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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5,291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8.11 20:11
조회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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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6쪽

출소

DUMMY

황건명이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이지상, 우린 당신이 다음 천룡회 회장 자리를 차지하길 원하오.”


요새 무슨 마(魔)가 낀 건지.

만나는 고위급 인사마다 내게 천룡회 회장이 되라 한다.

저번 날 만난 천룡회 총관 곽규가 그랬고.

오늘 처음 본 무림맹 치안감 황건명까지.

흠.

이 사람들은 대체 무슨 속셈들일까.

혹시 내가 만만해 보이는 건가.


내가 대답 없이 애꿎은 고량주만 연거푸 다섯 잔을 내리 마시자 황건명이 딱딱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상 부 문주, 행여 내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나는 당신한테 무림맹의 밀정이 되어달란 소리를 한 게 아니오. 그저 기존의 야야장 규칙에 따라 천룡회 회장 선거에 나가서 회장 자리에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뿐이요.”


내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황 대인, 뭘 그렇게 말을 빙빙 돌려서 하시오. 그냥 쉽게 말해 간자(밀정, 간첩)가 아니라 꼭두각시를 원한다는 거 아니오. 그리고 그 꼭두각시를 이용해 야야장 전체를 지배하고 싶다. 또 그간 무림맹의 힘이 닿지 못했던 소중원까지 차지하고 싶다. 결국 그말이 하고 싶은 거잖소.”


황건명이 정색하며 말했다.


“틀렸소. 나와 무림맹은 야야장이나 소중원과 관련한 그 어떤 이익에도 관심이 없소.”

“하면 왜, 나더러 천룡회 회장이 되란 거요? 관심도 없으면서?”


황건명이 잠깐 숨을 골랐다.

그가 새 담배를 꺼내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내 질문에 대답했다.


“지상 부 문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우리가 원하는 건 야야장의 절대 안정이오.”

“절대 안정?”

“그렇소, 사실 얼마 전까지 우린 천룡회 회장이 누가 되든 관심조차 없었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만일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무림맹은 그간의 평화 협정을 깨고 야야장에 무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소.”

“황 대인,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소.”


황건명이 살짝 흥분했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했다.


“현재 야야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세력인 비룡방과 혈화문의 실세들이 무림맹 뇌옥에 갇혀 있소. 갇힌 기간도 벌써 2주가 지났소. 하지만, 야야장 전체를 통솔하는 천룡회에서는 이번 일과 관련해 우리 무림맹에 단 한 명의 사신도 보내지 않았소. 하다못해 서신조차도 보내오지 않았소.”

“······.”

“이지상, 당신도 잘 알다시피 현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은 겁쟁이에다 소인배요. 그는 애당초 야야장을 통솔할 능력이 없었소. 아니 자신의 출신 가문인 상관세가 조차 다스릴 수 없는 바보, 멍청이요. 그의 임기 중에 큰 사건이 터지지 않아서 망정이지. 우린 지난 7년간 매일 매일을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보냈소.”


황건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창가로 다가가 좁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몽방(夢幇, 아편 업자들) 녀석들이 이곳 황도(皇都)에 아편을 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소. 당신도 알다시피 황도는 강호 상에 몇 개 남지 않은 아편 청정구역이오. 하지만, 이런 황도조차 더는 막기가 힘든 지경까지 내몰렸소.”

“결국, 아편 때문이었소? 아니 그런 문제가 있다면 진작에 천룡회 측에 협조를···.”

“요청했었소. 지난 7년간 수도 없이 요청했었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단 한 마디였소. 그래서 참다못한 우리가 직접 나섰소. 몽방 녀석들을 아예 송두리째 뽑아버리려고 했었지.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소.”


내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고개를 크게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몽방 따위가 대체 뭐라고. 천하의 무림맹이···.”

“몽방이 문제가 아니오. 그들과 결탁한 천궁(天宮)의 황족들과 황도의 귀족들이 문제란 말이요!”

“그 말은 혹시 무림맹 안에 배신자가 있다는 소리요?”

