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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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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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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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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DUMMY

그렇게 포홍은 제 곁을 따르는 부간과 더불어 일전에 약속한 맹타(맹달의 아버지, 맹가의 가주)를 만나기 위해 돈황 내에 자리한 내수사의 지부로 향했다.


일대에서 그 비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경매장이며 모든 것이 오고 가는 화물 허브와도 같은 교통의 요지에 들어선 이 기형적인 도시의 곳곳은 대로변이나 골목을 자처할 것 없이 북적이는 난리통이었다.


“세상은 위기와 균형 속에 유지가 되는 법이고, 창조자는 그래서 제가 만든 세상을 조율하는 법이지.”


“억지로 일으킨 과도기이니만큼 부작용은 존재할 것입니다.”


“해서, 그래도 이를 바란다면?”


“...........”


“포식자 효과라고 알아?”


“모릅니다.”


“허면 상위 개체에 의한 생태계 조절과 양상 변화는 알고?”


“.........”


“내가 괜한 걸 물었다, 그지? 근데 그냥 이쯤 되면 내가 뭔 이상한 소리를 하던 알아서 받아들여.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되었다기보다는 답답해서 그런 거니까.”


“저, 폐.......,”


“이리 북적이도록 사람들 많은 번화가에서 굳이 내 정체를 까발리려고?”


“아, 아닙니다! 사, 사형.......”


그 와중에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듣던 와중 실수를 자처한 부간의 얼굴 뒤로 자리한 것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돈황의 실질적인 혼란이었다.


누군가는 자신들이 지나친 중앙아시아의 이민족들을 욕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서역 36국 일대에 유랑 족속들을 비판하였으며 또다른 누군가는 훈과 흉노와 같은 융적(戎狄)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털어놓으며 어둡고 암울해진 앞날을 우려한 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도를 논의했다.


그 와중에 또다른 누군가는 더 이상 동쪽과의 교역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야기 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이들을 되도록 빨리 처리해야 이득이니 차라리 포홍에게 식량과 물자를 비롯한 군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어떠냐고도 했다.


“변화된 양상과 환경을 필두로 적절히 곁들여진 위기가 바로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지, 사회 진보의 기반이자 시대 혁명의 초석이며 이 세상의 변혁인데, 정작 인세를 돌이켜 보면 그게 짐승이나 사람이나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게 되는 과정 같단 말이지. 인간이 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인간은 적과 위험을 규정해야 그에 따른 동기를 부여받아 변화된 양상을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누군가 대놓고 악역을 맡아야 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결국은 공포 인자로 인한 위험의 인지와 이를 벗어나기 위한 각성과 활성화인데, 어쩌면 그래서 이전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인간은 자꾸만 제 주변에 자리한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는지도 몰라. 그래서 목표설정이나 갈등, 견제, 우려 등을 빙자해서 그 관계를 비틀고 위험을 강제로 상정하고 할당해서 위기를 자처하는지도 모르지.”


양쪽으로 드높게 솟은 절벽과 험준한 산맥이 마치 물길을 감싸는 수로의 방벽과도 같으니, 그 수로에 물이 흐르지 않게 되면서 번영은 말라갈 것인데, 벌써부터 이를 확인한 이들끼리 어찌해야 그 물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논의하는 발버둥과 노력들이 이를 지나치는 포홍의 눈과 귀를 연이어 자극했다.


“반대로, 그에 따른 안도감을 지속적으로 확약받기 위해 제물을 바치고 신과 하늘을 달래기 위한 축하와 제사를 열고 주기적으로 이를 씻어내는 인신 공양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런 연유일 것이고.......”


그 와중에 마침 눈에 띄는 것은 제단이었다.


정확히는 예상치 못했던 현실적인 증거가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떡하니 모습을 드러낸 것과 같았으니, 거대한 대로변의 좌우 측을 그득 메우고 있는 여러 성소와 조각상을 비롯한 신물이 자리하였고 그에 몰려든 이들이 손을 모아 기도하고 절을 하고 있는 제단의 거리였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자신이 이곳을 찾았을 적엔 존재하지 않았던 풍경이었다.


“한데 말이야, 머릿속으론 절로 이해가 가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는 이를 물을 수밖에 없겠군. 언제부터야?”


“제법 되었습니다. 천축에서 넘어온 것들, 그 너머 초원과 사막에서 온 것들, 더 나아가 저 머나먼 서역의 광야와 그 너머 과거에 몰락했던 또 지금 현존하는 여러 제국 등지에서 유행했던 종교들이 작게나마 공통적으로 통용된 공간에서 저들의 안식을 위한 신앙을 드러내는 중이지요.”


