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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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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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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DUMMY

둥- 둥- 둥- 둥-


“황제 폐하 납시오!”


화창한 여름날 아래, 드높게 올라선 산세들이 비호하는 울창한 수림 내의 분지 속 한조의 그것과도 같으나 또 달리 말해 그것과도 다른, 소위 종교적 향취와 알게 모를 신비함이 흘러넘치는 신궁(神宮)과도 같은 성도의 황궁을 상징하는 대전의 문이 열렸다.


덜컥- 덜컥-


“대소신료들을 무엇 하는가! 서둘러라! 어서!”


드높이 하늘 위로 솟구친 용포의 펄럭임과 그 앞에 철럭이는 12개의 류는 이미 이 땅에 진정으로 황제가 도래하였음을 알려주는 표신 중 하나였다.


이전부터 이어졌던 이러한 황제놀음은 실상 홍건적을 비롯한 관동의 백성들에 의해 살해당한 소제 유변의 죽음과 더불어 알려진 비공식적인 ‘위나라’의 개국을 선포하려 했던 사건 직후, 스스로 천명을 내세우며 잃어버린 한조의 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귀결되었고, 이것이 스스로 하늘을 여는 계한의 개국과 스스로 천자의 오를 것을 천명한 유언이 제위의 과정을 거치는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그 와중에 여러 사신들을 불러들이며 천하를 향한 부와 권세를 과시함에 그 이후로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외적으로는 거진 관동에서 넘어온 모두가 이에 놀라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치적과 위엄을 쌓아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낸 것이 외부인들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고, 반대로 내적으로는 이러한 유언의 맞수나 상대역으로 자리할 세력이 없었다.


소위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통성에 변혁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대의명분에 확고한 한조와 한인들의 정체성은 되려 그간 포홍이 헤집어놓고 이 세상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한다는 소위 충신으로서의 천명으로 귀결되었고, 그 끝에서 이들이 내린 선택지는 유언과 더불어 천하를 일통하고 다시금 한나라의 세상을 여는 소위 시대의 환난을 수습한 영웅이 되는 길이었던 것.


그러한 과시에 힘입어 이제는 온전히 제국의 주인된 황제가 된 유언은 제국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제후국의 존재인 남만의 복종에 힘입어 새롭게 옥새까지 제작할 수 있었는데, 남만 일대의 어느 한 농부가 소위 강에서 주워 바쳤다는 그럴듯한 붉은 홍옥을 통해 한조의 화덕, 홍덕을 강조하며 새로운 전국의 새로운 옥새를 내세운 계한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실상 승자 없는 전쟁이자 경쟁이라 알려진 이주 경쟁, 이민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이 관서의 두 대국이라 할 만큼, 진나라뿐 아니라 계한 또한 가히 예상을 상회하는 엄청난 수의 이주민들을 통한 인구의 유입과 안착으로 실질적인 내수와 세수를 비롯한 기반산업의 강화를 위해 힘 썻고 그 와중에 군사력 증강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팽창을 지속했으니 그 위세가 동쪽으로는 장강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남만 서쪽으로는 저족들의 영역까지 닿아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팽창과 확장 등을 통해 제국으로서의 발돋움을 내딛은 것과 별개로, 오늘날 이리 수많은 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각자에게 배정된 자리를 찾기 위해 그 뒤를 따르며 비단 대전의 안으로 발을 들인 것은 가히 예상치 못했던 작금의 계한 내의 상황 때문이었다.


“제국의 봄이랍시고, 너무 좋기만 한 것이 이상하다 했지.”


모두가 모여든 자리에서 황금으로 치장된 용상에 턱을 괴고 그 몸을 꼬듯 비틀어 앉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신의 발치에 자리한 엄청난 수의 대소신료들을 질책하듯 내려다보는 그조차 예상치 못했던 문제.


