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44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3.10 21:30
조회
280
추천
6
글자
18쪽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DUMMY

콰앙- 으지지직-


“사, 살려줘! 흐아아아악!”


화르르륵-


“있는 놈들 집이란 집은 모조리 털어라! 이 땅에 자리한 백성들이 지지를 받아 이 장우각이 썩고 썩은 사, 호족 놈들 모두를 도륙하리라!”


그리고 그 문짝 너머로 다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을 땐, 실로 업이라는 기주의 주도요, 위군의 치소가 자리하다 못해 이 땅에 이름난 토호들이 대거 모여 사는 저택들이 즐비한 업이라는 대도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길에 휩싸인 뒤였다.


거진 하늘을 집어삼킬 듯이 치솟는 화마와 더불어 이름난 가문의 사병들이 궁궐이자 요새와 같은 저택의 담벼락 위에 올라 기와와 기름 항아리를 던지며 화살을 쏘는 등 목숨을 건 저항을 펼치고 있었다.


마차 두어대는 우습게 지나갈 것 같은 넓은 대로에는 거진 백성일지 도적일지 모를 이들과 관병들이 그칠 줄 모르는 난전을 벌이고 있었고, 이내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비좁은 골목의 틈사이를 날랜 도적들이 뒤지며 도망친 이들의 흔적을 쫓고 있었다.


이미 성문은 열린 지 오래요, 그 찰나를 틈타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가산도 재화도 물자도 병기도 내려놓은 채 부랴부랴 동문과 남문을 비롯한 인근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사력을 다해 싸우는 이들 간의 교전은 그칠 줄 모르는 살육과 참살을 지속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끼이이익- 쿠웅-


“계시오?”


그 와중에 화려한 저택들에서 머지않은 골목에 자리한 그 낡아빠진 정문의 기울어진 문짝을 치워내고 아무렇지 않게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있었다.


“쳇,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구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덩치에 힘이 장사이며 소뿔과 같이 머리뼈 한쪽이 튀어나와 우각(牛角)이라 불리는 흑산적의 주인과는 달리 사뭇 날렵하면서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이는 그리 빈 저택의 주인을 돌며 자신에게 손을 내민 집주인을 회상했다.


‘기주가, 그 주도이자 중심인 업이 먹는다고 먹어질 땅이요?’


‘내어드린다면 가능하지요.’


‘일개 도적에게, 그것도 하북의 중심이자 하북 제일의 대도시를 넘겨준다라? 통치는커녕 되려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실상 도적의 취급을 받고 계시나 돌아보니 아예 산촌이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고을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뭐, 산이라고 화전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작게나마 농토도 있고, 누구 덕에 사연택으로 가는 세금도 잘 뜯고 있고, 딴에 가죽과 광석을 파는 등 교역도 하고 여러 물산도 생산하지. 그 와중에 알아서 세금이라고 따박따박 바치는 고을들도 있고.’


‘그럼에도 연신 남흉노의 위협과 종잡을 수 없는 여 봉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협력하는 하내의 이들이 남아있지요. 내전은 지속되고 누군가는 이 모두를 통솔할 대두령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그러지 못하니 곤란하신 측면도 있고 말입니다.’


‘할 말이 뭐요? 본심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좀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물갈이가 필요한 듯 싶어서 말입니다.’


‘물갈이?’


‘그쪽도 치워낼 이들이 제법 많지 않습니까?’


‘..........!’


‘소뿔이 계속 자라면 그만큼 거슬리는 것이 없지요. 적정한 때에 잘라내야 그 주변의 이들이 다치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야 안심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지요.’


“전풍이라 했었지. 하내에 자리잡은 것들도 아니고, 거슬릴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작자가 이리 있을 줄은 몰랐지.”


그날의 만남 이후로 장연은 장우각과의 만남을 가졌다.


노골적인 휴전 요청에 도리어 의심을 품은 장우각이었으나 그 또한 관동에서 황제가 백성들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난 이후 상황은 달라졌고, 그와 더불어 기주 남부에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장우각의 태도는 아주 적극적이다 못해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곳이 아닌 기주 제일의 도시요, 하북의 도성이나 다름이 없는 업을 취하는 일이었다.


