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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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 짹짹..
'이게 뭐냐···대체···'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녹색과 파란색, 보라색이 섞인 식물과 나무들로 가득한 몽환적인 숲에 누워 있었다.
'난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난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 있는 채 눈을 감았다.
잘 생각해 보면···내 마지막 기억은 편의점이었다.
오늘도 알바하면서 지루해서 졸고 있었는데···아닌가? 이건 어제 기억인가···?
잘 기억도 나지를 않는다.
아무튼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 처한 상황이 중요한 거지.
우선 내 작은 뇌 속에 있는 기억으로는 지구에는 이런 곳이 없었다.
물론 난 지구의 극히 일부인 한국에서 밖에 안 살아봐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곳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
"어디 그럼···"
- 스슥
난 내가 누워 있던 푸른 풀밭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다양한 크기와 나무와 기괴한 모양의 식물들이 자라 있었고, 숲은 마치 꿈속에서 나올 법한 색을 띄고 있었다.
"이거 뭐···아무리 봐도···다른 세계로 온 거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 크르르릉···
'이런 늑대들을 만날 리가 없으니 말이다.'
내가 숲을 둘러볼 때 내 주변에는 이미 노란 눈빛의 회색 늑대들 여섯 마리가 나를 노려보는 채 다가오고 있었다.
씨발, 그토록 원하던 이세계를 왔는데 바로 늑대의 먹잇감으로 먹히는 마을 사람 1신세다.
아니지. 나는 전이한 거니까 이세계인 1인가?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제는 늑대 먹이 1이 될 처지인데 말이다.
- 크르르릉···
늑대들은 계속 크르릉 소리를 대며 나에게 한 발자국 씩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내가 도망갈까 봐 일부러 살금살금 다가오는 거겠지.
침착하자···난 이세계를 너무 좋아해서 알바를 다니면서 소설까지 수천 편은 쓴 사람이다.
이런 위기 상황.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내 주변과 주머니를 천천히 뒤지기 시작했다.
- 스슥, 슥
하지만 좆된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왠 이상한 노트 하나만이 있었고, 주머니에는 만년필 하나만이 있었다.
무슨 뒤지기 전에 유언을 쓰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뭘까?
- 크르릉···
갑자기 열불이 나기 시작했지만 난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 늑대들을 보고는 금세 화를 가라앉혔다.
'후우···우선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난 그렇게 생각하며 노트를 펼쳐보았다.
공백의 페이지 일 줄만 알았던 노트에는 신기하게도 무언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나는 노트에 적혀 있던 글들을 중얼거리듯 차근차근 읽어대기 시작했다.
"하레프···엔데마···이스카엘···카리온···?"
'잠깐만 이거···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난 그렇게 생각하며 책장을 계속 넘겼다.
- 삭! 삭! 삭! 삭!
"하토페, 데이르만, 게오르크까지···"
이건···확실하다.
이건 이전 세계에서···내가 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늑대들과 나의 거리는 이미 많이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20m가량은 떨어져 있는 듯했는데 이미 6마리의 늑대는 나와 10m의 거리도 채 남기지 않았다.
나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노트를 펼쳤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은···'
난 그러면서 노트를 뒤적이다 이내 한 이름을 찾았다.
[베다]
짐승 사냥꾼 베다
"이놈이다."
베다는 내가 쓰던 소설에 나오는 악역인 사냥꾼이다.
설정상 사전 준비가 안 된 상태로도 육식 짐승들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사냥을 잘한다 해놨던 걸로 기억한다.
뭐···나중에는 주인공들의 정보를 적에게 팔아넘기긴 하는데···이건 넘어가고.
그래. 베다의 능력만 있다면 지금 늑대 6마리를 죽이기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근데···
'어떻게 얻는 거지···?'
보통 이런 전개라면 내 머릿속에 파밧! 하고 떠올라야 정상이다.
- 크르르릉···!
그런데 늑대는 나와 5m 정도를 남겨둔 채 가까이 다가오고 있고 금방이라도 덮칠듯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가는데···
'씨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어!!!'
이 만년필하고 노트로 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놀려 먹는 것도 아니고···
아니다. 침착하자. 내가 지금 뒤질 것 같으니까 그렇지, 내가 만약 이런 전개의 소설을 쓴다면···나는 이 노트와 만년필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방금 말한 것처럼 머릿속에 파밧! 하고 한 가지가 떠올랐다.
