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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5,274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8.22 07:35
조회
592
추천
8
글자
15쪽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DUMMY

야야장 상인들이 몰려왔던 첫날과는 다르게 장례식 둘째 날엔 야야장 무림인들이 장원을 방문했다.

거기엔 개방(丐幇), 하오문(下午門), 염방(鹽幇)처럼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탄탄한 조직들도 있었지만, 천룡회에 속한 우리 오대 세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소한 세력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벽력당(霹靂黨)이나 환락궁(歡樂宮), 사패림(四牌林)과 같은 이름도 생소한 그들을 소홀함 없이 대접했다.

전생과 현생, 두 번의 삶을 통해 내가 깨달은 단순한 진리가 있는 데 그것은 바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거였다.

오늘 누군가에게 베푼 선행이 먼 훗날 내게 어떤 복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또 오늘 거지였던 자가 내일도 거지라는 법은 없었다.

하물며 가족과도 같았던 동료들의 상을 위로해 주려고 먼 길 마다하고 찾아온 손님들 아닌가.

나는 금파파가 장원 밖에다 자리를 마련하자는 말까지 무시하고 개방 거지들도 장원 안으로 맞아들였다.

덕분에 점심 무렵에는 장원 내부가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로 뒤덮여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인원을 다 먹이느라 미리 잡아놓았던 소와 돼지고기마저 다 떨어져 부랴부랴 장원 안에서 도축까지 이뤄졌다.

한데 무사들로서도 처음 해보는 도축인지라 겁먹은 돼지 몇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살기 위해 장례식장을 휘젓고 도망 다니는 돼지들과 또 그것을 잡기 위해 망치를 들고 쫓아다니는 무사들.

그 우스꽝쓰런 모양을 보고 식장을 찾은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어제 내내 휘 노인과 그 아들들에게 상주 자리를 맡겨놓은 것이 미안해 아침 일찍부터 상주 자리를 지켰다.

덕분에 점심시간을 한참 넘어선 후에야 겨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휘 노인의 장성한 두 아들을 데리고 연무장 인근 간이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멀리서 철두가 나를 부르며 다급하게 뛰어왔다.


“형님, 형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그게 지금··· 광이 텅텅 비었습니다.”

“응?”

“포로들이 전부 사라졌단 말입니다. 조금 전 제가 순찰을 도는 중에 안개위 상태나 볼까 해서 잠깐 들렀는데 창고를 지키던 무사들도 안 보이고 창고 문은 활짝 열려있고 그 내부도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내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철두에게 다가가 녀석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철두야, 실은 그거 내가 오늘 새벽에 다 풀어줬다. 보초들도 해산시켰고.”

“네? 왜요?”

“철두, 네가 안 됐다며. 이번 한 번만 봐 주자며.”


철두가 어깨동무를 풀더니 멍청한 눈으로 나를 꼬나봤다.

녀석이 꼬집듯 물었다.


“진짜 그런 의도로 형님이 그 사람들을 다 풀어줬다고요?”

“일단 가서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 하루종일 서 있었더니 배고파 죽겠다.”

“아니, 형님,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 해줘요. 진짜로 풀어준 거 맞아요? 죽여서 어디다 파묻은 거 아니고?”


철두의 말에 내가 휘노인의 아들 휘성연(輝城衍)과 휘성진(輝城瑨) 형제의 눈치를 살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이 새끼가, 애들 있는 데서 못하는 말이 없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다 풀어줬다고. 세 사람 전부다.”

“엥? 왜 또 둘이 아니라 셋이에요?”

“이 자식이 오늘따라 말 더럽게 많네. 닥치고 따라와, 밥 먹고 다 얘기해줄게.”


내가 새벽에 두문택과 사사키 유이, 안개위까지 모두 풀어줬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철두에게 말했던 것처럼 마냥 아무 생각 없이 풀어준 건 아니고 나름 내 계획안에서 저지른 행동이다.


새벽녘, 창고건물 안에서 세 사람의 식사가 대충 끝나갈 무렵.

