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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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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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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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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시 한 번 유원지에

DUMMY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에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걸려있었고 상점가의 중심에는 거대한 트리가 자리잡았다.


날이 저물고 거리에 조명들이 켜지면 무르익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아지고 대부분의 식당은 시끌벅적 해질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가.."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은 거리를 걸으며 사토리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막 오전 10시가 지난 아침.

사토리는 버스를 타고 코우카 선배와의 추억이 있는 유원지로 향하고 있었다.


고다에게 받은 티켓도 사용할 겸 히토미는 사토리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유원지에 가자고 권했고 이에 그는 모처럼이니 미유키와 코우카 선배도 부르자고 했다.


두 사람의 대답은 당연히 긍정적이었고 덕분에 히토미는 코우카 선배와 함께 집에서 잠을 자고서 그녀들과 함께 유원지에 향하기로 한 것이었다.


유원지까지 가는 버스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유원지를 거쳐 수도로 가는 버스와 유원지가 종점인 버스가 있었다.


이번에 사토리가 탑승한 버스는 유원지가 종점인 버스였고 덕분에 유원지가 가까워지면서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소녀를 제외하고-



'뭐지..? 책을 읽고 있느라 종점에 도착한 걸 모르는 건가?'



맑게 갠 하늘같은 푸른색 트윈테일에 보석같은 선홍색 눈동자의 소녀는 마치 인형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든 승객들이 내리고 난 뒤에 천천히 내리려고 했던 사토리는 역시나 소녀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책만 읽고 있는 모습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걸었다.



"저기.."



엄청난 집중력으로 책을 읽고 있던 소녀는 사토리가 말을 걸어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이에 사토리는 더욱 과감하게 소녀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려했다.


하지만.



"늦어, 사토리!"


"정말이다! 남자가 되서 여성들을 기다리게 하다니!"



먼저 유원지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은 버스 안에 타고있던 사토리가 내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그 덕분에 열심히 책을 읽고 있던 소녀는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가는 소녀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미유키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 답을 떠올리지 못한 채 등을 돌렸다.



"사토리! 회전목마야! 정말 회전목마가 있어!!"



유원지에 오는 게 처음인 히토미는 TV로만 보던 회전목마를 접하자마자 흥분하며 대기열을 향해 달려갔다.



"정말이지. 겨우 회전목마를 보고 저런 반응이라니. 완전히 어린아이같네."


"..고마워요, 코우카 선배. 그리고 미유키 씨도."



사실 사토리가 두 사람을 부른 이유는 유원지에 처음으로 가게 된 히토미가 더욱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히토미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고 밖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사토리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꼭 그녀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했다.


길었던 대기열이 서서히 줄어들고 마침내 회전목마에 탑승할 순서가 다가오자 히토미는 막상 혼자서 목마 위에 올라타기가 두려워졌다.


회전목마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기에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생겨난 것이었다.

미유키는 히토미가 목마에 올라타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그녀와 코우카 선배의 손을 잡아 목마가 아닌 마차 안에 탑승했다.



"이거라면 괜찮지?"


"네..!! 감사해요, 호시야 씨..!"



마차의 최대 탑승 인원은 4명이었기에 사토리 역시 그녀들과 함께 마차에 탑승하려 했지만 미유키는 그가 탑승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렸다.



"미유키 씨..?"


"사토리 군은 저쪽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마차의 바로 앞에 있는 목마를 가리켰다.

마치 마차를 끄는 것처럼 이어진 목마를 보며 사토리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목마 위에 올라탔다.


머지않아 모든 승객들이 탑승한 것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하는 회전목마에 히토미는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입가에 활짝 미소가 번졌다.



"굉장해요..!! 정말로 마차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 나이에 회전목마를 타는 건 역시 조금 부끄럽군.."



기뻐하는 히토미와 달리 코우카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회전목마 이후로도 그녀들은 히토미가 관심을 갖는 모든 놀이기구에 함께 어울려주었다.

흐르는 물을 따라 보트형 기구를 타고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워터슬라이드와 문화제와는 격이 다른 귀신의 집.


사방이 거울로 이루어진 미로를 탈출하는 등등 모두 처음 겪어보는 놀이기구였지만 히토미는 굉장히 즐거워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 하늘. 유원지에 놀러온 사람들은 여전히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다음에 탑승할 놀이기구를 탐색하는 히토미를 따라 걷던 코우카는 저 멀리 보이는 한 놀이기구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머췄다.