설사 이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를 털어먹을 수만 있다면 수십 차례 오가는 상행에 통행료를 받다 못해 이를 털어먹는 것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니, 그 하나만으로 몇 년 치 식량을 비롯한 예산은 우습게 확보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아무리 성세를 떨친다 한들, 그 출신이 도적인 이들에게 내정과 행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결국 부유한 이들을 털어야 그 성세가 유지가 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법.


그 와중에 딸린 식구와 군입들은 많은 법이고 그렇다고 그들을 내버려 두자니 경쟁자인 장연을 비롯한 다른 세력들에 흡수되어 자신을 위협할 것이 빤하니 그간에 쌓아 올린 충성심과 인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비단 결단은 내려야 했고, 이는 곧 장연과의 한시적 연합이라는 희대의 성공적인 합작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서로가 힘을 합친 뒤에야 거진 부풀려진 풍문 속에 절대적인 숫자로 자리매김한 100만을 위시할 30만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졌으니, 이는 실상 그간의 세월 부풀려진 이들의 실체 대비 그나마 현실적인 전력을 탈탈 털어 넣은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이를 온전히 믿지 못해 그 본진에도 수만에 가까울 이들을 남겨두긴 했지만, 뭐, 거진 그조차도 노인과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을 부양하며 화전이나 일구고 살아가는 이들이니, 나나 장우각이나 참 많이도 약해진 게지.”


물론, 이들이 서로 갈라서기 이전에는 실로 흑산적이라 불린 이들의 수가 대단하긴 하였으나 그조차 난세의 초기 흑산적의 하내 침공이라는 희대의 침략전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휘청이게 되었다.


그 이후 갈라선 뒤 지속된 내전과 여러 세력들과의 충돌을 통해 제법 많은 수가 죽거나 다치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무리를 떠나니 세월의 지날수록 이들의 세력은 약해지고 그 수가 줄어들었으나 그 또한 지속된 난세에 도망쳐온 유랑민들, 화전민들을 비롯해 여러 사연 있는 이들을 흡수하면서 다시금 이전의 힘을 되찾아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사연택까지 이어진 동서무역의 활성화는 실로 이들의 다시금 이전의 성세를 되찾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뭐, 거기에 정원의 죽음을 비롯해 여포가 설치고 남흉노까지 내려오면서 일거에 유입된 도적들과 백성들의 수가 상상을 초월하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역시나 언제고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늘어난 만큼의 식량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니까 장연은 서쪽으로 장우각은 동쪽으로 진출하며 그 땅을 다스리는 기주와 병주에 주인이 있든 없든 어떻게든 더 많은 식량의 수급을 위해서라도 영향력을 넓혀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약탈이라도 해서 이들을 먹이고 키워야 했다.


그러나 온 세상이 뒤집히고 각지에서 장정들이 죽어나가 노인과 아낙을 비롯한 아이들이 농사를 짓는 이 참담한 세상 속에 소출은 계속 줄고 한파는 지속되며 생산량은 줄어만 드니 그에 따른 자구책으로 화전까지 일궈가며 산에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 일까지 벌이고, 그 와중에 약탈한 돈을 주고 식량을 사오는 등 기형적인 생존을 위한 발버둥까지 지속하는 와중이었다.


그 와중에 장연의 앞에 전풍이란 이름의 미심쩍은 구세주가 내려왔고 그 구세주는 이내 그런 장연의 맞수이자 경쟁자인 장우각마저 구원하였으니 그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된 이들은 거진 자신들이 가진 전력을 탈탈 털어 도합 30만, 그 중 10만에 가까운 정예를 내어놓았다.


“30만에 10만이라, 그것도 흑산의 이들이 전력을 규합한 것이 고작해야 이 정도라니. 이거 어디 가서 고개를 들 수야 있나.”


끼이익- 저벅저벅-


“그래도, 그 질은 몇 배로 상승했지요. 그 와중에 저 북적 놈들, 관병 출신 도적놈, 거기에 백파적 잔당까지 받아들이면서 전력을 키웠지 않습니까?”


