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2,716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작성
22.08.13 15:49
조회
21
추천
0
글자
10쪽

악역을 자처하다

DUMMY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사토리 군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오는 길이라 피곤할텐데.."


"괜찮아요, 카나코 아주머니. 별로 그렇게 무겁지도 않은데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카나코 아주머니와 마주친 사토리는 양손 가득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대신해서 들어주었다.

혼자가 되었던 자신을 가족처럼 아껴준 그녀는 사토리에게 있어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저기.. 저번에는 정말 감사합니다..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해주셔서.."


"잔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조금 걱정이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걸?"


"..저도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볼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사토리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겠다는 이야기에 카나코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사토리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느덧 듬직하게 성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우리 히토미랑은 진전이 좀 있니?"


"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 사토리.

이에 카나코는 뭘 그리 놀라냐는 식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머? 이제는 히토미를 좋아하는 게 아니니?"


"아.. 아뇨.. 그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마음같아선 딸래미의 진심을 대신 전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연애는 불안과 두근거림을 극복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카나코는 사토리의 마음을 묻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후훗. 사토리 군이라면 난 사위로서 대환영이야~"


히토미의 짓궂은 농담이 카나코 아주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 확신한 사토리는 지금의 발언 또한 가벼운 농담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렇게 찾아온 다음날 아침.


"사토리~ 학교가자~!"


"미, 미안..! 오래 기다렸.."


언제나처럼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히토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토리는 어제 카나코 아주머니가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이제는 히토미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그 질문에 솔직히 사토리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녀와 수족관 데이트를 했을 때 사토리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전히 히토미에게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만 대답은 미묘했다.


"사토리..? 왜그래..? 그렇게 멍하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갈까?"


가끔씩 히토미가 괜한 오해를 부르는 장난을 치는 바람에 두근거릴 때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며 사토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그렇지.. 히토미가 날 좋아할 리도 없고.. 만약 히토미도 날 좋아한다면 그 때 내 고백을 듣고 그런 반응을 보였을 리가..'


"토리..! 사토리..!!"


"응?! 미안..! 뭐라고 했어..?"


"정말.. 아침부터 상태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 혹시 어디 아파서 그래..?"


안 된다.

어제 카나코 아주머니와 했던 대화 이후로 사토리는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적인 감정깨문에 히토미와 친구 사이로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의 순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며 사토리는 자신의 두 뺨을 힘껏 두드렸다.


"그냥 잠이 좀 덜깨서 그래! 그런데 뭐라고 한 거야?"


"내일이 선생님이 말했던 대회날이잖아.

사토리도 후유 선배를 응원하러 갈 거지?"


장거리 경주 대회가 열리는 시각은 평일 오후 2시.

즉, 경주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히토미가 이렇게 당당히 응원하러 갈 것인지 묻는 이유라면..


"다들 주목. 알고 있겠지만 내일은 이전에 말했던 장거리 경주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우리 학교 1학년 대표로는 미나모토가 참가하게 되었으니 점심시간 이후로 응원하러 가고 싶은 녀석은 조용히 손들어라."


같은 반의 미나모토가 1학년 대표로 참가하게 되어 응원하러 갈 학생을 모집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숨이 멎을만큼 차가운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토리는 묵묵히 손을 들었고, 사토리가 손을 든 것을 보자마자 뒤따라 히토미도 재빨리 손을 들었다.


본래 응원으로 데려가려던 학생의 수는 다섯명 정도로 제한을 두려고 생각했던 아키야마는 예상외로 지원자가 적은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더 없어? 너희가 그렇게 싫어하는 수업을 당당하게 빠질 수 있는 기회라고?"


어떻게든 응원 희망자를 늘리기 위해 그는 선생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달콤한 말로 학생들을 부추겼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조례가 끝나고 사토리는 미나모토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려고 했지만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서 교실을 빠져나갔다.


현재 그의 모습이 자신의 예전 모습과 겹쳐보였던 사토리는 이건 좀 아니다싶어 결국 코우카 선배에게 이 상황에 대한 상담을 털어놓았다.