아직 제대로 된 종교시설의 행태는 갖추고 있지 않아서 절이나 수도원 같은 고착화된 모습보다는, 그보다 작은 조형물이자 일종의 설치미술에 가까울 양식의 것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양이나 소와 같은 가축을 제물로 삼거나 고기와 뼈를 분리하거나 혹은 싱싱한 과일을 비롯해 곡식을 갈아 만든 빵이나 떡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함부로 내놓기 힘든 귀중품이나 사치품, 비단과도 같은 직물이나 보옥을 만들어진 제단 위에 올려두고 먼 곳을 오고 가는 상행의 성공과 안전 그리고 건강 등을 비는 축원의 자리 또한 이어지고 있었다.


뭐 딱히 본인이 우상숭배 등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서, 지성을 일깨운답시고 일을 벌였기에 무지성의 믿음의 영역을 강조하는 것을 싫어해서 이러한 풍경들을 좋게만 볼 수 없었으나 정작 그보다 더 기가 막힌 풍경은 따로 있었다.


웅성웅성-


“이건......, 하아.”


딴에 목숨을 걸고 위험한 원정을 지속한 이들이기에 그 신성하고 신실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화려하고 엄숙함이 공존하는 거리를 벗어나 이곳 돈황을 통치하는 치소를 비롯해 내수사의 거점이 있는 중앙의 대로로 접어들려는 찰나, 제단의 끝자락에 자리한 길을 둘로 나누며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중앙의 광장과도 같은 곳에 자리한 이해할 수 없는 구조물에 포홍은 저도 모르게 그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지금껏 그가 지나쳐왔던 제단의 거리와는 비교도 아니 될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건축물과 인파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기 때문인데, 그리 몰려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솟구친 구조물이 누가 봐도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 구조물이 자리한 장소에 바쳐지는 헌금과 신물이 가히 상상 이상을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정확히 묘사하자면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벽화와 어울어진 거대한 조각상이 더해진 제단으로 이는 일종의 개방적인 성소와도 같았는데, 어째 낫을 닮은 듯 보이는 허리춤에 저것은 만곡도요, 그 위에 걸친 복색은 금이 아닌 은과 묵빛 염료로 치장한 듯 보이는 익숙한 갑주였다.


털과 금속 그리고 비단의 질감마저 표현한 듯 것이 가히 보통의 노력이 들어간 것이 아니었고, 실로 아주 익숙하고도 관대한 자세로 두 팔을 벌린 그 오른손에는 대도를 그 왼손에는 옥새를 쥐었으며 그 투구에 소뿔인지 도깨비뿔인지 모를 것이 달려있어 치우를 닮았는데 그 얼굴까지 무시무시하게 생긴데다가 와중에 말을 타고 있으며 그 좌우에 늑대와 호랑이를 두고 있으니 이는 빼도 박도 못할 자신이었다.


“설마, 이게 내 일대기라도 되는 건가?”


“아, 그게 저........”


허나 그보다 더 눈이 가는 것은 그 뒤에 새겨진 벽화였다.


량주도 모자라 그 너머에 자리한 주천과 돈황 일대를 모조리 정리한 서역 정벌.


동서를 잇는 비단길의 부활을 통해 이뤄낸 풍요와 더불어 한동안 끊어졌던 동서교류의 부활.


로마의 고속도로와 같이 량주에서 옹주 그리고 낙양 일대까지의 거진 모든 가도를 정비했던 진나라의 동맥을 손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서금로.


엄청난 양의 미곡 생산량을 일으킨 정국거의 확장과 수로 정비와도 같은 대대적인 치수 사업.


마등과 한수 휘하의 관중제장 그리고 마초와 연을 맺은 백저의 이들을 포함해 일대에 자리한 모든 민족과 인종들에게 복속과 봉헌을 받고 새 하늘을 열었던 진나라의 개국.


번영과 개방을 비롯해 발전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진나라의 풍경과 가장 최근에 이룩했던 동서전쟁을 필두로 여태껏 수많은 백성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붉은 용의 죽음과 이제는 온전히 멸망한 한조의 몰락과 그에 따라 진나라로 몰려드는 엄청난 수의 유민들까지.


“내 그리 우상숭배를 금하게 하겠다는 대도, 기어코 이리 일을 내었구나.”


