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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5,273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9.0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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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
추천
9
글자
16쪽

잔혹동산(1)

DUMMY

잔혹동산은 소중원 북동쪽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다.

후방 삼면이 대파산(大派山)이라 불리는 험한 돌산으로 둘러쳐진 이곳은 남쪽으로 뚫린 작은 숲길만이 유일한 출입로로 활용됐다.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비좁은 숲길은 오늘도 어김없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찾아든 사람들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비켜라, 비켜! 길을 비켜라!”

“다친다, 어서 비켜라!”


갈고리와 밧줄, 쇠닻 같은 강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병장기로 무장한 한 무리의 인마가 숲길을 가득 메운 마차와 인파를 뚫고 잔혹동산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손님들을 검문 중이던 낭아봉(狼牙棒)을 든 서너 명의 무사들이 황급히 그들 앞을 막아섰다.

무리의 선두에 선 누런 점박이 말을 탄 사내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노호를 터뜨렸다.


“누가 감히 내 앞을 막아서느냐! 나 라동해다, 동해파의 라동해!”


녀석의 호통에도 잔혹동산의 무사들은 좀처럼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사 중 초로의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라동해를 향해 말했다.


“라동해 장문인,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총 막사에 사람을 보냈으니 금방 기별이 내려올 것이오.”

“아니, 내가 언제부터 허락을 받고 여기를 드나들었단 말이냐?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당장 비켜라!”

“장문인, 죄송하지만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건 아니 되겠소. 어제부로 잔혹동산을 출입하는 자들의 검문을 강화하라는 제갈근님의 특별 명령이 떨어졌소. 거기엔 누구도 예외가 없소이다.”

“이런 무엄한···!”


흥분한 라동해가 말 안장 뒤편으로 이동해 안장과 연결된 무언가를 땅바닥에서 들어 올렸다.

부하들이 그것을 감싸고 있던 보자기를 양옆에서 잡아당기자 곧 흉물스러운 거대한 쇠닻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동해가 공력을 이용해 쇠닻을 저만치 내던지더니 그것과 연결된 쇠사슬 끝을 잡고 출렁출렁 흔들기 시작했다.

무게가 천 근에 달하는 쇠닻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구경하던 사람들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우웅, 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천손묘갑(天孫錨甲)이라 불리는 해적 라동해의 쇠닻이 잔혹동산 무사들과 그 주변에 모인 사람들 머리 위로 섬뜩하게 날아다녔다.

라동해의 측근인 염동욱과 복양혁이란 무사도 장문인의 좌우를 지키고 서서 기름칠 된 삼백 근짜리 밧줄과 백 개의 낚싯바늘이 달린 갈고리로 잔혹동산 무사들을 위협했다.

상황이 점점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초로의 무사가 라동해를 노려보며 말했다.


“라 장문인. 여긴 잔혹동산이요. 야야장이 아니란 말이오.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지 마시오.”


쇠사슬을 잠시 어깨에 올려 둔 채로 라동해가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얼굴에 썼다.

그가 눈을 깜빡이며 초로의 무사를 향해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나는 제갈세가에서 오랜 세월 가신으로 살아온 황정이라··· 컥! 커커컥!”


순식간에 날아든 천손묘갑이 황정의 오른쪽 목과 어깨뼈 사이로 내려앉았다.

천 근의 무게를 평범한 무사가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그의 몸은 순식간에 종잇장 구겨지듯 뼈와 살이 한데 엉켜 고깃덩이가 돼버렸다.

라동해가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황정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황정이 아니라 피떡이다. 이 병신새끼야, 하하하, 하하하하하, 애들아, 가자!”

“네, 장문인!”


라동해가 다시 말에 올라탔다.

그가 말 탄 채로 쇠닻을 질질 끌며 어딘가를 향해 무섭게 달려나갔다.

잔혹동산의 무사 그 누구도 라동해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잔혹동산 북서쪽 마츠시타 시하의 막사.


낭아봉을 든 무사가 다급하게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순간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닌자 한조가 무사의 목에 서슬퍼런 사시미를 들이대고 위협했다.


“무슨 일이냐?”

“라동해 장문인이 방금 잔혹동산에 도착했소.”

“가봐라.”


한조가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운 비단 휘장들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군주의 침실 앞에 도착했다.

한조가 문밖에서 고했다.


