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욤뮈소입니다~

표지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732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작성
22.07.17 17:27
조회
15
추천
0
글자
9쪽

다사다난 문화제 (4)

DUMMY

많은 관객들이 모여있는 강당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혼자서 무대를 독차지하는 고난이도의 마술쇼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군무.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밴드부의 공연까지.


저마다 실수 한 번 하지않고 무대를 마치면서 드디어 3반의 연극 순서가 다가왔다.


하지만-


"메이 양. 역시 이번 연극을 대신 해달라는 부탁은 못 들어줄 것 같네."


"네..?! 가, 갑자기 왜.."


미유키는 여주인공의 의상을 입으려다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히토미의 표정을 읽고서 의상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번 연극. 가장 기대했던 사람은 메이 양이잖아. 모처럼이니까 직접 다녀와. 연극이라면 솔직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잖아?"


자신이 무엇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지를 전부 꿰뚫어 본듯한 그녀의 조언에 히토미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연극이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진심.

오로지 그 하나만을 위해서 히토미는 지금껏 쉬지않고 연습을 해왔다.


"..고마워요, 호시야 씨..!"


굳게 결심한 듯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의상으로 갈아입은 히토미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무대 위로 올랐다.


머지않아 막이 오르면서 시작된 연극.

사토리는 그 무대 위에 서있는 사람이 미유키가 아닌 히토미라는 사실에 크게 당황했다.

이미 시작되어버린 연극에 맞춰 강당에 울려퍼지는 나레이션.


"평화롭던 대륙. 팽팽한 대립을 유지하던 동쪽의 나라 에덴과 서쪽의 나라 에리스국은 결국 많은 희생을 감안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말았다.

끊임없이 죽어가는 병사들과 길어져만 가는 전쟁.

그 전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 공주는 다친 병사들의 치료를 위해서 직접 약초를 캐러 나오게 되는데.."


나레이션이 끝나고 모든 조명이 히토미에게로 향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전쟁으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이 시기에 공주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곳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어요..

상처입은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약초를 모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기나긴 평화에 익숙해져 있던 공주는 처음 겪는 전쟁에 스스로의 신분을 잊어버리고 약초가 가득한 숲으로 향하게 되지만.."


"공주다!! 적국의 공주를 발견했다!!"


나레이션과 적절한 대사를 섞어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시나리오에 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잡힐 수는 없어요!! 어서 도망쳐야..!!"


적국의 병사들을 피해 달아나려다 발이 걸려 넘어지는 장면에서 일순간 히토미의 눈살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어떻게 된 거야? 여주인공 역할은 미유키 씨가 대신하는 걸로 이야기 된 게 아니었어?!"


"그.. 그게.. 우리도 잘.. 조금 전까지 호시야 씨가 의상을 가지고 가는 걸 확인했는데 왜 메이 양이 무대에 오른건지는.."


의상을 건네준 학생이 사토리의 질문에 크게 당황하며 정말 모른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넘어지는 연기에 분명 큰 통증을 느꼈을텐데도 최선을 다해 연극을 이어가려는 히토미의 모습에 뒤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사토리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침내 장면이 바뀌면서 찾아온 사토리의 차례.


"왕자여. 동맹국의 공주가 적국에게 포로로 붙잡혀 있다더구나. 오늘 밤 녀석들은 공주를 인질로 이용해 이 전쟁을 매듭지으려 할 터.

즉, 적국의 병사들이 우리 동맹국으로 향하는 오늘 밤이 공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맡겨주십시오. 반드시 공주를 구해내고 동맹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굳게 각오를 다진 왕자는 왕실을 나서며 말했다.


"기다려 주세요, 공주님."


왕자의 대사도 무사히 끝나고 다시 찾아온 공주의 차례.

낡은 감옥에 갇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던 공주는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했다.


"이대로 적국의 포로로 이용당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드레스 안쪽에 숨겨두었던 호신용 나이프를 꺼내 자신의 목에 겨누는 공주.

죽음은 두려웠지만 그보다 자신의 존재로 인해 전쟁의 판도가 결정되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러던 그 때-


"침입자다!!"


밖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에 공주는 화들짝 놀라며 나이프를 거두고 철창 너머로 바깥을 살폈다.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병사들.