가히 남들이 보기에는 영웅의 일대기요, 신화적 서사가 자리한 대왕이자 대제의 위업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그것도 하필이면 알렉산더 대제를 장식했던 모자이크 벽화 양식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사형.”


자신을 상징하는 거대한 조각상 뒤에 새겨진 벽화는 진정 자신이 살아온 생의 되돌아보는 것 같았으나 이 모든 것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실로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색하고도 오묘한 기분만을 남기게 하였으니, 지금도 눈앞에 모여든 수백 명의 이들이 저리 값비싼 것들을 화려하게 치장된 제단 위로 우르르 올려놓고 자신들의 안녕과 평화를 비롯한 풍요를 비는 것은 실로 이 모든 기적을 일으킨 이쪽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이었다.


“왜 나를 섬기느냐, 이 머저리 같은 것들아. 대저 내가 뭐라고, 왜 나를 떠받들고 섬겨.”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에 목이 메이고 힘이 들며 알게 모를 거슬림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막상 제가 신과 같은 놀음을 펼칠 적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이제와 마치 대놓고 신이 되라 주변에서 저를 부추기는 것 같은 풍경이 자리하고 나니 갑자기 그 기분이 더러워졌다.


“이거 굴리엘모스, 그놈이 작업한 게야?”


“송구하오나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허나 그의 예측은 맞아 들었지요.”


그렇게 분노와 거슬림으로 돌아간 고개가 부간을 향하였으나 정작 부간은 애석하게도 그러한 이쪽의 추론이 틀렸음을, 그럼에도 마땅히 이 땅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임을 정확히 짚어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설마........”


“예, 사형께서는 저 대진국의 이들이 말하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건너온 크로노스. 아니, 사투르누스(Saturnus)의 화신이요, 현신이 되셨습니다. 이뿐입니까? 저들은 바빌론을 비롯한 고대 관대한 제국 일대에 자리한 바엘 주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강림하셨다 이야기합니다.”


“자세히, 좀 더 자세히.”


그렇게 부간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우가리트 신화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가나안, 이집트 일대 거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일대를 관장하는 신화의 통용이 이러한 비극 아닌 비극이자 오해 아닌 오해를 낳아버린 셈이다.


맨 처음은 그저 교류의 시작이었고,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안녕을 비는 비원이자 감사함을 전하려던 것이 어느새 흘러들고 한데 합쳐져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연구하고 설파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그에 의문점을 가지는 이들이 생겨났으며 처음에는 그저 고대국가에서 신의 대리자와 통용시되는 위업을 세운 임금에 대한 축원이고 축전에 가까웠을 것이 점점 더 커지고 자라나면서 더한 영향력을 끼쳤고 이내 그것이 지속적인 교역과 원행의 반복을 통해 또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위업과 실질적으로 마주한 영향력을 비롯해 마치 전설과도 같이 전해지는 그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의 신화와도 같은, 서사가 되어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것이다.


진나라에서도 로마에 대한 법과 제도, 풍습을 비롯한 문화와 건축 등에 관심을 가지듯이 이 땅에 찾아온 저 서역의 이들도 진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에 반대되는 현상이 펼쳐진 것인데, 그리 귀결된 것이 역사가 아닌 신화로 귀결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를 축약하자면 그는 시간을 다스리며 이 땅의 풍요를 관장하는 자로 이 땅의 이들을 가엾이 여겨 그들을 위해 스스로의 헌신과 희생을 자처해 제 목숨을 잃을 각오로 이 땅의 이들을 괴롭히는 악룡을 처단하기 위해 직접 반기를 들고 나라를 세우며 전쟁을 지속하고 끝내 악인들이 이끄는 악의 제국을 몰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들이 만들어낸 악습을 철폐하고 그러한 이들이 섬기는 악룡을 처단하여 이 땅의 이들에게 자유를 되돌려준 인류의 구원자요, 신의 뜻에 의해 세워진 대리자요, 현신이며, 이 땅에 강림하여 기적을 선사한 영웅이 되는 것이니, 이를 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 와중에 악의 제국은 붉은 용을 섬기는 한나라가 되었고, 악인들은 한인들이 되었으며, 그러한 이들의 만들어낸 악습은 순장과 노예제를 비롯해 과거 한조가 자처했던 실정들과 그릇된 정책과 제도를 비롯한 예법과 사회상 등이 포함되었으며, 악룡은 두말할 것 없는 붉은 용인 소제 유변의 죽음으로 귀결되었다.


