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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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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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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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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히토미의 부상

DUMMY

문화제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천막을 치거나 간판을 만드는 등 학교 안은 문화제 준비로 모두가 분주한 상황이었다.


사토리가 속한 3반 역시 강당에서 제대로 된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연극의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각종 무대 장치나 조명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순조롭게 리허설을 하고 있던 그 때-


"사토리 군!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나?"


"코우카 선배? 문화제 관련 이야기라면 미나모토한테 하시는게.."


"그,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안 되느냐..?"


코우카 선배가 사토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미나모토는 속으로 피어오르는 묘한 질투심을 억누르며 잠시 휴식을 선언했다.


"오오! 마침 휴식이지 않느냐! 어서 따라오거라!"


기다렸다는 듯 코우카는 사토리의 손을 잡아끌며 강당을 벗어났고 그렇게 두 사람이 도착한 장소는 어느정도 준비가 갖춰진 솜사탕 노점이었다.


학생회장의 대우를 받으며 여러 학생들에게 음식의 맛을 봐달라고 부탁 받은 코우카가 사토리를 떠올리고 데려온 것이었다.


"여기요, 회장님! 맛있게 드세요!"


"고맙게 먹으마!"


거대한 분홍색 솜사탕을 건네받은 코우카는 손으로 솜사탕을 조금 떼어내 입안으로 가져갔다.

단순한 설탕일 뿐인 솜사탕을 먹으면서도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사토리는 그만 풋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가, 갑자기 왜 웃는 것이냐..! 혹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거냐..?!"


"아, 죄송해요! 그냥 선배가 솜사탕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역시 선배도 여자애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서요."


달콤한 음식에 열중해 자신의 표정을 신경쓰지 않았던 코우카는 뒤늦게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여자애라고 말해준 것은 솔직히 기뻤지만 사토리에게 민망한 표정을 보여버린 것 같아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토리 군도 먹어보거라.. 굉장히 맛있단 말이다!"


"그럼 조금만.."


마찬가지로 솜사탕을 조금 떼어내 입안으로 집어넣은 사토리는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새어나왔다.


"확실히 맛있네요!"


"그렇지?!"


마치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고싶었는지 코우카는 사토리의 그 한마디에 안심하고 다시 마음껏 솜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단지 이렇게 문화제에서 팔 음식들을 같이 먹기 위해서 불렀다면 좋았겠지만 사토리는 똑똑히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선배.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게.."


조금 더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코우카는 사토리의 질문에 발을 멈추고 미소를 잃어버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나모토에게 들었다만.. 연극의 시나리오를 사토리 군이 썼다고 하더군."


"네, 뭐.."


"학생회에서 문화제 연극에 사용될 시나리오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사항이 없는지 검토를 하던 중 의문이 들었다.

사토리 군.. 혹시 아직까지도 과거의 너를 차버린 여성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 질문에 있어서 사토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네. 아직도 좋아해요."


"..그런가.. 잘 알았다."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그녀가 사토리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설령 사토리가 아직 과거에 좋아했던 여성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화제가 기대되는구나!"


이번에도 혹시 코우카 선배를 불쾌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걱정하던 사토리는 설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에 안심하며 대답했다.


"그러네요. 이번 문화제에 같이 구경하기로 했었죠? 한 번 문화제를 경험했던 선배니까 안내 잘 부탁드릴게요!"


"맡겨두거라!"


그렇게 코우카 선배와 헤어지고 다시 강당으로 돌아온 사토리는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황급히 단상쪽으로 달려왔다.


그곳에는 히토미가 다리를 접질려 앉아 있었고 미나모토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던 중이었다.


"무슨 일이야?!"


"아.. 사토리.. 미안해.. 내가 다리를 접질려서.."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 다리로는 연극은 할 수 없어."


"아니에요..!! 저.. 할 수 있어요..! 제가 해야만 해요!!"


여주인공을 교체하려는 듯한 미나모토의 이야기에 히토미가 화들짝 놀라며 간절하게 외쳤다.

그런 히토미의 모습을 보고 미나모토는 처음에는 의심이었던 의심이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무슨 소리야, 히토미! 무리했다가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쩌려고!"


"하지만.."


히토미는 이 연극을 위해서 그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연습했다. 좋아하는 노래방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쉬지않고 대사를 읊었다.

사토리가 자신을 위해서 써준 이야기였으니까 꼭 멋진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랬는데-


"2반의 미유키 씨한테 부탁하고 올게. 대본은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까 시간만 조율하면 우리쪽 연극을 도와줄 수 있을 거야."


그녀가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와는 관계없이 사토리는 히토미의 몸 상태를 제일 먼저 신경썼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히토미 역시 그걸 알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혼자 침울해 할 뿐이었다.