“그래서, 이제 막 제국의 품으로 받아들인 우리의 제후국이나 다름이 없는 저 남만의 이들이 그 빌어먹을 만석(만족의 돌, 이후 대리석 혹은 초석이라 불림) 때문에 저리 흔들리다 못해, 저들끼리 분열하여 내전을 일으킬 정도로 흔들린다? 내가 그 어처구니없는 말을 믿어야 하나?”


“그, 그것이........”


“그까짓 하얀 돌덩이가 뭐라고 그리 문제를 일으켜? 이전처럼 그냥 큼직큼직하게 캐서 팔면 되는 것 아니야?”


실상 이는 계한에 속한 관료들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이는 비단 기존에 벌어진 정치적, 사회적 현안과는 아예 그 관점을 달리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공업의 중흥과 자원 수급을 비롯한 교역 및 거래량의 증대에 따른 산업의 증대를 배경으로 한 시장경제의 확산을 비롯한 외부 문화의 유입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결국 돌고 돌아 그 입에 올라선 것은 역시나 진나라였다.


“그게......., 송구하오나 진나라에서 건너온 상인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아니, 비단 진나라뿐, 아니라 그 너머 서역 36국을 비롯한 일대의 이들과 유랑 민족들과 부족 단위로 움직이는 상인들까지 거진 진나라에 가져가면 이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하여 계속 몰려드는 형국인데, 정작 그에 따른 물량의 할당이 채 2할도 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이에 계약위반이다 뭐다 여러 문제가 터지고 있는데, 비단 이에 따른 송사와 분쟁의 고변이 연이어 한중을 비롯한 국경 일대에서 터지고 있어......”


“잠깐 뭐? 다른 것도 아니고 2할? 물건이 없어서 수익이 안 나와?”


이에 유언의 눈동자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여태까지 그 허여멀건 요상한 돌덩어리 받아서 유통하고 통행료까지 챙기면서 중간상인 역할로 지속적으로 재미를 봐놓고서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비단의 수출마냥 새롭게 효자품목으로 떠오른 대리석의 원석을 잘라 수출하는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벌어진 이주 경쟁, 이민 경쟁에 와중에 30만 대군을 출병시키려 했던 전쟁은 자꾸만 뒤로 밀리지, 그 와중에 몰려든 인력 대비 부족한 산업구조에 돈이라도 벌자며 이에 찬동하고 나선 이들이 교역은 확대하려고 하지, 때마침 그 와중에 진나라에서 터져 나온 로마문화의 대유행에 발 맞춰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대리석의 수요는 이내 기어코 운남이라는 대리석 산지를 지속적으로 두들기는 진나라와의 교역 확대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본디 소금기를 머금어 일대에 수목이 잘 자라지 않은 장안도 그러하고 풍족한 삼림이 그득한 환경도 아니었던 진나라는 거진 모든 것을 나무에 의존하는 목조건축의 방식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이에 벽돌과 석재를 바탕으로 한 석조건축에 더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하필 기존에 크게 소비되지 아니하였던 대리석의 광풍은 일대에 그 산지를 쉬이 찾을 수 없는 진나라로서 결국 그 수입품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수요와 공급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미친 듯한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첫 출고를 시작으로 이제 고작해야 두어 차례 본격적인 교역을 통해 재미를 보기 시작한 와중에 돌연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터졌으니, 그 연유는 다름이 아닌 생산지인 운남의 특성 때문이었다.


“정작 그 생산분을 지닌 석산의 영역을 두고 남만의 각 부족들 간에 분쟁이 격화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암채라 하여 남의 영역에 들어가 몰래 채석하는 경우도 있고, 더 많은 양을 채석하기 위해 다른 부족민을 붙잡아 강제적으로 노역을 시키기 위해 노예로 만드는데, 이 때문에 각 부족 간에 습격과 침략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다가 이제는 자시네 영역을 오고 가는 와중에 통행세마저 받겠다고 강짜를 놓는 바람에......”


콰앙-


“이 머저리 같은 것들이 아직도 국가체제를 일구지 못하니까 그따위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내 일찍이 진나라와의 전쟁이 있을 것이라 준비하라 했거늘, 정작 그 욕심에 눈이 가려져서 이제와 저들끼리 쌈박질이나 하고 있어!”