그렇게 장연이 한참 과거를 회상하는데, 이내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와 더불어 인기척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했더니, 사예로군.”


“우독, 도승, 백요, 손경, 왕당, 백작, 고추에 양봉까지 다들 바쁜 와중에 뭐 이리 한가히 밤 산책을 다 하십니까? 저 바깥에 집들 잘 타는 데서 불구경 하는 것도 아니고, 계집질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애들 겁주고 약탈하며 재미 보는 애들 구경하는 것도 아닌데요?”


흑산적 양봉이 아닌 다른 양봉을 비롯, 거진 이름보단 별명으로 불려온 장연의 수하들이 그들 중 하나인 사예의 입을 통해 줄줄이 흘러나왔다.


“부운은?”


“뭐, 그놈이야 그 이름처럼 뜬구름 잡는 짓거리를 하고 있지요.”


“뜬구름?”


“도적놈이 기병 만들겠다고 마굿간부터 털겠답니다. 이미 기병을 훈련시키는 군관서부터 마방에 속한 놈들까지 여럿 납치한 모양인데, 아무래도 그간 남흉노를 비롯해 여 봉선에게 크게 데이면서 속앓이를 많이 했나 보지요, 뭐. 다들 계집이다 곡식이다 비단이다 금붙이다 장신구다 뭐다 하는데 어인 놈의 말이, 뭐야, 말이? 에휴.”


“뭐, 나중을 위한 거라면 나쁜 준비는 아니다만......., 말들이 쏘다닐 정도로 태행산의 산세가 그리 완만한가?”


“뭐, 저 북적 출신 놈들 말로는 본디 쪼그마한 말들이 험준한 산도 잘 탄답니다. 애초에 오르후도? 오르도? 초원 너머 험지에 메마른 광야에 사막을 비롯한 절벽의 계곡들과 험준한 산맥이 많는데, 거 뭐라더라? 사키? 사키타? 사키타이? 뭐 여하튼 흉노 놈들보다 더 서쪽에서 온 놈들이 흉노 놈들하고 섞이면서 마음에 들어했던 게 그 말이랍니다. 뭐, 밥도 안 가리고 굳이 삶은 건초가 아니어도 잘 먹는다 하는데, 뭐 중원의 말이 그와 같을지 어떨지도 모르고.....”


“그래봤자 저 대완을 비롯한 서역의 말만 할까? 뭐 체구라면 얼추 비슷은 하겠지. 그래도 도적이 기병을 양성하겠다니, 참 내 밑에 요상한 이들이 많긴 많아.”


“하하하! 그거이 두령의 복이지요. 뭐, 내 같이 글 알고 사예 출신에 나름 똑똑하다 하는 이도 두령을 따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 실상 도적이나 도적 그 이상으로 거듭나 이 난세의 일축을 담당하는 세력이 된 우리지. 그리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이 기주의 중심인 하내로 쳐들어와서 거슬리는 모든 것에 불을 지르다 못해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지워내고 있지.”


그래서일까? 작금의 장연은 연신 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이것이 정녕 꿈인지 생시인지를 가늠해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실로 믿지 못할 일이다.


새로이 등장한 수하와 더불어 회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체감하고 있어도 이게 정녕 자신들의 손으로 벌인 일이 맞긴 한 것인지, 진정 이 하북 땅에서 가장 크게 번성한 대도시를 이리 침공하여 이리도 쉽게 점령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긴 한 것인지 가늠조차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멍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허허이, 기래도 이게 우리 계획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죽이러 왔는데, 보이지가 않아.”


그러나 사예의 입을 통해 밝혀졌듯, 실상 설계서부터 계획과 추진까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이는 다름이 아닌 전풍이었다.