거기다 재미있는 것은 한데 어울려 뒤섞인 신화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우가리트 신화 속 해룡 로탄은 본디 바다의 신이자 혼돈의 신이며 일종의 태고의 신인 얌의 부하이자, 일부이며 그 자체로 동일시되는데 이러한 로탄을 주신 바알이 죽인 것이 꼭 우라노스의 양물을 자른 크로노스와 같고, 이때 양물을 자를 때 사용한 낫이 포홍에게 덧씌워지며 유목민들을 이끄는 상징인 휘어진 만곡도로 대체된 된 셈이다.


“내가 죽인 붉은 용이 결국 크로노스가 자른 양물이자 해룡 로탄이 되었군.”


“예?”


“지성의 부재가 혼재된 오류를, 잘못된 결괏값을, 뒤섞인 신화를 낳았다는 소리다.”


그렇게 자리를 옮긴 포홍은 이내 자신을 섬기는 수많은 이들을 뒤로한 채, 치소의 가까이에 자리한 내수사의 볼일을 위해 나아갔다.


“그래도......, 인신 공양은 아니 될 말이지.”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로마에서 온 티를 내는 것들이 많구나.”


물론, 그 와중에도 화려한 성소 일대에 자리한 이국적인 복색을 갖춘 이들이 그에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것도 천축이나 서역 36국 출신이 아닌, 그 너머에 자리한 로마의 속주에서 건너온 듯 보이는 이들은 나름 오해를 한 모양인지, 이쪽을 상징하는 신상을 두고 자신의 주신인 사투르누스(Saturnus)를 이국에서 잘못 묘사한 것이라 여겨 나름 그곳에서 열심이다 못해 거진 신실할 정도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동방’에서 제법 많은 이들이 넘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방?”


그러나 그러한 이들을 지나쳐 치소 가끼에 자리한 내수사의 건물로 향하던 것도 잠시, 이내 자신의 귓전에 거슬리도록 남겨진 두 글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포홍이었다.


“아, 그러니까. 대진국의 ‘동방’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애초에 폐하께서 열어젖힌 파라다이스로 이주하게 된 수많은 유랑민들, 도래인들, 거기에 강제로 끌려왔다가 폐하께서 그 신분을 해방시켜주신 노예들까지 거진 로마 속주에 속한 이들 중 다수가 동방 속주 출신 이들이었습니다.”


“그게 왜?”


“일찍이 굴리엘모스, 그자에게도 들었던 소식이고 따로 내수사에도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압니다만, 제작년과 작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대진국에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합니다. 특히 제작년을 기점으로 정리된 내전의 경우 동방 속주의 반란군 수괴가 스스로 황제를 자칭하고 반기를 들어 그 내전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는데, 이후 파르티아라는 국가. 그러니까 폐하께서 일찍이 지적하셨던 관대한 제국의 후손을 자처하는 이들과의 충돌 때문에 그 일대가 모조리 정리된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반군을 자처했던 이들과 그에 충성했던 이들의 기반이 거진 모조리 뽑히다 못해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고, 이에 피해를 입거나 그 여파에 휩쓸린 이들 중 다수가 속주를 빠져나와 아조로 몰려든 게지요.”


“동방....., 동방황..........!”


그와 더불어 포홍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역사의 일면은 역시나 로마였다.


그것도 로마의 전성기 속 혼란기이자 제법 격정적이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었던 이벤트였던 제법 큰 사건의 단면이 떠오른 것이다.


“동방 황제! '다섯 황제의 해' 당시의 임페라토르인 페스켄니우스 니게르를 말함이로구나!”


뭐, 짧게 축약해 별건 없고 말 그대로 황제가 다섯이 있었다는 시기로, 부하들에 의해 황제로 추대된 여러 황제 중 하나였던 셉테미우스 세베루스가 이탈리아 본토를 먹을 당시 시리아를 비롯한 동방 속주를 지니고 있던 니게르가 황제를 자처했는데, 이때 파르티아가 뒤에서 이를 후원하고 부추기며 지지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난세, 내전도 모자라 이쪽에 비견될 동서내전의 그림이 만들어졌던 때가 있었다.


