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96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7.09 08:08
조회
185
추천
5
글자
22쪽

390화 – 전쟁을 부르는 빵과 아고라, 콜로세움과 서커스

DUMMY

“가 문화의 탈출 시도는 물론, 납치까지 동 중영이 행동이 점점 도를 넘고 있습니다.”


“알고 있네.”


“그는 전쟁의 상징과도 같고 이 나라에 전운을 불러옵니다. 주변국과의 관계 또한 악화될 것인즉, 최대한 빨리 치워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해야지.”


“하오나 명분이 없습니다. 또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는 다시금 도독이 되어 이전과 같은 권한을 가질 것이옵니다.”


“그 이전에 치워야지. 그리 치워내지 못한다면, 늙은이임을 빙자해 그 입지를 흔들 수밖에.”


그 시각, 모두의 예상을 깬 판 뒤집기를 통해 다시금 대권의 흐름을 가져온 병원은 이내 제게 편승한 이들과의 자리를 가지는 중이었다.


기존의 조당의 이들이야 승상부에 있을 적부터 다져온 것들을 통한 복속의 재확인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포홍의 그림자를 잊지 못해, 그에 대한 두려움을 잊지 못해 이 판에 끼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앞뒤가 맞지 않을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의외로 이를 정리하면 간단했다.


소위 당장에 포홍에게 보장받은 자리에서 그가 없는 곳에서의 명분 없는 명문 싸움을 먼저 시작한 일종의 패널티가 그에게 주어진 셈이었고, 반대로 그 대권의 양상에 끼려 하는 후발주자들의 경우 그리 먼저 선을 넘은 병원 덕에 자격을 갖추긴 하였으나 당장에 포홍의 사람이라 일컬어진, 소위 대권을 물려받을 합당할 자격이 있는 후보군끼리의 경쟁에 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에 포홍이라는 진시황에 대리자에 입각할 이의 존재감은 마냥 가벼울 리가 없다.


권력을 위해 날뛰기 위한 모든 금제가 풀렸음에도 그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고로 적어도 포홍의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일을 저지르며 주변에 막대한 혼란을 끼치고 그릇된 판단을 내려 그에 따른 실정으로 나라와 백성을 비롯한 이들에게 해를 끼쳐야, 그 포홍의 이름이 더럽혀지게 되고 그 정도 상황이 되어야 더는 포홍의 사람들을 믿고 의지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되었다는 합당한 변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운 권력 기반이자 통치기반이며 자유 공화적 독립체제의 기반인 서원과 사부회로, 이는 일찍이 그가 자신들에게 내려주고 휘두르도록 허락한 정당한 무기였으니 모든 절차가 이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먼 훗날 서역 원정을 마치고 돌아올 포홍 앞에 이들은 적어도 우리는 규칙은 어기지 않았다, 누구처럼 외적과 손을 잡지 않았으며, 빈 권력의 공백을 집어삼키고자 최대한 나서려 하지 않았다 하는 등의 이야기를 당당히 꺼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로 이들은 그 조건의 충족을 위해 끈질기게 병원 같은 포홍의 사람들을 물고 늘어졌다.


일례로 동탁의 경우 백주 대낮에 궁궐로 쳐들어가 이 나라의 재상을 납치한 그의 행위를 두고 격이 없다느니, 파렴치하다느니, 소위 못 배웠다느니, 만방의 만인이 보는 앞에 창피하지 않냐느니 하는 흠집내기를 더하였고 그 반대인 병원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가 나온 장로와의 야합, 즉 내우를 외환으로 뒤집었다는 비난과 비판의 부풀리기였다.


“저, 그리고 이건 외람된 말씀이긴 합니다만.......”


“말씀해보시게, 들.”


“장로와의 협력은 필경 비단을 피할 수 없는 강수가 아니었는지요?”


“그건 다 그만한 연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네.”