애초에 부족들의 연합체인 느슨한 연맹왕국의 형태인 남만의 특성상 일대를 주름잡는 수족의 왕이자 부족장인 고정과 같은 이들 또 맹획과도 같은 이들이 정작 호족마냥 각지에서 난립하는 마당이며, 정작 그러한 이들조차 제 아래 자리한 이들에게 마냥 절대적인 충성을 받는 구조도 아닌지라 은연중에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토호와 같은 부족장들과의 연대가 중해지는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 스스로 제국이 되기 위해 필요했던 제후국을 얻고자 이 남만을 침공해 그에 복속을 받았던 계한으로서는 정작 이제와 제국의 품으로 들어온 남만에 소위 국가 단위의 체계와 체제를 정비하여 일종의 식민지와 같이 그 인력과 자원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려 했는데, 정작 그리 계한의 품에 들어 하나 되려고 했던 이들이 정작 뜬금없이 찾아와 문을 두들긴 진나라의 상인들 때문에 이리 분열되다 못해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니 가히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한번 없이 하나로 결집된 세력을 와해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근데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대의와 명분도 모자라 철저한 힘의 논리로 복속된 이들에게 부와 번영까지 허락하면서 같이 가자, 함께 가자 겨우겨우 여기까지 온 마당인데 이제와 제국을 유지시켜주는 근간이자 그러한 제국의 살림살이와 이후 전쟁에마저 가장 큰 보탬이 될 남만이 선내반란을 통해 자침된 배마냥 스스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제후국을 그 태생의 근간으로 삼는 제국의 위기를 의미했다.


그것도 후대의 고려와 같이 복종을 자처하여 상국을 황제국으로 만들어주던 여진의 이탈 같은 정치척 스탠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 제국주의 시대에 국가 경제에 일조하며 번영도 모자라 전쟁 시 원병까지 파병할 수 있는 소위 식민지의 자멸이자 이탈의 문제였다.


바다 건너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해 그들의 인력과 물산을 바탕으로 해양 제국을 일궜던 아테네, 바다 건너 일본을 개척해 이를 경영하며 후대에 5만에 달하는 원병도 모자라 잔존 세력의 도피처로 활용했던 백제, 그리고 언제고 무너지지 않을 제국의 역량과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자 등을 책임져왔던 이집트를 속주로 삼았던 로마까지.


그들 모두가 어떻게든 제국의 근간이요, 기틀이 되는 제후국이자 식민지를 잃지 않음으로 하여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이미 환란을 겪은 제국의 재건과 아직 제국이 건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러한 제후국이자 식민지의 존재는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웅성웅성-


“실로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당장 남만 일대에서 왕을 자처하는 부족장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내려보내고 엄중히 질책해야 합니다!”


“질책은 무슨, 얼어죽을 질책! 아닌 말로 교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저 우매한 것들은 그저 말로 타이른다고 해서 듣겠는가!”


“허면 뭐, 군대라도 파병하잔 말이야!”


“하게 되면 하는 게지, 뭐가 그리 문제인가!”


이에 대전에서도 때 아닌 술렁임과 더불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혼란이 자리했다.


“제국의 위기로군.”


노신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젊고 혈기가 넘치는 이들은 더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송구하오나 군대는 불가합니다.”


그 와중에 제법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가 주변을 정리하니, 이는 지난날 200만 석을 내걸며 진나라와의 이주경쟁에서 활약한 이주부의 총괄 책임자였던 왕상이었다.


“어째서요?”


“아조의 상공인들이 그 사업에 끼어있습니다.”


“.........!”


“뭐, 뭐요? 아니, 그럼......”


“자칫 잘못하다간 현지인들과의 분쟁이 커질 수 있음은 물론, 여기 계신 여러분들마저 타격을 입을 겝니다.”


그리고 그가 현 정국에서 계한의 조당 내에 전해준 문제는 가히 금이 가기 시작한 유리와도 같고, 살얼음판과도 같은 남만 일대의 잘 묘사하고 있었다.


