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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5,281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8.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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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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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뜻밖의 손님

DUMMY

소중원(小中原) 북서쪽에는 천산(天山) 끝자락에서 시작된 드넓은 구릉지가 펼쳐져 있다.

이 구릉지에 설치된 각양각색의 천막 안에선 투견과 경마, 투계(鬪鷄) 등의 도박판이 이루어졌다.

최근 이곳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하루 이용객의 수가 수천을 호가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듯이.

이곳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곳에서 죽어 나가는 동물의 수도 많아졌고 또 패가망신해서 자살하는 사람의 수도 나날이 증가했다.

때문에 언제부터가 사람들은 이곳을 잔혹동산(殘酷動産)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야야장에서 이지상과 그의 정보원 임청라가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무렵.


이곳 잔혹동산에서도 철창에 갇힌 개들의 격한 울부짖음 속에 평소와 다른 이색적인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갑조는 2호 막사로, 을조는 3호로, 마차와 분리한 말들은 다른 동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빠르게 외곽으로 내보내라. 어서!”


횃불을 든 무사들이 천막 사이를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금 전 예고도 없이 찾아든 말과 마차들, 그리고 사람들의 행렬 때문이었다.

그 후로 일각의 시간이 지난 뒤, 개 짖는 소리가 잦아들고 무사들의 움직임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때 이목구비가 훤칠한 이십 대 중반의 젊은 귀공자 하나가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을 따르는 무사들을 이끌고 투견장 입구에서 대기 중인 마차로 다가갔다.

마차 앞에 이르자 귀공자가 맑고 경쾌한 어조로 말했다.


“시하 군주님, 막사별 인원 배치가 끝났고, 또 동물들도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이니 마차에서 내리셔서 숙소로 이동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마차 문이 열렸다.

게이샤들의 호위를 받으며 눈부신 백색 궁장을 차려입은 소녀 하나가 마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목구비가 마치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무척이나 귀엽고 상큼한 소녀였다.

나이는 많아 봤자, 열여섯에서 열일곱 살 정도로 보였다.

소녀가 자기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하고 있는 귀공자를 향해 하얗고 투명한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내밀었다.

귀공자가 소녀의 은가루가 뿌려진 손등에 조심스럽게 입 맞추며 말했다.


“소인 제갈근(諸葛瑾), 시하 군주님을 뵙습니다.”


소녀가 수줍게 미소하며 귀공자에게 응답했다.


“미안하게 됐어요, 공자님. 제가 갑작스레 이 야심한 밤에 쳐들어와 큰 폐를 끼치게 됐으니 말입니다.”

“아닙니다, 군주님. 폐라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십니까. 오히려 제가 이 누추한 곳에 시하 군주님의 귀한 옥체(玉體)를 모시게 되어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시어요. 누추한 곳이라니요. 이곳이야말로 공자님 가문의 생계가 이루어지는 곳. 바로 그 삶의 현장 아닙니까. 안 그래도 저는 예전부터 이곳을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어요.”

“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밤이 늦었으니 숙소로 이동하셔서 여장을 푸시지요.”

“네.”

“아, 시하 군주님.”

“네?”

“혹시 여유가 되시면 동쪽 막사에서 동해파 라동해(羅東海) 장문인이 기다리고 있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뵈실는지요?”


소녀가 이곳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인상 쓰며 말했다.


“그자가 왜 여기에 와있는 거죠? 혹시 제갈근님이 그자한테···.”


제갈근이 한껏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부른 게 아닙니다. 그게 실은 동해 장문인이 저녁 무렵 투견장에 용무가 있어 방문하셨는데 그때 시하 군주님 소식을 같은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동해 장문인께선 시하 군주님과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 통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고 하시며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고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소녀가 낮게 한숨을 내쉬더니 제갈근에게 말했다.


“가서 라동해에게 전하세요.”

“네? 아, 네.”

“우리는 대의를 위해 적을 속이려고 잠시 위장 결혼을 한 것뿐인데 행여 이 결혼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하거나 딴마음을 품는다면 그땐 저와 아스카의 닌자들이 절대 용서치 않을 거라고요.”

“······알겠습니다.”

“숙소가 어디죠?”