“하오나 당장에 이에 휘둘린 이들이 많아 다들 대사에 동참하기를 꺼려하는 눈치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당장에 승상부를 필두로 이 장안성의 왕궁만큼은 집어삼켰다고 하나 조당의 모든 대소신료들이 함께할 수 없고 이에 마냥 지지를 표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당장에 조당의 모든 것을 쥘 것 같았던 병원도 나름 다수의 지지자들을 확보하며 장안성의 왕궁을 점거하였으나 그 지지율이 겨우 과반수를 넘긴 애매한 상황이었고, 그 와중에 호전주의, 전쟁주의, 진나라 제일주의, 비뚤어진 애국심 등을 내세운 몇몇의 이들을 비롯한 군부는 동탁을 밀었으나 그조차 미진한 세력이었다.


그 외에 기존의 조당에 아직도 그 의사를 표하지 않은 다수 그리고 그 궁성 바깥에 자리한 서원과 사부회로 구성된 세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이들은 소위 흔들리는 수면 아래 때를 기다리며 승천을 꿈꾸는 삿된 이무기의 무리와도 같으니 그 불온한 정국의 양상 속에, 열기와 기포가 솟구치는 끓는 물 위의 찻잎마냥 떠 있는 지금 병원의 무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기 속의 물이 끓어도 다기만 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그리고 이러한 제 지지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본 병원은 이들을 다독였다.


“그게 내 답일세.”


그리고 이는 작금과 같은 위기 속에서 대저 자신이 왜 장로를 선택했는지를 말해주는 반증과도 같았다.


“다기라, 다기. 그렇군요. 이제 조금 그 높으신 뜻을 알 것도 같습니다.”


다기란 즉 찻물을 우려내는 그릇으로, 찻물이 당장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암중에 세력들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다기는 그 바깥에 자리한 이 나라를 구성하는 나라와 민중을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나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에서 이는 나라보다는 민중, 즉 백성에 대한 의미가 컸는데 이것이 이 시대의 어울리는 비유는 아니나 제아무리 야당이 선동, 선전을 비롯한 경제와 흠집내기를 지속한다고 한들, 결국 그 나라에 속한 국민 다수의 지지율만 보장이 된다면 당장에 이들이 힘도 쓰지 못할 것을 일찍이 간파한 병원만의 멋들어진 뒤집기 한판이라고나 할까?


드르륵- 콰앙-


“승상! 큰일 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조차 간과한 것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이야?”


“지, 지금......, 당장 저자로 나가보셔야겠습니다. 아니, 지금 당장 저자로 나가셔야 합니다.”


“어허! 어찌 일개 승상부 속관 따위가 그게 무슨 망발인가! 국무에 바쁜 승상더러 하릴 없는 객들이나 방황하는 저잣거리로 걸음하라니?”


“얼마 전 저자 옆 광장에 설치된 원형극장에서......, 공연이, 연극이 벌어지고 있사온데.......”


“극장? 대진국인가 뭔가 하는 서역에서 들어온 그것 말인가?”


“예, 한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의 제목과 내용이 차마 입에 담기도 뭣한 것이.......”


“입에 답기도 뭣하다니 그 무슨 소리야?”


“기군망상(欺君罔上)의 재상, 곽개랍니다. 인상여와 염파를 쳐내고 조나라를 망국으로 이끌었던 전국 제일의 간신이었던 바로 그 곽개랍니다. 그 곽개가 작금의 진나라에 자리한 현 승상이랍니다! 그 곽개가 부활해서 이 진나라에서 부활한 인상여와 염파를 내치고 나라를 망조로 이끌려 한답니다! 지금 저것들이 그리 혹세무민하여 수많은 민중들을 선동하고 있단 말입니다!”


“뭐, 뭣........!”


그간의 세월 포홍을 통해 폴리스를 비롯한 속주가 얽히고 설긴 저 먼 서역에서 건너와 이 땅에 뿌리 내린 그 자유와 공화를 비롯한 변혁과 방임의 세기가 만들어낸 사회상이란 것이, 마치 약자를 수호하고 강자의 권도를 허용치 않으며 임금이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전쟁과 침략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려 수많은 국가가 난립하여 공존을 목표로 그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묵가의 그것에 무게를 딛고 살아온 묵자의 그것과 같았던 것이, 정작 그간의 세월 이와 같은 가치를 숭상하고 수용해왔던 자신의 목을 조르는 패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병원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쨍그랑-


“스, 승상!”