“그렇소. 그리고 그 배신자들은 소수의 몇 사람이 아니요. 그들은 이미 세력화되어 무림맹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요. 이것은 내 측근으로 있던 몇몇 수사관이 자신을 희생해 밝혀낸 중요한 정보요.”


내가 진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이미 황도가 아편에 뚫린 거 아니요?”

“비공식적으로는 뚫린 게 맞소.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황도는 아직 청정구역이요.”

“그게 무슨 차이가 있소?”

“차이가 크오. 특히 우리 같은 공직자들에겐 그 차이가 매우 크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내 지척에 있던 간수가 문을 열자 같은 간수 차림의 남자가 들어와 탁자 위에 책을 한 권 놓고 나갔다.

내가 ‘과부의 뜨거운 밤’ 책을 주워들고 황당한 표정으로 황건명을 쳐다봤다.

황건명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이지상 당신이 무슨 수를 쓰든 천룡회 회장이 되어주기만 한다면, 또 우리를 도와 몽방과 그 배신자들의 야욕을 막아주기만 한다면, 내 책임지고 당신과 마영인 대인에게 황도에서의 사업권을 허가해주겠소.”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황도에서의 사업권’


그건 금강상단의 마영인 대인조차 평생 갖지 못한 어마어마한 특권이다.

멍때리고 있는데 황건명이 추가로 몇 가지를 더 제시했다.


“출판업뿐만이 아니오. 건설업이나 물류 쪽 일도 허가해주겠소. 아니, 아니. 아편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 대한 사업권을 내주겠소.”


흥분한 내가 허겁지겁 황건명에게 뭔가를 더 캐물으려다 급히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시오?”

“잠깐, 잠깐 생각 좀 합시다.”


모순(矛盾).

머릿속에서 뭔가 어긋난 게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천룡회 회장 자리’와 ‘황도 사업권’ 이 두 가지는 절대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그때였다.

황건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뚫어지라 노려보면서 말했다.


“딱 7년이요. 7년간만 당신이 천룡회 회장 자리를 지켜주면 되오. 그사이 당신과 무림맹이 협업해서 많은 걸 정리하고 또 새로운 법을 세워두기만 한다면 차기 천룡회 회장이 누가 되든 아무 상관이 없게 되오. 회장 위에 법이 존재하니까. 그러니 딱 7년만 회장으로서 일을 해주고 그다음 은퇴를 하든, 뭘 하든, 이곳 황도로 넘어와서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고 살면 되오.”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을 붕어처럼 벌리고 눈까지 동그랗게 뜬 채로 물었다.


“황건명, 당신. 나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시구만. 혹시 마영인 대인과도 아는 사이요? 그분도 무림맹 쪽에 뒷배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누군지 당신한테 밝힐 순 없지만, 그 뒷배 역시 내 사람 중 한 사람이오. 그러니 내 말은 모두 믿어도 되오.”

“참나, 음, 담배 한 대만 더 핍시다.”


황건명이 옆에 있던 담배 상자를 통째로 내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 있는 동안 원하는 게 있으면 뒤에 친구한테 말 하시오. 안 되는 거 빼곤 다 해줄 거요.”


내가 내 뒤에 서 있는 중키의 젊은 간수를 한 차례 바라보고는 곧 끄덕이며 담배를 태웠다.

얼마 후 내가 황건명에게 차갑게 물었다.


“당신의 실각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오?”


황건명이 미간을 좁힌 뒤 냉정하게 말했다.


“아예 없지는 않소.”


내가 살짝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만일 당신이 실각하면 나는 망하는 거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요. 나도 이 일에 사활을 걸었으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정치는 야야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오. 이곳 황도에서도. 또 대도무문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게 바로 권력을 향한 암투요.”


이번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쇠고랑을 질질 끌며 좁은 감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황건명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하겠소. 야야장에 왜구를 끌어들인 게 당신이오?”


황건명이 잠깐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더니 깍지 낀 손에 턱을 괴며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원래는 몽방을 상대로 이이제이(以夷制夷)로만 활용할 생각이었소. 한데 일이 조금 틀어졌소.”

“당신들 통제를 벗어났군.”

“그렇소. 지금은 딱 그 상태요. 그리고 최근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왜구들이 우리 무림맹 내부 배신자 세력과 접촉이 있었다고 하오.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조사 중에 있소.”