“저기 보이는 그루터기 옆에 설치된 푸른색 막사입니다.”

“알았어요. 여기서부턴 저희끼리 알아서 갈 테니 공자님께선 라동해에게 가보세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군주님.”


제갈근과 무사들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맞은편 언덕 위에서 늙은 닌자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 내려왔다.

닌자가 시하 군주 앞에서 딱 멈춰 서더니 옷자락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시하님, 대체 오늘 일은 어찌 되신 겁니까? 왜 갑자기 공연장에서 환술을 쓰신 겁니까?”


시하 군주가 그녀의 심복을 향해 말했다.


“한조, 너 때문이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네가 만일 관객석에 이지상이란 자가 와 있다는 말을 내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오늘 절대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야.”

“아, 혹시 공연 중에 이지상을 보셨습니까?”

“그래, 보았다.”

“어땠습니까? 그 녀석.”

“녀석의 사기(邪氣)에 맞서기 위해 나도 모르게 환술을 끄집어낼 정도로 전신에 요사스러운 기운이 넘쳐흘렀다.”

“헐, 그 정도였습니까?”

“한데 이상한 점도 있었다.”

“이상한 점요?”

“그의 기가 놀랍도록 정적(靜寂)이었다. 마치 오행산 동굴에 가둬놓은 손오공처럼 그의 기는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으로 굽이쳐 있었다. 그게 이상했다. 그게 진정 이상했다. 때문에 내가 펼친 환술은 오히려 목표를 잃고 길 잃은 어린 양처럼 방황해버렸지.”

“쩝,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마츠시타 시하가 한조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공연장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기다리고 있으면 내 곧 변경된 일정을 알려 주겠다. 그리고 한조야.”

“네, 시하님!”

“당장 쓸만한 애들 몇 명을 차출해 라동해를 감시하도록 해라.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이나 음흉해 보이더니, 지금 이놈이 뒤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음, 군주님. 라동해 그놈이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 해도 막상 행동에 옮길 수나 있겠습니까? 이번 일은 우리뿐 아니라 상관세가까지 개입된 일 아닙니까?”

“나도 그리 생각한다만,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중원 놈들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녀석들에게 단 한 번의 틈이라도 보이면 그 순간 우리 목에 칼이 들이닥칠 테니까.”

“알겠습니다. 당장 애들을 시켜 라동해를 감시토록 하겠습니다. 그럼, 군주님. 전 이만.”

“가보거라.”



*



새벽녘 혈화문 장원.


쓱~ 싹~


조금 전부터 대청에서 이상하고도 규칙적인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인시(寅時, 새벽 3시)가 넘어서 돌아와 고작해야 한 시진 남짓 잠들었던 것 같은데···.


쓱~ 싹~


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눈을 비비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곧장 창문으로 이동해 주렴을 한쪽으로 걷어 젖혔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대청 바닥을 쓸고 있는 미친놈이 보였다.


“누구야? 누군데 이 꼭두새벽에 빗자루질을 하고 있어?”


몸집이 돼지처럼 뚱뚱한 녀석이 비질을 멈추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미친! 녀석의 정체는 홍금보였다.


홍금보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잠이 안 와서요. 마침 대청에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길래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어요. 오늘 여기서 장례식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헤헤헤.”


그리 말하곤 녀석이 다시 비질을 시작했다.

내가 맨발로 뛰쳐나가 홍금보의 귀때기를 붙잡고 방으로 끌고 들어왔다.


“이 미친 새끼야! 너 뭐야? 대체 네가 왜 여깄어? 응? 소홍루는 어쩌고? 내가 분명 어제 너한테···.”


그때였다.

내실 방향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다소 민망한 옷차림의 여인이 눈을 비비며 내가 침실로 쓰고 있는 집무실로 들어왔다.

한데 등불에 비친 여성의 정체는 왕정정이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목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이 깼잖아요. 무슨 일이에요?”

“정정, 너는 또 왜 여깄어? 너희 뭐야? 귀신이야, 뭐야?”


내가 고성을 내지르자 본채와 연결된 전각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불이 켜졌다.

좀 있으니 금파파가 맨발로 내 방을 찾아들었다.

