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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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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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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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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DUMMY

그렇게 포홍과 함께 밖으로 나온 관녕은 소위 그의 성역이라 치부된 녹지 일대를 벗어났다.


포홍 한 사람이 움직임에 이미 한 차례씩 그 몸을 씻고 말에 물을 먹이던 이들이 우르르 말등에 올라 그를 따르기 시작하니 그렇게 거진 1천에 달하는 유목기병들의 결집과 더불어 그 일행들이 숨겨진 파라다이스를 벗어났다.


“저 이래도......, 이리 폐하의 성역을 벗어나도 되는 것인지.”


“왜? 이 메마른 사막이자 황야에 비단 저런 곳이 저 한군데만 있을까 봐?”


그리고 그 순간에 놀라 말등에서 떨어질 뻔한 관녕의 고삐를 잡아준 포홍은 이내 미소와 더불어 더더욱 말 배를 차고 앞으로 달리니 그렇게 내달리는 이들의 질주는 가히 소위 먼 훗날에도 고비 사막의 일부라 여겨지는 량주의 북부 일대를 내달리는 대원정으로 돌변했다.


푸히히히힝- 푸르르륵-


“워, 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렇게 내달리는 말들의 입가에 게거품이 물리고 콧김을 내뿜으며 갈증을 호소할 찰나, 이내 눈앞에 들어선 또다른 파라다이스의 등장은 가히 이를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관녕이 두 눈을 부비게 만들었다.


물론, 조금 전의 그것과 달리 그 성벽도 낮고 요새라기 보다는 작은 읍성과도 같이 생겼으며 일대의 녹지에서는 아예 대놓고 농사를 짓는 작물마저 재배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성벽 바깥으로 일대에 처진 게르와 수백이 넘는 무리들을 보아하니 기존의 이 고을 사람들이 아니었던 새로운 이들이 임시로 안착을 하게 된 모양이다.


“기존의 맹가의 이들이 이용할 법한 원시적인 역원제 가지고는 이 험준하고 메마른 일대를 모조리 관장할 수 없지. 그렇다고 이후의 역참제를 부활시키자니 이는 전령만을 위한 제도로서 부족함이 많아. 물이 없고 식량이 없으며 자원이 없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진 않으니 인위적인 기적을 위한 기술의 도입이 필요했지.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서역의 이주민들이었고, 그 중에서 결국 아쉬운 하층민들, 도래인들 위주의 유입을 받았다.”


“그게 아까 보았던 성역과 같은 모습입니까?”


“그렇지, 허나 얼추 보이는 모습은 비슷해도 그 실상은 전혀 달라.”


“어, 어째서입니까?”


“내 스승인 갑 장사고, 내 사제 놈인 부간이고, 그 이전에 농경민족이자 정주민족을 위한 이상주의적 사회 공동체로서 보다 작은 단위의 농업공동체를 내놓은 것이 공자고, 맹자지. 뭐, 대동사회니, 항산이니 어쩌니 요상한 개념들이 뭉쳐 부합한 것은 그쪽도 얼추 알 것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게 문제다. 교류가 없고 한데 머물러 고착화 되는 거. 통풍이, 환기가 되지 않아 숨이 막히고 답답한 거. 그 엉덩이 붙이고 앉아 썩고 악취가 나게 되는 거.”


포홍의 말을 해석해보면 결국 비좁은 곳에서의 고립이 결국 부작용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일찍이 부간 또한 맹자와 고자가 되어 갑훈과 논담을 펼칠 당시 소위, 시골이자 섬에 해당하는 이런 폐쇄적인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힐난하고 비판한 적이 있었고 말이다.


“그 말씀은, 이들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까?”


“이들은 지속적으로 거주지를 바꾼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예?”


“맨 처음은 그 이상주의 공동체에 대해 나도 마냥 부정적이었지. 허나 실상 돌이켜보면 도시나 시골이나 썩는 것은 거진 똑같단 말이야? 그래서 이러한 거점들을 세움에 도입한 것이 거주 이전의 자유요, 그에 따른 행정적인 처분이지. 굳이 유목민들마냥 게르 등에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거점을 마련한 것은 이들의 이주행적을 파악하며 이들의 생활권이 누구의 통제하에 있는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해.”


“그런......, 아니, 그렇군요.”


“거기다 일대는 량주 등지에서도 거진 최북방이지. 한 곳의 지역 공동체에 머물지 않으니 마찰이 있는 곳과 사유를 들어 이주할 수 있어. 그것도 제가 농사를 잘 하면 농사를 짓는 다른 공동체가 기거하는 파라다이스(일종의 신생 거점, 개척지)로 보내줄 수 있지. 내가 광석을 캐고 이를 정제하는 일을 했다면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한 공동과 협곡 일대에 자리 잡은 개척지로 보내줄 수 있어. 일이 맞지 않으면 직종을 바꿔볼 수도 있지.”