사토리가 떠나간 뒤 버려진 강아지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히토미에게 다가와 미나모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메이 양. 이번 연극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어?"


"네..? 집착이라니.. 그런 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외면하는 그녀의 행동에 미나모토는 그 답지않은 질문을 던졌다.


"메이 양 말이야. 사치를 좋아하고 있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침묵을 지키는 히토미.

하지만 이 상황에서의 침묵은 곧 긍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대답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제안했다.


"괜찮다면 우리 거래하지 않을래?"


"거래라니요..?"


"이번 연극에 메이 양이 그대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나도 어떻게든 도와줄게. 하지만 그 대신에 메이 양이 꼭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미나모토가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전달한 거래를 들었을 때 히토미는 쉽사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는 사토리를 포함해 호시야 미유키나 코우카 선배에게도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히토미가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망설이는 모습에 미나모토는 더욱 필사적으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냥 연극일 뿐이야. 게다가 메이 양도 상대가 사치라면 싫지 않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역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이 역겹다고 느끼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히토미를 이용해 코우카 선배의 마음을 상처입히려고 하는 자신이 비겁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미나모토는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후유 코우카가 사토리를 좋아하고 있는 이상 자신의 마음은 닿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했다.


'후유 선배가 사토리를 포기하게 만들면 돼.'


사토리보다 더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보고 좋아해왔던 사람은 자신이라며 미나모토는 두 사람이 사귀었던 그 날 이후 계속해서 사토리를 질투해왔다.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끝난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코우카가 더욱 사토리를 좋아하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이대로는 정말 그녀를 사토리 따위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응.. 알았어요.."


"그럼 거래 성립이네. 문화제 때 메이 양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내가 이야기를 해놓을게.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동작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대 배경도 조금 손봐둘 테니까 메이 양도 약속 꼭 지켜줘."


그렇게 미나모토와 비밀리에 거래를 하고서 사토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히토미는 자신을 업어주고 있는 사토리의 등을 바라보며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기.. 사토리.. 사토리는 그.. 연기에서 키스를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


만약 사토리가 아무리 연기라도 과한 스킨십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히토미는 미나모토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응? 아아.. 드라마나 영화같은 곳에서 자주 나오긴 하지."


"으, 으응.. 그래서 사토리는 어떻게 생각해..?"


평소에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질문에 신중히 고민하던 사토리는 이내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뭐, 배우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어쨌든 서로 합의를 하고 촬영을 하는 거니까.."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닌 배우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토리의 대답에 히토미는 약간 불만스러운듯 볼을 부풀렸다.


"그게 아니라..! 만약 사토리가 그 배우들처럼 연기에서 키스신을 찍는다는 상황이라면 말이야..! 나는 사토리의 입장이 듣고 싶은 거야..!"


어째서 히토미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지한 대답을 바라는 히토미의 표정을 보고 사토리는 신중하게 답을 들려주었다.


"나는.. 내 입장에서는 역시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을 거야."


"어째서..? 배우들이 합의를 한 거라면 괜찮다고 말했잖아.."


"그야 배우들은 다들 잘생겼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걸. 나같은 녀석이랑 키스신을 찍는다면 아무래도 상대 역을 맡은 사람에게 너무 민폐잖아."


그렇지 않다고 곧장 대답하려던 히토미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토리의 표정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말아달라는 것 같은 괴로워보이는 표정.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사토리는 스스로에게 자신을 잃어버려 비참하다는 감정을 모두 숨기지 못했다.


괴로운 것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상냥한 위로를 받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이 두려웠다.


"다리는 좀 어때?"


"..응.. 많이 괜찮아졌어.."


결국 히토미는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못하고 사토리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내일이면 시작되는 문화제.

하지만 괴로운듯 웃음지었던 사토리의 표정을 본 히토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두 세 번 울리는 신호가 끝나고 마침내 연결된 통화.


"별 일이네. 메이 양이 먼저 내게 전화를 걸다니."


평소와 똑같은 호시야 미유키의 목소리를 듣자 히토미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호시야 씨.. 실은 부탁이 있어서요.."


"내일 연극에서 직접 연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라면 이미 미나모토 군에게 부탁받았어. 걱정하지 말고 대사나 제대로 외워두는 게.."


이미 약속을 지킨 미나모토의 이름이 언급되자 히토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침묵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미유키는 조금 달라진 목소리로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뇨.. 죄송해요.. 헤헤.. 실은 다리가 생각보다 통증이 심해서요.. 역시 내일 연극.. 호시야 씨에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예상치 못한 부탁에 미유키가 대답을 망설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한참동안 정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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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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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6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4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2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8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40 0 11쪽
» 히토미의 부상 22.07.10 30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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