그 찰나에 어지럼증을 느낀 그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휘청이며 쓰러진 것 또한 이에 따른 충격이 가히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야겠어.”


“승상!”


그러나 모든 사태의 전모를 파악한 병원의 입장에서 당장 이러할 시간은 없었다.


“이러다 모조리 빼앗기겠어. 지키겠다, 증명해 보이겠다! 폐하께 두고 보시라 보란 듯이 일을 저질렀어! 내 앞에 그 대리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 나라의 인상여를 직접 내 손으로 붙잡아 쳐넣었다!”


“승상!”


“광장으로 나가아야 해! 쌀을 들고 더 많은 미곡을 들고 광장으로 나아간다! 당장 장로에게 연락해서 더 많은 양을 요구해!”


“하오나 승상!”


“제까짓 혹세무민에 사시이비한 것들 모조리 정면에서 받아주겠다! 진정으로 내 나라를 위한 용단이었음을 내 스스로 만인의 앞에 증명하겠어! 내 일평생 유종에서 학종으로 이어지는 가르침을 놓지 않은 이래 단 한치의 더러움도 없나니, 나는 그러한 사람이다! 이 나라를 위해서도 절대 부패할 수 없는 사람이며, 그리 썩어 문드러져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야!”


언제부터인가 그의 입에 맴돌기 시작한 그만의 정체성이 이 시대에 새롭게 그 모습을 드러낼 로베스피에르를 깨우고 있었다.


이 예상 밖 혼란 속에 진나라의 운명은 휘청이고 있었고, 그 위로 드리운 암운은 조나라의 그것이었으며, 그 와중에 이러한 혼란으로 얼룩진 사회상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한 로마의 그것이었고, 그 바깥에 자리한 국제 정세적 상황은 알게 모르게 혁명 프랑스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었으니, 당장에 모두의 초점이 맞춰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필경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잇는 사회상이었다.


* * *


- 휘익! 삐이익!


“꼴 좋다! 곽개! 이래서 간신은 망해야 돼!”


“옳소! 실로 옳은 결말이요! 이럴 수가, 전국의 시대에도 이러한 간신이 있었다니!”


짝- 짝- 짝- 짝- 짝- 짝-


로마의 그것만큼은 아니라고 한들, 보기 드문 석조와 기와를 덧대 만든 거대한 구체의 건물은 그간의 세월 로마문화의 수용에 따른 일종의 상징물로 그치는 건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저 그런 마당패들과 약장수들의 공연을 뛰어넘은 소위 극단에 가까울 공연쟁이 패거리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또 이러한 이들의 예술적인 무대를 위한 이 나라 제일의 후원자가 등장하게 되면서 이 원형극장은 가히 개장 처음으로 가장 생동감 있는 이 땅의 이들이 만족할만한 카타르시스와 그에 따른 비극과 희극을 연이어 성공하며 가히 유행에 가까울 광풍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어찌 내우가 외환이 되는지 몰랐네만 정녕 이리되는 것이었군, 권력의 속내를 잘 표현했음이야! 암, 그렇고말고!”


“저런 종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게야! 이 나라의 충신들 앗아기는 게지!”


“못된 놈들, 꼴 좋다! 하하하하!”


와아아아아-


곳곳에서 찬사와 탄식이 나오고 그에 격정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방에서 음식과 음료가 내던져지고 그 와중에 만세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난잡한 시장통의 와중에도 그 속에 자리한 이들의 환호성과 그에 따른 울림은 가히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이들의 가슴 안에 뜨거운 무언가를 선사하고 있었다.


“훌륭한 공연이옵니다, 국상.”


“어때요, 첫 작품치고는 괜찮지 않은가 싶은데?”


“어디 괜찮다마다 뿐이겠습니까? 이 뜨거운 반응들 좀 보십시오! 다들 난리도 아니옵니다!”


못해도 일천에 달하는 듯 보이는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각기 다양한 반응을 쏟아냄에 그들 중엔 필경 백성에 속하지 않는 이들도 제법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엔 역시나 일을 꾸민 당사자가 섬섬옥수를 들고 그 입을 가린 채, 가증스러운 웃음을 내비치고 있었다.