전력이라고 내어놓은 병력 30만 중 못해도 15만에 달하는 병력이 당장에 산맥을 타고 내려와 미끼가 되었으니 이는 진을 치고 있는 기주의 전력을 묶어두는데 쓰였고, 그 와중에 남부의 민란을 정리하고 북상하려는 기주군을 막기 위해 남은 5만을 투입해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해 업을 비롯한 인근의 시선을 더 확실하게 끌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놀란 기주의 이들이 업을 비롯한 인근의 사병을 비롯한 가병들과 남은 인력을 총 동원해 각기 서쪽과 남쪽으로의 지원을 보내게 되었으니, 이로서 업을 비롯한 인근은 텅 빈 들판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그렇게 졸지에 그 앞마당을 깨끗이 치워버린 전풍의 놀라운 빗자루질(이하 계략, 혹은 청소 실력)에 힘입어 흑산의 이들은 그간 아껴두었던 10만의 정예로 하여금 태행산맥을, 그것도 서쪽과 남쪽이 아닌 북쪽을 빙 돌아 남하하여 업과 그 인근을 초토화시켰다.


관노들을 해방하고 창고를 습격해 백성들에게 나눠주어 민심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물론, 토호를 비롯한 사족의 기반에 해당하는 이들, 관리자, 그에 충성하던 수족들까지 모조리 죽이고 매달아가며 민중봉기를 포함한 그들의 지지를 부추겼다.


상황이 이쯤 되고 나니 당연히 최우선의 방비를 위해 서쪽과 남쪽에 신경을 쓰고 그 내부에 예비대 하나 남겨두지 않았던 기주의 이들은 실로 허망하리만치 업 인근의 모든 현을 빼앗기다 못해 새로이 그들의 지지 세력으로 들고 일어난 인근의 백성들과의 충돌까지 겪어야 했다.


이에 수많은 이들이 도망치기 위해 업성으로 뛰쳐들어갔으나 당장에 그 소식을 들은 업성의 이들조차 뛰쳐나와 부랴부랴 동쪽으로의 피난길을 떠나기에 급급했으니, 그 와중에 딴에 충정을 지킨다는 이들과 도망치지 못하는 이들이 남아 결사항전을 주장하며 각오를 다잡았으나 문제는 업성 내부에서 소식을 들은 백성들과 노비들까지 멋대로 일으킨 난동과 폭동 탓에 그 내부의 혼란이 극대화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 황건의 난을 비롯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백성들이 그리 도적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실상 민중과 민초를 위한답시고 매양 스쳐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자신들을 죽이거나 털어먹지 않은 것은 아니니 이에 겁을 먹은 백성들 중 대다수들 또한 도망치는 이들을 따라 피난길에 올랐고, 그 와중에도 그간 자신들의 터전을 약탈했던 흑산적에 반감을 품은 백성들은 되려 폭동에 동참한 백성들 그리고 노비들과 충돌하여 되려 업을 지키기 위해 남은 이들과 하나 되어 싸우니, 결국 둘로 갈라진 이들의 충돌은 계층의 구분이 없는 내전처럼 격화되었다.


그 와중에 외부를 정리한 10만의 흑산적들이 엄청난 수의 피난민들이 이동하는 동쪽을 제한 북, 서, 남 세면을 포위한 채, 공격을 시작하니 그에 내응한 이들이 업의 성문을 열자 그 혼란은 절정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곳곳에서 살육이 벌어지고 시장 좌판에 놓인 야채와 곡식이 사방으로 흩뿌려진 것은 물론, 빈 술통과 의자를 비롯한 기와가 곳곳에서 깨지고 부서지다 못해 계단에서 고꾸라지고 창밖으로 떨어지다 못해 담벼락에서 떨어져 내리는 등 모든 곳에서 부딛힌 이들의 전투 속에 그 입에 게거품은 말들이 골목을 뛰어다니고 불길이 치솟은 우리 속 열기에 놀란 소가 뛰쳐나와 비명을 지르며 민가를 덮친 것은 물론, 판석이 깔린 대로변에는 높으신 분들을 태운 마차가 미친 듯이 오가는 등 가히 아비규환의 세상이 업 내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한 채, 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가능케 한 전풍의 능력을 몸소 체감한 장연은 이내 후환이 될지 모르는 그를 처리할 요량으로 이리 그의 저택을 찾아왔던 것이었다.


