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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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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45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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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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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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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천룡회 회합(2)

DUMMY

천룡회 회장 선거라는 가장 중요한 안건이 처리된 뒤, 회합장은 무거웠던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안부를 확인하고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사교장으로 변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잠시간 얼굴에 가면을 쓰고 적들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이번 회담을 위해 내가 사전에 계획한 일도 진행됐다.

나는 원래 사사키 유이와 안개위를 하인으로 위장시켜 손님들의 지척에서 시중을 들게 할 생각이었다.

만일 손님 중에 지난 백석교 사건의 배후가 있다면 그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였다.

한데 공교롭게도 제갈근이 배후라는 사실을 알아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애써 세운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

안개위를 본 제갈근의 반응을 보고싶었다.

그 오만한 생각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안개위가 제갈근 곁에서 시중을 들다가 나처럼 녀석의 새끼손가락을 목격했다.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안개위가 탁자에 있던 과도를 숨긴 후, 제갈근 뒤로 돌아갔다.

녀석이 제갈근의 뒷덜미를 찌르려 했다.

마침 나는 식사를 끝내고 라동해 부부와 담소를 나누느라 그 장면을 놓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2층 계단을 올라오던 금파파가 적시에 안개위를 발견했다.

그녀가 급히 손가락으로 대추알을 튕겨 안개위의 손에서 과도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실패한 암습이더라도 들키는 순간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또 누군가 우리를 도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상장로 이춘수였다.

이춘수가 진기를 주입한 밥알을 던져 과도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탁자 다리에 소리 없이 꽂히게 만들었다.

제갈근은 물론 근처에 있던 누구도 잠깐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금파파가 안개위의 아혈을 짚은 채 녀석을 1층으로 끌고 내려갔다.

나중에 금파파가 다시 올라와 내게 귓속말로 일의 진상을 알려주었다.

나는 얼굴을 구긴 채 마츠시타 시하를 시중들고 있던 사사키 유이한테 철수를 명령했다.

남편과 떨어져 이상하리만치 내 주변을 맴돌던 마츠시타 시하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문주님,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네?”

“아니, 시중들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요.”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것 같아서 제가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라 일렀습니다.”

“···그러시구나. 한데 지상님.”

“네?”

“아직 결혼 전이시죠.”

“네.”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신 분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으시죠?”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저희 남편이랑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혼자이신 것 같아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줄까 싶어서요.”

“하하, 그리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한데 시하님.”

“네.”

“저도 시하님한테 몇 가지 질문해도 될까요?”

“네, 편하게 물어보세요.”

“조금 전 시하님이 아스카 왕국의 공주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굳이 이곳까지 와서 부군과 혼례를 올리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사랑해서요. 이래 봬도 저는 남편을 무지무지 사랑한답니다.”


때마침 라동해가 얼음을 둥둥 띄운 시원한 수박 화채 한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마츠시타 시하가 라동해의 목에 팔을 두르더니 곧바로 그에게 입맞춤을 해 보였다.

라동해의 목젖이 꼴깍, 꼴깍 움직였다.

입맞춤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잠시 뒤 시하 군주가 포옹을 풀고 멍해 있는 남편이 아닌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진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눈웃음치는데 순간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그냥 고양이를 닮은 줄로만 알았는데 뭔가 색기 있으면서도 요염한 자태가 정말로 고양이였다가 이제 막 환생한 인간의 모습 같았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누군지 몰라도 무척이나 감사했다.

돌아보니 몽일천(夢一天)이 나를 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와 함께 정자 난간으로 이동했다.

몽일천이 장포 주머니에서 꺼낸 뭔가를 난간 위에 올려놨다.

내가 작은 비단 꾸러미를 주워들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문주 취임 선물이요. 이지상, 당신한테만 특별히 주는 거요.”


내가 꾸러미를 풀어보자 그 안에서 깨알만 한 크기의 씨앗들이 나왔다.

몽일천이 그게 뭔지 말해주었다.


“최고급 품질의 앵속(罌粟, 양귀비) 씨앗이요. 볕이 잘 드는 곳에 뿌려두면 지들이 알아서 잘 클 거요. 꼭 열매를 재배하지 않더라도 관상용으로만 사용해도 좋을 거요.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답소.”

“···감사합니다. 몽 방주.”

“지상 문주.”

“네.”

“아버지 때 혈화문과 몽방은 사이가 참 좋았소. 기억나오?”

“네, 기억납니다.”


몽일천이 잠깐 주위에 누가 있나 둘러보더니 내게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이거 비밀인데 사실 나는 지상 문주를 돕기 위해 오늘 천룡회 회장 선거에 지원한 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자리에서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현재 내가 하는 아편 사업이 벽에 가로막혀 성장을 멈췄소. 지상 문주, 만일 내가 이번에 당신을 도와서 당신이 천룡회 회장에 당선되면 그때 가서 나를 좀 도와주시오.”

