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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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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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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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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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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2)

DUMMY

"사, 사치 군..! 이거.. 괜찮다면 받아주지 않을래..?"



쉬는 시간에 교실을 찾아온 치사키 세토는 몰래 사토리를 불러내어 직접 만든 초콜릿을 건네주었다.



"나한테 주는 거야..?!"


"으, 응..! 지난번에는 소리쳐서 미안해.. 사치 군이 잘못한 게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말해버려서.."



갈기갈기 찢어진 러브레터를 두고 혼자서 울고 있던 과거 치사키의 모습을 떠올린 사토리는 괜찮다고 손사래치며 감사히 그녀가 주는 초콜릿을 받았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오히려 그때는 내가 눈치 없이 끼어든 게 잘못이니까."



길을 가다 넘어지면 차라리 못 본 척해주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위한 일인 것처럼 사토리는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러브레터를 두고 울고 있던 그녀를 사실은 못 본 척해주는 게 당사자를 위한 위로라는 것을.



"다음 수업 시작하겠다..! 나는 그만 교실로 돌아갈게!!"


"아. 고마워, 치사키 씨! 초콜릿 잘 먹을게!"



설마 치사키에게 초콜릿을 받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토리는 코코아 파우더를 두르고 있는 파베 초콜릿 하나를 집어먹었다.



"뭐야, 이거.. 엄청 맛있어..!"



한 번 먹고 나니 계속해서 손이 가는 바람에 치사키에게 받은 파베 초콜릿을 모두 비운 사토리는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가 않았다.


결국 처음으로 도시락을 남기게 된 사토리의 행동에 히토미와 코우카. 그리고 사토리가 남긴 도시락을 만들어준 미유키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보며 물었다.



"별일이네. 네가 도시락을 남기다니."


"확실히 수상하구나, 사토리 군.. 설마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받아서 먹은 것이냐..?"


"..누구한테 받은 거야, 사토리..?"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어째선지 섬뜩함을 느낀 사토리는 서둘러 옥상에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예상하고 먼저 움직인 미유키가 옥상의 문 앞을 가로막으면서 사토리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난 절대 대답하지 않을 거야!!"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포위망에 사토리는 질끈 두 눈을 감으며 소리쳤다.

설령 어떤 고문을 받아도 감당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지만 미유키와 코우카는 그런 그에게 직접 만든 초콜릿을 내밀며 말했다.



"별로 사토리 군에게 초콜릿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무리하게 추궁할 생각은 없다.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그 아이도 용기 내어 초콜릿을 건네준 것일 테니 말이다."


"단지 점심시간 전에 초콜릿을 먹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게 된 너를 보고 조금 기가 차서 놀려주려고 한 것뿐이야."



코우카가 만든 트러플 초콜릿과 미유키가 만든 프랄린 초콜릿은 모두 전문점에서 파는 것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으, 응..? 나한테 주는 거야..?"


"후후.. 이래 봬도 자신작이다! 맛은 보장할 테니 맛있게 먹거라!"


"일단은 발렌타인데이니까. 별 의미는 없으니 그냥 받아도 돼."



두 사람이 주는 초콜릿을 기쁘게 받으며 사토리는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기뻐하는 사토리를 보며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었다고 느끼는 코우카와 미유키.


하지만--



'..미유키 씨랑 후유 선배가 만든 초콜릿..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여.. 그에 비하면 내 초콜릿은..'



자신만 평범한 초콜릿을 만들어 온 히토미는 결국 두 사람의 초콜릿에 기뻐하는 사토리를 바라보다 초콜릿을 건네주지 못한 채 점심시간은 끝이 나버렸다.


그녀가 사토리에게 줄 초콜릿을 만들어왔음을 알고 있던 미유키는 초콜릿을 건네주지 못하고 묵묵히 도시락만 먹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이번만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하교시간에 비례해 커져가는 초조함.

히토미는 결국 쉬는시간에 비상계단으로 숨어 열심히 만든 초콜릿을 꺼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호시야 씨랑 후유 선배가 만든 초콜릿을 받은 뒤에는 이런 수수한 초콜릿 같은 걸 받아도 사토리는 기뻐하지 않겠지..?"



계단 난간에 기대어 자신이 직접 만든 초콜릿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그 순간이었다.



"히토미?"


"아..!"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사토리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히토미는 그만 들고 있던 초콜릿을 난간 사이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빠른 속도로 추락한 하트 모양의 초콜릿은 히토미가 보고 있는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져버렸고, 조각나버린 초콜릿처럼 부서져버린 마음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어? 슬슬 쉬는 시간도 끝나가니까 교실로 돌아가자."


"..미안, 사토리.. 먼저 가 줘.."


"그래..? 그럼 먼저 갈 테니까 수업 시작하기 전에 돌아와야 해?"



그렇게 사토리가 떠나간 뒤 히토미는 계단을 내려가 조각나버린 자신의 초콜릿 앞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토리가 기뻐하지 않아도 그냥 빨리 초콜릿을 전해줬다면 하는 후회가 계속해서 밀려왔다.


결국 초콜릿을 전하지 못한 채 모든 수업이 끝나고 찾아온 귀가시간.

사토리는 비상계단에서 히토미와 마주친 이후로 그녀가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신경쓰였다.



"뭐야, 사치. 너 메이 양이랑 싸우기라도 한 거냐?"


"나도 모르겠어.. 히토미가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기분탓이 아닌거지..?"


"글쎄.. 일단 내 눈에도 네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단체로 헛것을 보고있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네가 잘못한 게 있는 거야."