이후 본토를 차지한 또다른 황제인 세베루스를 견제할 목적으로 그 식량 공급을 끊어내겠다 이집트를 건드리고 비잔티움을 정복한 아시아 총독까지 끌어들여 동방 속주들을 모조리 규합해 본토를 비롯한 서방의 이들과 크게 한판 붙었던 이야긴데, 정작 동방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니게르는 세베루스에게 패해 194년 죽었고, 그다음 해인 195년에서 세베루스는 그 동방 속주 너머 자리한 파르티아에게 소위 동방 황제라는 타이틀을 부추기고 후원하여 로마를 쪼개고 내전을 일으키게 만든 죄를 물어 응징하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는데 또 용케 잘 싸워서 파르티아는 메소포타미아 북부인 셀레우키아와 바빌로니아를 빼앗기게 된다.


그렇기에 바로 여기서 부간이 설명한 일종의 진나라에게 들이닥친 나비 효과였던 서역으로부터 대거 유입된 이주민들의 존재가 설명이 되는 것이다.


“애초에 로마에 속주가 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국과 본토에 식량을 공급하는 애굽(이집트)으로서는, 거진 내전이니 전쟁이니 하는 것들이 벌어질 때마다 기근이 닥친 소련에게 개털린 우크라이나먀냥 쭉쭉 지력 빨려가며 식량 셔틀 노릇하느라 그 밑에서 식민지 수탈마냥 많은 것을 빼앗기니 내적인 불만이 커짐과 동시에 이를 못 견디겠다 여긴 이들의 적지 않은 탈주와 이주가 벌어졌다?”


“아무래도 내전의 여파가 짙긴 했으니 백성들 중에 수탈당한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일찍이 동방 황제인 니게르의 기반이자 지지 세력이었던 동방의 속주는 세베루스의 눈에 마음에 들리 없으니 여러 차례 수탈을 비롯한 괴롭힘을 당했겠지. 조인트 까면서 너네 내편 안 들고 니게르 편 들었지? 하고 조지니까 이를 못 견딘 이들이 우르르 작살났을 거고 반항하면 몰살이니까 또 많이들 죽었을 거고. 그 와중에 파르티아마저 손보겠다 이것저것 뜯어가며 쪽쪽 뽑아먹었을 거고, 그렇게 털리고 뜯긴 제 주인들 머리 날아간 꼬라지 본 아랫것들은 그 주인이 죽어 다른 곳에 팔려 가는 노예가 되거나 무서움과 두려움을 피해 곳곳으로 도망치고 흩어지는 유랑민이 되었을 거고, 그 와중에 파르티아랑 또 전쟁한다니까 동쪽으로 갈 순 없는데 반대로 또 자신들이 공격했던 본토 로마의 영향력이 짖게 남아있는 세베루스 세력권인 서쪽의 이집트로는 못 가고? 그지?”


“애굽에서 도망친 이들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보다 먼 곳으로의 이주를 택하였지요.”


“그 와중에 이쪽의 이야기가 흘러 들어간 거야. 선택지가 생긴 게지.”


“일찍이 동서 교역을 통한 번영을 비롯해 관동에서 유민들이 몰려든다는 이야기까지 은연중에 서역으로 흘러든 모양입니다.”


뭐, 달리 말하면 당시의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다고 하는 로마조차 소위 나라의 국력을 갈아 넣고 그 나라가 속주를 비롯한 각 지방으로 쪼개지며 그 백성들이 피폐해지는 내전과 난세를 걱정해야 하는 판에 흘러간 옹주몽과 번영의 이야기가 저 로마 내에서까지 알게 모를 부채질을 통한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뭐, 이쪽도 전쟁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게 내전이 아니라는 측면과 최근 들어 패배를 모를뿐더러 지속적인 번영을 향해 나아간다는 상승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고 거기에 저 파르티아와 같이 일대의 유목민족들을 모조리 복속시키며 영토롤 확장한 개념이 되니 안전이 보장되면서 이것이 나름 괜찮겠다 싶은 메리트가 생겨났던 것.