듣다 보니 묘하게 설득이 되는 것이, 이는 기존의 고립된 지역사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목민이란 개념은 묘한 가치를 지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마냥 많은 재산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고, 적어도 땅에 대한 욕심은 줄일 수 없어도 그 땅을 마냥 내 것이라 내 뿌리 내린 터전이라는 생각은 덜하게 만든단 말이지. 반대로 이를 이야기하면 부족 간에, 혈족 간의 갈등은 있을지언정 그 지역들의 고립으로 탄생한 지역정체성이 없어. 지역 공동체 간의 갈등과 지역감정으로 인한 마찰이 없으니 애초에 그 지역을 자신의 터전이라는 뿌리 의식이 그 땅 깊숙이 내려가진 않는다. 아, 물론 큰 규모에서의 지역감정은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정주민족의 그것들에 비하면 가히 새발의 피 수준이지.”


그러니까 애초에 토호고, 촌장이고, 이장이고 자시고 음습한 토착인들을 위한 카르텔이 쉬이 자리매김하지 않으며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갈등의 소지가 적어진다는 뜻이었다.


“그 와중에 제각기 인종도 국적도 출신도 달라. 그 피가 섞이고 서로의 문화가 뒤엉키는 동안 서로 조심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으니 그 마찰도 적은 편이지. 왜? 저 바깥은 물 한 모금 없는 살아남기 힘든 땅인데 자신들이 자리잡은 이 비좁은 천국은 비좁으나마 차고 넘치거든, 그 극단적인 대비가 손에 쥔 안락과 평온을 내려놓기 싫게 만들지. 억지로라도 서로 힘을 합치도록 만들고 손 하나 더 아쉬운 일이 있게 만들어. 그 와중에 제일 중한 것은 설계지, 내 이 땅에 뿌리 내린 작은 천국의 조각들(여러 파라다이스, 담장으로 쳐진 숨겨진 성역)은 다들 한두 가지씩의 결핍이 존재하니까.”


“파라다이스라 하셨고, 낙원이라 하셨습니다. 한데 결핍이 있다 함은 그 또한 모순 아닙니까?”


“결핍이 있어야 제 부족한 것을 채운답시고 서로 간에 교류를 하겠지. 부족할 때, 힘을 보태주고, 서로가 서로를 잊지 않고 도와주겠지. 부족한 식량, 물자, 생산물, 사치품, 기호와 문화 더 나아가 거주의 이전의 자유까지. 저 홀로 오롯이 두 눈과 귀를 닫고 그 문조차 걸어 잠근 채, 그곳에서 썩어들어가는 것은 작은 공동체는 큰 공동체는 언제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데, 언제고 그것이 연이은 소멸의 단계를 부추겨 종국에 국가와 사회를 비롯한 보다 더 큰 세상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으니, 그래서 이 북방에서 악을 자처하는 저 얼어붙은 초원을 넘어오는 이들이 중요해. 저들이 공통의 적이자 악을 자처해야 이 세상의 틀이 유지가 되거든.”


뭐 해금령이니 쇄국 정책이니 고립주의니 하는 것이야 과거 중국이나 후대의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한국도 모자라 수많은 국가들이 한 차례씩은 내세웠던 방식이다. 특히 자급자족이 가능하거나 별도의 세계관을 외치는 이들은 이러한 측면의 국가관이나 외교적 노선을 제법 강조해온 측면이 있다.


또한 외적의 침입에 하나 된 이들이 서로 간의 끈을 놓지 않으며 똘똘 뭉치는 것도 나름의 선례라 할 것이 유목민족이건 정주민족이건 이러한 측면에서 그 갈래가 다른 공동체나 민족이 규합되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상이 무너지고 붕괴하는 연유는 의외로 외적의 부재가 큰데,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자리조차 온전히 잡지 않은 이 신생공동체가 머무는 터전에 대한 실험에 적합한 존재는 바로 이 일대에 남하한 소위 남흉노의 이들과 같은 흉노의 잔당이었고, 그에 따른 여파는 이 일대에 아주 빠른 결집과 교류를 비롯한 연대의 측면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허면 외세의 침략에 맞상대할 군대는 어쩝니까? 마냥 폐하께서 지켜주신다고 한들, 그것이 모든 가짓수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 그에 속한 백성들까지 너무 침략에 노출이 되면.......”