“제 놈이 바보도 아니고, 분명 예상 했겠지요. 그렇지 않다면야 보다 편히 일을 저지르라고 당장에 자리를 비켜준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 말이 정답이다. 애초에 피난을 빙자해 너무 많은 이들이 살아나갔어. 일이 이리 틀어지면 정작 백성들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해도 이 업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해. 예서 기반을 잃은 이들이야 주춤할 테지만, 이제 조만간 각 가문의 가병과 사병을 대동한 기주의 대병이 몰려오겠지.”


“애들한테, 미리 퇴각 명령 내려놓겠습니다.”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아직 시일은 충분하고 애먼 이들도 좀 죽겠지만, 그래도 사족과 호족을 몰아낸 탓에 나름의 민심을 얻을 수 있으니 되려 놈들을 부추겨 같이 털게 만들어.”


“허나 그리되면 저들도 우리와 같은 도적이 됩니다.”


“백성이나 도적이나 애초에 매한가지 같은 취급을 받던 것 아니었나? 그걸 알면서도 이쪽을 지지하는 이들에겐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지. 물론, 이를 알면서도 굳이 백성들 들쑤실 저것들은 필경 그에 따른 분풀이를 할 게고, 그리되면 고립된 업과 인근의 저항은 더더욱 거세질 테니, 거진 처음으로 도적을 뛰어넘어 하북의 통치자로 자리매김한 영광을 맛본 장우각은 이를 놓지 못할 게야. 그리고 이를 놓지 못해 저들에게 포위당한 이곳에서 농성을 시작하면......”


“바야흐로 태행산맥의 모든 것은 우리 장병종사, 장연 대두령의 손에 들어오겠지요.”


그러나 일은 틀어졌고 이 자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전풍의 존재는 없었다.


그럼에도 일은 계획대로 진행 되어졌고, 그 끝에서 다시금 화려한 부활이자 저 사족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통수를 준비하는 장연 휘하의 흑산적들이었다.


허나 그러한 이들이라도 무작정 일이 좋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콰앙-


“대두령!”


“뭐야?”


“태행산 인근의 후방에서 지원요청입니다!”


“지원 요청라니? 아니, 15만의 병력도 있겠다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급한 거 아니면 연락하지도 말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라 믿고 맡겼는데 지원요청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게 지금 보통 일이 아닙니다.”


“보통 일이 아니라니? 대저 뭔데 그러는 거야? 말을 해봐! 어서!”


“그게....., 심배라고 새로이 기주군에 합류한 놈이 있는데......,”


“있는데?”


“그놈이 용려산 아래 임려현 인근에 자리한 우리 애들 씨를 말렸답니다.”


“지, 지금 뭐라고 했어? 뭐? 씨를....., 씨를 말려?”


“2만이 죽었답니다.”


“.........!”


“2만이 죽으면서 입구가 뚫렸고 당장에 병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별동대마냥 움직이는 그놈이 태행산맥 안에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장우각 어딨어?”


“예?”


“지금 당장 병력 빼야겠으니까! 장우각 놈 어디 있는지 말해!”


모든 것이 전풍의 계획대로 돌아갈 것만 같던 그 순간에, 그 계획을 뚫고 나타나 그에 반기를 든 심배의 준동은 그렇게 전풍의 반대편에서 착실하게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3.13 18:50
    No. 1

    설득에 실패한 결과가 이리 돌아오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3.13 19:30
    No. 2

    아무래도 서로 꺾이지 않을 인간들이라면 서로 대립하더라도 평행선을 달리는 쪽이, 해서 서로 섞이지 않는 그림이 맞는 듯 해서 말이죠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4 393화 – 자유과 공화의 옹주정은 혁명 프랑스를 닮아간다 +2 22.07.15 180 4 23쪽
393 39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4) +2 22.07.11 208 4 25쪽
392 391화 – 하늘이 내린 왕조를 등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 부패할 수 없는 로베스피에르의 탄생 22.07.10 180 4 16쪽
391 390화 – 전쟁을 부르는 빵과 아고라, 콜로세움과 서커스 +1 22.07.09 185 5 22쪽
390 389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3) +2 22.07.04 179 3 16쪽
389 388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2) +2 22.07.03 160 3 16쪽
388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2 22.06.30 285 3 21쪽
387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2 22.06.23 201 3 22쪽
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4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3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7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29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5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4 7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