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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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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34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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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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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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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7쪽

노예시장

DUMMY

“누구는 좋겠다. 휴가도 가고.”


안개위가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사키 유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사사키 유이가 안개위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자리를 피하려는지 슬쩍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남이사.”


안개위가 돌아서는 유이의 팔을 붙들었다.


“야, 그러지 말고 같은 동병상련 친구끼리 얘기 좀 하자. 응? 나 심심해.”

“무슨 얘기?”

“그냥 아무거나,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잠깐만 앉아 봐.”


친구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사사키 유이가 못 이기는 척 모래턱 위로 엉덩이를 내려놨다.

안개위가 실실 쪼개며 근처에 있던 단단한 갈대 줄기 하나를 꺾어 자기 눈에 가져다 댔다.


“뭐해?”

“망원경 만드는 중.”

“망원경이 뭔데?”

“나 대도무문에 있을 때 서역에서 사신들이 왔었거든? 근데 그 사람들이 이렇게 가늘고 기다란 대롱을 눈에 가져다 대고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보더라고. 나중에 나도 그걸 직접 접할 기회가 생겼는데, 세상에 백 장거리에 있는 물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였다니까.”

“거짓말.”

“못 믿겠으면 봐봐.”


유이가 안개위가 내민 대롱을 눈에 대고 작은 구멍을 들여다봤다.

안개위가 소리 죽여 웃으며 대롱 끝을 잡고 특정 방향으로 이끌었다.


“봐봐, 유이야. 지금 저기 물속에서 물장구치고 있는 돼지 새끼 한 마리. 보여, 안 보여?”


안개위의 말에 사사키 유이가 풋, 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바로 앞 강가에는 아까부터 홍금보가 얕은 물가에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유이가 안개위에게 대롱을 넘기며 말했다.


“너 홍금보 아저씨한테 이를 거야.”

“일러라. 나 홍금보 저 사람 앞에서도 돼지라고 하는데?”

“미쳤네.”

“하하, 농담이야. 순진하기는.”


사사키 유이가 문득 안개위의 붕대 감긴 손가락을 보며 물었다.


“손톱은 다시 자란대?”

“어? 아, 이거? 응, 홍 의원이란 분이 그러는데 나는 아직 젊어서 다시 자랄 거래··· 모양은 예전만 못하겠지만.”

“아팠겠다.”

“아니, 별로. 지금은 기억도 안 나.”


안개위가 갈대 줄기를 멀리 던지고는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강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강둑 쪽이었다.

두 필의 인마가 마차가 세워진 강변 모래턱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유이가 안개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왔나보다.”

“엉, 그래, 일어나자.”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자 모래턱 위에 세워진 검은 마차에서 이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홍금보를 향해 그만하고 올라오라 일렀다.

잠시 후 두 필의 인마가 지상 앞에 도착했다.

말에서 내린 이들은 추문강과 강군이었다.

이지상이 강군의 말 안장 뒤편에 실린 무언가를 향해 다가갔다.

지상이 거친 마대 속에 들어있는 묵직한 물체를 만지며 강군에게 물었다.


“찾기 쉬웠어?”

“아니요. 대부분의 시체들이 훼손 상태가 너무 심해 꽤 애먹었습니다. 홍매가 남편이 어금니에 철심을 박았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끝내 못 찾았을겁니다. 한데 찾은 것도 채 씨의 머리와 몸통뿐입니다.”


지상이 뒤쪽에서 역겨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추문강을 보며 말했다.


“됐어, 그거라도 찾은 게 어디야. 둘 다 고생 많았어. 이거 내용물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단단히 고정해서 마차 화물칸에 실어.”

“네.”


추문강이 똥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발. 난장강 냄새가 옷에 배겨서 사라지지가 않아. 이럴 줄 알았으면 철두랑 같이 휴가나 떠날 걸 그랬어.”


지상이 홍금보가 끌고 온 자신의 말에 올라타며 추문강에게 말했다.


“빨리 말이나 타셔. 환락시장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냄새는 금방 사라질 거야.”

“환락시장? 거긴 또 왜 가는데?”

“왜 가긴, 노예시장에 노예 사러 가지 무슨 용무가 있겠냐? 야, 거기 너희 둘, 빨리 마차에 타. 굼뜬 놈들은 여기다 버리고 간다.”

“잠깐만요, 문주님.”


안개위와 사사키 유이가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

조홍매가 녀석들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안개위와 사사키 유이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능소를 다시 보게 되자 금세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차가 출발했다.


