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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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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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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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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DUMMY

부우우우-


초원의 각지에서 이름난 부족장들을 불러들이는 소집령이 내려졌다.


아니, 정확히는 거진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허락된 구역 안쪽만을 오고 갈 수 있는 소위 영역 방어적 성격의 위수령과 더불어 그간 불어나고 늘어난 부족민들 중에 새로

이 부족 전사들을 모집하라는 징집령 내려졌다.


“진왕 폐하의 명에 따라 량주의 모든 부족은 옹주 일대로 넘어섬을 금지할 것이다. 또한 국경의 방비를 강화하여 일대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오고 가는 상행과 사행의 이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할 것인즉, 새로운 감시 및 연락체제를 마련하여 이를 고수할 것이니 이를 역참이라 하겠다.”


이에 새로이 곳곳에 목책과 더불어 초소와 오고 가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규모의 마방과 객관을 갖춘 거점이 들어섰고, 그에 새롭게 뽑힌 어린 전사들이 새로이 내수사에서 파견된 관료들과 함께 량주 일대에 돌아가는 모든 현황을 정탐할 수 있는 동시다발적인 새로운 정탐망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뜨거워진 하늘 아래, 더위를 먹어 힘없이 기울어진 초목들 사이로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가 그득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흙먼지와 더불어 수백에 달하는 부족민들을 이끌고 나타난 부족장들이 연이어 포홍이 자리한 돈황 일대로 넘어와 대대적인 충성과 더불어 전사들과 공물을 바치고 돌아갔다.


이를 목도한 상인들과 방문자들의 우려는 점점 더 짙어지는 전쟁의 그림자에 대한 우려를 느낄 수밖에 없었으나, 그럼에도 그 엄청난 물량을 꾸준히 소화하는 듯 보이는 소위 내수사란 이름의 정체 모를 이들과의 교역을 포기할 수 없어 그들과의 거래를 위해 남기를 자처했다.


그 와중에 제법 영민한 이들은 서역으로 가는 비단길 일대를 정리하려는 듯 보이는 포홍의 군세에 기대어 제 돌아갈 길의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또 전란으로 인해 그 존폐가 흔들리는 비단길을 다시금 정상화할 목적으로 되려 포홍에게 군자금과 전비를 대겠다며 전쟁을 부추기고자 돈황의 관료들에게 뇌물을 바친 뒤 바짝 엎드려 그와의 만남을 청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특히나 돈황과 그 거리가 멀지 않은 서역 36국.


일찍이 후한의 반고가 소개한 타클라만 사막을 포함한 타림분지 일대에 자리한 36개의 폴리스와 같은 도시국가들에 소속된 상인들의 경우 비단길을 오고 가는 상행과 통행세 등으로 먹고 사는 자신들의 조국 일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유목 민족들과 도적을 비롯한 약탈자들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막과 고원을 비롯한 험준한 산맥을 품은 척박한 분지라는 환경 속에 비단길이라는 물줄기에 힘입어 꽃을 피워낸 자신들이었으나, 그럼에도 그 결과물에 해당하는 여러 도시국가의 경쟁과 난립이라는 한계점을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막아라! 막........!”


푸욱-


“끄흐으윽!”


“박티라(박트리라)와 쿠샨 놈들도 우릴 막지 못하는데, 네까짓 소륵 일대의 잡놈들이 어찌 우리를 막아!”


서걱-


“장군!”


“뭣들 하느냐! 모조리 쓸어버려라! 갑주고 전마고 모조리 벗겨 잡는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저들이 도망칩니다, 족장!”


“놔둬, 그래봤자 저들끼리 서로 불안해서 도움도 주지 못할 게다. 거기에 하나의 나라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건 그 일대에 그 나라가 가져가지 못한 만큼의 수익이 생겨난다는 이야기지.”


“하오나......”


“또 길이 열렸다는 건 언제든 제들 도시 일대에 우리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소리다. 고로 우리는 여유롭게 하나씩 알맹이를 벗겨 먹으면 돼. 그 누구도 나서거나 지키기 위해 도와주지 못할 게다.”


“알겠습니다.”


“머저리 같은 놈들, 이득 아래서만 뜻을 같이하고 평시에는 그 이득 때문에 경쟁한다. 남에 걸 홀라당 벗겨 먹으려 할 때는 그리들 뭉치면서 어째 정작 제 걸 지키려 할 때는 도와주는 이 하니 없게 만들었으니, 알량한 재물이 아니고서는 내세울 것도 이를 지킬 힘조차도 없는 것들.”