“거기에 대한 해결책은 있소?”


황건명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빼꼼히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설마 그 해결책도 나요?”


황건명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뿌연 담배 연기를 황건명 면상을 향해 한가득 내뿜었다.


그렇게 그와의 첫 만남이 끝났다.


며칠 후 석방 날짜가 정해졌다.

9월 초하룻날이다.

5일 남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혈화문 식구, 모두가 석방될 예정이다.

이번 백석교 사건의 발단이 됐던 당구가 죽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다시 만난 황건명의 말에 의하면 처음 태백객잔에 아편을 들여왔던 그 손님이란 작자는 비룡방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고 또 지금은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야야장 곳곳에 용모파기(容貌疤記)를 뿌려 수배 중이긴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무림맹 위사(衛士)로 변장해 당구를 유인했던 놈들도 비룡방과는 무관한 자들이었다.

그 다섯 놈은 백석교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태백객잔과 백석교 인근에서 모두 시체로 발견됐다.


한편 비룡방 측도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책임으로 벌금 오십 만 냥과 간부 두 사람이 5년 형을 사는 조건으로 모두 풀려난다고 했다.

황건명이 내게 따로 이 부분에 대해 이의가 있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냥 없다고 답해주었다.

흑도 사이의 일에 무림맹의 힘을 빌리긴 싫었다.

그렇게 잡다한 일들이 모두 정리되고 석방 날짜만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보려고 감옥을 찾아왔다.



*



가로막힌 투명한 유리판 너머에서 마심아가 말했다.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안에서 치료를 잘 받으셨나 봅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보이네요.”

“나는 원래 다른 사람보다 상처 회복이 빠른 편이요.”


사실이었다.

그사이 깨진 이빨도 다시 자라났고, 부러졌던 갈비뼈도 완전히 붙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일신에 보유한 음영신공이 가진 힘 때문이었다.

부작용이 치명적인 만큼 장점도 치명적인 무공이었다.


“한데 시간 내서 수염은 깎으셔야겠습니다. 인상이 많이 험악해 보입니다.”

“면도칼도 칼이니까, 소지는 금지요. 그리고 난 흑도 사람이요.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건 당연한 거요. 그나저나 당신, 오늘은 무슨 맘을 먹고 여장 차림으로 왔소?”

“여장 차림이라뇨. 이게 본래 제 모습인데.”


내가 잠깐 난이 수 놓인 화사한 백의 차림의 마심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거짓말 안 보태고 눈 속에 피어난 한 떨기 난처럼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웠다.

내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감옥을 방문할 때 입기엔 너무 화려한 옷 같소만.”

“뭐 어때요. 평소엔 잘 입지도 못하니까. 이럴 때나 한번 입어보는 거죠. 그나저나 이거 아까워서 어쩌죠?”

“응? 뭐가 아깝단 말이요?”

“저는 면회 때 식사도 같이할 수 있는 줄 알고 도시락을 싸 왔는데. 물어보니, 안된답니다.”


내가 간수를 불렀다.

간수는 다른 이들 몰래 나와 마심아를 면회실 옆 작은 내실로 안내했다.

내가 도시락 속 닭죽에 숟가락을 꽂으며 마심아에게 물었다.


“밥이나 먹이려고 예까지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용건이 뭐요?”

“하하, 뭐겠어요. 사업 때문이죠. 아버지가 지상님한테 가서 여쭤보랬어요. 우리만이라도 당장 인쇄 작업 들어가도 되냐고요. 또, 아버지 말로는 지상님이 다른 작품 하나 더 추가한다고 했다면서요. 아버지가 그 원본을 미리 좀 보고 싶대요.”


내가 가만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


“혹시 당신 아버님이···.”


마심아가 빙그레 미소하며 답했다.


“맞아요. 마영인 대인이 우리 아버지세요. 지상님이 저번 날,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동업자끼리는 절대 비밀이 있으면 안 된다, 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여쭤봤죠. 그랬더니 아버지가 지상님 말이 맞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늘 만나면 다 털어놓기로 한 거예요.”

“음, 혹시 내가 또 모르는 게 있소?”