예상대로 내가 방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사키 유이가 내가 술에 취한 척 의도적으로 술잔을 떨어뜨린 순간 두문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놀란 두문택을 순식간에 제압한 여자 사무라이는 두문택의 목 언저리에 젓가락을 들이댄 채로 내게 협박하듯 말했다.


“움직이지 마. 손가락 하나 까딱했다간 이 자의 목에 바람구멍이 생길 줄 알아!”


그녀에게 사로잡힌 두문택이 울상을 짓고 말했다.


“으아, 유이 낭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요? 나는 당신한테 아무 잘못도 한 게 없소.”

“닥쳐, 이 망할 자식아. 지난 한 달간 너 때문에 귀청이 다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넌 죽어 마땅해.”

“아니, 입은 말 하라고 뚫려 있는 건데··· 말을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다 쓴단 말이오? 아, 혹시?”


퍽―!


둔탁한 소리에 두문택이 늑골을 움켜잡았다.


“컥···.”

“그 더러운 입으로 한 마디만 더 내뱉으면 이지상 저 자식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당장 네 목구멍을 쑤셔버릴 테니까, 죽고 싶으면 알아서 해!!”


내가 다리를 꼬고 앉은 채로 사사키 유이와 그녀에게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하는 두문택을 여유롭게 바라봤다.

문득 내 시선이 그 옆에 떨어져 앉아있는 안개위에게로 향했다.

안개위는 이 돌발 상황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빈 술잔에 술을 따라 연거푸 목구멍 안으로 들이붓고 있었다.

내가 다시 사사키 유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뭐지?”


유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밖에 있는 보초들을 전부 물리고 당장 건장한 말 한 마리를 이곳에 대령해.”


내가 코웃음 치며 그녀에게 물었다.


“보초를 물리고 말을 가져오면 네가 어디 갈 곳은 있고?”

“뭐?”

“진지하게 묻는 거야. 네가 진정 돌아갈 곳이 있냐고, 나는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거라구.”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어디로 갈 거냐니까? 지금 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를 한 군데라도 입 밖으로 언급해 봐. 만일 추적 때문에 꺼려져서 말을 못 하는 거라면 중요한 부분은 빼고 말해도 돼.”


사사키 유이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자 놀란 그녀가 두문택의 목에 겨누고 있던 젓가락에 힘을 줬다.

순간 두문택의 목에서 한가닥 뜨거운 혈흔이 흘러내렸다.

내가 더 접근하지 않고 사사키 유이에게 말했다.


“네 아버지 이름이 사사키 겐조라고 했지? 또 오랜 시간 동해 인근에서 어업을 해서 너희 가족들의 생계를 꾸렸다고 했고.”


잔뜩 인상을 쓴 유이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네 아버지와 너를 제외한 네 가족들의 이름을 말해봐. 일단 어머니부터 해보지.”


역시나, 내 이 단순한 질문 하나에도 사사키 유이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꽉 다문 입술이 새의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렸다.

유이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폈다를 무한히 반복했다.

그녀가 두통이 오는지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붙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네 이름이 사사키 유이라는 것조차 확신할 수 없지?”


여자 살수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두문택을 평상 바닥으로 내던졌다.


“아이쿠야, 나 죽네, 나 죽어!”


사사키 유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


“죽엇, 이지상! 내 아버지의 원수!”


내가 젓가락을 내질러오는 사사키 유이의 공격을 가볍게 비틀어 피하고는 다리를 걸어 그녀를 넘어뜨렸다.

유이가 반대편 짚더미에 머리를 처박았다.

입속에 들어간 지푸라기를 내뱉고 일어선 유이가 다시 나를 향해 상체를 숙이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방금까지 그녀가 들고 있던 젓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빈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한 후 그녀에게 들어오라 손짓하자 유이가 마치 뱀과 같은 몸짓으로 지그재그 보법을 펼치며 쇄도했다.

한데 보법뿐만 아니라 그녀의 좌수와 우수에서 쏟아지는 권법 또한 사권(蛇拳)이었다.