“저 울창한 밀림의 복판에서 저들이 그토록 원하는 마르마로스(Marmaros)라 불리는 만석(대리석)을 채취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기존에 채석장을 운영하는 부족들의 생산량만으로는 그 수당을 충당할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수요는 늘고, 광산을 개발하여 이를 생산하는 것이 최선이라 몇몇 상공인들이 저 진나라에 제도인 서원을 받아들여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합을 신설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작 이들이 저들에 대한 배려 없이 각 부족들에게 신성시되는 묘지나 성소와 같은 성역 일대를 무자비하게 파헤친 것도 모자라 백색을 숭상하는 일부 부족들과 충돌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값을 후려치거나 사기를 쳐 민심을 잃게 된 경우는 쉬이 수습될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안전한 상행과 개발지의 안전을 핑계 삼아 고용된 상단병들이 현지인들과 충돌하다 못해 약탈을 일삼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으며, 비단 그 수가 적은 부족민들을 모조리 잡아 노예마냥 부리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니, 도리어 이것이 자신들을 저 장강 이남의 월족들마냥 토벌하고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자면 애초에 국가적 단위의 질서가 잡히지 않은 운남 일대의 부족들이 눈앞에 자리한 이익 때문에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 제 욕심 앞세운 계한의 상인들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멋대로 들어갔다가 그 내부를 헤집어놓으면서 이제는 민심까지 잃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러한 여파가 커지면 커질수록 결국 남만 일대에선 자신들을 속주로 삼은 계한에 대한 반감이 커져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당장에 저들끼리의, 부족 단위의 경쟁이고 전쟁일지언정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이득이 되는 대리석을 수출하기 위해 계한의 붙은 부족들과 그에 피해를 입어 이에 반발하는 부족들로 구분이 되어 소위 두 세력 간에 노골적인 충돌로 빚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왕상.”


“예, 황상.”


“아조의 상공인들을 빼면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송구하오나 이는 불가합니다.”


“어째서?”


“물경 4할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만석 말고도 운남에서 나온 것들이 아조는 물론이거니와 진나라로 수출되어 작금의 아조를 번영으로 채워주고 있는데, 그 물품만 해도 구슬, 방울, 염료, 안료, 도료, 약재, 목재, 석재도 모자라 금, 은, 백금, 구리, 보옥에 가죽, 상아, 차, 과일, 날염된 직물 등 다채로운 것들 투성이옵니다.”


그 와중에 발목을 잡은 것은 계한의 비정상적인 무역의존도에 있었다.


아니, 사실 계한 뿐이 아닌 일대의 모든 국가가 그러할 테지만 애초에 일대의 국제무역을 관장하는 비단길을 끼고 있는 진나라의 특성상, 거기에 본래 한조 제일의 부유함을 자랑하던 이들이 살던 장안과 삼보 일대를 필두로 옹주몽의 성공이 더해지고 낙양의 붕괴, 하동의 몰락 등의 사건이 더해져 온 세상의 부유함을 끌어모은 진나라의 구매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오만 색깔의 다채롭고 화려한 의복들을 입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고 임금이 아닌 대소신료들도 모자라 이제는 상공업으로 성공한 이들조차 남부럽지 않은 권세가들이 살법할 대저택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구리와 금장식을 덧댄 마차들이 즐비하고, 귀금속과 보옥이 더해진 장신구를 사람뿐 아니라 자신들이 기르는 짐승들에게까지 채우는 일들까지 생겨났다.


그리 귀하다는 비단조차 10리 길을 깔아 승전의 복귀를 자축하는 마당이니, 사치품의 수요는 매해 증대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수요가 작금의 기형적인 수요를 촉발시켰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러한 진나라의 맞수이자 호적수요, 거진 유일무이한 대적자나 다름이 없는 계한이 이를 필두로 엄청난 대외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는데, 이제와 이를 돌이켜보니 자신들의 경제적 번영이라는 목줄을 가리키는 무역의존도가 정작 진나라의 손에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진나라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진나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부로 계한 또한 약속된 번영을 잃는 것이었다.