“군주님, 라동해가 왔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금까지 시하 군주의 몸 위에서 격렬하게 정기를 쏟아붓던 그림자가 군주와의 결합을 풀고 침상 밖으로 뛰어내렸다.

봉긋 솟은 가슴을 들썩이던 시하 군주가 뜨겁게 한숨을 내쉬며 손뼉을 치자 게이샤들이 나타나 벌거벗은 제갈근 몸에 옷을 입혔다.

몸을 반쯤 일으킨 시하가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뒤 침상 맡에서 겁을 집어먹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제갈근에게 말했다.


“나갈 생각하지 말아요. 드넓은 구릉지에서 어디로 숨겠어요. 잠깐 침상 밑으로 들어가 있어요. 바로 돌려보낼 테니까.”

“괘, 괜찮겠소?”

“괜찮지 않으면 그가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요? 이봐요, 제갈근. 착각하지 마요. 나는 라동해의 아내가 아니에요. 나는 아스카의 군주 마츠시타 시하라구요.”

“···알았소. 그럼, 실례하겠소.”


제갈근이 게이샤들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침상 밑으로 숨어들었다.

제갈근이 들어가다 말고 머리를 빼꼼 내밀며 시하에게 물었다.


“그냥 옷장 같은 데 숨어있으면 안 되겠소?”

“닥치고 빨리 들어가요. 발소리 들려요.”


얼마 안 가 쿵, 쿵쿵 발걸음 소리와 함께 라동해와 그의 부하들이 시하 군주의 침실에 들이닥쳤다.

한조가 잠시 그 앞을 막아섰다가 안으로 들이라는 군주의 목소리를 듣고 공손히 옆으로 물러났다.

라동해가 안경 너머로 늙은 한조를 한 차례 차갑게 쏘아보고는 붉은색 휘장을 젖히고 시하의 침실로 들어섰다.

시하는 높은 베개에 반라의 몸을 요염하게 기댄 자세로 푸른색 명주와 진주가 촘촘히 박힌 은빛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었다.

라동해가 그녀에게 다가서며 본능적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진한 분 냄새와 수십 개의 향로에서 피워진 향 때문에 그가 찾는 냄새를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하가 막사 한쪽으로 분홍빛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라동해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예까지.”


라동해가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대꾸했다.


“남편이 아내를 찾는 데도 이유가 있어야 하오?”


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 제대로 미쳤군요.”


라동해가 침상 맡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시하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미쳤소. 나 라동해는 마츠시타 시하라는 여자한테 미쳤소.”

“······.”

“도대체 장원은 왜 떠난 거요?”

“···답답해서요.”

“답답하다니, 무어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건 전부 다 준비해 놨는데, 응? 오늘 밤엔 저번에 당신이 말한 그 서역의 무희들과 마술사까지 불렀단 말이오.”


시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발, 되지도 않는 부부 놀이는 인제 그만 좀 해요. 라동해씨, 정신 차리라구요. 나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에요. 우리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위장 결혼 중인 무대 위의 배우일 뿐이라고요.”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연극에 충실하고 싶소.”

“혼자서 충실해요, 그러면.”


시하가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라동해가 밖에 대기 중인 부하들에게 눈짓하자 부하들이 스르륵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조 역시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다.

라동해가 침상에서 일어나 시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좋소,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내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소.”


시하가 라동해를 사납게 노려봤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오늘 밤 그분을 찾아가 이 결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겠소. 그리고 앞으로 그분의 계획에도 협조하지 않겠소. 나는 이번 천룡회 회장 선거에서 독자 노선을 취하겠소.”


시하가 라동해를 곁눈질로 흘기더니 고개를 수그린 채 젖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라동해가 잠시간 말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얼마 후 라동해가 물었다.


“어찌할 거요?”


시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해파 장원으론 돌아가지 않겠어요. 난 소금 내 나는 바닷바람이 싫어요.”

“섬사람이 소금 내가 싫다니···.”

“내 맘이에요.”


시하가 문득 몸에 두르고 있던 얇은 베일 한 겹을 옆으로 슬며시 흘렸다.

라동해가 침을 꿀꺽 삼켰다.

게이샤들이 들어와 침실의 등불을 하나만 남겨둔 채 모두 끄고 물러갔다.


잔혹동산 중심에 있는 총 막사.


제갈근의 이복동생 제갈윤(諸葛輪)과 제갈승(諸葛昇)이 화로에 올린 냄비 육수에 얇게 썬 소고기와 야채를 삶아 먹고 있다.

