동만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



횡 베기군.



너무나고 쉽게 간파된 그녀의 공격을 내가 받아줄 리가 없었고, 나는 그대로 대검을 사선으로 쳐올리며 그녀의 검을 역으로 튕겨내었다.



- 카앙!!!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검이 튕겨져나갔고, 제대로 카운터를 맞은 그녀는 검이 날아가지 않게 꽉 잡느라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크윽..!!"



그녀는 그대로 자세가 무너지며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난 그대로 다시 찌르기 자세를 취하며 그녀의 비어 있는 복부를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 후우욱!

- 틱!



하지만 우리가 정한 룰대로 난 그녀의 판감 바로 앞에서 검을 멈추었고, 이내 내 대검의 끝은 아주 약하게 그녀의 판갑을 툭 쳤다.



"한 번."



내 작은 중얼거림에 일레니아는 뒤로 물러나며 흐트러진 자세를 다시 바로잡고 심호흡을 했다.



"스읍..후우···"



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더 안정된 눈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고, 다시 본 그녀의 모습은 다시 시야도 넓어지고 침착함을 되찾아 행동을 숨기려는 몸짓으로 가득했다.



'처음보다는 낫군.'



남은 시간은 약 4분.



고작 두 합만을 주고 받았는데도 사라진 1분의 시간에 나는 그녀를 재촉했고.



"벌써 끝인가?"



- 착.



그녀가 도발에 걸려들지 않자 이내 말했다.



"그렇다면 내 쪽에서 먼저가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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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알 수 없는 폭발 사고 : 엑텔레스 23.01.11 67 1 10쪽
27 27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10 67 1 13쪽
26 26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9 69 1 10쪽
25 25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8 88 1 11쪽
24 24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7 73 1 10쪽
23 23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6 76 1 13쪽
22 22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5 76 1 11쪽
21 21화. 불법 노예 상회 : 테트리투 23.01.04 83 1 15쪽
20 20화. 죄인 : 레지나드 +1 23.01.03 92 1 14쪽
19 19화. 죄인 : 레지나드 23.01.02 9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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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심판자 22.12.24 115 1 10쪽
13 13화. 흑막 조사 22.12.23 124 1 11쪽
12 12화. 검술 훈련 22.12.22 123 1 10쪽
» 11화. 검술 훈련 22.12.21 134 1 11쪽
10 10화. 흑막 22.12.20 149 2 13쪽
9 9화. 흑막 22.12.19 160 1 10쪽
8 8화. 트롤 토벌 22.12.18 159 1 10쪽
7 7화. 트롤 토벌 22.12.17 168 1 10쪽
6 6화. 트롤 토벌 22.12.16 20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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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기사단 22.12.14 23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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