“허면 남만이 떨어져 나가는 바로 그 순간에 아조는.......”


“지금까지의 부귀를 영영 잃게 될 것이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함부로 손을 대었다가 그 자리에서 부서져 내린 유리 조각이 될까 그에 찔려 고통받는 피에 젖은 손아귀가 될까 차라리 손을 빼는 것이 낫지 않냐는 유언의 의견이 있었으나 정작 왕상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를 내려놓을 수가 없는 제국의 현실이었다.


그것도 외부에서 유입된 이주민들을 각지에 분배하고 정착시켜 그들의 일자리를 비롯한 가구 수와 세수까지 확인하며 일을 처리해왔던 전문가의 말이었으니, 작금의 제국 일대의 사정을 속속들의 알고 있는 그의 보고에 거짓은 없으리라.


허나 이 와중에도 새롭게 개국한 이 계한이란 제국의 저력을 믿는 이들이 있었다.


“무얼 그리 걱정하시는지 모르겠소. 대저 우리에겐 비단이 있지 않소? 비록 우리가 처음으로 제국이 되어 제후국의 사정을 모른 채, 이를 경영해오는 와중에 실책이 있었다고는 하나 당장에 혼란스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을 파병하건 다른 조치를 취하건 그 동안 저 남만 일대에서 넘어오는 물품의 수급이 끊긴다고 한들, 저 진나라 놈들이 결국 포기 못할 것은 우리의 비단, 촉금 아니요?”


이들은 잃어버린 만큼, 손실된 품목만큼의 적자를 물량으로 채워 흑자로 되돌릴 사고를 내세운 소위 비단 만능론을 외치는 낙관론자들이자 비단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비단업자들이었다.


애초에 이들은 과거의 감녕처럼 비단 생산자들을 비롯한 비단 상인들과의 끈끈한 연줄로 얽힌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상공업의 후퇴는 곧이어 이들의 물품의 확산을 의미하는 기회와도 같았다.


“옳소! 거기에 촉금은 작금의 중원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려주는바, 일찍이 파군 일대에서 장강의 물줄기를 끼고 수적의 왕을 자처했던 감녕을 패퇴시킨 이후, 장강 일대에서 벌어진 교역은 가히 아조의 주머니를 든든히 채워주었소. 특히나 아조의 물산을 포기할 수 없는 형주는 물론이거니와 저 먼 양주 일대의 경우 되려 부르는 게 값이라 해야 할 정도이니 이 어찌 훌륭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아닌 말로, 비단길이 왜 비단길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 그대로 실패를 모르며 이 시대 최고의 수요를 자랑하는 교역품이 비단이었다.


짧게는 전한이 성립되기 이전의 시기를 시작으로 전한, 후한을 거쳐 작금에 전국에 이르기까지 거진 수백 년의 세월 이 땅에 그칠 줄 모르는 부와 풍요를 선사한 그 기적은 비단 앞으로도 영원할 것 같았다.


- 폐하, 장안에서 세작들이 전한 급보이옵니다.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냐?”


- 량주로 원행을 떠났던 진나라의 실질적인 두 재상 중 하나인 관녕이 돌아왔사온데, 그가 하서주랑을 비롯한 일대는 물론, 서역 너머의 비단길이 막혔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합니다. 이에 장안의 조당에서는 다급히 신료들이 소집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사부회 또한 연이은 대책과 회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현 정국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 돼......., 이러면.......!”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았던 기적은, 찰나의 혼란이 낳은 기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벌어진 일의 여파에 의해 조금씩 휘청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꼬고 꼬인거 풀어서 여기로 안착시키는데 혼났네요, 겨우 한숨 돌렸습니다. 이제보니까 필력이 부족한 것과 별개로 이번 스토리 전개 양식이 뭐가 구성하고 표현 순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제와 수습하기는 불가고 최대한 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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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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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6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69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68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5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3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2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0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4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4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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