부족한 인구와 물산을 비롯해 자발적 생산과 확장마저 허락지 않은 환경은, 또 알게 모를 암묵적 경쟁에 의해 도태된 경쟁자의 탈락을 반기는 구조는, 소위 언제든 따먹기 좋은 알갱이들이 뭉쳐 있는 포도와도 같은 과실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이는 기존에 냄새를 맡고 몰려든 벌레들에게는 그 수액과 과즙을 조금 내어줘도 아무렇지 않으나 이를 직접적으로 따먹기 시작한 소위 벌레와는 비교도 아니 될 큼지막한 짐승의 존재를 떨쳐낼 수 없는 비참함을 낳게 만들었다.


거기에 한때 북인도와 인도 파르티아의 접경지는 물론, 타림분지 일대까지 점령했던 중앙아시아의 쿠샨 왕조가 190년대 초 그리 동남쪽으로 확장했던 강역을 모조리 잃게 되면서 일대의 소수민족과 유목민들이 날뛰는 상황은 더더욱 거세졌으니, 그리 몰려드는 약탈자들에게 허락된 침공로가 늘어나고 넓어지면서, 일대에 습격과 약탈은 거진 본질적인 침공으로 뒤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들의 출신은 쿠샨 왕조를 세운 월지의 다섯 민족 중 하나인 '귀상(貴霜)' 출신의 이들이 섞여 있었고 일대를 주름잡는 이란계 스키타이 유목민족인 사카인들이 제법 자리하고 있었으니 같은 인도 유럽계라고도 볼 수 있으나 정작 그와 별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타림분지의 토하라인들과는 나름 상극의 면모를 띠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대대적인 위기는 소위 돈황 일대에 모여든 상인들로 하여금 자발적 성급과 헌납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좋구나.”


그리고 이러한 소식들이 다시금 돈황에 자리한 포홍의 입맛대로 편집된 이후 량주를 거쳐 연이어 장안성에 날아들면서 진나라 내의 위기감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었다.


소위 제국이란 이름만 없을 뿐, 일대의 모든 것을 다스리고 관장하는 대국이자 패권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위기를 실감하는 와중에, 량주 너머의 모든 것이 잘려 나간 옹주의 상황은, 기존의 비상사태라는 한시적 위기를 넘어서 실로 그 발등에 떨어진 불이 꺼지지 않은 위험한 정국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락-


“관녕은 량주 10부에 귀속된 10만 정병의 존재를 모른다. 그간의 세월 36부가 10부로 재편된 이래 불어난 무리와 복속시킨 족속들을 통해 량주의 부족들은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늘렸으니, 그리 불어난 살집이요 거품을 다시금 거둬들이면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고도 온전히 차출할 수 있는 10만의 무리는 무리 없이 확보된 셈이니 이제 량주의 전역에는 이들과 과인의 직할 병력을 포함해 그 국경을 모조리 봉쇄하고서도 남아도는 20만이 있다. 고로 동 중영을 비롯한 이들을 데리고 북상하여 서진하라. 장안을 비워라. 과인의 향취를 지워라.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재상 등극을 위해 또 철혈의 재상의 등장을 위해 사라져라. 별도의 소집령을 내릴 터이니 과인에게 오라.”


화륵-


“후후훗, 실로 재미있는 왕명이시로고.”


그리고 그 속에서 포홍의 밀서를 받은 이들 또한 그의 부름에 응답하니, 그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실로 오랜만에 장안성에 머물고 있는 가후였다.


그리고 그런 가후가 찾아간 곳은 당연히.......


콰앙-


“그 무슨 이해 못할 소리인가! 새롭게 사부회에 이에 따른 의견과 안건을 내놓겠다니!”


“그 국정의 운영조차 변변치 않은 마당에 작금에 조당의 결정 외에,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현 정국을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일세. 국가에 대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요구, 그에 따른 정서, 불안감 이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함에 당연히 각 생업과 출신 그리고 계층 등으로 나눠진 이들이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느냐에 따라 민심을 살펴 그에 따른 반발과 우려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웃기는 소리! 애초에 나라에 닥친 우환이 저들 모두의 우려요, 제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 이거늘, 굳이 조당의 의사결정을 내버려두고 저 엄한 사부회에 속한 이들의 의중을 대저 왜 묻는 게야! 그 알량한 자유와 공화를 비롯한 화의와 분쟁의 조정을 운운하는 것에 더한 시간이 할애되고 그 내부의 갈등과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어찌 몰라!”