“가져왔으면 활용을 해야지요. 배워왔으면 제대로 써먹어야지요. 한데 작금에 이르러 내 사위의 밑에 일하던 자들이 정작 이에 대한 사고와 마음가짐이 부족한 모양이야. 안 그래요, 들?”


- 참으로 옳으신 말씀이옵니다!


“아, 그리고 조만간 기회가 되면 동 중영도 포섭할 거에요. 또 그와 별개로 공연 내용도 바꿔야지. 그럴 듯한 걸로 칼부림도 나고 사람도 죽이면서 희열도 나고 이 나라에 자부심을 느낄만한 걸로.”


- 오오오오, 그 말씀은.......


“더 많은 이들이 더 자극적인 것에 매료되겠지, 다들 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영광을 꿈꾸며 나라에 대한 충심이 불길마냥 솟구칠 텐데 과연 저것들은 그 열기를 얼마나 감당하려나?”


제각기 비단을 비롯한 오만 사치품들을 품은 이들이, 제각기 서원을 비롯한 별개의 기반을 두고 있는 이 나라의 신흥세력들이 풍방의 세련되고 예술적인 감각에 매료되어 이끌리는 순간이었다.


기존의 기반을 뒤흔드는 예상 밖의 정치적 노림수는 비단 병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그와 별개로 당장에 진나라 내의 여론마저 우습게 뒤바꿀 수 있는 선전, 선동의 창구를 마련한 풍방의 행보는 예서 그치질 않으니, 이러한 여파에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되려 지금껏 밀지를 받고 남몰래 일을 벌여왔던 포홍의 사람들이었다.


“뭐? 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저 마당패들이 벌이는 극놀이에 주요 인물이 되어달라고?”


“다른 분도 아닌 국상의 청이십니다.”


“근데?”


“동 도독! 다른 분도 아니신 이 나라의 국상이시라 했습니다! 정녕 감당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못하겠지?”


“허면 손을 잡으시지요, 국상과 힘을 합치면 저 정신 나간 병원 놈 당장에 재상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 봐라? 협박인지 회유인지 그 방향도 안 정하고 왔어?”


“동 도독! 지금 동 도독은 유일한 우군을 만들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옵니다!”


“그래서 내 허락도 없이 일 벌였냐? 뭐라더라? 진나라의 위대한 진군? 푸흐흐, 애들 놀음도 적당히 해야지.”


“도독!”


“가! 내 일이니, 내가 마무리 지어야지.”


특히나 가장 첫 번째로 타겟이 된 동탁의 경우, 당장에 가후의 지모를 빌릴 수 없는 애매한 상황 속에 돌연 존재감을 드러낸 풍방의 손길을 에둘러 거절하기 위해 본연의 오만함을 돌파구 삼아 거짓된 연기를 내보였고, 그 와중에 상황의 원활한 수습을 위해 사람을 시켜 장로와의 자리를 마련했다.


“어떻게 할 게야?”


“갑자기 찾아오셔서는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왜 멋대로 일을 저질러? 왜 일을 골치 아프게 만들어? 왜 이 나라에 애먼 장작 기름을 들이부워 불바다를 만드냔 말이야! 정녕 내 네놈의 목을 베어 전쟁이라도 일으켜야 그때 후회할 생각이야?”


그도 그럴 것이 당장에 가후의 계략대로 진나라 내의 경쟁 구도만 가져가면 될 일이었다.


그 와중에 병원과의 대결을 통해 실리만을 챙긴 퇴장만을 남기면 그뿐이었다.


한데, 돌연 계획에 없던 이가 참전하면서 상황이 뒤바꿔버렸다.


아닌 말로 눈앞의 이 장로만 아니었어도 저리 여불위가 이 판에 끼어들어 초를 치는 일은 없었으리라.


“그야 이 사람이 누구처럼 밀지를 받아 돌연 병원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겠지요.”


“.......!”


