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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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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2.06.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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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DUMMY

다시금 시점이 바뀌며 돈황에 자리한 포홍과 맹타의 대화로 이어졌다.


“근데 그게 어디 쉽나? 저들도 제국이라고 제가 집어삼킨 제후국이 말썽을 부리는데.”


“예?”


“아마 지금쯤이면 문제가 두엇 이상 터졌을걸?”


“계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어찌 아십니까?”


“그러라고 이번 일을 설계했다니까? 그래서 하서주랑 문 닫았고, 관녕 앞에 연기까지 내비췄는 걸? 아닌 말로 내가 대저 의미 없을 로마문화는 왜 수입해서 유행시켰겠어? 거기에 왜 내가 자네라는 존재를 왜 내수별좌로 삼았겠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아직 알려져서도 안 되는 장소와 교역 그리고 기밀에 가까울 문건들까지 허락했겠어? 그리고 그 이전에 왜 내가 자네를 불러 남들이 예견하지 못했던 금, 금, 금. 금들로 얼룩진 량주 땅의 찬란한 미래에 대한 구상을 보여주었겠어? 아닌 말로, 그대는 애초부터 내 사람이 아니잖아?”


“그게.......”


“의외로 그 답은 간단하지. 그대와 같은 이가 필요했다. 또 량주, 옹주, 익주, 형주 등지까지 발을 걸치고 있는 그대가 거느린 가문과도 같은 세력이 필요했다.”


“.........!”


생각해보면 맹타 자신은 권력과도 가깝다 못해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도 행정적인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한 인사였다.


고로 매관매직의 당시 남들도 다 가져다 바치는 뇌물, 소위 효과도 없을 빤하디 빤한 뇌물을 가져다 바치면서도 환관들을 구워삶아 량주자사에 올랐고 그럼에도 조당은 이에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기 힘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업무처리를 보여줬다.


권력의 생리를 알고 정치적 식견 또한 자리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본디 상행을 하는 가문의 배경을 살려 량주 너머의 이들과 교역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자산을 불리면서 가문의 영예와 부귀를 드높였다.


필요한 곳에 윤활유를 바르듯 적정선의 금칠과 돈칠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맥을 공고히 하고 그 와중에 직접적인 권력에 욕심은 두지 않으면서도 적정선에서 제가 득이 되는 쪽으로 정국을 기울일 줄도, 권력과 윗선의 눈치를 볼 줄도 알았다.


그 와중에 제가 벌인 판에서 노는 대처 능력도 대단해서 한 차례 자리를 옮겨 안착했던 형주에서 유표에게 낙인이 찍혔을 당시 이를 위해 가문을 찢는 선택을 내렸고, 그 결과 각각 계한과 진나라로 쪼개진 가문은 비록 느슨한 연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가히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재화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 돌이켜보면 실로 그러한 자신의 선택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시대의 인물인 저 눈앞의 포홍을 택한 것도 그렇고, 정작 가풍을 이야기하며 직접적으로 얽혀서도 안 된다 제 자식에게 이야기한 것이 엊그제인데도 결국 선택을 내린 자신의 모습은 이제와 옳고도 옳게 내린 판단이며 스스로에 대한 과단성이자 자부심으로 여겨졌다.


‘이 정도면......’


그 와중에 문득 떠오르는 것은 기존에는 전혀 생각해둔 적이 없었던 풍방의 존재였다.


현 진나라의 유일무이한 국상이자 현 정국에서 그나마 포홍에게 대적할 수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


그 영향력 또한 포홍을 제한다면 비교할 수 있는 이들이 없을 정도이며 그에 따른 금력과 인맥을 통해 형성되고 결집된 세력은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출난 것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그리 대단한 이라고 한들, 자신이 정녕 이를 넘어설 수 없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 고개가 절로 갸웃하게 돌아갔다.


애초에 포홍의 직접적인 도움이 없이도, 작금에 그가 내어주고 허락한 내수사와 신역 그리고 자신의 가문이 지닌 힘과 그에 따른 안배만 있다면 까짓 것 그에 따른 경쟁이요, 전쟁이 정치와 경제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선에서 마냥 밀린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되려 차고 넘칠지도 모른다. 애초에 저들은 이리저리 서로 얼굴 보고 사는 이들이라, 서로 간에 그 사정 봐주고 협의해야 할 협의점들이 많은데 비해 이쪽은 철저히 단 한 사람의 의지에 의해 돌아간다.


“설마 제가 그 맞수입니까?”


그래서였을까? 포홍이 자신을 택한 연유가 이를 위한 장기짝으로 저를 내세우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온 답변이었다.


“왜? 이쯤 되면 본인이 여불위라는 그 세글자를 대신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가?”


“........”


“표정을 보아하니 우습게 밟는다, 쉬이 정리한다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 이쯤 되면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겠지?”