부패할 수 없는 자와 철혈의 재상이라 칭해진 두 사내가 자리하고 있는,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같아질 수 없는 의중을 지닌 채, 매양 분쟁과 설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 나라의 실세인 병원과 관녕이 머물고 있는 전각이었다.


“왜 그리 목소리를 높이는지 모르겠군. 이상해, 특히나 폐하를 만나고 돌아온 뒤의 자네는 너무나도 이상해. 자네는 그리 우매한 자가 아닌데, 대저 아직도 이를 이해하지 못했어.”


“우매? 지금 그게 지금까지 역경과 고난을 같이해온 동료에게 할 소린가?”


“애초에 폐하께서 왜 이 땅에 저 서원의 난립을 허락하셨는가? 대저 왜 자신의 권위와 입지를 침해하면서까지 저리 번거로운 선별작업과 이합집산의 과정을 통한 각 무리의 난립을 허용하며 그들 하나하나가 저들만의 뚜렷한 색채를 가지게 하셨겠어? 이제와 돌이켜보면, 이는 실로 작금과 같은 상황을 위함이야. 발 빠른 민심의 파악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어느 곳을 찔러 어디까지 일을 저지르고 밀어붙일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종의 도식(圖式)이자 지표인 것이지. 이는 정책을 위한 산목(算木:산가지)이야. 이쪽을 건드리면 저들이 펄쩍 뛰고 저쪽을 건드리면 이쪽이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 속에, 어디까지 수를 놓고 어떠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이를 최소한의 저항과 반발을 비롯한 동의와 협력의 움직임을 통해 계산할 수 있고, 그 한계에 해당하는 값을 통해 이 나라의 정국이 어떠한 향방으로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는지 마저 살필 수가 있어.”


“나라가 위기인데! 모든 이가 하나 되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소진해야 그리 부풀어 오른 살집과 세력이 가라앉게 되기 마련인데! 되려 그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겨 서로 간에 마찰을 일으키다 못해 매양 내부에서 그 힘을 소모하도록 만들면 뭐가 그리 달라져! 산가지라고? 애초에 제들 세력불리기에 급급한 이들의 불어난 저 기름진 살집을 모조리 태워 연료로 써도 모자랄 마당에, 그걸 저리 놔둔다고?”


그 와중에 전각의 바깥까지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이내 가후로 하여금 갈라선 둘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법. 그 하나에 공정한 규칙을 담는다면 이들 간의 충돌마저 제어하고 그 역량을 통한 분출과 소진을 통해 우리는 질서 안에 분열을 담을 수가 있어.”


“분열이겠지.”


“그러는 그대는?”


“융화, 융합이다.”


먼 훗날 포홍이 이를 들었더라면 핵분열이니 핵융합이니 하는 반 우스운 농담을 던졌겠지만 적어도 그 의미의 본질을 모르지 않을 가후는 현 진나라의 가장 큰 화두였던 자유와 공화의 끝자락에 그 장점과 단점으로 갈라선 이면을 보고 있었다.


“그거야말로 과거의 천하를 일통한 실수를 저질렀던 진을 답습하는 결과가 아닌가!”


“그 실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해! 진나라에 가장 찬란한 순간은 여불위와 진왕께서 하나된 목표로 일관하였을 적이지! 목적이 있고 방향이 있으며 국가와 그에 속한 모든 이들이 멈추지 않으며 그 자리에 멈춰서지 않아야 함이니, 비단 비좁은 이 반쪽짜리 관서 천하를, 그것도 고작해야 반쪽밖에 쥐고 있지 않으면서 이 따위 풍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방임과 방만함에 있어 그 부작용은 너무나도 크니까!”


“부작용이라니, 그 무슨 망발인가!”


“아직도 느끼지 못하겠나, 병원! 이 나라는 지금 망조가 들었다!”


“망조라니, 누가 그따위 헛소리를 해!”


달칵-


“누구........!”


“이런. 내 눈치 없이 찾아왔군요. 이거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의 충돌이 예삿일이 아님을 확인한 가후가 적절한 때에 등장함으로써 이들의 갈등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니, 그런 가후가 먼저 찾은 이는 다름이 아닌 병원이었다.


“그대는 부패할 수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롭니다.”