그렇게 심하게는 계한과의 전쟁 위협을 들먹이면서까지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려 했는데, 이거 예상 외의 반응이 나오게 되면서 동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야......, 이 사시이비한 계한 놈이....., 이거 지금......., 너 나랑 장난치냐?”


“애초에 복수를 위해 설계된 대업입니다. 이를 위한 한 걸음이 이제 시작되었거늘, 어째 이를 장난이라 하겠습니까?”


그와 더불어 자리에서 일어난 장로는 이내 품을 뒤적이더니 잘려 나간 부절로 보이는 반쪽짜리 조각을 건넸다.


“뭐야? 이게?”


“진나라 땅에 풀릴 20만 석을 꺼내올 열쇠지요. 이 사람의 신원을 보증하는 명패입니다.”


“..........!”


“이걸로 당신을 삽니다. 옹주를 떠나 량주로 가십시오.”


“뭐?”


그리고 이내 그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이 사람은 계한의 조당에 보고합니다. 그간의 노력이 성공했다. 진나라 내에 상업기반을 비롯한 거점을 마련한 것은 물론, 정치적 동반자를 확보하였으며 그 동반자에게 힘을 실어주어 마침내 진나라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매김한 가 문화와 동 중영을 차례로 치워냈다.”


“허, 이 미친 새끼 좀 보게?”


“그리되면 계한에게 상황은 유리해집니다. 당장에 다수의 전력이 빠져나간 마당에 지난날의 동서대전에 활약한 그 마지막 포홍의 잔재까지 사라지면, 당장에 내부갈등으로 혼란스러운 진나라 내에 제대로 된 전쟁을 수행할 여력을 지닌 이들의 씨가 마르게 됨은 자명한 일. 그리 되면........”


콰앙-


“전쟁이잖아, 이 빌어먹을 새끼야? 응?”


도저히 들어줄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동탁의 그림자가 장로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순간, 그의 입에 나온 말이 아니었더라면, 그날 이후 장로는 제 얼굴을 뒤덮어 버리는 그 솥뚜껑 같은 손아귀에 붙들려 형체도 온전하지 않은 꼴로 뭉개졌을 것이다.


“밀지의 주인이 이를 바랍니다.”


그 한마디와 더불어 동탁이 돌아섰다.


부절과 함께 돌아온 그는 이내 곧바로 병원과의 협상을 진행했고, 그 협상은 당연히 그간 동탁에게 인질로 붙들려 있던 관녕을 내어놓는 것이었다.


“홀로서기도 정도껏 해야지, 병신 같은 것아. 왜 스스로 이 땅에 신의 강림을 위한 제물이 되려 해?”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기름이겠지. 네가 엎었고. 그리고 뭐 다른 놈이 엎었어? 어째 돌아가는 판세를 살펴보니까 가관이야, 이거 지금. 너 진짜 가능하겠냐? 감당할 수 있겠어?”


“송구하오나 관녕부터 내어주시고 조용히 사라져주시면 아니 되시겠습니까?”


“하, 그래? 허면 현 승상부에서 관리하는 정부 예산의 모든 것. 군량과 건초를 비롯한 무구와 자재를 비롯한 전부 가져와.”


“동 도독!”


그러나 그 협상과는 별개로 이들 간의 마찰은 심화되고 있었다.


“너, 알고 보니까 유자임에도 묵가 신봉한다며? 포홍 놈이 허락한 자유와 공화의 세상에 뜻을 품었다며? 그 와중에 그리 잘 자란 거, 이제와 잘라 내려는 걸 이해 못 하니까 이 따위 일 벌인 것 아니냐?”


“어찌 이리 가혹하십니까! 관녕도 모자라 이제는 자립을 위한 기반까지 모조리 앗아가시렵니까? 해서 이리 벼랑 끝까지 몰아야 정녕 만족하시겠습니까? 정녕 이 옹주가 더 큰 전쟁을 위한 명분이요, 제물이 되어야 만족하시겠습니까? 결국 폐하께서 허락하신 풍요와 번영을 비롯한 진보가 그리도 편협한 것이었습니까? 해서 제게 반하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이를 내어주지 않음이며, 자신에게 반하면 어찌되는지 그에 따른 천벌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에 불과한 것입니까! 결국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발버둥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까! 정녕 그런 것입니까!”