미나모토 역시 히토미가 사토리를 피하는 것을 눈치채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이 쓰여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사토리 역시 어째서 히토미가 갑자기 자신을 피하는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미나모토가 했던 말대로 다른 사람은 몰라도 히토미라면 우정초콜릿이라도 줄 것이라 사토리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반대로 자신을 피하는 히토미의 행동에 사토리는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난감할 따름이었다.



"저기.. 우리도 집에 가자, 히토미..!"


"..응.."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만큼은 평소처럼 함께 돌아간다는 점이었다.

사토리의 시선을 피하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히토미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걸음을 멈추고서 무언가 결심한 듯 용기 내어 말했다.



"저기.. 사토리.. 잠깐 들르고 싶은 곳이 있는데.."


"들르고 싶은 곳?"



그런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린 아이들이 자주 찾아오는 저렴한 간식들이 즐비한 막과자 가게였다.



"우와.. 막과자 가게에 오는 건 엄청 오랜만인 것 같은데.. 왜 갑가기 막과자 가게에 오자고.."


"이거.."


어린시절에 자주 이용했던 추억이 조금씩 되살아났지만 어째서 갑자기 막과자 가게에 온 건지 의아해하던 사토리에게 히토미는 초코과자 하나를 구입해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나한테 주는 거야..?"


"..미안해, 사토리.. 실은 사토리한테 줄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떨어뜨리는 바람에 부서져버리고 말았어.. 흑..

재료를 사느라 용돈도 다 써버려서.. 제대로 된 초콜릿을 살 돈도.."



그 순간 사토리는 비상계단에서 자신이 불렀을 때 무언가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인 히토미를 떠올렸다.



"설마.. 그 때 계단에서.."


"내가 조금 더 꽉 잡고 있었다면.. 아니.. 점심시간에 그냥 사토리에게 바로 초콜릿을 줬더라면.."



초콜릿을 떨어뜨린 원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과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떠난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해, 히토미..!! 나 때문에 열심히 만든 초콜릿을 잃었는데 전혀 알아차리지 못해서.."


하지만 그녀가 만든 초콜릿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초코과자 하나를 건네주며 울음을 터뜨린 히토미를 향해 사토리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고마워. 날 위해 초콜릿을 만들어줘서.."


"하지만.. 열심히 만들었어도 결국에는 사토리에게 전해주지 못한 걸.."



사토리는 히토미가 남은 용돈으로 사준 초코과자를 한 입에 집어삼키고서 대답했다.



"실은 나 어릴 때부터 이 과자를 제일 좋아했어. 히토미가 날 위해 열심히 초콜릿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먹게 되었으니 충분히 기뻐."


"정말..? 다행이다.. 헤헤.."



비록 직접 만든 초콜릿은 전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마음만은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서 히토미는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음지었다.


그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년 발렌타인데이는 꼭 호시야 씨랑 후유 선배에게 지지 않을만큼 멋진 초콜릿을 선물할 거니까 기대해!"



오늘 있었던 실수를 다음에는 꼭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하며 히토미는 내년의 발렌타인데이를 기약했다.



"응.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어차피 우정으로 주는 초콜릿이니까 그냥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우정이라고는 안했는데.."


"응? 잘 안들렸는데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



열심히 만든 초콜릿을 전해주지 못한 서러움을 극복하고 다행히 기운을 차린 히토미는 평소보다 더욱 사토리의 옆에 붙어서 걸으며 행복한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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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1부 완)졸업식과 입학식 22.09.04 33 0 10쪽
» 발렌타인데이 (2) 22.09.03 22 0 10쪽
83 첫 참배 / 발렌타인데이 (1) 22.09.03 22 0 10쪽
82 모두와 함께 22.08.28 24 0 10쪽
81 다시 한 번 유원지에 22.08.28 22 0 11쪽
80 실감되는 마지막 (2) / 린의 변화 22.08.27 25 0 10쪽
79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 / 실감되는 마지막 22.08.27 25 0 9쪽
78 시즈카 이즈미 / 히토미의 거짓말 22.08.21 24 0 10쪽
77 가면 뒤의 진심 22.08.21 21 0 11쪽
76 린의 계략 22.08.20 23 0 10쪽
75 선배로서의 조언 22.08.20 29 0 10쪽
74 아버지의 일침 / 온천에 가다 22.08.14 24 0 10쪽
73 잊어버리지 않은 약속 22.08.14 24 0 11쪽
72 악역을 자처하다 22.08.13 21 0 10쪽
71 아이돌과 만나다 22.08.13 25 0 10쪽
70 짝사랑에서 동경으로 22.08.07 28 0 9쪽
69 보람있는 시험공부 22.08.07 28 0 10쪽
68 진로 상담 22.08.06 41 0 9쪽
67 부모님의 과거 22.08.06 28 0 10쪽
66 호시야 미유키의 생일 22.07.31 27 0 9쪽
65 아버지를 닮은 사랑 방식 22.07.31 29 0 10쪽
64 후회뿐인 마음 22.07.30 25 0 11쪽
63 문화제, 막을 내리다 22.07.30 23 0 10쪽
62 다사다난 문화제 (4) 22.07.17 27 0 9쪽
61 다사다난 문화제 (3) 22.07.17 31 0 9쪽
60 다사다난 문화제 (2) 22.07.16 27 0 10쪽
59 다사다난 문화제 (1) 22.07.16 39 0 11쪽
58 히토미의 부상 22.07.10 29 0 11쪽
57 가슴 아픈 시나리오 22.07.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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