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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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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2,728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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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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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DUMMY

시즈카 이즈미.

그녀의 학교생활은 초등학교때부터 조금도 변화한 적 없는 무의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성적은 중상위권에 어울리지 않는 안경 덕분인지 외모 역시 남들에게는 수수하게 느껴졌고 가까이 다가오는 친구 한 명 없었다.


하루의 일과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들러 또 다시 지루한 공부만을 반복할 뿐이었고, 집으로 돌아가도 부모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공부하라는 잔소리였다.


공부가 삶의 전부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지쳐갔고 결국에는 어느날 갑자기 한계가 찾아오고 말았다.


'나 같은 건 왜 태어난 걸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을텐데..'


늦은 저녁.

학교도 학원도 모두 빼먹고 집을 나가겠다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그녀가 도착한 장소는 차가 많이 다니는 육고 위였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치이면 분명 아플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시즈카는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하지만 그 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죽기 전 마지막으로 걸려온 전화가 자신을 힘들게 했던 엄마라는 걸 보고서 시즈카는 묵묵히 전화를 받았다.


"이즈미?! 너 지금 어디니!! 이 편지는 뭐야?! 집을 나간다니 대체..!"


그러던 그 순간 다리 밑에서 들려온 엄청난 소리의 경적소리.

그제야 심상치 않은 불길함을 느낀 그녀의 친모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즈미..? 어.. 어디에 있니..? 엄마가 데리러 갈 테니까.. 응..?"


"미안해, 엄마.."


"이즈미!!"


그 사과의 말이 딸래미의 마지막 말이 될 것이라 직감한 그녀는 크게 소리쳤지만 그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휴대폰이 육교 바닥에 떨어지면서 스피커 너머로 시즈카를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만이 울려퍼질 뿐.


그녀는 그렇게 육교 아래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천운인지 악운인지 그녀가 육교 아래로 떨어졌을 때는 마침 차량들이 신호에 걸려있는 상태였고 그 결과 목숨에는 지장없이 뼈가 부러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녀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주위에는 하염없이 울고있는 친모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비슷한 또래 여성이 있었다.


그 때 여성은 시즈카가 의식을 되찾은 것을 봤지만 그녀가 눈을 감고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척을 하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기.. 시즈카 씨는 제가 보고 있을 테니 두 분은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오세요."


"하지만.."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지만 어머님은 계속 여기서 울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시즈카 씨가 깨어났을 때 건강이라도 악화된 어머님의 모습을 본다면 분명 굉장히 슬퍼할테니 잠깐 바람이라도 쐬면서 진정하고 오세요."


"..고마워요, 학생.."


그렇게 보호자가 병실을 나간 뒤에야 그녀는 잠들어있는 척을 하고 있던 시즈카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부모님이랑 싸우기라도 한 것이냐?"


물론 처음에는 시즈카 역시 그녀의 말에 반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왜 이 병실에 있는 건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즈카를 찾아온 그녀.

후유 코우카는 더욱 거리를 좁히고서 그녀가 반응을 해 줄 때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응을 해주지 않던 시즈카가 처음으로 반응을 했던 말.

그것은--


"너만 괜찮다면 나와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회로 지내볼 생각은 없느냐?"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고 필요로 해주는 아주 사소한 권유였다.


"시즈카 이즈미였지? 난 1학년 선배인 후유 코우카라고 한다! 그동안 너의 세심한 행동들을 모두 지켜봤고 꼭 함께 학생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씨익 웃으며 코우카는 다시 당당하게 시즈카의 행동들을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성적은 중상위권.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지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버려진 고양이들에게 매일매일 먹이를 챙겨준 것도, 방과후 거의 매일 사거리를 지나치는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드리는 것도!"


누구도 몰라주었던 자신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시즈카는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것처럼 주륵 눈물을 흘렸다.


공부만을 강요받던 자신에게 학생회라는 새로운 길을 함께 하자고 권해준 그녀가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 날 이후 무사히 학교로 복귀한 시즈카의 일상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문제집을 펼칠뿐인 일상.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의 일상은 더 이상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그녀 본인이 원해서 스스로 정한 길이라는 것이었다.