"살생부···"
내가 썼던 글 중 복수극에서 살생부가 나온 장면이 있다.
복수를 행하는 주인공이 살생부의 이름을 칼로 그으며 하나씩 잡아가는 내용이었는데···
"그렇다면···"
난 만년필을 들고 노트에 써진 베다의 이름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 크헝!!!
늑대 6마리 중 두 마리가 나에게 일제히 달려들었고, 난 그 즉시 만년필로 베다의 이름에 금을 그었다.
'에라 모르겠다!'
- 지익!
[자, 봐. 쉽잖아.]
[베다···네가 어떻게..!]
[뭐, 미안하게 됐어.]
그러자 내 머릿속에 등장인물 베다의 모든 기억과 감각이 들어왔고.
- 타앗!
난 그 즉시 노트와 만년필을 쥐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 타닥!
나를 물어뜯으려 했던 두 마리의 늑대는 서로 부딪쳤고, 난 그대로 내 정면에서 나를 물어뜯으려 하는 늑대를 걷어찼다.
- 퍼억!
" 끼잉!"
늑대는 낑 소리를 내며 옆으로 날아갔고 난 그 즉시 바닥에 보이는 주먹 만한 돌 하나와 여러 개의 조약돌을 한 움큼 주웠다.
- 스으윽
그리고는 주머니에 조약돌을 넣은 뒤, 뒤로 몸을 돌리며 나에게 달려오는 3마리의 늑대 중 가장 가까운 한 마리의 안면에 주먹 만한 돌을 힘껏 던졌다.
- 후웅!
- 빠각!
그러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 늑대는 바닥에 쓰러졌고, 난 바로 다시 뒤돌아서 나무를 밟으며 올라갔다.
- 타닥, 탓!
난 나무 위에 안착했고, 나무를 오르지 못 하는 늑대들을 보며 숨을 골랐다.
"후우···후···이런 느낌이구만···"
만년필로 이름을 베다의 이름을 긋자마자 베다의 기억의 일부와 놈이 가지고 있던 몸을 쓰는 방법, 습관 등 모든 것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그 즉시 몸이 움직이며 사냥꾼 베다의 움직임으로 난 늑대를 피했다.
"크헝! 헝!"
- 가각, 각!
늑대들은 나무를 올라오지 못하며 긁어대고 있었고, 늑대 한 마리는 사망, 나머지 5마리는 아직 멀쩡해 보였다.
"끈질기긴···"
베다의 능력이 언제 끝날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숨을 참을 때 일정이상 시간이 지나면 슬슬 한계가 오는 듯 알 수 있는 것처럼 베다의 능력을 이어받은 현재 예상하기에는 약 4분 정도 더 남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베다의 능력이 끝날 때까지 늑대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어떤 인물의 이름을 그을지 이미 생각해 두었다.
'뭐···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난 나무에 올라 있는 채로 늑대들과 그 주변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는 내가 올라 있는 나무의 옆, 자라있는 나뭇가지를 꺾었다.
- 빠직!
내 팔 길이 만한 길이로 부러진 나뭇가지는 나의 손가락 두께만큼 두꺼웠고, 끝은 뾰족하게 되어 있었다.
'잘 부러졌어.'
난 그대로 내 아래를 보았다.
- 크헝!
아래에는 다섯 마리의 늑대들이 일제히 위를 향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나뭇가지를 들고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아직은···아니야.'
- 크헝! 헝!
- 크헝!
'아직···'
그렇게 기다리던 중 한 마리의 늑대가 예상보다 높이 나무를 타고 올라왔을 때, 난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 차락
난 주머니에서 아까 바닥에서 주운 여러 개의 조약돌을 손에 쥔 채 높이 올라온 늑대를 향해 집어 던졌다.
"끼잉!"
늑대는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아래에서 기다리던 4마리의 늑대들도 내가 날린 나머지 조약돌에 맞거나 시선이 끌려 산만한 상태였다.
- 턱!
난 그대로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바닥으로 추락하는 늑대를 향해 나뭇가지를 세웠다.
- 후웅!
- 푸욱!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지며 다른 늑대들을 쿠션 삼아 무릎으로 찍고, 추락한 늑대의 목에 나뭇가지를 꽂아 넣었다.
또 그 즉시 나뭇가지를 뽑아 내가 쿠션으로 삼은 다른 늑대의 목에도 꽂아 넣었다.
- 폭! 푸욱!
그러자 내 옆에서 정신을 차린 3마리의 늑대들 중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 훅!
