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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님의 서재입니다.

내 2차대전은 이렇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오이비눙
작품등록일 :
2020.1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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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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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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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더지전쟁 (3)

DUMMY

"흐으음. 역시 제대로 된 커피는 참 좋아."


"그러게요."


작전이 끝난 후 안전한곳에서 서류 작업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역시 언제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그것도 순무나 민들레 따위로 만든 대체 커피가 아니라, 싸구려가 쓰고 아리긴 해도 제대로 된 원두로 만든 미국제 커피라면 더더욱. 이런 커피를 마실때면, 다리는 장식인 천조국 황상에 대한 칭송을 수천 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다만...



"씨이이발. 좆 같은 서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갈걸..."



지금 해야 하는 서류작업이 정신 나간 수준이 아니라면 말이다. 눈앞에 당장에라도 처리해야 할 서류에 나와 코왈스키는 눈물을 머금고 서류를 계속 작성해 나갔다.


이미 월급 이상의 오버 워크 임에도, 그 성교하는 감염자들을 발견하고 생포한 공로가 있는 우리 둘만이 그 서류들을 써야했다.




"너는 얼마 남았어?"


"일단 보고서는 거의 끝냈지만, 소견서는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쯧...나도 보고서 거의 다 쓰고 소견서 남았어. 다만 나는 전투 보고서랑 도입 병기 평가, 전사자 통지서까지 써야 하는데,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행정병을 할 만한 사람도 중대의 극소수의 장교들과 부사관들이 전부였던 만큼, 최대한 분할하고 분할해도 손이 너무 부족했다. 그런데도 평소에 작전 한번 뛰었다가 돌아와도 서류 때문에 죽어 나가는데, 이번에는 유사 변종까지 잡아 왔네?



그렇다면 난 그냥 끝난 거다. 일의 지옥에 갇혀 말라죽는것뿐이다.



"그나마 니가 있어 다행이야."


"..예?!"


"너라도 있어서 이렇게 서류 작업 하는 거잖아."


"아...넵."



진짜 이건 빈말이 아니다.



애초에 군대는 생각보다 고학력자들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알보병 조차도 최소한 쓰고 읽을 줄은 알아야 하는데, 서류 작업까지 추가되면, 웬만하면 대학물 먹은 21세기 한국이 아니라 20세기 중반 동유럽이면 문맹이 아닌 것에 감지덕지해야 한다.



심지어 폴란드군은 거의 3번이나 크게 탈탈 털려서 국가 기반이 다 날아간 좀비 국가인 상황이니, 그런 고급 인적 자원의 부족은 더 극심하다. 심지어 우리 부대 행정보급관인 미칼스키 상사 조차도, 행정 보직이 아닌 전투 보직 출신 예비군이었던만큼 기본적인 부대 관리 이외의 다른 작업은 사실상 문외한이다.



그러니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 상황에 의대 출신 병사면 그냥 떠 받들어 주고도 남는다. 아니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지경이다.



그러므로 코왈스카 쟤한테 잘해야만 하겠지...



"아 참 나 이번에 너 진급 추천서 보냈거든? 너 잘하면 다음 달 쯤에 상병 아니면 병장 되겠다?"


"...혹시 그 성관계하던 감염자를 발견해서인가요?"


"뭐 그렇지."



사실 조금이라도 빨리 저거 부사관 만들고, 서류열람 권한 늘려서 서류 작업 시킬 생각이지만.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머리가 지근거리지만,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소견서를 어찌쓸지 생각하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약에 감염자들이 번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그들이 어떻게 영양분을 끌어오는가?



"야 보통 임신에서 출산까지 필요한 에너지나 영양분은 상당한 양이지?"


"엄청나죠."


"그런데 말이야. 저 감염자들은 어떻게 영양분을 끌어 오는 거지?"


"그야, 동족이나 시체를 잡아먹으면서 보충 하겠죠. 그게 아니면 이탈리아군이 그리스에서 본 것처럼 농작물까지 먹어 치운다거나요."


"그렇지만 그게 야생의 상태라면, 일정하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약육강식일 환경에서."



순간 스쳐 지나가며 생각한 말이지만, 그것은 의료... 즉 생물 관련 지식에 한해서는 나보다 높을 코왈스카에게는 꽤 중요한 것인지, 그녀의 눈빛은 바뀌었다.



평소 같이 헤실헤실 웃는 게 아닌, 날카롭게.



"그런 말을 하시는 계기는요?"