그녀가 두 인간을 대신해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

홍금보, 왕정정, 두 사람이, 아니 소홍루 전체 식구들이 혈화문 장원으로 몰려오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어제 있었던 그 기괴한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갔던 관객 일부가 밤에 발작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의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속출했고 당연히 환자 가족들은 소홍루로 몰려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금보가 혈화문에 도움을 청하려고 주머니에서 신호탄을 꺼내다 폭죽을 오 발사했다.

녀석의 바지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소홍루 부엌을 홀라당 다 태웠다.

왕정정이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당황해서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던 그때 누군가 말을 꺼냈다.


“내일부터 혈화문 장원에서 장례식이 있을 예정인데, 내친김에 우리가 가서 도와주면 어떨까요?”

“도와주러 간다고? 너 우리 코가 석 자인 게 안 보여? 지금 누가 누굴 도와주러 간단 말이야?”

“아니, 말이 도와주러 간다는 거죠. 실제로는 도망치잔 말이에요.”

“도망?”

“네~ 장례식을 핑계로 저 밖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자구요. 장례식 3일간만 그곳에 피해있으면 환자들 상태도 많이 나아질 테고 또 저 가족들도 어느 정도 진정될 거 아니에요. 그때 돌아오자고요.”


순간 왕정정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장례식엔 손이 많이 필요할 거야. 우리가 가서 도와주면 지상 오라버니도 고맙게 생각할 거고. 좋아, 다들 올라가서 빨리 짐 싸. 앞으로 삼 일간 우리는 혈화문 장원에 묵는다.”


그렇게 된 것이었다.

얘기를 끝마친 금파파가 주름진 입술을 꼭 다문 채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미간을 잔뜩 좁힌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들을 수용할 방은 충분하오?”

“네, 본채에 빈방들이 넉넉해 다 거기에 몰아넣었어요.”

“시발, 내 침실 옆에 말이오?”

“다른 곳은 이미 인원이 다 차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날이 밝으면 당장 장례식 시작인데 인제 와서 또 방을 어떻게 바꿔요.”

“하아.”


그런데 왕정정이 갑자기 피곤한지 몸을 비비 꼬며 침상 위에 커다란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왕정정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라버니, 부탁드려요. 장례식만 끝나면 바로 갈게요. 네?”


진정 믿음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내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답했다.


“정정아, 일단 내 침상에서 네 엉덩이 좀 치워. 거기 말고 저 의자로 가서 앉아. 그래, 그리고··· 알았어, 우선 금파파 말대로 하지. 단 소홍루 애들 때문에 장례식 때 소란이 발생하면 안 돼. 응? 알았어? 금파파?”


금파파가 날 향해 엷게 미소하며 답했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멀뚱멀뚱 서 있는 홍금보의 귀때기를 잡아서 금파파에게 넘겼다.


“금파파, 당장 이 자식 손에서 빗자루 좀 빼앗고 어디로든 데려가서 가둬 버려. 나 진짜 잠 좀 자야겠어.”

“알겠습니다, 푹 주무십시오. 문주님.”


다들 알아서 가길 바라며 침상으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겨우 잠에서 깨어난 나는 부랴부랴 금파파가 준비해놓은 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대청 앞을 지키고 선 중년 무사가 내게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문주님, 일어나셨습니까.”

“응, 수고가 많네. 그래. 손님들은?”

“네, 대부분 식장으로 이동해 향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부는 후원에서 식사하고 있고요.”

“알았네. 수고하게.”


내가 서둘러 죽은 이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원 입구에서부터 직선으로 반 마장 거리에 자리한 장례식장엔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식장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인사를 해왔다.

대부분 야야장 상인들이었다.


“지상님, 문주 자리에 오르신 거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상님, 이쪽도 한 번 봐주세요. 오문 거리에 있는 상인연합에서 나왔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네, 네네. 고맙습니다. 부의금은 저쪽으로. 아, 그렇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문주님, 이분이 바로 도축협회 회장님이신 하진안 루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지상입니다.”


이게 장례식인지 내 취임식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하나도 없던 그때.

누군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꽉 붙들고 인파의 쓰나미에서 빠져나왔다.