“없어요. 그게 다예요.”


내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마심아를 사납게 째려보고는 굵직한 닭다리를 한입 물고 뜯으며 물었다.


“인쇄는 몇 부나 할 참이요?”

“대략 십만 부?”


컥.


“아니 미쳤소? 안 팔리면 어떡하려고?”

“초판은 이미 다 파셨잖아요. 그게 아마 천 부였죠?”

“맞소. 하지만, 십만 부는 너무 많잖소.”

“그건 아버지가 알아서 판단하실 거에요. 맡겨두세요. 아버지는 사업 쪽으로는 정말 감이 좋으시거든요.”

“흠···.”


나는 반신반의하며 수저로 죽을 퍼먹었다.

그때 문득 마심아가 손을 뻗어오더니 내 콧수염에 붙은 밥풀을 떼어내며 말했다.


“제가 평소에 남장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너무 잦은 혼담 때문이에요. 저는 외동딸이고 아버지는 부자예요. 남장을 하지 않았을 땐 하루에도 수십 차례 혼담이 들어와서 집안 식솔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어요.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남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혼담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신기하죠?”

“신기하긴 개뿔이. 그나저나 좋겠소. 주위에 결혼하자는 남자들이 많아서.”

“좋긴요. 저를 보고 결혼하자는 게 아니라 저희 아버님 재산 때문에 하자는 건데요.”

“그게 그거 아니요?”

“왜 그거랑 그게 같은 거죠?”

“다르오?”

“당연히 다르죠. 어떻게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랑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게 같을 수가 있어요?”

“사랑해서 결혼하면 결과적으론 재산도 공유하게 되잖소? 아니요? 아, 그 집안은 재산은 따로 관리하시나?”

“···제가 말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결혼은 재물보다 사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혹시 이게 이해가 안 되세요?”

“음, 솔직히 모르겠소. 나는 그냥 그게 그거 같은데.”

“지상님 혹시 그 나이 먹도록 여자랑 사랑해본 적이 없으세요?”

“없소.”

“네?”

“없소.”


이생에서도 전생에서도 없었소.

할 수 있었는데, 안 했소.

암흑가에 속한 상태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기 싫었소.


마심아가 돌아가기 전 나는 다른 원고가 있는 곳을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죽림촌 내 방 침상 밑에 두문택이 쓴 원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그중에서 딱 한 가지만 가져가라고 일러두었다.

그 원고의 제목은 ‘대물’.

마심아는 그 말을 듣고 얼굴만 붉혔을 뿐 저번처럼 귀찮게 캐묻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뇌옥에서 출소했다.

감옥 안에서 몇 차례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밖에서 보니 더욱 반가운 철두와 부하들이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부하 중 한 사람은 풀려난 기쁨에 땅바닥에 엎드려 절까지 해댔다.


뇌옥 건너편 숲길에서 대기 중이던 마차 행렬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마차에서 금파파가 내리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와 조용히 내 품에 안겼다.


그때였다.


뇌옥 반대편 문이 끼이익, 열리더니 비룡방 간부들이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초췌한 모습의 추문강이 맨 마지막으로 나왔다.

멀리서 나를 일별한 추문강이 문득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내가 잔뜩 긴장한 부하들을 괜찮다고 다독이고는 곧장 추문강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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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잔혹동산(3) 23.09.06 427 8 17쪽
32 잔혹동산(2) 23.09.05 415 7 17쪽
31 잔혹동산(1) 23.09.04 464 9 16쪽
30 아상(阿裳) +1 23.09.04 457 7 23쪽
29 원걸영(元傑鈴) 23.09.02 470 9 18쪽
28 능소(凌瀟) 23.08.31 498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7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4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74 9 17쪽
24 천룡회 회합(2) 23.08.26 552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51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4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8 8 14쪽
20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93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5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8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41 10 15쪽
16 뜻밖의 손님 23.08.17 732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8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74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13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53 10 13쪽
» 출소 23.08.11 885 11 16쪽
10 뇌옥 23.08.10 892 12 14쪽
9 난전 23.08.09 927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9 14 14쪽
7 매복 23.08.08 981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14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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