방금 전 경비를 서다 라동해의 쇠닻에 맞아 죽은 황정의 시체를 가지고 나타난 수하가 두 사람 앞에 부복 중이었다.

제갈윤이 고깃덩어리처럼 짓이겨진 황정의 시체를 한 차례 일별한 후 부하에게 말했다.


“보기 싫으니 가서 개밥으로나 던져줘라.”


순간 작은 몸집의 제갈승이 형의 말을 가로막았다.


“안된다. 황정은 제갈세가의 충직한 가신이었다. 가문으로 데려가 가족들에게 보이고 염을 하고 대기해라. 내 친히 장례를 돌볼 테다.”


제갈윤이 동생 제갈승을 차갑게 쏘아보며 빈정대듯 말했다.


“미쳐 날뛰는 바다사자 한 마리 잠깐을 못 막은 병신을 무슨 놈의 가신이라고 그리 챙기냐?”

“형님, 말은 똑바로 합시다. 라동해가 바다사자는 아니지요.”

“그럼?”

“해룡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크크,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알았다.”


제갈윤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떠나지 못하고 있는 부하에게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부하가 즉시 황정의 시체를 수습해 사라졌다.

제갈승이 형에게 말했다.


“어제 형님이 잡아 온 그놈, 흑옥궁(黑玉宮) 사람 말이 피가 너무 특이해서 장기 쪽으로는 쓸모가 없답니다. 해서 이따가 투기장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시발, 그럼 나 보고 오늘 밤 또 생사람을 잡아 오란 소리잖아?”

“어찌합니까, 나효란 괴물을 치료하려면 필요하다는데.”

“아니 도대체 이번 일에 왜 마교 괴물들을 끌어들인 거야. 나는 그것부터가 이해가 안 돼.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제갈승이 냄비에서 다 익은 송로버섯을 빼 먹으며 말했다.


“그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요. 우린 그저 그분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상관세가까지 우리가 집어삼키는 날이 올 겁니다.”


제갈윤이 소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막내에게 물었다.


“설마 그 양반, 그때 가서 우리까지 내치시진 않겠지? 그 뭐냐, 성어에도 있잖아. 사냥 다 끝나고 사냥개 잡아먹는 그거.”

“토사구팽이요? 그것에 대한 대비는 저번 날 형님들에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갈윤이 형 제갈근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동생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고는 뜨거운 냄비를 통째로 들고서 육수 국물을 후루룩 들이켰다.

그때였다.

막사 안으로 무사 하나가 들어와 고했다.


“대인, 얼마 전에 죽은 염상 채 씨의 마누라가 찾아왔는데 공교롭게도 무림맹 수사관을 대동하고 왔습니다.”

“뭐? 채 씨? 그게 누구야?”


제갈승이 형에게 말했다.


“그 왜 저번 날 장기를 꺼낼 때 하도 사납게 날뛰어서 형님이 주먹으로 대가리를 깨버린 놈 아닙니까?”

“맞네, 그놈이네. 근데 그놈 마누라가 왜?”

“돈을 가져왔나 봅니다.”

“백만 냥을?”

“다 가져오진 않았겠죠. 제가 서신에 적어넣은 마감 시한이 얼추 일주일 정도 되니 대충 끌어모은 상태로 찾아왔겠지요. 한데 수사관을 대동하고 오다니··· 장사꾼 마누라라 그런가, 확실히 대가리 굴리는 게 여느 놈들과는 다르군요.”


부하가 다시 한번 물었다.


“어찌할까요?”

“대동한 수사관이 한 명이 더냐?”

“수사관 한 명에 위사가 둘입니다.”

“허허,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타나셨군. 근데 채 씨의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지?”

“대파산 아래 난장강에 내다 버린 지 꽤 됐습니다.”


제갈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형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 건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형님은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 오늘 밤 안으로 장기로 쓸 사람이나 데려올 궁리를 하십시오. 흑옥궁에서 또 말이 나오면 난처해집니다.”

“젠장 할, 그래, 아우야, 알았다. 내 그리 하마. 한데 제갈근 형님은 도대체 어딜 가 있길래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냐?”


잠시 뒤 잔혹동산 입구에 있는 대기소 문이 열리며 제갈승이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무림맹 수사관 임하선과 채 씨의 아내 조홍매, 위사로 변장한 강군과 추문강이 제갈승과 인사를 나눴다.