마찬가지로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철두가 날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형님, 대충 인사하셨으면 상주 자리는 휘 노인한테 맡기고 저랑 밖에 나가 있죠.”

“어, 그래, 잠깐만. 철두 너 향 피웠어?”

“네, 아침에요. 아, 형님 그러면 향 피우고 저쪽으로 오세요. 저기 배나무 숲 쪽으로요.”

“알았다.”


내가 대기 중인 문상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식장 안으로 들어가 혈화문을 위해 죽어간 자들의 위패 앞에 섰다.

중앙 자리에 당구의 위패가 놓여 있었다.

녀석을 위해 향을 피운 뒤 향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묵례 후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당구에게 속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당구야. 형은 정말 네가 문주 자리에 오르길 바랐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돼버렸다. 부디 다른 세상에선 네가 하고자 하는 일 다 잘되길 바라고 그 연분홍이란 처자와도 좋은 사랑 이어가길 바란다. 사랑한다, 아우야.’


다음으론 위패에 적힌 죽은 부하들의 이름을 한 번씩 속으로 읊으며 한꺼번에 묵례를 올렸다.

차례가 끝나자 휘 노인에게 귓속말로 자리를 지켜주라 부탁하고 식장을 빠져나왔다.

다가와 인사하는 사람들의 손을 몇 차례 잡아 주고는 곧 철두가 기다리는 배나무 숲으로 향했다.

철두와 만나 한가로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식장 쪽이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목청 높여 날 찾고 있었다.


“문주님! 지상 문주님!”


나를 부르는 이는 장원 대문을 책임지는 수문장 이호였다.

나와 철두가 서둘러 식장으로 움직였다.


“왜? 무슨 일이야?”


이호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저, 저기. 문주님! 지금 우리 대문 앞에 비룡방 애들이 와있습니다!”

“응?”

“추문강 방주도 함께 와있습니다!”


내가 동요하는 문상객들을 진정시킨 뒤 철두와 무사 십여 명을 데리고 장원 대문으로 향했다.

수문장의 말대로 그곳엔 비룡방 애들이 와 있었다.


오늘 같은 날, 녀석들을 보자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한 내가 침을 퉤, 뱉으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내가 다짜고짜 뒤에 멀찍이 서 있는 추문강에게 귀신보를 시전해 녀석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추문강, 너 돌았냐?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이지상, 진정하고 내 말 들어봐.”

“뭘 진정해, 이 새끼야. 오늘 내 부하들 장례식인데 그 일과 무관치 않은 니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이 개새끼들아.”


추문강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내 손을 힘껏 뿌리치고 한편에 세워진 마차 쪽으로 달려갔다.

녀석이 쫓는 나를 향해 마차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지상, 이리 와서 봐. 이 마차 안에 누가 있는지.”


내가 추문강 옆으로 이동해 마차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곳엔 한 비리비리한 사내 녀석이 속옷 차림으로 밧줄에 온몸이 묶여 있었다.

내가 추문강에게 물었다.


“이 녀석이 누군데?”


추문강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저번 백석교 사건의 원인이 됐던 그놈. 태백객잔에 아편을 들여와서 당구랑 그 여자애, 그리고 우리 비룡방과 너희 혈화문의 수많은 무사를 죽게 만든 그 원흉이 바로 이놈이다. 이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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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잔혹동산(4) 23.09.07 441 7 14쪽
33 잔혹동산(3) 23.09.06 426 8 17쪽
32 잔혹동산(2) 23.09.05 415 7 17쪽
31 잔혹동산(1) 23.09.04 464 9 16쪽
30 아상(阿裳) +1 23.09.04 456 7 23쪽
29 원걸영(元傑鈴) 23.09.02 469 9 18쪽
28 능소(凌瀟) 23.08.31 498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6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4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74 9 17쪽
24 천룡회 회합(2) 23.08.26 552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50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4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8 8 14쪽
20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93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5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8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41 10 15쪽
» 뜻밖의 손님 23.08.17 732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8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73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13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53 10 13쪽
11 출소 23.08.11 884 11 16쪽
10 뇌옥 23.08.10 892 12 14쪽
9 난전 23.08.09 926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9 14 14쪽
7 매복 23.08.08 981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13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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