"그야,뭔가 이상하니깐. 원래 저 변종들은 뭔가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양, 흉악하게 진화하는 듯하는데, 갑자기 임신하는 개체가 생긴다? 그것도 임산부의 경우에는 어떤 종이든 취약한 상태일 텐데도?.그러니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감염지대에서라면, 임신한 개체가 가장 취약할 텐데도 나타난 것은, 감염자들에게 임신한 개체를 식별하는지능이나 본능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서."


"글쎄요. 중대장님이 말씀하시는건 그냥 거의 다른 종족이 되었다고 보는 수준인데요? 그런 식이라면 제 생각에는 그 번식 능력도 식량의 부족함이나 신체적 열세 등으로 도태될 것 같은데요."


"그럼 너는 생명체가 번식 능력을 도태 시킬거 같아?"



하지만 그녀의 의견에 모순점이 나오자 그녀의 말문은 막혔다.



군집체까지 나오는 거 보면 그걸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가 번식 능력을 도태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저 변종들은 저 문제점들을 보완한 대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억측일 가능성은 부정할 수도 없겠지만.



"생각하면 머리 아프니 그냥 이건 대충 그럴 거 같다라고만 써 넣고, 후방의 과학자들한테 짬 처리 시키죠?"


"아아 그게 나을 거 같아. 나도 생각하니 머리 아파."


"애초에 논문 쓸것도 아닌데, 자료 찹아 인용보단 그냥 그럴 거 같다라고 간단히 쓰고요."



그렇다. 코왈스카의 말이 백번 옳다.



군대에서는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폭탄 드랍하듯 짬처리시키는게 가장 좋은 해답이다. 갑자기 죽다 만것들이 등판해서 1년가까이 멘탈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라,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런 귀찮은 걸 왜 내가 해?



애초에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건, 그거 하라고  월급 받아 가는 과학자들이라고. 그러니 현장 군인인 나도 생각하는 걸 어찌 생각하지 않겠어?



그것도 감염자들에 관해서는 편집증 환자마냥 인력들을 쥐여 짜는 각국의 정부들을 상대로.

그거 못하면 과학자 직함 떼야지.



"그럼 그냥 그럴 거 같다고 써서 넘어가자고. 아 그렇다고 너무 대충 쓰지는 마. 잘못했다간 다시 쓰라고 지랄할지도 모르니깐.


"그건 기본 상식이죠. 대학에서 동기들 중 눈치 없는 놈들이 그러다가 교수님한테 엄청 욕먹었거든요."


"그럼 다행이고."



이래서 역시 배운 애가 부하로 들어와야 한다.



내가 잠시 잊은 걸 바로 콕 집어 주는 부하만큼, 기특한 존재는 없다 그거야. 물론 쌓여 있는 할 일을 짬 처리 해주는 애라면 더 기특하겠지만.



"아 참 지난번에 부식으로 들어온 초콜릿 남은 거 있는데 먹을래?"


"어 먹을래요."


"거부는 안 하네."



묻자마자 답이 돌아오자,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책상 서랍에 넣어 둔 초코바를 꺼내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그리고 나도 잠시 당충전 하려고, 초코바를 꺼내 주먹으로 한번 깬뒤 조각들을 집어 입에 넣었다.



"중대장님은 보통 휴일에 뭐 하세요? 평소에 휴일이면 항상 점호때 말고는 안 보이시던데?"


"휴일이 어딨어? 휴일이면 서류 작업 해야지."


"네?...그거 너무 일만 하시는 거 아니예요?"


"취미도 없고, 딱히 다른 애들처럼 유흥을 즐기는 편이 없으니  남아도는 시간 동안 그거라도 해야지. 뭐 그럴 때 쓴 물자 요청서로 지난번에 배치된 미트쵸퍼 같은 게 있으니 너희들 살리는 거라면 더 좋고."



내 말에 코왈스카는 살짝 경악한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듯했다.



뭐 사실 취미가 없다기보다는 여기서 할 수없는 것이라 못하는 거 였고, 여기서 유흥이라 하면 그나마 도박이나 매음굴 가는 거겠지만, 그건 또 21세기 유교 탈레반으로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니 남는 건 술 담배 없지만, 그건 물자가 부족하니 못한다. 따라서 그나마 의미 있는 서류 작업이나 무기 관리만 할 뿐이다.



취미고 뭐고, 살아서 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니깐.



"그래도 휴일에 잠은 푹 자는축이니 걱정은 마."


"그럼 퍽이나 다행이겠네요. 맨날 솔선수범 하겠다고 맨 앞으로 뛰쳐나가고, 제발 본인 몸이나 간수하세요."