선두에는 이지상이 추문강과 얘기를 나누며 앞서가고 있었고, 홍금보가 마부석에, 강군은 자신의 말을 마차 뒤에 묶어 두고 화물칸에 몸을 싣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을 제외한 혈화문 모든 식솔과 새로 혈화문에 합류한 비룡방 무사 전부는 이지상의 특별 지시로 오늘 아침 5박 6일간의 유급 휴가를 떠났다.

철두와 금파파, 휘 노인은 천룡회 회장 선거 일정이 앞당겨져 안 그래도 준비 시간이 촉박한데 무슨 생뚱맞은 휴가냐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지상은 단호했다.

감히 문주의 명을 어길 생각이냐며 오히려 그들을 사납게 몰아붙였다.

결국, 휴가를 떠나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사람들과 장원을 지켜야 하는 수문장 이호만 남기고 모두가 휴가를 떠났다.

한데 추문강은 떠날 여지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그는 다른 생각에서 끝까지 남겠다, 고집피웠다.

문강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자신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휴가를 떠날 수가 없었다.

그는 지상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니 감사했다.

지상은 그의 부하들에게 혈화문 식구들과 똑같은 휴가비를 챙겨주며 고향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오라 일렀다.

7년 전 비룡의 밑에서 누구보다 선거 운동에 앞장섰던 추문강은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뒤 상장로를 포함한 13 장로들의 서신이 혈화문 장원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전쟁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이번 휴가는 누군가에겐 마지막 휴가가 될 수도 있었다.

추문강이 지상에게 물었다.


“노예를 얼마나 사려고?”

“돈 되는 대로 최대한 많이 사야지.”

“얼마나 챙겨 왔는데?”

“오백만 냥.”

“헐, 뭔 돈을 그렇게나 많이 챙겨왔어?”

“야, 추문강, 너 노예시장 안 와봤지? 요새 노예 하나당 시세가 얼만데, 그런 헛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오백만 냥으론 쓸만한 놈으로 해서 오십도 겨우 살까, 말까야.”

“컥, 노예가 두당 십만 냥이나 한다고?”

“쓸만한 놈들이 그렇다니까. 싼 건 다 비지떡이고.”

“미쳤다. 근데··· 너. 노예들 전부 칼받이로 쓰려고 사는 거지?”

“당연하지.”


얼마 후 마차는 소중원(小中原) 중심부에 있는 환락시장(歡樂市場) 입구로 진입했다.

장사꾼과 손님이 흥정하는 소리, 새로운 손님을 유혹하는 삐끼들의 고성 등이 뒤섞여 밖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호기심이 생긴 안개위가 눈을 감고 있는 능소의 눈치를 살피며 마차 창문을 조금 열어제꼈다.

순간 안개위와 사사키 유이의 시야에 휘황찬란한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때 누군가 그 조금 열린 창문에 달라붙어 말했다.


“손님, 저희 가게로 오십시오. 묘강밀림과 서역에서 온 끝내주는 미녀들과 건장한 대한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가격도 쌉니다. 파격 할인 행사로 두당 백 냥입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엔 일 더하기 일 행사도 하고 있습니다. 손님, 손니이임~”


능소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칼날처럼 날카롭게 찢어진 눈이 두 사람을 무심히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사사키 유이와 안개위는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조홍매가 능청스레 능소에게 물었다.


“시끄러우세요? 창문을 닫을까요?”


능소가 대답 없이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감각이 없는 두 다리를 잡아서 조홍매의 다리 위에 올려놨다.

홍매가 흘러내린 모포를 주워 능소의 다리를 덮고는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능소의 살점 하나 없는 장딴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홍매가 두 사람을 향해 눈짓했다.

안개위가 아쉬운 표정으로 창문을 닫았다.

환락시장 중심에 가까워졌을 때 지상이 문득 어떤 가게 앞에서 말을 멈췄다.

추문강이 지상의 시선을 따라 가게 앞에 진열된 석 자 높이의 철창을 내려다봤다.

각 철창 안에는 검은 피부의 인간들이 양팔로 몸을 감싼 채 죽은 듯이 앉아있었다.

추문강이 지상에게 물었다.


“흑인?”

“응, 튼튼해 보인다.”

“말이 안 통할 텐데?”

“뭐, 한 번 소모하고 말 건데 굳이 말이 통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가.”


곧바로 가게 안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불룩한 뱃살을 씰룩이며 걸어 나왔다.

그가 채찍으로 애꿎은 철창을 내려치며 으스대듯 지상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지상이 말 위에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남자들만 해서 가격대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소?”

“기본적으로 건강한 놈들은 두당 만 냥이고, 무공이 있는 애들은 추가로 비용이 붙습니다.”

“얼마나?”