통성명이 끝난 뒤 제갈승이 정중히 혈화문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곳을 무슨 일로 찾아오신 지는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채 씨는 이미 이곳을 떠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조홍매가 당혹해하며 물었다.


“떠나다니요? 대체 어디로요? 거기다 그가 이곳에 졌다는 빚은 어찌하고요?”

“빚은 다 갚고 떠났으니 부인께선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부군께서 마지막으로 걸었던 투견 판에서 큰돈을 벌었습니다. 해서 그것으로 빚을 모두 해결한 뒤 집으로 가겠다며 남은 돈을 모두 싸 들고 떠난 게 지금으로부터 대략 일주일 전입니다.”


무림맹 수사관 임하선이 제갈승에게 물었다.


“제갈승님의 말을 증명할만한 증거나 증인이 있습니까?”

“있지요. 제가 바로 그 증인이고 또 제 부하들 역시 증인입니다.”


임하선이 난처한 표정으로 추문강을 돌아봤다.

추문강이 임하선을 눈짓으로 불러 강군과 함께 뒤에서 상의했다.

잠시 뒤 임하선이 돌아와 제갈승에게 말했다.


“저희가 제갈승님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 오나 채 씨가 현재 실종상태에 있어서 부득이하게 수사를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잠깐만이라도 잔혹동산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조홍매가 그 말을 받아 제갈승에게 간곡히 빌었다.


“부디 아량을 베푸시어 저희가 조금이라도 남편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갈승이 잠시 고민하더니 조그만 턱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잔혹동산도 소중원의 일부라 원칙적으로는 저희가 여러분을 내쳐도 할 말이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채 씨 아내분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반 시진 정도 잔혹동산을 둘러보는 걸 허가하겠습니다. 단, 제 부하들의 호위 속에서 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임하선과 조홍매, 추문강, 강군이 대기소를 빠져나와 제갈승 부하들의 안내를 받으며 잔혹동산 안으로 진입했다.

그 무렵 잔혹동산의 반대편에서는 복면을 쓴 한 남자가 보기에도 아찔한 대파산 층암절벽을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다.


“아, 시발. 무슨 절벽에 잡을 게 하나도 없어.”


복면인은 지상이었다.

그는 한참 전에 부하들과 헤어져 돌산 방향에서 잔혹동산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돌산의 상세가 험해 오르는 데 꽤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 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상이 벼랑에 매달린 채로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올려다봤다.

낭떠러지에서 돋아난 소나무 위에 둥지를 튼 암컷 독수리가 푸드득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상이 탄성을 터뜨리며 사라지기 직전의 독수리 그림자 속으로 귀신보를 시전했다.

찰나 지간 공간을 단축한 지상이 소나무 둥지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독수리 새끼들이 지상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먹이를 달라 짹짹 울어댔다.

상공에선 침입자를 발견한 암컷 독수리와 수컷 독수리가 사나운 날갯짓을 퍼덕이고 있었다.

지상이 벼랑과 이어진 소나무 가지를 밟고 달려 단번에 낭떠러지 위로 뛰어올랐다.

독수리 부부의 험한 울음을 들으면서 그대로 숲길을 한참을 내달리자 곧 드넓게 펼쳐진 구릉지가 지상 앞에 펼쳐졌다.


“여기구나. 잔혹동산이라는 데가.”


마침내 혈화문 문주 이지상이 잔혹동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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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잔혹동산(4) 23.09.07 441 7 14쪽
33 잔혹동산(3) 23.09.06 426 8 17쪽
32 잔혹동산(2) 23.09.05 415 7 17쪽
» 잔혹동산(1) 23.09.04 464 9 16쪽
30 아상(阿裳) +1 23.09.04 456 7 23쪽
29 원걸영(元傑鈴) 23.09.02 469 9 18쪽
28 능소(凌瀟) 23.08.31 498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6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3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73 9 17쪽
24 천룡회 회합(2) 23.08.26 552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50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4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8 8 14쪽
20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92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5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8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40 10 15쪽
16 뜻밖의 손님 23.08.17 731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8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73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12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52 10 13쪽
11 출소 23.08.11 884 11 16쪽
10 뇌옥 23.08.10 892 12 14쪽
9 난전 23.08.09 926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9 14 14쪽
7 매복 23.08.08 980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13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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