"..그런가.. 역시 그 때의 일로.."


"네? 그 때라니요?"


"아,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골치아픈 상황이구나.. 미나모토는 나름 진지하게 달리기를 좋아해서 이번 대회에 우승할 생각으로 참가하는 것뿐인데.."


물론 사토리 역시 미나모토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저 코우카 선배와 함께 하고 싶은 이유만으로 육상부에 들어왔을 뿐이라면 애초부터 그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1학년 대표로 확정되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상담을 들어주던 코우카 선배가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사토리는 이내 결심하듯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볼게요!"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것이냐?"


"요점은 미나모토가 달리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믿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그거라면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까 저한테 맡기세요."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사토리는 여전히 혼자 고립되어 있는 미나모토를 발견하고 마음을 굳게 먹은 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여어, 미나모토. 결국 1학년 대표로 대회에 나가는 것 같더라. 그러고보니 너희 아버지도 옛날에는 육상을 하셨다면서?"


사토리는 일부러 주변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런 사토리의 부자연스러움을 알아차린 건 오로지 그와 긴 시간을 함께 지내온 히토미뿐이었지만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상황이라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뭐냐, 사치. 남의 부모님까지 조사하고 다니는 취미라도 있는 거냐?"


"아니아니. 난 그냥 조금 신경쓰여서 말이야. 듣자하니 네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가 코우카 선배때문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들리더라.

너희 아버지도 대회에서는 한 번도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던데.. 실은 너나 너희 아버지도 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거 아니냐."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모욕하는 사토리의 험담에 미나모토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말 조심해, 사치. 아무리 너라도 그 이상 지껄이면.."


"왜? 아아~ 설마 너. 아버지를 존경해서 육상부에 들어갔다거나 그런 한심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대회에서 한 번도 좋은 성적을 거둔 적 없는 사람의 어디를 존경.."


그 순간 참지 못한 미나모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토리의 얼굴을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그 덕분에 몸이 밀려 책상을 엎으며 나가떨어진 사토리는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었다.


"저건 말이 좀 심하지 않아?"


"그러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도 아버지가 육상을 했다면 존경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사치 군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최악이잖아.."


사토리의 계획은 훌륭하게 성공했다.

미나모토를 멀리하던 클래스메이트들은 어느새 걱정하며 그를 위로하거나 격려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댓가로 사토리는 미나모토를 대신해 반에서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가 되기로 각오한 사토리였지만 그런 사토리의 곁을 히토미만큼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사토리는 바보야.. 미나모토 군을 위해서 그런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잖아.."


미나모토에게 걸었던 시비가 모두 연기였음을 알고 있는 히토미의 소심한 투정에 사토리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결과적으로 미나모토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그나마 말을 걸어주던 몇몇 클래스메이트들마저 등을 돌려 완전히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와버린 사토리.


하지만 그럼에도 미나모토가 당당히 달리는 것에 열중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에 사토리는 조금도 후회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럼 이만.."


집에 도착해 곧장 집 안으로 도망치려는 사토리의 소매를 히토미는 꽉 붙잡았다.


"히토미..?"


"아.. 저기.. 치료..! 응..! 우리 집에서 얼굴에 얼음찜질정도는 하고 가는 게 어떨까해서.."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 그렇게 쎄게 맞은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그냥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나을거야."


미나모토에게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버린 사토리의 왼쪽 뺨은 작게 부어올라 있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왼쪽 뺨이 욱씬거리는 감각은 결코 금방 붓기가 사라질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집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서 거울 앞에 선 사토리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달리기에 진심이면 내가 도와주기 전에 조금은 제대로 화를 내라고..'


이상할 정도로 지금껏 참아오기만 했던 그를 떠올리며 사토리는 얼음찜질을 하기 위해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재개하겠습니다! 22.05.28 52 0 -
85 (1부 완)졸업식과 입학식 22.09.04 33 0 10쪽
84 발렌타인데이 (2) 22.09.03 22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4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3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6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1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4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22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6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9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7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9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6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3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2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7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