“그래서 이는 폴리스 내의 시민군과 비슷하고 부족 전사의 체제와도 비슷해. 거진 모든 이들이 지속적으로 무예를 갈고 닦긴 하나, 그에 전문성을 지닌 이들은 별도로 존재한다. 고로 사내와 여인을 비롯한 노인들과 아이가 각자 맡은 바 해야 할 것들이 있지. 아, 물론 실수를 저지르고 죄를 저지르면 전진 배치된 초소와 군영이 자리한 최전방으로 보내거나 초원에서 넘어오는 이들과 마주할 공산이 큰 북방의 파라다이스로 보내 그곳의 방비를 당담하게 하는 식의 규율도 사용해서 나름의 치안을 비롯한 약탈도 미연에 방지하고 있고.”


원시 사회의 사회 각 계층에서 각자가 내보일 수 있는 노동력의 제공은 당연한 것이었고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국가들과 부족주의 체제의 이들도 그러하며 향촌 사회의 이들도 그러했다.


이것이 문명화되고 잠깐 사라진 듯 하였으나 결국 세계대전과 같은 총력전의 측면에서 다시금 튀어나와 노인과 아이, 사내와 여인의 구분이 없는 각자의 역할이 분배된 모습을 보였는데, 애초에 많은 것들이 결핍된 작금에서 이러한 측면은 산업혁명 당시와 같은 아동학대 비극적인 측면보다는 확실히 이전 시대의 모습을 닮은 모두가 조금씩 할당된 책무를 짊어진다는 측면이 강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군사력은 실로 오묘한 존재의 이들을 탄생시켰다. 어디 군사력뿐인가? 기존의 유목민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요새와 성벽이라는 방어시설과 각종 특수한 물자의 생산이 가능토록 특성화시켜 발전시킨 이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개척지는 거진 정주민족을 위한 거주지요, 그들의 이상향인 작은 폴리스와 같은 이점을 필두로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노동력을 통한 거대한 공업단지와 같은 역할을 자처했다.


일례로 광산을 품은 개척지가 광석을 채굴하여 이를 녹여 순도 높은 덩어리를 판매하거나 이를 제조하여 무기와 농기구를 생산하고, 농토를 품은 개척지가 수확한 작물과 그에 따른 2차, 3차 가공물을 제공하며, 직물을 생산하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양털을 필두로 마련된 직물과 그에 따른 2차, 3차 가공물을 내어놓는다.


물론, 거진 자급자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각 공동체가 거진 이러한 측면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포홍이 설계한 지역적 특색에 의거 그 지역을 기준으로 크게 흘러넘치는 잉여 생산물을 토대로 한 공급과 교류는 가히 이 일대에 거미줄과 같은 촘촘한 교류의 체계를 만들었다.


일례로 유목민들의 경우 자체적인 광석의 산출과 그에 따른 정제와 주조 및 가공 능력이 떨어지기에 후대에도 금속을 다루지 못해 돌로 만든 화살촉을 쓰거나 뼈 등을 가공한 원시 형태의 도구 등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위 상호네트워크에 가까울 공급망이자 교역망 체제가 자리를 잡게 되니 얼추 각 파라다이스(포홍이 세운 신생 특성화 개척지)마다 정주민족들이 누릴 법한 문명화되고 고도화된 도구와 물자가 안착해 소위 잘 무장된 병종과 드높은 생산성을 지닌 인력들을 대거 양성하게 된 것이다.


농경과 정주라는 특색을 지닌 민족치고는 일찍부터 단련된 면모를 선보이니 애어른이고 할 거 없이 전투력이 높은데다가 성벽과 거점을 통한 방어와 침입자들에 대한 저항력 또한 월등하며 그 와중에 익숙한 유목과 이주를 비롯한 교역 등의 경험을 통해 군마를 비롯한 행군의 특색을 지니다 못해, 거진 남부럽지 않을 무장 상태를 통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증대되기까지 하니, 한 번의 전투로 치러지는 부대의 희생은 줄고, 상대에게 입히는 피해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뭐, 그래봤자 아직 반쪽짜리긴 하지만.”


그러나 이 역시 온전한 유목민들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니 아직 파르티아를 비롯한 달단, 선비, 오환, 흉노의 이들을 비롯한 강족의 강맹함에는 비견되지 못하였다. 허나 정작 진에 흡수된 한인들에는 비할 바 없이 강했다.


고로 이 정도면 적어도 새롭게 자신들의 2번째 고향이요, 터전으로 자리매김한 이 신역(신의 땅, 새로운 땅)을 지켜낼 수 있을 만큼의 전투력은 확보한 셈이다.


뭐, 그 덕에 모순적이게도 이 버려진 황무지나 다름이 없었던 이 량주 북부 일대에 대한 나름의 애향심?이 생기긴 하였지만, 그래도 그것이 자신들에게 새로운 땅을 허락한 신의 자비와 같은 그것이 되어 이쪽을 향한 충성심이 되었으니 마냥 나쁘다고는 못하겠고, 그 와중에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좁은 구역의 지역 공동체의 고립을 통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으니 나름, 선방이라면 선방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철럭-


“크흐. 자, 그럼 목도 축였겠다. 다시금 가볼까?”