그러나 정작 포홍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가벼운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제아무리 그대가 대단하다고는 해도, 또 내가 당장에 내수사를 통한 자산 불리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애초에 군부를 제하고 소위 사족들에 기반한 이 나라 지도층을 제한 기득권이 한데 뭉친 내 장인을 넘긴 어려워. 한참을 모자라지.”


“허면 대저 왜 이 사람을 뽑으셨습니까?”


“그래도 그때를 대비해서 런닝메이트(Running Mate)는 키워야 하니까.”


“넌닌매? 그게 무슨......”


“뭐, 이해할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당장에 내 장인을 제끼라는 소위 가정불화와도 같은 못난 소리도 안 해.”


“그렇습니까?”


“그 전에 내가 그대를 뽑은 이유가 뭐라고 했지?”


“이 사람과 이 사람의 가문이 필요하셨다고.”


“보다 정확히는 량주, 옹주, 익주, 형주 등지까지 발을 걸친 채, 정보를 수집하고 영향력을 발산하는 그 촘촘한 교역망이 필요했던 게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의외로 설계가 좀 복잡해지거든. 그것도. 국내정세와 국제정세 거기에 국내문제와 국외문제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데, 그 와중에 아조에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계한의 문제를 정리하려면 결국 그 잘난 풍요의 물줄기를 끊어내는 것의 여파를 계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단 말이지.”


덜컥-


그렇게 포홍은 자신을 위해 깔린 놀이판의 말과 주사위가 자리한 탁자 아래에 자리한 서랍을 열고는 이내 죽간도 아닌 값비싼 종이를 아주 두툼하게 묶은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봐.”


“...........!”


그리고 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을 때, 맹타는 파편화된 정보를 기록해둔 문건 그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락-


[공통된 진퇴양난, 양도논법. 제후국과 속주의 필요성, 제국의 딜레마. 과거 진나라가 백저의 강역을 속주로 삼았듯, 계한 또한 제국이 되기 위한 기반으로서 남만, 남중의 존재가 필수불가결. 허나 그 규모가 비대해진 작금에 이르러 국가 단위의 개혁을 위해 진나라는 새로운 속주가 필요......, 최대 계한, 최소 한중의 확보. 허면 어찌 이를 얻어낼 것인가?]


사락-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는 실상 저들을 위한 성역. 언제든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성역. 이쪽에서 교역을 잠그면 해결될 성역. 고로 이를 위한 수요 증대와 새로운 유행 필요. 로마 대리석 수요 증대를 통한 변수 확보, 가능성 보임. 당장에 서역에서 대리석 수입이 힘드니까, 대체제 마련. 후보 운남성. 염료와 같은 요소들 및 귀금속과 사치품 등의 수입은 비단길로 충족이 가능하나 그보다 더 많은 것 필요, 또한 비단길을 비롯한 서역일대에서 모든 물품 충족 불가, 특히 염료 및 약재. 또한 비단길의 상행이 끊기는 겨울철의 공급량을 대체할 요소 필요. 이 또한 운남성. 내수사와 맹가의 보고를 통한 정보수집 및 재확인.]


사락-


[진나라는 대리석 공급 필요, 및 사치품 등의 소비와 교류 필요. 이후 등장하게 될 파라다이스의 신역은 로마 역할 대신함, 서역의 장인들을 포홍의 성역이자 신역이 대신함. 그러나 대리석을 비롯한 염료와 루비, 옥, 금, 은, 백금 등 사치품과 귀금속 공급의 한계가 있음......., 문제 제기. 진나라 최대의 사치품 소비 기반인 옹주의 소비를 량주가 충족시켜 주면 이쪽의 가치가 올라가 버리고 상황 종료. 진나라 내부 정비 및 세력 정리 불가. 본디 자신(포홍)의 강역이었던 옹주를 차지한 이들로선 이러한 문제가 마냥 좋게 여겨지지 않음. 거기다 자신(포홍)이 기존의 로마와의 교역이 가능한 비단길을 쥐고 흔드는 것을 확인한 이상,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함. 그게 바로, 계한. 운남성을 비롯한 촉한 일대. 허면 이를 먼저 밝히냐?]


사락-


[대내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시대의 요구. 극적인 사건 사고의 필요성. 물량조절, 결핍, 제방. 말라가는 풍요의 물줄기, 교역 정지, 거래 정지, 분쟁, 멈춰선 경제, 사회 분위기 격화. 생존전략 다각화.]


사락-


[변수는 장강, 기존에 비단길을 통한 수요가 끊긴다고 한들, 형주 및 양주를 품은 중원이 남아있음. 고로 계한의 경우는 비단 품목의 치명타 타격을 장강을 통한 교역으로 해결. 그러나 당장에 형주는 유기와 전쟁 중이고 그렇다고 양주로 가자니 그곳에는 일찍이 자신이 부추겨 일을 저지른 손책이 있고 또 위에서는 서주를 비롯한 원가의 이들이 남하함. 장강을 따라가면서 비단을 소모할 수 있는 곳들이 없음, 애초에 전쟁 중에 비단 같은 값비싼 사치품의 수요가 떨어짐. 장강이 서해로 빠지는 곳곳이 전쟁. 추가적으로 그럼에도 오가는 상행은 장사에 남은 손견을 움직여 수군 활용, 장강의 교역을 막아버릴 수도 있음.]


