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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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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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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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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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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DUMMY

드디어 장거리 경주 대회가 열리는 당일.

사토리와 히토미는 담임인 아키야마의 차를 타고서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각 고등학교의 학년 대표들이 참가하는 대회인만큼 몸을 풀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쉽지 않은 경쟁상대라는 것을 사토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앞에 보이는 녹색 천막이 우리쪽 대기실이다.

난 주차하고 갈 테니 너희는 먼저 가있어라."


"네, 그럴게요."


아키야마 선생님이 가르쳐준 녹색 천막 아래에 도착한 사토리와 히토미는 그곳에서 몸을 풀고 있던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사, 사토리 군..?!"


"컨디션은 어떠세요?"


"물론 최상의 컨디션이다! 설마 메이 양과 사토리 군이 응원하러 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기뻐하는 코우카와 다르게 미나모토는 사토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여전히 몸을 풀어줄 뿐이었다.

아무리 연기였다고는 해도 당사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면 부모를 욕한 사토리는 미움을 받는 게 당연했다.


그러던 그 때-


"어라? 혹시 네가 사치 군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댕기머리에 둥근 금테 안경을 쓴 한 여성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다 사토리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물론 사토리는 그녀가 누구인지조차 짐작가는 바가 없었기에 함께 있던 코우카가 대신해서 그녀를 소개했다.


"이쪽은 텐도 카오리 선배다. 3학년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 학생회장이지."


"아.. 처음뵙겠습니다. 사치 사토리라고 합니다."


"메이 히토미라고 해요.."


처음보는 사람의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히토미는 자연스럽게 사토리의 등 뒤로 숨어 작게 속삭이듯 인사했다.


"어.. 저기.. 두 사람은 혹시 사귀는 사이니?"


"네..?!"


"아, 아니에요!! 저랑 히토미는 뭐라고 할까..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할까..!"


히토미가 등 뒤로 찰싹 달라붙는 것을 사토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텐도가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지만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대답에 안심하며 코우카에게 말했다.


"다행이네, 코우카! 사귀는 사이가 아니래!"


"그, 그걸 왜 저를 보면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텐도 선배의 돌발적인 발언에 화악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 코우카는 그 뒤에 몇 번이나 사토리의 얼굴을 초조해하며 살폈다.


그런 코우카의 반응이 너무나 귀여워서 텐도는 조금 더 짓궂은 장난을 치고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전 학생회장이라는 말이 신경쓰였던 사토리의 질문에 의해 그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전 학생회장이라면.. 코우카 선배가 1학년이었을 시절에 학생회장이셨다는 말씀인가요?"


"응! 물론 코우카는 그 때도 나를 도와 학생회에서 일하긴 했지만 내가 3학년이 되면서 그녀에게 학생회장을 추천했거든~ 코우카만큼 우수한 인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걸."


코우카 선배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는 사토리 역시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의견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주차를 마치고 천막으로 들어온 아키야마는 비닐에 가득 담긴 이온음료를 나누어주며 말했다.


"10분 뒤에 대회가 시작될 예정이다. 미리 말하지만 절대로 무리는 하지마라. 중간에 몸이 아프거나 이상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포기해도 된다.

텐도는 이미 추천장을 받았고 후유 넌 1학년에 한 번 우승한 기록이 있으니 반드시 이번에 우승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미나모토 너도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기회가 있으니까 대충해도 대충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희들의 안전이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겠지?"


겉보기와 다르게 누구보다 학생들을 걱정해주는 아키야마 선생님의 이야기에 세 사람은 동시에 대답을 하며 각 학년별로 지급된 완장을 찼다.


1학년은 노란색, 2학년은 붉은색, 3학년은 청색의 완장을 차고 경주에 참여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학년별로 우승자를 정확하게 구별해내기 위해서였다.


"후, 후유 선배..! 꼭 우승하세요..!"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처럼만 하시면 꼭 우승할 거예요!"


"아아! 다녀오마!"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출발지점을 향한 코우카와 텐도를 따라 마지막으로 천막을 나서려는 미나모토의 어깨를 붙잡고서 사토리는 나지막이 말했다.


"꼭 우승해라."


그 한마디에 미나모토는 흠칫 놀라며 사토리를 돌아보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한눈팔지 말고 잘 보고 있어!"


천막을 나서며 미나모토는 당당하게 외쳤다.

그렇게 모든 참가자들이 출발선에 모이고 참가자들의 가족이나 관계자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던 그 순간.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스타트건의 총성이 울리면서 모든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개개인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시 학년 대표로 선발된 주자들인만큼 모두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기에 집중했다.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이구나."


연습했던대로 처음에는 가벼운 느낌으로 달리고 있던 미나모토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코우카 선배의 질문에 황급히 웃음을 감추고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 그래요..?"