“···어떻게 말입니까?”

“황도와 야야장에 내가 아편을 독점 공급하게 해주시오. 딱 그거만 보장해주면 되오.”

“······.”

“지금 당장 결정하란 게 아니오. 일주일 후에 장로들의 서신이 도착해서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결정해서 내게 알려주시오.”

“음, 고민을 해보겠습니다만 혹시 만일 제가 방주님 제안을 거부하면···.”

“당연히 나는 상관세가나 동해파에 똑같은 제안을 할 거요. 그러니 되도록 좋은 쪽으로 결론 내길 바라오. 나와 손잡으면 적어도 장로 세 사람의 표는 당신 것이 되니까.”


그때 문득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몽 방주.”

“말 하시오.”

“혹시 아버지 사천화님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쯤이오?”

“좀 됐소. 그런데 갑자기 그 재수 없는 인간 얘기는 왜 꺼내는 거요?”


내가 잠깐 답변을 뜸 들인 후 몽일천에게 재차 물었다.


“만일 사천화님이 돌아가셨다면 어떨 것 같소?”

“흐흐흐,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내 우리 몽방 식구들에게 은자 백냥씩 공짜로 나눠주고 또 우리 장원에서 한 달 내내 잔치를 벌이겠소. 하하하.”


내가 입술을 쭈뼛하며 물었다.


“도대체 아버지랑 사이가 왜 그렇게 틀어진 거요?”


몽일천이 얼굴을 잔뜩 구기더니 볼멘소리로 말했다.


“내 지상 문주만 아니면 절대 대답하지 않을 질문인데···.”

“너무 사적인 거라면 구태여 대답하지 않아도 되오.”

“사적이라··· 그래, 많이 사적인 일이긴 하지. 한데 지금에 와서 굳이 감출 필요도 없을 것 같소.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니. 하하, 지상 문주. 내 의부 사천화는 겉으로 드러난 호탕한 모습과는 달리 사실 엄청나게 폭력적인 사람이었소. 무슨 잘못을 해서 때리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 폭력인 사람이었지. 어린 시절 나는 그에게 맞아서 죽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소.”

“······그런 사정은 오늘 처음 알았소.”

“흐흐, 그럴 거요. 그 양반은 자신의 본 모습을 밖에선 절대 드러내지 않으니까.”

“음, 혹시 그래서 몽 방주가 아편을 접하게 된 거요?”


몽일천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아편이 아니었으면 나는 진작 죽었을 거요. 아편이 내 인생의 축복이자 저주라고 봐야지. 하하하.”

“몽 방주.”

“왜 그러시오?”

“당신 아버지, 사천화가 죽은 것 같소.”

“······.”

“그가 진짜 죽은 것 같소.”

“······어디서?”

“나도 모르오. 최근에 우연히 그의 유해 일부를 얻게 되었소. 그의 비류검과 아버님이 쓴 것으로 생각되는 무공서도 함께 있었소.”


몽일천이 방금까지 호언장담했던 말과는 다르게 사색이 된 얼굴로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


“도, 도대체, 누, 누가 그를?”

“그를 죽인 것으로 예상되는 이를 어제 내가 처치했소. 유해 일부와 아까 말한 것들은 그자의 소지품에서 나온 것이요. 그자의 정체는 모르지만, 곽규를 죽인 수법과 똑같은 수법을 쓰는 자였소. 본인 입으로도 곽규를 죽였다고 말했고.”

“지금 아버지의 유해는 어디에 있소?”

“원한다면 내가 사람을 시켜 다른 것들과 함께 마차에 실어주겠소.”

“다, 다른 것들은 되었소. 무공서랑 비류검은 지상 문주가 알아서 처리하고 유해만 내 마차에 실어주시오.”

“알겠소.”


몽일천이 머리를 부여잡더니 정자 한편에 대기 중이던 자신의 시녀들을 급히 불렀다.

시녀들이 달려와 몽일천의 입안에 뭔가를 털어 넣고 코에도 어떤 향을 맡게 했다.

정신을 다잡은 몽일천이 희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어찌 됐든 고맙소. 지상 문주.”

“···아니요.”


내가 고개를 주억이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침 천룡회 회장 상관금정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상장로 이춘수가 상관금정과 헤어져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내게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홍설이 장원 조경에 돈을 쏟아붓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변했다. 내 키만 했던 정원수가 저렇게나 높이 자라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 어르신. 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하하, 그런 건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아니다.”

“아, 네.”

“음, 지상아.”

“네.”

“이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홍설이처럼 절대 약하게 나가면 안 된다.”

“네.”