“소관은 일국의 살림을 도맡은 자리에 있는 관료입니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러해야 함에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까?”


“폐하의 명이십니까?”


“아니요, 그저 개인의 궁금증입니다.”


“.........”


그리고 예상치 못한 가후의 질문에 그 얼굴에 불편함과 의심의 눈초리를 가득 드러낸 것 또한 병원이었다.


“혹여 폐하께서 이 사람을 떠볼 요량이시라면, 외람된 말씀이오나 이는 비단......”


“이 사람은 떠납니다.”


“........!”


그러나 그 의심에 눈초리를 단숨에 씻어주는 일이, 그것도 감당치 못할 정도로 큰일이 터졌다.


“이제는 돈황 너머 서역의 36국까지 혼란스러워졌거든요. 그 전화의 불씨가 비단길을 오가는 비단을 태우며 거꾸로 아조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락-


그와 더불어 가후는 포홍이 밀서와 함께 부친 소집령까지 꺼내 보였다.


“이, 이건......”


“아마 이 사람뿐이 아니겠지요. 필경 작금의 변경은 위험합니다. 일찍이 예로부터 폐하와 함께 해왔던 자들이 특히나 군에 몸담았던 이들이 여럿 차출되겠지요.”


변경의 실정을 전하고 이를 증명하는 포홍의 소집령을 보여주어 작금의 진나라 내에, 정확히는 량주라는 그 역량이 잘려 나간 옹주의 현실을 이들의 앞에 각인시킨다.


실로 가후다운 부추김이요, 그다운 방식의 일처리였다.


허나 이를 달리 말하면 이제 이 옹주 땅에 포홍이 자리했던 흔적이, 그 향취가, 그의 영향력이 아예 사라진다는 뜻이니, 이는 바아흐로 이 땅에 절대왕정이 그 자취를 감춘다는 예고이자 선포와도 같았다.


“송구하오나 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지금은 그대가 나서는 자리가 아닐 텐데요? 나는 눈앞의 병원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선 것은 역시나 포홍에 의해 전쟁주의자로 돌변한 관녕이었다.


국가를 향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제국과 같은 통치 질서를 유지하길 바라며 이러한 체제의 존속과 더불어 아직 제국으로 들어서지 못한 신생 패권국이 스스로 자멸하는 꼴을 볼 수 없는 소위 제국주의 애국지사로 돌변한 그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늘이 부여한 절대적 권력이 사라지고, 그 실질적 공백의 빈자리가 확인되면 과연 이 나라와 이 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도 이미 한 차례 그 기반을 정리한 것도 우려스러운 마당에 아예 그 뿌리까지 뽑아 탈탈 털어 가겠다는데 과연 이를 어찌 말릴 것인가?


“이 사람 또한 이 병원과 더불어 이 나라의 실무를 책임지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외다! 또한 이미 일찍이 패랑기와 백호군도 모자라 10만의 정병까지 이끌고 가신 마당에, 작금에 이 땅에 몇 남지 않은 군부의 이들마저 모조리 이끌고 간다면 그 전력에 공백이 생길 것은 명확한 바요, 이 난립된 정국에 폐하의 사람들이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은 반대로 이를 기회로 여길 난신적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거늘, 대저 어찌 이를 찬동한단 말입니까!”


“이보게, 관녕!”


“자넨 닥치고 있어! 작금에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이 어떠한 것인지 몰라서 그래? 되려 반란을 부추기는 게야! 불충을 부추기는 게야! 그리 자네가 좋아하던 분열을 부추기는 게야! 당장에 저 자유와 공화에 찌든 놈들, 나라고 자시고 제 잇속과 실속에 우선하여 그 탐욕에 물든 놈들, 그놈들이 설칠 판을 깔아주는 거라고! 우리를 버리시려는 게야! 이 옹주를 버리시려 한단 말이야! 아직도 이를 모르겠는가? 주제도 모르고 오만불손하게 설친 이들에게, 지금까지의 그 모든 풍요를 허락한 신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영광을 돌리며 그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당장에 제 배떼지 채우는 것을 우선하여 은혜도 모르는 짐승으로 돌변한 것들을 질책하기 위함인 것이다! 징치하기 위함인 것이야! 아무것도 하지 못할 무능한 이들의 교만함이 무너질 절망의 교훈을 내리기 위한 초석이란 말이다!”


“관녕.....”


