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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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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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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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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DUMMY

사토리와 히토미의 연극을 보고 난 뒤로 고다는 좀처럼 이라는데 집중할 수가 없었다.

원래 그런 시나리오의 연극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 양.. 연극에서 사치 녀석이랑 입을 맞추는 장면을 연기하고 난 뒤에 엄청 기뻐보였어..'


메이 히토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저 연기일 뿐이라며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그녀와 어느정도 알고 지낸 고다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때 보였던 키스신은 그녀의 진심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어이, 켄.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테이블을 닦으며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아들을 하루나가 진지한 얼굴로 불렀다.

평일인만큼 손님의 수도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토리가 없는 지금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뭐예요, 갑자기.."


"너 말이야. 그 메이라는 여자애를 좋아하냐?"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고 고개를 외며나는 아들의 모습에 그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가게에서는 담배 피우지 말라니까요."


"뭐, 어때~ 아무도 없잖냐~"


해외출장으로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지 어느덧 3년.

틈틈히 연락은 주고받고 있지만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고다는 누구보다 열심히였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포기하면서 학교를 마치면 곧장 가게로 돌아와 일을 도와주는 아들이 하루나는 자랑스럽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 아들이 드디어 사랑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메이라는 여자애를 좋아하는 게 맞아?"


"네.. 뭐.."


"그러냐. 한 가지 충고하자면 그 애는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전에도 말했듯 고다 하루나는 굉장히 눈치가 빠른 여성이었다.

메이 히토미라는 소녀가 얼마나 사토리를 좋아하는지 이미 오래전부터 알아차린 그녀는 고다가 이 이상 히토미를 좋아하면 좋아하는만큼 괴로워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애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포기하지 않을만큼 확고한 마음이라는 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지."


하루나는 반쯤 태운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뭉개고는 희미하게 불씨가 살아있는 담뱃재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 애는 친구로 지내는 걸로 만족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보는 게 나아.

네가 학교생활에 조금 더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당분간은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알아볼테니.."


"..싫어요.."


짧지만 단호하게 돌아온 그 대답에 하루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메이 양이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이 사치라는 것도.."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고다의 대답에 하루나는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며 조용히 숨을 뱉었다.


일부러 히토미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정체를 숨긴 배려가 더욱 자신의 아들을 괴롭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서였다.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 더 고집부릴 이유는 없잖아. 적어도 그 날 사치 군이랑 있었던 그 세 명의 여자들은 절대 좋아하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였어."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상처받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좋아하는 마음을 바꾸지 않으려는 고다를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이어가는 댓가로 고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커져만 가는 외로움뿐이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가게 일까지 쉬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그녀는 머지않아 고다가 보여준 미소를 보고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진심인 모양이네."


"네. 메이 양이 아니면 안 돼요. 설령 사귀지 못해도.. 그냥 옆에 있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만큼 좋아해요."


하루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고다에게서 남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겉모습은 자신을 쏙 빼닮아 이제껏 한 번도 남편의 모습이 겹쳐보인 적 없던 아들이 사랑을 하는 법은 남편과 완전히 똑같았기 떄문이다.


"하루나 씨!! 좋아해요! 제가 꼭 행복하게 해드릴 테니 저랑 사귀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미안. 별로 관심이 없어서."


고다 하루나 역시 학생시절에 몇 번이나 자신의 남편에게 고백을 받았다.


"하루나 씨!! 오늘이야말로 꼭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아아, 정말! 질리지도 않아?!"


외모도 성격도 자신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의 고백을 몇 번이나 거절해도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을 전해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시의 하루나에게 있어 남편의 끈질긴 고백은 상당한 민폐였다.

고백을 받을 때마다 주변으로부터 받는 부담스런 시선들.

고백을 거절하면 남편에게 쏟아지는 동정이 담긴 수군거림.


죄를 지은 것도 아닌 하루나는 자신에게 고백을 한 그가 주변으로부터 동정이나 비웃음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하지만-


"부탁이에요, 하루나 씨!! 정말.. 제가 정말 잘 할테니 한 번이라도 저랑 교제를.."


아무리 주변으로부터 비웃음을 당하고 동정을 받아도 그는 한결같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찾아왔다.


"하아.. 졌다, 졌어.."


그 마음이 변치않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야 하루나는 결국 그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결코 단념해서 어쩔 수 없이 그의 고백을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


긴 시간동안 고백을 받는 동안 하루나는 자각하지 못했을 뿐 이렇게까지 누군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기뻐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그 마음이 점점 커져가고 마침내 그의 고백을 받아주었을 때 남편은 눈물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거절당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굉장히 힘들고 무너질 것 같았다."고.


그 때 때마침 가게 안으로 손님이 들어오면서 고다는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접객에 나섰고 하루나 역시 주방으로 돌아와 요리를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울리는 벨소리.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고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를 다 걸고. 아직 일하고 있는 중인 거 아니야?"


"아니.. 뭐랄까.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잠깐 담배라도 피는 척 하면서 빠져나왔어."


"뭐야, 기분나쁘게. 한국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랜만에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하루나 역시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한국과 시차가 없기에 이렇게 전화가 걸려오면 금방 받을 수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이었다.


잠시 후 고다가 손님에게 받은 주문서를 가져오면서 한 손으로 능숙하게 요리를 시작한 그녀는 남편에게 오늘 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그렇구나. 켄도 벌써 사랑을 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 녀석. 당신처럼 굳이 힘든 사랑을 하려고 한다니까."


"하하하! 역시 내 아들이라니까. 남자라면 뚝심있는 사랑을 해야지!"


"웃을 일이야? 나는 지금 진지하게 걱정이 되서 하는 말이라고. 그 아이가 당신처럼 힘든 사랑을 하게 될까봐.."


잠시동안 이어진 침묵.

5초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의 남편은 정적을 깨고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말이야. 아직도 당신이 내 고백을 받아준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 그래서인지 가끔은 무서워.

내일이되면 당신과 결혼한 게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되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하루나는 그의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3년 전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에 떨어지기 싫다며 울고불고 매달렸던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쉴 틈 없는 출장의 업무로 인해 그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아마 켄도 그 당시의 나만큼 진심일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그 아이의 사랑을 응원해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결과가 어떻든 켄이라면 분명 잘 이겨낼 거야."


"하아.. 정말이지. 말은 잘 한다니까. 그렇게 거절당하고도 끈질기게 쫓아다닌 사람이 말이야."


어느덧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 홀로 내보내는 하루나에게 그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아하하.. 그렇지. 그래서 당신한테는 정말로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그러니까.. 사랑해, 하루나. 정말 세상 그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해."


예상치못한 낯간지러운 그의 애정표현에 하루나는 화악 얼굴을 붉히며 일부러 퉁명스런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끄러워!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눈이나 좀 붙여! 어차피 보나마나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일하고 있지?"


"들켰나.. 하하.."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통화를 마치고 요리를 서빙하기 위해서 다가온 고다를 하루나가 불러세웠다.


"어이, 켄."


"네?"


"이왕 사랑할 거면 전력으로 부딪혀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만큼. 알아들었냐?"


포기하라며 자신의 마음을 꺾으려던 그녀의 응원에 고다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힘껏 대답했다.


"네! 그럴 생각이에요!!"


간단한 답이었다.

부모로서 자식의 사랑을 걱정하기보다 응원해주는 것.


그 간단한 답조차 모르고 있던 자신에게 너무도 쉽게 답을 알게 해준 남편을 떠올린 하루나는 턱을 괸 채 고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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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2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5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1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4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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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5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8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7 0 9쪽
»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9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5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3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1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7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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