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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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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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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8.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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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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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당구(唐嶇)

DUMMY

분명 여자가 남장한 것 같은데···.

목소리가 헷갈렸다.

그냥 이쁘게 생긴 남잔가?

찻주전자를 집어 그자와 나의 빈 잔에 차를 따르며 물었다.


“약속 날짜와 장소를 잡으러 오셨소?”

“네, 상단주께서 시간과 장소를 온전히 지상님에게 맡기시겠답니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니 그 정도 일을 처리하라고 상단의 대행수를 보낸단 말이오? 그냥 밑에 사람 아무나 보내거나, 서신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대행수면 상단에서도 상당히 고위직 아니오?”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마심아가 보조개가 인상적인 미소를 보이며 화답했다.


“음, 그건 아마도 저희 상단주께서 지상님을 그만큼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눈치가 빠르시구려.”

“네?”

“아니요, 그나저나 식사는 하셨소?”

“아직입니다.”

“그럼, 우리 밥 먹으면서 차분히 얘기합시다. 나도 식사하고 빨리 나가봐야 해서리. 어이, 아가.”


주방에 있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네, 아저씨.”

“엄마한테 1인분 더 추가해달라고 해라. 양고기도 많이 내오고.”

“네, 아저씨.”


소천의 어머니 요리 솜씨는 이 마을에서 유명했다.

내가 이 집에 하숙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여기 죽림촌에는 대략 팔십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려족 출신들이다.

추정컨대 려족은 한민족의 조상들로 보인다.

내가 환생한 이 무림 세상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중국 무협의 세계관을 전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중화민족인 한족 역시 이곳에선 소수민족일 뿐이고 남해엔 왜도 존재한다.


혼천강호(渾天江湖).


사부 유무성이 가르쳐 준 내가 태어난 세상의 이름이다.


금강상단 대행수 마심아와 시간과 장소를 합의한 뒤 숙소를 나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아무리 봐도 여자 같아서 헤어질 때 마주 잡은 손을 한참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지상님?”

“응? 아, 미안하오.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조만간 또 봅시다.”


야야장 동문 앞.


혈화문 장원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큰길에서 벗어나 참나무 아래 우물가로 이동했다.

길가에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놓고 물을 길으며 장사치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새우 눈에 작달막한 키의 장사꾼이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잰걸음으로 다가와 내가 방금 길어 올린 두레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물 한잔 얻어먹자는 눈치다.

나는 우물 옆에 놓인 두 개의 표주박에 각각 물을 떠서 장사치와 물을 나눠마셨다.

내가 먼 산을 바라보며 장사치에게 말했다.


“금강상단 상단주 마영인과 그 식솔들, 대행수 마심아란 자와 금강상단의 뒤를 봐주고 있는 조직, 그리고 혹시 우리 혈화문 내에 마영인의 끄나풀이 있는지 좀 알아봐 줘. 최대한 빨리.”

“아니, 이 친구야. 다른 건 몰라도 혈화문 내 끄나풀은 자네가 찾아야지. 그것까지 우리 영야각(瑛夜閣)에 의뢰하면 어떡해?”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까 잔말 말고 해줘.”

“그러다 혈화문하고 문제라도 생기면 자네가 책임질 거야? 그러면 수락할게.”

“좋아, 내가 책임질 게. 대신, 이틀 안에 해줘.”

“미친, 무슨 첩보가 애들 장난이야?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이틀 안에 다 알아내? 못 보던 사이 벼락이라도 처맞았나?”

“돈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까, 그냥 해줘.”

“천만 냥?”

“뒤진다.”

“헤헤, 일단 알았어. 내 오랜 친구 지상이를 위해서 한 번 봐줬다. 근데 그게 끝이야?”

“아니, 하나 더 추가할게. 천룡회 회장과 총관, 또 12 장로들의 동태와 천룡회 전체적인 분위기도 파악해 줘. 이건 시간 넉넉하게 줄게.”

“접수 완료. 대금은 언제나 그렇듯이 현금으로.”

“알았어, 비둘기 편으로 청구서 보내.”


새우 눈 장사치의 이름은 임청라(任聽螺).

한때 개방의 장로였고 지금은 개방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영야각(瑛夜閣) 임원 중 한 사람이다.

영야각은 당근 첩보기관이고, 내가 아는 무림 내 첩보기관 중 가장 정보력이 뛰어난 곳이다.