“그리고 사람도 믿지 마라. 네 측근들조차 십 할을 믿으면 안 된다.”

“······음.”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배신은 사람의 본성이다. 사람은 원래 배신을 하도록 만들어졌어. 그걸 네 가슴과 머리로 동시에 깨달아야 네가 비로소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천룡회 회장 자리도 차지할 수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상장로가 내 어깨를 두드린 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사람에게로 향했다.

이후 나는 상관금천이란 자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눠보려 했으나, 일부러 피하는 건지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회담 자리는 조금씩 마무리 되어갔고, 결국 난 장원 입구로 나와 손님들을 배웅할 때가 되어서야 상관금천과 처음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상관금천이 내가 내민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잘해봅시다. 지상 문주. 정정당당한 승부를 기대하겠소.”

“알았소, 최선을 다하리다.”


우리 둘 사이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곰 같은 사내였다.

200 인마는 그렇게 갑작스레 왔다가 또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자 긴장이 풀리며 몸이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졌다.

나는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수고한 금파파를 비롯한 모두에게 오후 미시(未時) 말까지 휴식을 취하라 명령했다.

나 역시 집무실로 돌아와 흔들의자에 몸을 누이고는 머릿속으로 천룡회 사람들이 남기고 간 숙제를 검토했다.

그런데 그때 왕정정이 기녀 월녀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왕정정이 물었다.


“오라버니, 홍금보가 그러는데 마심아 대행수가 사실은 여자라면서요.”

“응? 응.”

“오라버니, 눈 좀 떠봐요. 빨리요.”

“나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아니, 여자가 왜 남장을 하고 다닌대요? 예? 오라버니, 저 진짜 완전히 속았잖아요.”

“정정아, 제발.”


그때 또 휘 노인이 아들 두 녀석과 함께 부의금 함을 들고 집무실로 찾아들었다.


“문주님, 여기 한 쪽에서 돈 계산 좀 하겠습니다.”


아, 시발.


“오라버니~ 오라버니~”


좀 있으니 금파파가 오늘 큰일을 낼 뻔한 안개위의 귀때기를 잡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문주님, 이 새끼 다시 광에 가두는 게 어떨까요.”

“응? 음, 걍 놔두시오.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문주님, 잘못했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순간 추문강이 집무실 내실 미닫이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쾅―


추문강이 오전 내내 참아왔던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뭐 같은 노인네들. 아주 아주 진짜, 내가 기권한다고 하니까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하더만. 지상아, 너도 봤지? 아까 내가 기권한다고 하니까 자 장로가 나한테 바로 반말하는 거. 봤어? 안 봤어?”


나도 모르게 검자루로 손이 슬금슬금 이동했다.

왕정정이 내 무릎에 앉으며 어제 왕비라는 가수가 불렀던 노래를 콧소리로 흥얼거렸다.


“응으응으응~ 응으응으응~”


내가 기어이 눈을 떴다.

사람이 미어터지는 집무실을 돌아본 후 추문강에게 물었다.


“철두랑 홍금보는?”

“아까 두문택이 녀석들한테 무슨 책을 보여줬는데 아주 둘 다 정신을 놓고 보고 있던데?”

“가서 데리고 와. 사사키 유이랑 강군이랑 이호도 데리고 오고. 아니다, 당장 혈화문 사람들 전부 대청으로 집합시켜. 앞으로 계획에 대해 얘기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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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잔혹동산(2) 23.09.05 411 7 17쪽
31 잔혹동산(1) 23.09.04 461 9 16쪽
30 아상(阿裳) +1 23.09.04 454 7 23쪽
29 원걸영(元傑鈴) 23.09.02 467 9 18쪽
28 능소(凌瀟) 23.08.31 495 10 14쪽
27 천자(天子) 23.08.30 522 9 17쪽
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2 8 16쪽
25 노예시장 23.08.28 566 9 17쪽
» 천룡회 회합(2) 23.08.26 550 8 13쪽
23 천룡회 회합(1) 23.08.25 549 10 13쪽
22 당면한 위협 23.08.24 561 9 14쪽
21 문득 깨달은 사실 23.08.23 575 8 14쪽
20 진실을 향한 욕망보다 강한 건 없다 23.08.22 590 8 15쪽
19 혈화문 출판사 23.08.21 602 9 13쪽
18 감금된 자들 23.08.19 634 9 19쪽
17 조홍매(趙红梅) 23.08.18 634 10 15쪽
16 뜻밖의 손님 23.08.17 727 9 16쪽
15 환술의 게이샤 23.08.16 765 9 13쪽
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70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10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50 10 13쪽
11 출소 23.08.11 881 11 16쪽
10 뇌옥 23.08.10 888 12 14쪽
9 난전 23.08.09 924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6 14 14쪽
7 매복 23.08.08 977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10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3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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