그리고 이러한 관녕의 외침에 병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편으론 화가 나기도, 그러면서 믿을 수 없기도, 그럼에도 이해가 가기도, 또 그러면서 실망스럽기도 또 그렇기에 원망스럽기도 하는 복잡한 감정이 그를 휘감았다.


찰나에는 그저 믿지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어째 지금까지의 변혁과 방임을 빙자한 이 국가적 계몽은 필경 다른 의미로 오만불손하다고 할 수 있는 신 놀음을 닮아있었다.


“지금까지 이를 위해 노력해왔고 다 뜻이 있다 하기에 참았거늘, 이제와서 그리 쌓은 모든 것을 이리 부숴버릴 요량이라면, 대저 자신들은 그 무엇을 위해 이 나라에 목숨 바쳐 충성하였고 대저 무엇을 위해 이리 달려온 것인가?”


그 와중에 조용히 울려 퍼진 그의 독백은 실로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울림을 담고 있었다.


“하아, 그러니까........, 병원.”


“돌이켜보건대, 과연 우리가 받들어 모신 임금이 그러한가? 그것이 과연 진심인가?”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이요, 이 나라에 몸담은 이들에게 있어 이는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끝에 생겨난 희망이었으며, 이 땅에 역사를 이룩한 이들에게 이는 수천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염원이자 이상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자네는 나의 부탁으로 우리의 하늘을 확인하겠다며 신이 기거하는 성역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돌아온 자네는 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변했지. 그 말인즉, 더는 우리가 받들어 모시던 그 하늘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이를 고작해야 10년도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화가 났다.


이 모든 것을 되려, 일부러 이리 고의적으로 끊어내려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대저 신이 무엇이기에, 그에 비견될 절대자요, 임금이 무엇이기에 이리 그 발치에 자리한 이들을 괴롭히고 가지고 놀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자신이 신을 모른다고 해도, 성현에 가르침에 힘입어 임금은, 군주는, 천자는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겨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배웠거늘, 정작 그러한 이가 인간에게 영원을, 풍요를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일찍이 자신들을 겁박하고 붙들어 놓아주지 않으려 했던 저 무도한 공손씨의 이들이나 제 나라 백성들을 노예로 삼아 부려 한조의 멸망을 자초했던 소제 유변과는 달랐던, 실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그에 감화되고 희망을 품었던, 제가 온전히 모시리라 믿었던 그 하늘이 저리 변하였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 모든 복잡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돌이켜 본 지금까지의 그의 모습은, 실로 지금의 관녕이 전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드높은 뜻을 이해하고 또 이해했던 자신들이 이제와 그 진의를 곡해하는 것은 아닐지 그도 아니면 이 모든 것에 필경 곡절과 의미가 있을지 쉬이 판단이 서지 않았다.


“훗.”


그러던 차, 우연히 돌아간 그 고개 속엔 혼란 속에 빠진 자신을 비웃으며 몸을 돌리는 가후가 있었다.


“가지 마시지요.”


“이것 참, 이 사람은 바쁜 몸입니다. 왕명을 받았으니 주인된 이의 명에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리 돌아서려던 가후를 병원이 본능적으로 붙잡은 연유가 있었다.


“일찍이 그대가 염충의 곁을 떠나자 변장, 한수의 난이 망했고 염충이 죽었습니다. 그런 그대가 황보숭의 곁을 떠나자 황보숭이 죽었지요, 황보력도 그리 죽었습니다. 소제 유변 또한 그리 죽었고, 한조 또한 그리 멸망했지요.”


“벼, 병원......!”


관녕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순간에도 뚫어져라 가후를 노려보는 병원의 시선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그대가 이제는 아조에 몸을 담았고, 이 옹주에 터를 잡았는데, 작금에 이르러 이 옹주를 등지고 우리의 곁을 떠나려 합니다.”


“해서요? 내가 빠지는 게 신호인 것 같으니 이런 나를 붙잡고 인질 삼아 난이라도 일으켜볼 요량입니까?”


“그야 못할 것 없지요.”


“허어.”


“밖에 게 누구 있느냐!”


- 예!


“지난날 관동원정을 끝마치고 돌아온 참모의 수상쩍은 행적과 관련하여 뇌물이 오간 흔적이 발견되었으니, 지금 당장 그를 궐 내에 자리한 옥사의 구금하고 승상부에 속한 장사들과 사령들을 움직여 일대를 봉쇄하라!”


작가의말

어휴, 드디어 일 저질렀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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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4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7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30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6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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