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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2,734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작성
22.08.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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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DUMMY

엄마가 데리러 오기로 했다는 거짓말을 전한 히토미는 지금까지 사토리를 혼자서 독차지 한 자신이 함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풍경들을 보아온 지금의 자신이라면 혼자서도 무사히 집까지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우읍..!"



과거 자신이 납치를 당했던 차량과 비슷한 검정색 승용차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 것만으로 히토미는 전신이 떨려오더니 황급히 학교 안 나무 뒤로 도망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극복한 줄 알았던 트라우마가 다시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히토미는 그 뒤로도 한참 눈물을 흘리며 위액을 뱉었다.


결국 해가 완전히 저물었음에도 학교에서 나오지 못한 그녀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비원의 눈을 피해 숨어있던 히토미는 결국 교문이 완전히 잠겨버리면서 학교에 홀로 갇혀버린 꼴이 되었다.



'나 정말 한심하구나.. 여전히 사토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런 생각에 잠겨있던 히토미는 휴대폰을 꺼내 사토리가 제일 처음으로 보내주었던 일몰의 사진을 바라봤다.


단순히 사진일 뿐인데도 따듯함이 느껴지는 화면 속 사진을 품에 안고서 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러던 그 때-



"메이 양! 거기 있으면 대답하거라!"



교문 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히토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닫혀버린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후유.. 선배..?"


"정말이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어떻게 여기에.."



다행히 히토미를 찾아냈다는 사실에 안도한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메이 양의 어머님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났다.

절대 메이 양을 데리러 가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혹시나 싶어 와봤더니.."



그녀의 대답을 듣고 히토미는 자신이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엄마에게 들켰을 것이라 확신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학교에서 나가지 못한 히토미는 괜히 자신 때문에 엄마가 걱정할까 미리 친구의 집에서 자고 온다는 메일을 보내두었지만 코우카 선배와 마주쳤다면 이야기가 제대로 맞춰졌을 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실대로 말하고 사과를 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꺼내려는 히토미를 보며 코우카는 옅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어머님께서 걱정하실만한 말은 꺼내지 않았으니.

뭐, 만약 여기에 메이 양이 없었다면 그 때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다 같이 널 찾으려고 했지만 말이다!"



그제야 안심한 히토미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나저나 너도 참 대단하구나. 혼자서 이런 곳에 남아있다니.. 옆에 있는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


"무, 무리에요.."


"흐음.. 그럼 잠깐 기다리거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코우카는 벽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더니 곧 전력으로 달려와 땅을 박차고 쉽게 벽을 뛰어넘었다.


학생회장이 이 시간에 학교 벽을 넘고서 안으로 들어온다는 상황이 황당하긴 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히토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넋을 놓은 채 그녀를 바라봤다.


결국 코우카 선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학교에서 나오는데 성공한 히토미는 오늘 하루 그녀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선배가 어떻게 엄마와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우동가게에 왔다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보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설명에 곧장 납득할 수 있었다.



"상냥한 어머님이셨다. 메이 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정말로 행복해하시더군."



코우카 선배가 자신의 엄마를 칭찬하자 히토미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먹고서 잠자리에 들기 전.


히토미는 등을 돌려 누운 채 그녀에게 나지막이 사과했다.



"죄송해요, 후유 선배.."


"응? 갑자기 왜 사과하는 것이냐?"


"그게.. 사토리가 항상 저를 데려다주느라 후유 선배나 호시야 씨가 사토리랑 같이 놀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서..

알고 있어요.. 제가 사토리의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큰 민폐라는 거.."



예상치 못한 그녀의 이야기에 화들짝 놀란 코우카는 벌떡 몸을 일으켜 옆에 누워있던 히토미를 바라봤다.



"차라리 제가 사토리랑 만나지 않았다면.. 적어도 사토리나 후유 선배.. 그리고 호시야 씨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도.."


"그 이상 말하지 말거라."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던 히토미는 뒤에서 자신을 안아주는 코우카 선배의 갑작스런 행동에 흠칫 놀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



"메이 양의 어머님께 전부 들었다. 메이 양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떻게 사토리 군과 만나게 되었는지.

많이 무서웠을 테지.. 그런 일을 겪은 메이 양이 사토리 군을 의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런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인지.

하지만 이기적이라고 하더라도.

비겁하다고 하더라도.


사토리가 곁에 없으면 히토미는 원치 않아도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혔다.

자신 한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알면서도 그녀는 결국 사토리를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는 메이 양도 같이 가자꾸나. 오늘 갔던 새로 생긴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는 굉장히 맛있었다."



히토미는 코우카 선배의 권유에 눈물을 흘리느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꼭 다 같이 그 가게에서 웃으며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


"시험 끝. 뒤에서 시험지 걷어와라."



올 해의 마지막 시험인 기말고사가 무사히 끝나고 학생들이 기다리는 건 겨울방학 뿐.


모두가 떠나가고 혼자 남은 교실에서 사토리는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보며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추억들을 떠올렸다.


많은 만남이 있었고 혼자였다면 절대 가보지 못했을 다양한 장소에도 가봤다.

자신에게 과분한 코우카 선배의 남자친구가 되기도 했고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담긴 노트가 현재 사토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사토리. 집에 가자!"


"아, 응!"



카나코 아주머니와 통화를 하고 돌아온 히토미를 보며 사토리는 그제야 창문에서 멀어져 가방을 챙겼다.


하지만-



"..미나모토.."



교실을 나서려던 두 사람의 앞에 갑자기 미나모토가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는 여전히 히토미가 사토리의 뒤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한테 이 말은 꼭 해야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이던 미나모토는 갑자기 고개까지 숙이며 사토리에게 말했다.



"고마워. 그 때 일부러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일부러 나를 도발한 거.

사실은 나를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거지?"


경주 대회에서 사토리가 자신을 응원해줄 때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미나모토는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난 그냥 빚을 갚은 것 뿐이야.. 네가 먼저 문화제를 준비할 때 나를 도와줬잖아."



히토미를 위해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힘써준 미나모토의 배려를 사토리는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대답에 피식 웃어보인 미나모토는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우리.. 아직 친구 사이냐?"



사토리는 그가 내민 주먹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주먹을 맞대며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리고 동시에 터져버린 웃음.

남자들의 우정이라고 치부하는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히토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유치해.."



남자의 가슴에 쐐기를 박는 히토미의 한마디에 다시 평소대로 인사를 하며 미나모토와 헤어진 사토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학생회실에 들렀다.


학생회로서의 업무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유 코우카는 자신이 있었던 그 장소를 바라보며 뭔가 쓸쓸해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코우카 선배."


"아, 사토리 군. 메이 양까지.."



당연하지만 내년부터는 새로운 학생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도 시작된다.

즉, 학생회장으로서의 후유 코우카는 더 이상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저는 내년에도 선배가 원한다면 학생회장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의 진심이 담긴 위로에 코우카는 미련 없이 학생회실로부터 등을 돌리며 대답했다.



"두 사람 다 고맙다.. 하지만 나 이외에도 학생회장이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저 자리는 양보할 생각이다.

후배들의 귀중한 경험을 빼앗는 것은 선배로서 할 짓이 아니니까."



그녀가 신중하게 내린 결심을 듣고 사토리와 히토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고3이 되어버리는 코우카 선배의 뒷모습이 두 사람에게는 어엿한 어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1년 동안 학생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준 그녀를 향해 고생했다는 감사를 전한 뒤 두 사람은 학교를 나와 교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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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발렌타인데이 (2) 22.09.03 22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4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3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6 0 10쪽
»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6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5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2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5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72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22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6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9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7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9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6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4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2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8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40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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