"게다가 내가 가르쳐 준대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건 이미 능숙해진 모양이군. 이대로만 한다면 1학년 중에서는 분명 미나모토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희미하게 미소가 번지던 미나모토는 관중들 사이에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마치 세계가 멈춘 것처럼 느껴진 그였지만 이내 냉정하게 고개를 외면하고 갑자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먼저 갈게요, 선배.."


"잠ㄲ.. 미나모토..?! 갑자기 그렇게 페이스를 높이면..!!"


예상치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미나모토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고 순식간에 앞으로 추월해나갔다.


이번 장거리 육상대회의 총 완주거리는 10km.

그 중에서 중간지점을 지나면 펼쳐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뒤쳐지는 구간이었다.


'두고 봐. 반드시 난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결과를 쟁취할 테니까.'


빠르게 속도를 낸 덕분에 현재까지의 선두는 미나모토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문제의 지점인 오르막길에 도착하면서 그는 아주 잠깐 두 발을 멈추었다.


"하아.. 하아.."


페이스 조절이 흐트러지면서 점점 숨이 가빠 오고 발목에서는 희미하게 통증마저 느껴졌다.

코우카가 가르쳐주었던 장거리 경주에서의 주의점을 지키지 못한 결과였지만 미나모토는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발목의 통증을 무시하고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 그의 표정은 통증이 느껴지는 오른발로 지면을 밟을 때마다 눈에 띄게 변했다.


어느새 주위에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고 7km지점에 다다랐을 때 미나모토는 결국 벽에 등을 기대고서 발목의 상태를 확인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멀쩡한데 손가락이 닿는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그는 떨어지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하하.. 결국 그 때랑 똑같은 상황이네.."


코우카 선배를 처음만났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미나모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느새 완전히 선두를 뺏겨버린 것도 모자라 아무도 자신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 냉정한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 때도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서로 더 높은 곳을 꿈꾸고 있는 경쟁상대였으니까.


다만 의욕이 없었던 그 때와 다르게 열심히 연습하고서 겪는 부상으로 인한 상심은 그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육상으로 처음 느껴보는 분한 감정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던 그 때-


"미나모토!!"


어김없이 그녀가 나타났다.


"역시 무리하지 않았느냐!! 너 답지않게 왜 그런 실수를..!!"


"후유 선배.."


현재까지 선두였던 미나모토를 지나친 사람은 3학년의 완장을 찬 학생들이었기에 코우카는 당당히 2학년 대표주자들 사이에서 1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달리면 2번의 우승으로 추천장을 받는 게 확정이었지만 그녀는 어째서인지 미나모토의 곁에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어디가 아픈 것이냐. 왼쪽 발목? 아니면 오른쪽이냐?"


"전 됐어요..! 그보다 선배는 계속 달리셔야죠! 이대로 우승하면 추천장을 받는 거잖아요!"


코우카는 주머니에서 붕대를 꺼내더니 미나모토의 발목을 만져가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오른쪽 발목에 손이 닿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확인한 코우카는 능숙하게 붕대로 그의 발목을 고정시키듯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덕분에 발목의 통증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미나모토는 자신때문에 우승을 포기한 코우카 선배를 차마 똑바로 마주볼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도 이러지 않았느냐. 제일 앞에서 달린 네가 다리를 다쳐서 주저앉아 있을 때였지."


"아뇨.. 그 때는 제일 꼴찌였어요.. 반환점을 돌아오던 선배가 저를 발견해준 것뿐이에요.."


"그럼 더 굉장한 것이 아니냐! 그렇게 달리기가 서툴렀던 네가 실수를 하긴 했어도 분명히 2등으로 달리고 있었던 건 굉장한 발전이다!"


기쁘게 칭찬을 받아들이던 미나모토는 제일 앞에서 달렸던 자신이 2등이라는 코우카 선배의 말을 의심하며 물었다.


"2등이요..? 제 앞을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응? 아아. 미나모토 넌 못 봤겠지만 텐도 선배는 대회가 시작하자마자 모든 주자들을 따돌리고 선두로 달려나갔다! 아마도 그런 걸 재능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텐도 선배의 뒷모습조차 볼 수 없었던 사실에 미나모토는 크게 좌절했다.

그런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한 코우카는 부드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미나모토. 다음 대회에서는 꼭 같이 우승하자."


너무도 상냥한 그녀의 말 한마디에 미나모토는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꼭 같이 우승하자는 자신의 말을 신경써서 일부러 이번 대회의 우승을 포기한 코우카 선배의 상냥함을 이제서야 눈치챈 것이었다.


결국 장거리 경주 대회는 텐도의 우승만을 축하하며 막을 내렸고 이미 2번의 우승으로 추천장을 받은 그녀덕분에 3학년 대표팀에서는 2등으로 들어온 다른 학교의 학생이 추천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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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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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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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9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9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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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31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7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4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2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8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40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30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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