“그걸 아는 놈이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계한과의 공존을 준비해? 놈이 준비한 계획에 초를 쳐? 그것도 경쟁국의 중요 인사인 장로를 꼬드겨서?”


“계한에도 자유와 공화의 물결이 흘러들었습니다. 작금의 무역분쟁의 요소를 제한 내부의 상황에 골치 아픈 서원의 존재가 들어섰습니다! 이게 뭘 의미합니까? 제왕적 권력의 해체와 천부왕권에 대한, 천권에 대한 도전입니다! 하늘에 대한 의구심이요, 반기입니다! 허면 왜 폐하께서 이 땅에 이를 심고 왜 유행시키셨을까? 굳이 스스로의 입지와 권위를 손상시키면서 까지 왜 이런 일을 벌이셨을까! 왜 기존에 존재해왔던 성역을 부수었을까! 굳이 엄한 이들 피 흘리며 국력을 소모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자멸하는 그림을 그리신 게지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의 실각을 위해! 신들의 세상의 몰락을 위해! 더불어 한 걸음 더 나아가 오직 인간만을 위한 새 시대를 이룩해내기 위한 초석이지요! 하여 스스로 망한 한조와 같은 결말을 위해 계한의 멸망을 이끌도록 하신 게지요! 왜! 이제와 시대의 뒤안길로 접어든 옛것이자 한조의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계한은 결국 그와 같은 천자의 위에 집착하는 제국이 될 테니까, 순장과 사농공상에 의거한 지배층의 공고화! 유학의 복권을 빙자한 무지한 백성의 희생과 착취를 빙자한 교화가 고착화된 제국을, 흘러가지 않고 멈춰선 세상을, 자신들만을 위한 이상사회를, 저들만을 위한 지상낙원을, 오직 저들만이 거짓된 숭배자요, 관리자며, 지도자이자 절대자인 신으로서 군림할 세상만을 추구할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이 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포홍의 진의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고로 저 개봉에서 들고 일어난 이 땅의 백성들이 일으킨 기적처럼! 인간이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신을 자처하는 간교한 짐승을 참살하여 그 하늘을 가린 거짓된 장막을 찢어버린 기적처럼! 그들을 계몽하여 신이 없이도 이 땅에 오롯이, 스스로 의거하여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을 몸소 가르치고 일깨워 스스로 성장하여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하여 더 나은 세상으로의 진입을 꿈꿨던 그것이, 그 진보가, 그 진화야말로 정녕 폐하께서 바라시는 것이니까! 어느덧 작아져 버린 아버지에 등처럼, 영원하지 않을 우리의 보호자가, 우리를 위해 몸소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언제고 사라질 그날을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를 자신과 같은 아버지로 만들기 위해, 그 계승과 영속을 위해! 인간이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위해! 끝내 신 없이도 이 땅에, 저 하늘에 존재할 인간을 위해! 우리는 천룡이 기거하는 용연을, 저 신이 기거하는 성역을 지워야 하니까! 아버지 없이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니까! 언제고 영원히 뭣 모르는 어린 아해, 덜 자란 새끼로 자리할 순 없으니까!”


특히나 뭐에 홀린 듯 그칠 줄 모르는 말들을 쏟아내는 병원의 광기는 가히 동탁으로서도 가늠이 되지 않는 위험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4 393화 – 자유과 공화의 옹주정은 혁명 프랑스를 닮아간다 +2 22.07.15 181 4 23쪽
393 39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4) +2 22.07.11 209 4 25쪽
392 391화 – 하늘이 내린 왕조를 등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 부패할 수 없는 로베스피에르의 탄생 22.07.10 180 4 16쪽
» 390화 – 전쟁을 부르는 빵과 아고라, 콜로세움과 서커스 +1 22.07.09 186 5 22쪽
390 389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3) +2 22.07.04 179 3 16쪽
389 388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2) +2 22.07.03 160 3 16쪽
388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2 22.06.30 286 3 21쪽
387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2 22.06.23 201 3 22쪽
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5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4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8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30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9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20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1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6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5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6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6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6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