유이가 내 몸을 이리저리 타고 넘으며 내 요혈을 향해 권과 장, 조를 번갈아 내질렀다.

나는 그녀의 공격을 몸만 살짝 비틀어 피하면서 두문택과 안개위가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그들과의 거리를 조금씩 벌려 나갔다.

지척에서 들려오는 유이의 호흡에서 사사키 유이의 공력이 얼마나 얕고 또 그녀의 무공이 얼마나 단기간에 급조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순간 무언가가 내 볼을 스쳤다.

미지근한 물방울이었다.

여자 사무라이가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는 마지막 비장의 패는 숨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등을 타고 넘어간 그녀가 양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은 후 내 목덜미를 향해 여태 입속에 숨겨놨던 젓가락을 있는 힘껏 쑤셔 박았다.


탁―!


소리와 함께 나무젓가락이 부러졌다.

핏빛 홍사검(紅蛇劍)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몸에 진기를 단숨에 끌어올려 내게 매미처럼 매달려있는 사사키 유이를 그대로 튕겨냈다.

내게서 떨어져 나간 사사키 유이가 비틀비틀 3장 가까이 물러났을 때.

내가 그녀를 향해 귀신보를 시전했다.

찰나의 순간 핏빛 섬광으로 화한 내가 사사키 유이를 향해 멈추지 않는 칼춤을 추었다.

그녀의 싸구려 가죽조끼와 가죽 바지가 수천 조각의 꽃잎으로 변해 사사키 유이의 몸에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다.

사사키 유이, 지금 그녀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건 그저 자신의 몸 주위로 끝없이 쏟아지는 사선과 나선형의 혈선(血線)뿐.

그 혈선이 만들어낸 피의 장막 안에서 사사키 유이는 마침내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 파괴적인 칼춤의 현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던 두문택과 안개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철컥 소리와 함께 내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반대편에는 젖가리개와 손바닥만 한 하의만을 입고 있는 사사키 유이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내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사사키 유이, 이 정도로 검을 쓸 자신이 없으면 앞으로 절대 상대를 향해 살수를 펴지 마라. 그리고 너도 이미 알고 있듯이 나는 네 존재하지도 않는 아버지를 죽인 적이 없다.”


내 말에 사사키 유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가 가느다란 목을 길게 늘어뜨린 채 울부짖었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내가 냉정하게 대꾸했다.


“부정할수록 너만 아파질 뿐이다. 내 친구 중에 왜구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있는데, 녀석이 그러더구나. 왜구들의 뻔한 수법 중에 아이들을 납치해다가 환술로 기억을 지우고, 또 새로운 기억을 주입해 특정 대상을 향한 증오의 감정을 키운다고. 그렇게 키워진 아이들은 짧은 훈련 기간을 통해 효율적인 살수가 되고, 대부분 일회용으로 소모된 후 버려지거나 사라진다고 말이다.”


거기까지 말하자 사사키 유이가 땅에 얼굴을 파묻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그녀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었다.

기억이 조작됐을 뿐만 아니라 그 전의 기억까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그녀는 지금 자신이 누군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두문택이란 녀석은 갑자기 지하 토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나오더니 들고 온 종이에 무언가를 미친 듯이 적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내려다보니 녀석은 지금 글을 쓰고 있었다.

내가 방금 사사키 유이에게 했던 말, 또 그가 두 눈으로 목격했던 나와 사사키 유이와의 결투 장면들이 순식간에 활자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확실히 녀석은 천상 글쟁이였다.

내가 두문택 옆에 자리하고 앉아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잠시 후, 나는 너희 셋을 모두 풀어줄 것이다. 두문택 너도 네가 원한다면 혈화문을 떠나도 좋다.”


두문택이 글쓰기를 멈추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돌아봤다.

내가 계속해서 말했다.