청라가 돌아가 짐을 싸는 사이, 나 역시 곧장 우물가를 떠났다.

야야장을 빠져나가 밤나무가 우거진 소로를 따라 1리쯤 이동하자 혈화문 장원이 나타났다.

수문 중인 부하들의 인사를 받으며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본채 전각의 대청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금파파와 마주쳤다.

금파파가 말도 없이 내 손을 붙잡더니 내가 전각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섰다.

그때 문주 침소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구였다.

놀랍게도 그 겁많은 당구 녀석이 홍설 문주를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대청 중앙쯤에서 금파파와 나란히 녀석의 말을 엿들었다.

방안에서 당구가 말했다.


“그래요, 이모. 내가 천룡회로 가는 상납금에 손댔어요. 그래서요? 뭐 어쩌라고요?”

“뭣이? 당구 너 이 녀석.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게냐?”

“그럼, 이게 말이지 뭐에요. 제가 뭐 여기서 춤이라도 췄나요. 어휴, 이모. 정 절 혼내고 싶으시면 이런 과정 없이 바로 매질을 하세요. 달게 받을게요. 하지만, 전 절대로 이모한테 사과할 생각이 없어요.”

“도대체 왜?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응?”

“······.”

“말을 해. 말을 해야 알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고! 응?”

“내가 이모한테 잘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모한테 잘하고, 또 혈화문에도 잘하면 내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냐고요. 이모는 어차피 문주 자리를 지상 형한테 넘길 거잖아요.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결국 지상 형이 혈화문을 물려받을 거잖아요.”

“당구 너, 너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쓰레기였어?”

“맞아요, 난 이거 밖에 안 되는 쓰레기예요. 그러니까 나도 나름 살길을 찾는 거라고요. 가지고 있는 영업장이라곤 파리 풀풀 날리는 변두리 객잔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공금에 손댈 수밖에 없죠.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때마다 이모는 나를 혼내세요. 그럼 되잖아요.”


찰싹-!


“태백객잔을 그리 만든 건 바로 너야! 네가 맡기 전까진 야야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객잔 중 하나였다고!”

“아, 몰라요. 다 집어치워요. 나는 당장 돈이 필요해요. 알았어요, 그럼 상납금에 손 안 댈 테니 따로 돈을 챙겨주세요.”

“나가, 나가, 이 자식아.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콰당, 쾅, 쾅쾅.


뭔가가 부서졌다.

당구가 빨갛게 부어오른 오른뺨을 한 손으로 가린 채 문을 열고 나왔다.

녀석이 대청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내가 당구에게 말했다.


“당구, 너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시, 싫소.”

“닥치고 따라와.”


정원수 사이로 깔아놓은 백석(白石) 길을 따라 꽃향기가 가득한 후원으로 들어갔다.

가는 도중에 당구가 물었다.


“혹시 지상 형님, 아까 내가 이모한테 한 얘기 다 들었소?”

“다 들었지. 새끼야. 귀가 있는데. 병신.”

“화 안 났소?”

“화났어. 인마, 그래서 널 데리고 가는 거 아니야. 화풀이 좀 하려고.”

“아, 진짜. 지상 형님. 내 나이가 몇 갠데 애들처럼 패려고 하오? 응? 형, 형님.”

“말 잘했다. 이 자식아. 네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이모한테 손 벌리고 살면서 이모 가슴에 못을 박고 지랄이냐.”

“그, 그거야. 하, 시발. 진짜. 나도 몰라. 그냥 요새 되는 일이 없으니까.”


내가 투정을 부리며 칭얼대는 당구를 보면서 걸음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고쳐먹고 당구에게 물었다.


“당구, 너 창술은 좀 늘었냐?”

“몰라요, 요새 머리가 하도 아파서 무공수련도 안 하고 살았어.”


내가 당구를 바라보며 홍사검을 빼 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당구가 양팔을 허우적대며 뒷걸음질 쳤다.


“아, 형, 지상 형. 진짜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뭐가 아니야. 인마. 빨리 창 뽑아. 두 개 다 뽑아. 오랜만에 실력 좀 확인하려는 거니까. 겁먹지 말고.”