그렇게 고을로 내려가 사람이고 말이고 한 차례씩 물바가지를 얻어먹은 이들이 다시금 원정을 지속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그 와중에 다시 해가 뜨고, 불어오는 열풍과 같은 모래바람을 피해 또다시 처음 보게 되는 거주지에 머물렀다.


그렇게 북지 일대에서 장액으로, 장액 일대에서 주천으로까지의 길고 긴 원정은 실로 관녕으로 하여금 근 열이 넘는 파라다이스를 목도하게 만들었다.


허나 실상 그에 녹아든 풍경들이 어디 파라다이스뿐인가? 그런 파라다이스에 종속된 듯 보이는 부족들과 그에 머지 않은 곳에서 작게나마 이를 따라 하려는 새롭게 들어서는 작은 규모의 촌락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아우르는 이 하늘 아래 예상치 못한 번영의 줄기는 끝도 보이지 않을 메마른 사막과 협곡을 비롯한 험지와 광야를 관통하며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끝자락인 주천 일대에 이르러 더 이상 물이 아닌 마유주로 목을 축이게 된 관녕은 작금의 기나긴 원정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기형적인 소감을 꺼내놓게 되었다.


“어째 진의 장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방식은 과거의 성벽이다 잇던 정주민족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만 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그가 목도해온 것은 방벽이 있고 요새와 같으며 이를 수호할 군사력이 있고 제법 많은 수의 인구가 살며 여차하면 근방에 자리한 다른 파라다이스가 그도 아니면 일대에 자리한 다른 유목민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로 촘촘한 구조의 방어망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도시공동체들이 모인 방어공동체. 그것도 적들과 국경을 맞대고 선 최전방에 자리한 거점들이 규합된 자경 공동체와 같았다.


보통 남들이 일컫는 성역은 말 그대로 천국과 닮아 이토록 죽음과의 경계에 아슬아슬 발을 걸치지 않기 마련인데, 어째 그가 세운 성역은 아직 직접적으로 적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거점들이면서도 그 모습은 꼭 먼 훗날에 남하할 이들에 대한 전쟁과 방비의 대처를 자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는?”


“놀랍도록 효율적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수만이 넘는 남흉노와 같은 이들이 되려 내려와 그 실체를 목도하고 흠칫 두들겨 맞아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품을 정도입니다.”


“그렇구만, 우리 진나라의 살림을 관장하는 승상께서 그러시다면 정녕 그런 것이겠지. 그래도, 상찬 고맙네. 허나 아직 완성되진 않았어. 못해도 최소 5개, 많게는 10개의 파라다이스가 더 들어서야지. 천산 인근과 그 사이의 방비가 더더욱 촘촘해야 하며 그리 늘어난 인구가 자생력을 갖춘 독립체로 존재해야 하니까.”


그 와중에 딴에 그 칭찬이 마음에 드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마유주를 들이키는 포홍이었지만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관녕은 정녕 그가 이룩해낸 것이 성역이 아님을 알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위한 성역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성역은, 그라는 신이 안배를 위해 마련한 이 강역은 필경 북방에서, 저 초원 너머에서 지속적으로 남하하는 골칫거리를 방비하기 위한 일종의 홍수에 따른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의 역할이 더 크다.


물론, 더더욱 무서운 점은 그 와중에 자발적 확장과 번영을 스스로 일궈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먼 훗날 일대의 적들을 모조리 쳐낸 뒤 저 정도 거주지를 비롯한 일대의 개발이 가능해짐에 더할 나위 없는 이 사막 위에 보옥과도 같은, 소위 신이 기적을 행한 곳으로 번영의 물길이요, 광야의 젓줄과도 같은 거대한 상징이자 업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번영과 개발은 작금의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에서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규모는 아직 부족할지언정 장안과 삼보 일대에 대한 번영을 대신하게 될지 모르는 이곳이 현 불온한 정국에 치안을 비롯한 국경의 방어를 비롯한 현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인즉,


“폐하.”


“왜?”


털썩-


“옹주를 버리지 마소서.”


“...........!”


이제는 포홍이 이곳에서 굳이 머물 연유가 없다는 뜻이자 여태껏 이 일대를 정리하고 있던 그의 군세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소리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이미 멋대로 각지에서 힘을 키우기 시작한 이들을 언제든 치워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것 참.”


그렇기에 포홍은 돌연 자신의 앞에 부복하여 수그리는 관녕을 복잡한 눈길로 살폈다.


작가의말

카나트 농업의 직접적인 언급도 그렇고 스토리와 맞물린 세세한 부분들이 다음화에 나옵니다. 빨리 땡겨야 하는데 자꾸 설명이 붙는 것이 조금 더 당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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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5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9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4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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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6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6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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