하지만 코왈스카가 빈정거리며 한 말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나라고 후방가서 꿀빨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직접 몸으로 구르게 하는 존재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가?



"그건 나도 안 하고 싶거든? 근데 우리 애들이 아직 병신인데도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걸 어쩌라고? 그냥 내가 몸으로 뛰어야지."


"그치만, 증대장님은 너무 나선다고요. 옆에 있으면 든든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게 너무 과하다고요. 그러다 감염되거나 죽으면 어쩌게요?"


"내 몸, 내가 막 쓰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네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


"네..네에?!"


"중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순간 얼굴을 붉힌 체,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건은 갑자기 쳐들어온 불청객에 의해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갑자기 무전병이 왠 서류를 들고서는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누가 그따구로 문을 박차고 들어오라 했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상부에서 새 명령서가 나왔습니다!"


"명령서가 뭐. 그게 뭔 대수라고."



내가 뭐라 지적하기도 전에 무전병은 내게 명령서를 건넸다. 그것을 뺏어든체 투덜거리던 나도, 명령서를 읽자마자 뒤통수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양 충격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왜 갑자기 장거리 정찰 명령일까? 근데 작전 시행일이 2일후? 



"이거 잘못 들어온 거 아니지? 응? 제발 1중대의 그 로진스키 씹새끼한테 가야하는데 잘못 온명령서라 해 줘..."


"아닙니다...군단장은 믈론 대대장님까지도 허가한 명령서입니다."


"시발.."



아니 어제 마을 점령 작전 벌이고 돌아왔는데, 피로를 풀기도 전에 다시 작전 명령이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이건 머리통에 뇌가 아니라 우동사리를 넣어 두지 않는 한 생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차마 현실임을 부정하고 싶지만, 안지켰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리 알 수 없었던만큼, 나는 바로 다른 전선에서 작전중일 대대장인 로도필츠 소령에게 무전을 걸었다.



"대대장님. 킴 중위입니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희 중대는 어제 막 복귀했는데 다시 작전 투입이라니요! 이건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닙니까?!"


[나도 과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애초에 자네가 그 떡 치는 감염자를 잡아서 이난리가 난 게 아닌가?]


"그렇다고 어제 작전 뛰고 돌아온 부대원들을 다시 감염구역으로 밀어 넣으란 말입니까? 그것도 인원 보충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명령서에 뭐라 항변하려 했지만, 억한 심정이 담긴듯한 어조로 대대장이 역으로 날 쏘아붙히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벌인 모든 일이 후회될 정도로...



[나도 그런 명령 내리고 싶지 않아! 그런데 지금 자네 때문에 온 사령부가 난리가 났네! 모두가 죽다 만거 다죽이면 전쟁 끝날거로 생각했는데 그런 거 잡으면 어찌 안 뒤집어 지겠는가?! 다 자네가 그 지랄 맞은 거 잡아 온것 덕택에 이 사단이 일어난 거니 그냥 닥치고 하게! 그리고 나조차도 인원 부족 때문에, 이틀 전에 작전 뛰고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게 생겼으니! 사람 부족하다고 엄살 부리지 말게!]


"다만 아직 부대원들의 숙련도가!"


[그러면 자네는 훈련 받고 그짓했나?! 눈치 있으면, 군말 말고 당장 군장 싸!]



틀렸다.


대대장까지 작전 나가는데, 중위 나부랭이가 힘들다고 엄살을 피운다? 이건 그냥 폐급이다. 그냥 퇴로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에는 2일안에 서류 작업과 장거리 정찰을 준비해야만 하는 상태가 되자, 내 멘탈은 다시금 조각나기 시작했다. 장거리 정찰이면 중대 단위가 아니라 적어도, 소대에서 분대 단위까지 나눠야 커버가 되는데, 이제 겨우 1인분 하는 애들 가지고 어떻게 하라는 걸까?



"젠장....."


"저.....중대장님 그럼 이제 어떻게..."


"어떻게는 어떻게. 그냥 닥치고 작전 뛰어야지. 당장 중대원들 전원 소집 시켜."



전역하고 싶다. 진심으로.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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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낙오(2) +1 22.01.29 293 14 12쪽
72 낙오(1) +3 22.01.15 29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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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두더지전쟁(9) +2 21.12.24 280 10 12쪽
69 두더지전쟁(8) +2 21.12.03 315 14 12쪽
68 두더지전쟁(7) +2 21.11.25 326 11 12쪽
67 두더지전쟁(7) 21.11.15 32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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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더지전쟁 (3) +3 21.10.13 39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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