“진짜 대련만 한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그럼, 내가 널 죽이기라도 할까 봐? 당구 너 혈화문의 문주가 되고 싶다며. 근데 우리 혈화문은 애초에 살수 집단으로 출발했잖아. 살수 집단의 우두머리가 부하들보다 무공이 약하면 누가 너를 문주로 인정해주겠냐?”

“형, 그, 그 말은?”

“그래, 당구 네가 만일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모두 완수하면 너한테 문주 자리를 넘겨 줄게.”

“진짜?”

“그래, 그러니까 빨리 창 뽑아. 실력 좀 보자.”


당구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해졌다.

녀석이 허리에 찬 쌍단창(双短槍)을 빼 들고 거친 기합을 내지르며 쇄도했다.

몸이 조금 굼뜨긴 해도 당구의 무공 실력은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변칙적인 수법에 약한 건 여전했다.

천성적으로 순한 성격이 녀석의 창술에도 묻어나왔다.

삼십여 합쯤 겨뤘을 때 녀석이 단창을 교차해서 내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신법을 펼쳐 오히려 녀석을 품에 끌어안았다.

창을 휘두를 간격이 나오지 않자 당구가 어찌할지 몰라 당황해했다.

검으로 연달아 쌍창을 때려 날린 뒤, 당구의 안다리를 걸어 녀석을 공중에서 한 바퀴 뒤집었다.

쿵, 소리와 함께 당구가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아야!”

“수업 끝.”


마른자리에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생각했다.

당구가 근본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제 딴에는 잘해보겠다고 한 것이 잘 안 되니까 내게 질투를 한 것이다.

나이는 먹었어도 문주가 오냐오냐 키워서 속은 아직 어린애다.

더군다나 녀석이 문주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서 혈화문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일도 없다.

당구 뒤에는 능소가 있고 진소추가 있고 철두도 있고 백화도 있다.

거기다 당홍설도 상왕처럼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래,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 생각하고 당구에게 말했다.


“내가 제시하는 조건은 총 세 가지야. 그것만 완수하면 혈화문 차기 문주는 당구 네가 될 거다. 첫째는 네가 맡은 태백객잔(太白客棧)을 예전의 잘 나가던 상태로 돌려놓을 것. 둘째는 무공 수준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 셋째는 이모한테 당장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할 것. 이게 다다.”


당구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녀석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럼, 만일 내가 그 세 가지 조건을 다 완수해서 문주가 되면 형은? 형은 어쩔 건데?”

“난 혈화문을 나가서 따로 할 일이 있어.”

“그게 뭔데? 혹시 저번에 말한 출판업?”

“안 그래도 너한테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당구 너 그거 아무 데서나 떠들고 다녔지?”

“아니야, 나 안 그랬어.”


이 자식이 대놓고 오리발이다.


“들은 사람이 있는데, 이 자식이 형한테 거짓말을 해?”

“으, 미안, 형. 잘못했어. 내 이렇게 빌게.”

“당구 너 앞으로 또 내 얘기 함부로 하고 다니면 그땐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어. 문주 자리도 당연히 물 건너가는 거고.”

“알았어, 진짜 약속할게. 부처님한테 맹세할게.”


당구와 헤어져 다시 문주 방을 찾았다.

방에는 소박한 주안상과 향이 피워져 있었고 아편 냄새는 나지 않았다.

내가 문주에게 한잔 술을 올리며 물었다.


“금파파한테 얘기 들으셨죠?”

“그래, 들었다. 천룡회 총관이 널 보자고 했다면서.”

“네. 어찌할까요?”

“뭘 어찌해?”

“이번 천룡회 회장 선거 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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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잔혹동산(1) 23.09.04 460 9 16쪽
30 아상(阿裳) +1 23.09.04 452 7 23쪽
29 원걸영(元傑鈴) 23.09.02 464 9 18쪽
28 능소(凌瀟) 23.08.31 491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1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0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65 9 17쪽
24 천룡회 회합(2) 23.08.26 544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48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0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3 8 14쪽
20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89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1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1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33 10 15쪽
16 뜻밖의 손님 23.08.17 725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4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68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09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48 10 13쪽
11 출소 23.08.11 880 11 16쪽
10 뇌옥 23.08.10 887 12 14쪽
9 난전 23.08.09 923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5 14 14쪽
7 매복 23.08.08 975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08 13 13쪽
» 당구(唐嶇) 23.08.04 1,231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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