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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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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2,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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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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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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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부모님의 과거

DUMMY

"수고하셨습니다!"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조금 지친 기색으로 집에 돌아가던 사토리는 우연히 가로등 근처를 지나가는 낯익은 남성을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키히로 아저씨."


"아버님이라 불러라."


"아..아뇨.. 역시 갑자기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건 무리가.."


후유 코우카의 아버지인 후유 아키히로란 사내는 남자다움이 흘러넘치는 투블럭 헤어의 근육남이었다.

남자라면 운동을 잘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사토리의 아버지인 사치 오모이와 동창이라고 했다.


"퇴근하시는 길인가 보네요."


"업무가 생각했던 것보다 늦어져서 말이지."


일단 가볍게 설명하자면 후유 아키히로는 사토리에게 안심하고 자신의 딸래미와의 교제를 허락했다.


하지만 사실 사토리와 후유 코우카는 이미 헤어져 더 이상 교제중인 관계가 아니었고 이를 모르는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사토리가 긴장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시간 괜찮으면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아르바이트가 끝난 직후라 조금 쉬고 싶어서요.."


그와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면 물만 마셔도 체할 것 같다는 확신에 사토리는 정중히 대화를 거절했다.


하지만-


"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상치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언급이 되면서 사토리는 고민하지 않고 그와 함께 작은 오뎅 가게에 들어왔다.

가게 안에는 오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두 중년의 남성이 있었지만 아키히로는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았다.


"주인장. 모듬으로 두 접시랑 사케 한 병. 이 녀석에게는 음료수로 주십시요."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모듬을 두 접시나 주문한 아키히로는 오뎅이 나오기도 전에 술을 따라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 모습이 사토리는 왠지 조금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차마 아무말도 건네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처음 그 녀석이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몸이 약하긴 했어도 절대 겉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투명한 잔에 비친 조명처럼 그의 눈동자도 어째서인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가 끊겼을 때 주문했던 모듬 두 접시가 사토리와 아키히로의 앞에 놓였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모듬을 보며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이었다.


"오모이 녀석은 분명 재능이 있었어. 선생님들도 그 재능을 알아보고 다양한 출판사에 소설을 투고해 볼 것을 권했지만 녀석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돈이나 명예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했던가. 정말 바보같은 녀석이었지.."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자신의 아버지를 험담하는 것은 원치않은 듯 살짝 날이 서있는 사토리의 목소리에도 아키히로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바보같은 녀석임은 확실했다. 돈도 명예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건 녀석은 이미 살아갈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였으니까."


"살아가는 데 돈이나 명예가 전부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돈이랑 명예가 전부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장소도 배를 채울 음식도 구하지 못해! 명예가 없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무엇이 그를 이토록 초조하게 만드는 것일까.

처음 그와 마주했을 때 사토리는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적어도 돈보다는 운동이나 건강을 우선시 할 것 같은 이미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아키히로조차 돈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아.. 사치 군.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해."


희미하게 취기가 올라온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키히로는 이내 피식 웃더니 술병에 남아있던 술을 전부 술잔에 따라내며 말했다.


"네 아버지한테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 녀석의 가치관을 바꿔서라도 나는 녀석이 성공하기를 바랬지.."


"..그거 참.. 쓸데없는 짓을 하셨네요.."


"네 말대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녀석은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거든."


치쿠와 오뎅과 곤약을 먼저 먹어치운 아키히로는 다음으로 딱 좋게 익은 달걀을 반으로 잘라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네 아버지를 인정하게 되었다.."


사토리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정을 하게 됐다니요..?"


"당시 녀석은 다른 학교의 좋아하는 여자에게 문화제 연극을 위한 대본을 부탁받아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지.

녀석이 돈과 명예를 포기하면서까지 되고 싶어하는 작가가 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직접 문화제날 그 여자의 학교를 찾아왔다.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강당에서 연극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기다릴 뿐이었지."