"왜 그러세요, 코우카 선배?"


"응?! 아아..! 아무것도 아니다..!"



사토리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대관람차를 다시 한 번 타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그녀는 뒤따라오던 사토리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히토미가 이번에 타보고 싶어한 놀이기구로 대관람차를 선택했고 이에 코우카는 당황하며 사토리의 표정을 살폈다.


사토리와 사귀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이자 추억이 된 대관람차.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그녀는 사토리의 반응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사토리! 대관람차 같이 타자!"


"아.. 저기.."



히토미의 제안에 시선을 피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토리의 모습을 본 코우카는 조금씩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토리에게 이제 대관람차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있는 장소로 남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코우카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녀오거라. 메이 양이 원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 미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본인만 눈치채지 못했을 뿐, 세 사람은 그녀의 어색한 미소를 보고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결국 미유키가 히토미와 대관람차 대기열로 향하고 사토리는 혼자 남아있으려는 코우카 선배의 옆에 서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혹시 아까 보고 계셨던 게 대관람차였어요?"


"..뭐든 다 알아차리는구나, 사토리 군은.."



후유 코우카는 너무도 정직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사토리에게 차였다면 모를까, 먼저 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놓고 이제와서 소중한 추억이 있는 대관람차를 뻔뻔하게 같이 타고 싶다며 진심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에 보였던 사토리의 반응이 그녀의 본심을 감추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사토리 군도 다녀오거라. 괜히 나때문에 사토리 군까지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자신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그렇게 말하는 코우카 선배의 모습에 사토리는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보며 천천히 대답했다.



"저는.. 코우카 선배도 같이 대관람차를 탔으면 좋겠어요."


"무리다..! 나 때문에 사토리 군은.. 대관람차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남아버리지 않았느냐.."



그제서야 사토리는 그녀가 조금 전 자신의 반응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외쳤다.



"오, 오해에요!! 조금 전에 히토미의 부탁을 쉽게 받아주지 못한 건.."



이 자리에서 직접 설명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린 사토리는 즉시 코우카 선배의 손을 잡고서 대관람차 대기열에 올랐다.



"갑자기 뭐 하는 짓이냐..!!"


"저랑 다시 한 번 대관람차에 타주세요, 선배."



진지한 얼굴로 부탁하는 사토리의 모습에 코우카는 차마 더 이상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다.

먼저 줄을 섰던 두 사람과 따로 대관람차에 탑승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사토리는 마주앉은 코우카 선배를 보며 이 순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제 설명해 보거라! 왜 나를 데리고 대관람차에 탑승한 것이냐!"


"..혹시 기억하세요? 코우카 선배랑 이곳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했을 때의 시간들이요."



유원지 자체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던 코우카는 사토리와 처음으로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떤 놀이기구를 타도 즐겁지 않았고 평범한 여성들처럼 되고 싶어했던 코우카는 만일 사토리가 아니었다면 그 날 하루를 인생 최악의 날로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물론이다. 사토리 군이 놀이기구에 흥미를 못 느끼는 나를 게임장에 데려다 주지 않았느냐. 그 때는 정말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코우카 선배가 처음으로 먼저 타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이 대관람차였죠."



자신이 먼저 사토리에게 이 대관람차를 타고 싶다고 말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코우카는 이내 입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기뻤어요."



자신을 책망할 줄 알았던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자 코우카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대관람차를 탔을 때의 선배는 굉장히 즐거워보였거든요. 적어도 이 놀이기구만큼은 선배가 진심으로 즐거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기뻤어요."



창 너머로 비추는 아름다운 경치와 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사토리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짧게 말을 이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리가 없잖아요.

코우카 선배랑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요."



그 한마디에 코우카는 흘러나온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 사토리를 좋아하는 감정이 흘러넘쳐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사토리 군. 나는.."


"선배! 보세요! 눈이에요!"



모처럼 용기내어 다시 한 번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던 코우카는 갑작스럽게 내리기 시작한 새하얀 눈을 보며 말을 삼켰다.

마치 지금은 그 마음을 덮어두라는 의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고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고백을 거절당하면 더 이상 친구로 지내는 평범한 일상도 깨져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후유 코우카에게도 당연히 그 두려움은 존재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겠구나."



지난 번에 이어 오늘 또 다시 대관람차에서 사토리와의 소중한 추억이 생긴 코우카는 이날 이후로 유원지를 아주 조금은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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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4 0 10쪽
»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3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5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1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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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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