거기에 로마의 법제와 문화 등을 수입하고 이를 소비하는 마당에 이주 경쟁, 이민 전쟁이라는 기형적인 개념마저 저 먼 서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살기 좋은 땅에 인구가 부족하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대거 뿌려지면서 저 먼 동방에도 자신들이 거주할 수 있는 로마와 같은 나라가 있다는 인식이 심어져 일종의 유행마냥 작용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이미 그 머리가 여럿 잘린 동방 속주의 토호들 밑에 자리하던 기술자와 부역자들을 모조리 노예로 삼아버린 상인들 입장에선 그 값을 톡톡히 쳐주는 동방에 그 노예들을 대거 그것도 연이어 실어나르면서 지속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되니, 바로 이것이 포홍이 예상보다도 빠른 시일 아내 엄청난 규모의 파라다이스를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건립하게 되는 요인이자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하긴 애초에 방비를 위한 발리스타도 그렇고, 고대 코린트나 아테네식 기중기, 공용우물, 수도꼭지 및 수도관, 요새형 도시와 저택, 거기에 벽돌을 비롯한 석조 건축과 사막 정원을 비롯한 목욕 설비에 하수도, 야금술, 유리 장인에, 조각가, 모자이크 벽화를 만들 줄 아는 예술가까지, 그 모든 기술이 집약된 공동거주지(파라다이스)가 그리 빠른 시일 내에 지어졌다는 게 말이 아니 되긴 하지.”


정약용의 거중기를 이용한 수원화성을 짓는데 2년 8개월이 들었다.


그보다 작은 규모에, 그것도 필요한 구역을 차츰차츰 늘려나가는 파라다이스의 경우 그 규모가 방대한 몇몇 도시를 제외하면 거진 1년의 시일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이 또한 실로 기적이라면 기적이라 해야 할 터.


“그러니까 저 먼 동쪽에 사막과 광야를 거쳐, 유랑 도적들과 유목민들이 사는 지역들을 지나 천축 너머 소국들이 즐비한 비단길의 끝자락으로 접어들면 사람 살기 좋은 나라가 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증인이다, 나 잘 먹고 잘 산다, 라고 하면? 저 관동의 이들도 모자라 저 서역의 이들마저 탐을 내는 실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 이 나라에 있다고 하면?”


“.........!”


포홍의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자리하는 순간이자, 그 너머의 흉악한 계획이 연이어 돋아나는 순간이었다.


“내 본래는 이렇게까지 하고픈 마음은 없었는데,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안 써먹으면 내가 병신인 거잖아?”


“예?”


그렇게 그가 치소의 옆에 자리한 내수사의 안에 발을 들일 찰나,


- 폐하, 신 내수별좌(內需別坐). 폐하의 찾으심에 이리 자리하였나이다.


“Go West. This is Manifest Destiny.”


한 사람의 응답과 더불어 포홍의 혓바닥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굴러갔다.


작가의말

본의 아니게 세계사 흐름과 맞물려 짚고 넘어가야 하느라 또 이전 파라다이스가 어찌 그리 빨리 완공되었는가도 그렇고 약간의 설명이 요구되는 측면 때문에 내용에 일부 변경과 수정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본래의 내용과 이식한 내용의 괴리가 이상해서 한동안 쓰고 지우고 손보고 했는데 당장에 마음에 안들지라도 큰틀은 같으니 이번화는 이대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이전에 뿌려둔 떡밥은 최대한 설계 변경 없이 수확하려고 하는 편이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얼추 정리하고 나니 겨우 안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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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6.19 15:29
    No. 1

    그 단어가 나오는 건 상상도 못했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6.19 17:30
    No. 2

    명백한 운명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사실 천명주의의 일환이라 쓰기도 좋고 이미 이전에도 떡밥마냥 뿌려둔 적이 있어서 회수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6.19 15:30
    No. 3

    물론 외계어를 뱉은 포홍 외엔 아무도 못알아 들었겠죠?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6.19 17:29
    No. 4

    아이, 그럼요 ㅋㅋㅋㅋ 이거 알아들으면 그땐 포홍 머리 속에 진돗개랑 데프콘 발령나는 건데ㅋㅋㅋ 과연 이 땅에 저 말고 또다른 회귀자는 누구인가 눈집고 난리치며 찾아야되는데 어쩌려고 ㅋㅋㅋ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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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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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393화 – 자유과 공화의 옹주정은 혁명 프랑스를 닮아간다 +2 22.07.15 181 4 23쪽
393 39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4) +2 22.07.11 209 4 25쪽
392 391화 – 하늘이 내린 왕조를 등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 부패할 수 없는 로베스피에르의 탄생 22.07.10 180 4 16쪽
391 390화 – 전쟁을 부르는 빵과 아고라, 콜로세움과 서커스 +1 22.07.09 185 5 22쪽
390 389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3) +2 22.07.04 179 3 16쪽
389 388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2) +2 22.07.03 160 3 16쪽
388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2 22.06.30 286 3 21쪽
387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2 22.06.23 201 3 22쪽
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5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4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8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30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9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20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1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6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5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6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6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6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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