“최상급의 경우엔 기본 비용에 아홉 배 정도 붙습니다.”

“십만 냥?”

“네.”

“한번 보고 싶소만.”

“안쪽으로 들어오셔야 합니다.”


지상이 추문강과 함께 말에서 내렸다.

홍금보에게 말을 맡긴 두 사람이 주인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사합원(四合院) 방식으로 지어진 가게 안마당에는 밖에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철창이 십여 개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속옷만 입고 쇠창살에 몸을 기댄 채로 누워 있는 한눈에 보기에도 몸집이 장대한 흑인 전사들이 있었다.

추문강이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는 흑인만 취급하나 보오?”

“아닙니다. 뒤뜰에는 백인들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놔두면 서로 으르렁대는 통에 시끄러워서 분리해놓은 겁니다. 그리고 백인들은 주로 경매장을 이용해 판매합니다.”

“아, 경매장.”


지상이 물었다.


“오늘도 경매가 열리오?”

“네, 거의 매일 열립니다. 장소는 환락시장 광장이고 시간대는 대중없습니다. 그냥 누군가 먼저 시작하면 그때부터 새벽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추문강이 철창 속에 힘없이 누워 있는 흑인들을 한 차례 일별한 후 지상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경매에 나오는 놈들이 더 상태가 좋을 것 같은데.”


귀를 쫑긋 세운 가게 주인이 말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비싸죠. 하하하.”


지상이 문득 마당 구석진 곳에 홀로 놓여 있는 작은 철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안에는 흑인은 아닌데 얼굴과 몸에 털이 수북하고 피부도 검어서 중원인들과도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어린 노예가 들어있었다.

지상이 녀석을 주시하자 어린 노예가 깡마른 몸을 일으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지상 쪽 쇠창살을 움켜잡았다.

녀석의 겁먹은 눈을 바라보며 지상이 주인에게 물었다.


“저 녀석은 왜 혼자 따로 떨어져 있소?”

“아, 저 녀석은 무어인인데 우리 말과 흑인들의 말을 둘 다 할 줄 알아서 제가 따로 빼놓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비싸겠군.”

“아닙니다. 별로 안 비쌉니다. 오만 냥만 내시면 바로 내드릴 수 있습니다.”

“왜?”

“이 녀석 건강상태가 별로 안 좋습니다. 전염병은 아닌데 뭘 먹으면 소화를 못 하고 다 토해냅니다. 의원을 불러다 진찰을 해보았지만, 병명도 모르고 곧 죽을 거란 소리만 들었습니다. 하하, 근데 그게 벌써 일 년 전입니다.”

“···아직 살아 있고, 능력도 쓸만한데 또 언제 죽을지 모를 놈이니 그냥 오만 냥으로 퉁 치시겠다?”

“네, 뭐 대충 그렇습니다. 장사라는 게 원래 한쪽만 손해보면 안 되잖습니까, 하하하.”

“이름이 뭔가?”

“네? 저요?”

“아니, 저 녀석 말이야.”

“사시게요?”


지상이 대답 없이 어린 노예에게 다가갔다.

그가 쇠창살을 움켜쥔 노예의 손을 가볍게 잡아채더니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가게 주인이 지상 옆으로 쭈그려 앉으며 물었다.


“혹시 진맥을 보실 줄 아십니까?”


지상이 눈을 감은 상태로 물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네.”

“······시아티라고 합니다.”

“시아티? 그게 무슨 뜻이지?”


주인이 어린 노예를 바라보자, 노예가 대신 지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검은 여우.”


지상이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가게 주인을 향해 말했다.


“혹시 큰 수레도 몇 개 얻을 수 있나? 수레를 끌 소도.”

“네, 금방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아이랑 마당에 있는 흑인들 전부 다 구매하겠네. 준비해서 마차로 오시게.”

“노예들은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가실 생각입니까?”

“철창째로 수레에 실을 생각이니 수레를 최대한 많이 준비해주시게.”

“알겠습니다.”


이지상과 추문강이 밖으로 나왔다.

추문강이 물었다.


“족히 열 놈은 되겠는데? 근데 철창까지 실으면 무게도 무게거니와 너무 번거롭지 않아?”

“당장에 저것들을 관리할 일손이 없는데 어떡해. 만일 재들을 철창 없이 장원으로 가져가면 이호가 미치고 환장할걸?”

“아.”

“너한테 돈 줄 테니까 강군이랑 여기 있다가 같이 수레 끌고 광장으로 와. 혹시 손이 부족하면 가게 주인한테 사람 좀 붙여 달라고 해.”

“경매도 참여하려고?”

“응,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봐봐야지.”