“일단 두문택 너는 그토록 원하던 생생한 체험을 습득했으니, 이대로 영영 이곳을 떠나 나를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된다. 안개위도 마찬가지다. 안개위 네가 어제 당한 고문으로 우리에게 진 빚은 다 갚았다 쳐줄 터이니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사사키 유이, 너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라. 가서 자유롭게 네게 주어진 새로운 인생을 살아라.”


두문택이 아까 내가 주었던 은자 덩어리를 꺼내 만지며 물었다.


“이지상, 너 또 무슨 꿍꿍이 꾸미고 있지?”


내가 그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곤 빈손까지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없어, 진짜로. 그냥 가면 돼. 내가 장원 대문까지 배웅해 줄 테니까 보초들을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아, 이 새끼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데···.”


그때 안개위가 처음으로 붕대 속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차라리 그냥 이 자리에서 죽이세요. 더이상은 안 속습니다. 고문을 하던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녀석의 말에 내가 한참을 혼자서 웃었다.

내가 밖으로 나가 보초를 서고 있던 무사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무사들에게 거동이 힘든 안개위를 들것에 실어 장원 입구로 나르라 명령했다.

사사키 유이와 두문택에겐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여기 남아 있으려면 그러라고 말한 뒤 곧바로 창고를 나섰다.

얼마 안 가 허겁지겁 창고를 빠져나온 두 사람이 우리 뒤를 따라붙었다.

두문택은 어느새 봇짐까지 등에 메고 있었고 사사키 유이는 두문택의 넝마 옷을 걸치고 있었다.

장원 대문에 가까워질수록 녀석들의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입구에 도착한 나는 근처에 있는 참나무 가지를 꺾어 간소하게나마 지팡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들것에서 힘들게 몸을 일으킨 안개위에게 내밀었다.

안개위의 검은 눈동자가 춤추듯 흔들렸다.

세 사람은 장원 밖으로 한참이나 걸어나간 후에도 도저히 지금 상황을 못 믿겠다는 듯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까지 흔들어주었지만 녀석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암튼 그리된 것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밥상머리에서 끝마치자, 철두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형님, 지상 형님! 드디어 사람이 되셨···!”

“뭐, 이 새끼야?”


그런데 그때였다.

내가 아침에 미리 언질을 해두었던 추문강이 홍금보와 함께 밝은 얼굴로 식당에 들어섰다.

밥상에 부딪힐 듯 벼락처럼 들이닥친 녀석이 날 향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와, 진짜 이지상. 네 생각이 그대로 적중했다. 아, 아니. 우리 문주님 생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내가 추문강에게 물었다.


“돌아왔냐?”


추문강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셋 다?”

“그래, 셋 다 그대로 돌아왔어. 근데 진짜 궁금하다, 너 도대체 그 녀석들한테 무슨 말을 한 거냐? 아니, 문주님.”

“됐으니까 그냥 존칭 빼고 편하게 말해. 장례식 끝날 때까지는 봐줄 테니까.”

“하하, 고맙다.”


철두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물었다.


“설마 지금 돌아왔다는 사람이 형님이 새벽에 풀어준 그 사람들을 말하는 겁니까?”

“응.”

“아니 그 사람들이 왜 돌아옵니까?”


내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돌아올 수밖에 없지. 진실은 이곳 혈화문에만 존재하니까.”


내가 철두와 추문강, 홍금보와 함께 세 사람을 보러 장원 입구로 향했다.

한데 그곳에는 세 사람 말고도 반가운 얼굴이 한 명 더 있었다.

마심아가 콧수염을 뗀 남장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맑게 미소하며 서 있었고 한 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말 한 마리가 그녀 옆에서 거칠게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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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능소(凌瀟) 23.08.31 498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6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3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73 9 17쪽
24 천룡회 회합(2) 23.08.26 552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50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4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8 8 14쪽
»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93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5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8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40 10 15쪽
16 뜻밖의 손님 23.08.17 731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8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73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12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52 10 13쪽
11 출소 23.08.11 884 11 16쪽
10 뇌옥 23.08.10 892 12 14쪽
9 난전 23.08.09 926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9 14 14쪽
7 매복 23.08.08 980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13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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