반으로 잘라낸 달걀을 입안으로 가져가던 아키히로는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허무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달걀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씁쓸하게 웃음지었다.


"연극이 시작되었을 때 무대 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 여자 역시 오모이 녀석만큼 연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으니까. 두 천재가 만들어낸 연극은 인터넷에 퍼지고 머지않아 방송사에서 연락까지 왔다더군."


사치 오모이는 분명 여러번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만 자신만의 작가의 길을 고집하며 그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사토리는 그런 아버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네 아버지는 몰랐을테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한 그 여자는 방송국의 연락을 받고 배우로 데뷔할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기가 나빴지.

그 때 오모이 녀석은 그 여자에게 고백을 전했고 방송국 관계자와 통화중이던 그 여자의 제의 또한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으니까."


사토리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과거 히토미가 들려주었던 연예계 소식을 떠올렸다.

대중의 주목을 끌고 인기를 통해 살아가는 아이돌이나 배우들은 절대 연애를 못하게 한다는 잔혹한 이야기.


물론 지금은 대중의 인식이 바뀌어 연애설을 밝히고 당당히 교제하는 연예인이 꽤 존재하게 되었다.

다만 사치 오모이가 학생이던 시절에 고백을 받은 여성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 여성이 저희 어머니였나요..?"


"..그래. 지금은 영화배우로 열심히 활동하는 모양이더군."


그 순간 사토리는 얼마전 문화제에 찾아왔던 여성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다.

과거와는 헤어스타일이나 머리색이 달라서 알아보지 못했지만 반대로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토리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 때.

아키히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쳤다.


"그만 돌아가야겠다."


"아..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런 건 내 딸래미한테나 해 줘.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라."


다행히 술은 많이 마시지 않은 덕분에 가게를 나서는 동안에도 아키히로는 멀쩡한 정신으로 보였다.

결국 손도 대지 못한 오뎅모듬은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온 사토리는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르바이트로 지친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우선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따듯한 물을 가득 받은 욕조 안으로 몸을 담근 사토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마터면 그대로 잠이 들 뻔했던 사토리는 욕실 밖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욕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사토리 군..! 혹시 내가 자는데 깨워버린 것이냐..?"


전화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과 허둥대는 사토리의 목소리에 전화를 걸어온 코우카는 그가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아뇨! 조금 전까지 목욕을 하고 있었거든요.. 오히려 코우카 선배가 전화해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욕조에서 잠들었을지도 몰라요. 덕분에 살았어요."


"그, 그런가..! 그럼 다행이구나. 실은 아버지에게 사토리 군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느라 늦었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다.. 혹시 아버지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어째서일까.

사토리는 코우카 선배의 목소리를 듣자 자신이 담아두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졌다.

어른스러운 그녀라면 너무도 간단히 과거 어머니의 심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응? 나한테 말이냐? 뭐든 물어봐도 좋다!"


"선배는 만약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가벼운 느낌의 질문인 줄 알고 당당하게 외쳤던 코우카는 사토리가 건넨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만약이라도 자신이 더 이상 육상을 계속 할 수 없다면 그건 굉장히 괴로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코우카 선배의 반응에 당황한 사토리는 애써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 이야기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다짐했다.


"아하하..! 그냥 별 의미없이 물어본 거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선배."


이 적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버무리는 사토리를 향해 그녀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지한 대답이 필요하느냐?"


"..뭐, 가능하다면요.."


"그런가. 그렇다면 내 선택은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불행했던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선택을 하는 코우카 선배의 대답에 사토리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어째서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인생은 불행할 뿐이잖아요.."


"물론 살아가다보면 그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후회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라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기대했던 코우카 선배로부터 대답을 듣긴 했지만 사토리는 그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고 통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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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1부 완)졸업식과 입학식 22.09.04 32 0 10쪽
84 발렌타인데이 (2) 22.09.03 21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3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2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5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1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8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4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72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21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5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7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0 0 9쪽
»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6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8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5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3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6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1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7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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