“근데 지상아.”

“엉.”

“혹시 여자 노예는 안 사냐?”


지상이 피식 웃더니 추문강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게 무슨 뜻이야?”

“너 복 많이 받으라고.”

“이게?”

“그래, 새끼야.”


지상 일행이 금세 환락시장 광장에 도착했다.

지상이 홍금보에게 마차를 한쪽 구석에 세워두게 한 뒤 마차 창문을 두드렸다.

안개위가 창문을 열었다.

내부를 들여다본 지상이 녀석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한동안 쉴 테니까 나와서 시장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쐬도록 해라.”


홍매가 능소의 눈치를 살폈다.

지상이 편하게 말했다.


“저 녀석은 혼자 놔둬도 되니까. 나와서 볼일도 보고 먹을 것도 좀 사 오고 그래. 배고프네.”


사사키 유이와 안개위가 신나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조홍매도 녀석들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지상은 일행이 볼일을 보러 간 사이 말을 마차에 묶어두고 마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에서 한가로이 쉬면서 경매가 열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한데 그때 갑자기 광장 반대편에서 괴성과 함께 챙, 챙- 칼부림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 내다보니 밀짚모자를 쓴 꾀죄죄한 차림의 예닐곱 사내들이 덩치 큰 화상 하나를 에워싼 채로 광장 중심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지상이 흥미롭다는 듯 녀석들을 주시했다.


광장에서 경매를 준비 중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밀짚모자 녀석들을 광장 밖으로 내몰려 했지만 되려 녀석들에게 칼을 맞았다.

안개위와 사사키 유이가 간식으로 사 온 따끈한 전병 꾸러미와 작은 술 항아리를 들고 마차 지붕 위로 올라왔다.

마찬가지로 볼일을 보고 돌아온 조홍매는 마차 앞에 서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지상이 그녀를 발견하곤 홍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지상의 손을 잡자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훌쩍 떠올랐다.

조홍매 다음으로 나타난 홍금보가 싱글벙글 웃으며 지상을 향해 손을 쓱 내밀었다.

지상이 녀석에게 침을 뱉었다.

그 순간 홍금보의 뒤편에서 깡, 하는 거친 쇳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의 시선이 즉시 혈투가 벌어지는 광장 한복판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본 화상은 생각보다 나이가 어렸다.

젊은 화상이 자신을 둘러싸고 승냥이 떼처럼 번갈아 곡도를 찔러오는 적들을 향해 철장(鐵杖)을 마구 휘둘렀다.

화상이 들고 있는 철장에는 고리가 7개나 달려있어 철장을 휘두를 때마다 짤랑짤랑 시끄러운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얼마 후 이리떼가 공격을 멈추는가 싶더니 가장 큰 밀짚모자를 쓴 사내가 앞으로 걸어 나와 화상을 향해 일갈했다.


“화상이면 화상답게 시주나 처하고 다니지.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칠혈랑(七血狼)의 사냥감을 가로채? 너 이 새끼, 그거 다시 우리한테 돌려주면 오늘 한번만큼은 눈감아 줄 테니 빨리 돌려주고 꺼져라. 아니면 오늘 기어이 네 피를 볼 줄 알아라!”


화상이 합장한 채 대답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 새끼가 살 기회를 주는데도 끝까지 개소리만 지껄이네. 야, 안 되겠다. 오늘 우리 화상 고기 한 번 먹어보자. 애들아, 쳐!”


녀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슬에 연결된 거대한 무쇠덫 여러 개가 화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화상이 철장으로 덫들을 탕, 탕탕, 힘겹게 튕겨내더니 곧 누런 황포를 펄럭이며 몸을 1장 높이로 솟구쳤다.

화상이 공중에서 가사 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지상 일행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지상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후 그것을 다시 사사키 유이 다리 사이에 내려놨다.

사사키 유이가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어린 황구를 번쩍 안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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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화문(梨花門) 23.08.29 520 8 16쪽
» 노예시장 23.08.28 565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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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천룡회 회합(1) 23.08.25 54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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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진소추의 화섭자 23.08.15 767 12 15쪽
13 백화(白華) 23.08.14 809 10 15쪽
12 혈화문 문주가 되다 23.08.12 848 10 13쪽
11 출소 23.08.11 880 11 16쪽
10 뇌옥 23.08.10 887 12 14쪽
9 난전 23.08.09 923 12 13쪽
8 함정 +2 23.08.09 905 14 14쪽
7 매복 23.08.08 975 12 13쪽
6 대국(對局) 23.08.07 1,108 13 13쪽
5 당구(唐嶇) 23.08.04 1,230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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