삼엄한 경비를 뚫고 공주의 앞에 나타난 건 사토리.

즉, 동맹국의 왕자였다.


"공주님!! 구해드리러 왔습니다!!"


무장한 적병들을 수월하게 쓰러뜨리며 나타난 사토리의 그 대사를 듣는 순간 히토미는 문득 지난 과거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무력했던 자신의 앞에 나타나 준 사토리가 그 날 이후로도 위험한 순간이면 늘 구해주었던 기억들.


고백을 거절하고 모진 말을 했던 자신을 사토리는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공주님. 손을.."


감옥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사토리.

여기까지는 분명히 사토리가 만든 대본대로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히토미는 그의 손을 잡지 않고 감옥 안에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고 갑자기 진행되지 않는 무대 위의 상황에 관중들은 조금씩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고, 공주님..? 손을.."


다시 한 번 대사를 뱉은 사토리는 눈앞에서 히토미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모습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혹시라도 대사를 잊어버려서 당황해 눈물이 흐른 건 아닌가 의심하던 사토리를 향해 그녀는 대본에 없던 대사를 뱉기 시작했다.


"..왕자님.. 저는 이미 모르는 남자들에게 유린당해 더럽혀졌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순결을 바친다는 희망조차 사라져버리고 이대로 돌아가도..

저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뚝뚝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외치는 히토미의 대사를 듣고 사토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대사가 어째서인지 그녀의 진심처럼 들려와서 너무나도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으면서 외면해 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노력으로 히토미의 괴로웠던 마음이 거의 나았으리라 혼자서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제가.. 정말 이대로 세상을 살아도 괜찮은걸까요.."


확실히 히토미는 과거에 모르는 어른들에게 납치를 당해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강간을 당했다.

저항하다 몸에 흉터가 남은 건 물론 지금의 대사로 보아 첫경험까지 빼앗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토리는 그녀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요.. 공주님께는 상냥하신 어머님과 소중한 친구들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게 아니에요!!

소중한 건 늘 공주님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 것 뿐이라고요!!"


소중한 건 늘 곁에 있기에 깨닫지 못한다.

사토리의 그 진심이 담긴 대사에 연극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저마다 눈물을 보이거나 훌쩍이는 사람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새로 만들면 됩니다!

제가 공주님의 곁에서 함께 할게요! 언제.. 어디서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제가 공주님의 살아갈 의미가 될 게요!!"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다시 한 번 손을 건네는 사토리.

기존의 고백과는 조금 많이 달라졌지만 어떻게든 고백까지 성공한 사토리는 이제 차일 각오를 하고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고마워요, 왕자님.. 저.. 왕자님과 함께 살아갈게요..!!"


기존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깨버린 히토미는 그대로 사토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비록 관중석에서는 사토리의 뒷모습에 가려져 진짜로 입을 맞춘 건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크게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며 굳어버린 사토리는 입술을 떼자마자 등을 돌려 무대 뒤로 사라져버린 히토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예정에 없었던 뜨거운 키스신이 끝나고 그 뒤의 이야기는 모두가 쉽게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포로가 되었던 공주가 인질에서 풀려나 전쟁은 공주가 속한 에덴국의 승리.


공주를 구한 왕자는 에덴국의 왕에게 인정받아 영원한 우호관계를 약속받았고 애드리브로 두 사람은 모든 백성과 왕의 축복하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연극이 큰 성공을 거두었음을 증명해주는 관중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박수를 치지 않는 사람은 미유키와 고다.

그리고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는 미나모토 뿐이었다.


후유 코우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 역시 이번 연극을 보고 박수를 치지 못했을 테지만 미나모토와의 대화로 복잡한 심정이 되어버린 코우카는 끝내 강당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사토리에게 느낀 질투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 행동이 도리어 코우카 선배의 마음을 지켜낸 꼴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쓸쓸한 웃음을 지어보인 미나모토는 그대로 박수소리가 가득한 강당을 빠져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재개하겠습니다! 22.05.28 30 0 -
85 (1부 완)졸업식과 입학식 22.09.04 16 0 10쪽
84 발렌타인데이 (2) 22.09.03 11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1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12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12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14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13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1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12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1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15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13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14 0 11쪽
72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12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13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15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14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18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15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16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15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14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13 0 10쪽
»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16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18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17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16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17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14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