나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늑대를 피했고, 늑대는 그대로 날아가 나머지 두 마리의 늑대와 합류하였다.
'좋아. 예상한 대로야.'
난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늑대의 목에서 나뭇가지를 뽑아 허리춤에 꽃고, 내가 죽인 늑대 두 마리의 다리를 잡았다.
- 스윽
그리고는 모여 있는 3마리의 늑대들과 잠깐의 눈싸움을 하였다.
- 크르르르릉···!!
늑대들은 처음과 다르게 매우 분노한 듯 울음소리를 내었지만, 나도 갑자기 오히려 화가 났다.
"화나냐?"
난 늑대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이어말했다.
"너희가 먼저 죽이려 했으니까, 나도 너희를 죽인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
엥? 나 지금 뭐라 떠들은 거냐···?
"크르르릉···! 커헝!"
그러자 늑대들은 내 도발을 알아먹은 듯 갑자기 3마리가 일제히 나에게 달려왔다.
난 나에게 달려오는 늑대 3마리를 향해 오른손에 쥔 늑대의 다리를 잡은 채로 휘둘렀다.
- 후웅! 퍼버벅!
내가 휘두른 늑대 시체에 나머지 3마리는 일제히 부딪치더니 옆으로 날아갔고, 충격이 큰 한 마리는 비틀거렸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다시 나에게 달려왔다.
- 타닥, 타닥, 타닥
내 공격을 보고는 같이 맞지 않기 위해 늑대 둘은 양쪽으로 분산하여 달려왔다.
'안 되지, 임마.'
난 오른쪽으로 양팔을 모으곤 크게 휘두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양쪽으로 달려오는 늑대들을 한 번에 시체로 타격하였다.
- 팍! 팍!
"끼잉!"
늑대들은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갔고, 이내 정면에서 아까 휘청거리던 늑대가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난 가만히 늑대가 다가오길 기다리다 양팔을 위로 들고는 아래를 향해 찍어내렸다.
- 후웅! 퍼억!
늑대 두 마리의 시체에 제대로 찍힌 늑대는 기절한 듯 누웠고, 난 양손에 쥔 시체를 놓고는 허리춤에 꽂아 놓은 나뭇가지를 뽑아 기절한 늑대의 목에 꽂아 넣었다.
- 푹!
양쪽으로 날아간 늑대 둘은 서로 모이더니 내 주변을 맴돌다 어디론가 도망갔다.
"후우···다행히도 딱 시간 다 되어갈 때쯤 도망갔네···"
능력의 지속시간은 약 5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베다만이 그런 것인지, 다른 인물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차근차근 알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것 외에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아까 내가 늑대한테 베다가 칠만한 대사를 내가 친 것도 그렇고, 베다의 기억이 들어온 것도 그렇고, 일시적으로 인물의 영향을 내가 받는 것 같았다.
아마 베다의 기억이 나에게 들어오면서 내가 몰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너무 내가 중2병 같은데···'
뭐 어때. 살았으면 된 거지.
"휴우···!"
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숲속에 또 다시 대(大)자로 뻗어 누웠다.
'그나저나···이 노트랑 만년필은 대체···'
누군가 일부러 준비한 듯한 것들. 정말 소설과 만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이전 세계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것이었는데···막상 와 보니 또다시 피곤하고···뭔가 살아가는 게 다시 귀찮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냥 능력을 사용해서 피곤한 건가···?'
내가 그렇게 누워 생각하던 도중 근처에서 소리가 났다.
-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마치 철제 갑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소리.
중세 시대 풍 소설에서 내가 많이 썼던 표현이다.
'실제로 들으니 이런 소리였구나···'
잠깐만.
철제 갑옷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는 건···
난 불안한 마음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노트와 만년필을 옷 안에 숨겼다.
"동작 그만!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수상한 자!"
그리고 이내 보인 광경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허가 없이 자리에서 다른 행동을 한다면 위협 행동으로 간주하겠다!"
갑옷과 투구로 풀 무장을 한 여성의 말에 그녀의 뒤로 서 있던 기사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 척 척 척 척 척!
내 주변으로 10명 가까이의 철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원형으로 나를 포위했고, 풀무장의 여기사가 검을 들고는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난 카덴 왕국 헬리오스 기사단의 기사단장, 헤나다."
그래. 올 줄 알았다.
"너의 신분을 밝혀라. 이방인."
이런 오해 받는 전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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