후유 코우카라는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기에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 시즈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한 사람을 위한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



다 같이 시험공부를 하고서 집으로 돌아온 히토미는 저녁도 먹지 않고서 방 안에 틀어박혀 잔뜩 풀이죽어 있었다.

그 이유는 시즈카가 말했던 사토리와 가깝게 지내지 말아달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물론 히토미도 처음에는 강하게 그 말을 거절했다.

전혀 상관도 없는 그녀가 갑작스레 사토리와 거리를 두라고 해도 그 말을 들어줄 이유같은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회장님은 진심으로 사치 군을 좋아하고 있어.

비록 한 번 헤어졌다고는 해도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고 사치 군이 실망할 만한 행동도 절대 한 적 없어.

그런데 메이 양은 어때? 사치 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를 상처입힌 것도 모자라 회장님의 사랑을 방해하고 있잖아?"


"방해라니.. 저는 그런 짓은.."


라이벌인 동시에 그녀를 소중한 선배라고 생각했던 히토미는 당황한 기색으로 그렇게 대답했지만 시즈카는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메이 양이 매일같이 사치 군이랑 붙어다니니까 회장님이 사치 군이랑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야.

회장님도 학교가 끝나면 사치 군이랑 이런저런 가게에 가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거나 같이 귀가를 하고 싶어했어. 그런데 너 때문에 그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녀의 말대로 학교가 끝나면 사토리는 항상 히토미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미나모토를 돕기 위해 악역을 연기했던 그 날 이후로 사토리에게 어딘가 놀러가자고 제안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히토미 역시 그가 자신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한 사실은 상당히 신경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히토미는 반박할 수 없었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이렇게 혼자 풀이죽어 있었다.


"사토리.."


창문을 통해 사토리의 집을 바라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역시 자신에게 사토리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 히토미는 휴대전화를 들고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찾아온 다음날 점심시간.

학생회실에 모여 다같이 점심을 먹으면서도 사토리를 제외한 세 명의 소녀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때-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새로운 케이크 가게가 생겼던데."


사토리가 먼저 새로 생긴 케이크 가게에 대해 언급하자 그녀들은 기다렸다는듯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게 정말이냐?! 꼭 가보고 싶구나!"

"그럼 다 같이 가지 않을래요? 어때, 사토리?"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이 대화는 불과 3초만에 이루어진 대화였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사토리는 케이크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을 두려워하며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저녁 새로운 케이크 가게가 오픈한다며 카나코가 받아온 전단지를 일부러 사토리네 문 앞에 붙여둔 히토미는 미유키와 히토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작전을 제안했다.


사토리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던 두 사람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바로 지금 그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교문 앞에 모인 미유키와 코우카, 그리고 사토리는 히토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히토미는 나타나지 않았고 잠시 후 엄마가 데리러 올 거라 자신은 못 갈 것 같다는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이 양이야?"


"아, 응.. 카나코 아주머니가 데리러 오기로 해서 오늘은 같이 못 갈 것 같다는데."


"그럼 케이크 가게에 가는 건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어떠냐?"


사토리 역시 코우카 선배의 의견에 공감하는 입장이었지만 메일에 적힌 신경쓰지 말고 꼭 케이크를 먹으러 가달라는 부탁에 휴대폰을 넣고서 대답했다.


"아뇨. 오늘은 저희끼리 가요. 케이크가 맛있으면 다음에 히토미를 데리고 다 같이 한 번 더 먹으러 가면 되니까요."


세 사람이 케이크를 먹으러 교문을 나선 것을 교실에서 전부 지켜본 히토미는 쓸쓸해 보이는 눈으로 작게 속삭였다.


"..이거면 된 거야.."


사실은 저들과 함께 케이크를 먹으러 가고 싶었던 히토미는 적어도 지금까지 사토리와 함께 어울리지 못한 두 사람을 위해서 일부러 지금의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부터 자신은 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코우카와 미유키 역시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만일 사실대로 말했다면 지금의 방법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사람들이기에 히토미는 어쩔 수 없이 이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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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발렌타인데이 (2) 22.09.03 22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4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3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6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5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2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5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72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22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6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9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7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9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6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3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2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8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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