사락-


[비단을 비롯한 직물 경제 휘청. 일자리 창출 애매해짐. 결국 너무나도 많은 인구의 결집 대비 부족한 일자리와 멈춰선 경제에 따른 고용시장 붕괴로 귀결. 생존의 불투명, 다시금 한나라 내에 소작농을 비롯한 농노와 노비제 재등장 우려. 허나 관동의 선례를 몸소 겪은 이들의 반발. 민심 격화 및 대안 요구와 탈주 예고. 결국 계한의 입장에서 새로 유입되었던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이전과 같은 성세를, 대병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천하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기반이자 국력과 경제력의 근간을 놓치게 되는 것.]


사락-


[사회 혼란, 예상을 벗어난 통제, 국제적 위기를 위한 사건 조작 및 여론 조작 실행성 요구. 결핍과 혼란에 따른 해결책 필요. 책임론 대두, 위정자 실각, 흔들리는 지지기반 우려. 시선을 외부로 돌린다,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 내부봉합 및 분열 예방 목적.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대내외의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법 중 하나로 전쟁의 필요성 제기. 학습, 깨달음, 선전, 선동, 국력 소모의 각오. 전쟁으로의 귀결.]


“폐하, 이는........”


“30만, 알면 알수록 놀라운 숫자야. 전쟁의 대비, 전쟁의 준비에 저리 박차를 가하는 와중에 기어코 제국의 기틀을 완성시켜 이를 일궈내고 추진하여 성공해냈을 정도로 작금의 계한은 부족함이 없지. 그렇다면 그 출혈을 온전히 이쪽이 다 짊어져야만 할까? 반대로 이쪽은 이쪽대로의 세상을 일구기에 바쁜데, 그리 일군 세상을 다시금 덮어야 함에, 이 땅의 이들이 그에 따른 불만과 불평을 내비치며 마치 이 나라의 위기를 저들의 그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여기게 되는 사고가 자라남을 방치해야 할까?”


그 와중에 자신을 노려보는 포홍의 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간은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분노요, 원망이자 거슬림에 가까울 감정이었다.


“목표의 부재, 나태, 멈춰선 걸음. 상승하려는 국가와 중앙집권화된 권력의 제일 큰 적은, 또한 이 나라에 치세와 성세를 가져다준 절대자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아니. 애초에 나라를 이끌어가려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국가에 대한 인식이자 그에 속한 세력들 그리고 그런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인식이야. 한데 이제 막 배가 부르기 시작한 이들이, 당장에 제 뱃속에 처넣은 것이 나태함인지를 모르고 그저 돌아가는 상황과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만을 앞세운다면 또 그것이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국가를 위한 지도자의 노력은 무용으로 무위로 돌아간다.”


정작 이를 위해 달려왔을 것인데도, 또 앞으로 예서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임에도 정작 그 뒤를 예견하면서 정작 그러한 자신의 뒤를 쫓아올 이들이 많지 않음을, 그 수많은 이들이 그 알량한 첫걸음 하나에 만족에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나자빠질 것임을 알고 있다는 듯 실로 거슬린다는 감정 그대로를 표출했다.


“물론, 이러한 나태함과 평화를 비롯한 번영의 태세가 굳어져 이내 인도주의와 공존을 위한 제동장치가 되어주긴 하지만, 정작 그 와중에도 나라의 안보와 안위는 위태로워지고 그 내부에서부터 부패하여 썩어들어가는 와중에 와중에도 오직 제 살만해진 것에만 맛이 들인 국민 정서는 애써 이를 부정하고 외면하게 되겠지. 당장에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아무런 문제도 안 보여, 안 들리는 게 현실이지. 고작해야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인데, 다들 저들 생각만큼만 저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여 놓고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와중에도 이를 거부한 채, 모든 것을 뒤로 미루지. 하여 그 와중에 이러한 문제가 닥쳤을 때, 그리 밀고도 밀어냈던 문제가 더 큰 눈덩이가 되어 돌아오게 되었을 때, 세상은 절로 이러한 자신들의 풍요를 끊어낸 이를 원망한다. 그 전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 뭐했냐는 식으로, 제 욕보일 대상을 찾는 게지. 고로 그에 따른 무능을 질책하고 새로운 이들의 집권을 바라며 그들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몸은 무거워지고 자신은 그 자리를 되도록 오래 영위하고 싶으니 결국 제 대신 나설 누군가들을 찾게 되는 게야. 그 당시에 조금 더 뛰고 노력한 만큼 쉬고 영위를 했으면 또다시 그다음을 준비해야 하는데 결국 그리 저문 한 세대의 역량이란 것조차 거기까지인 게지.”


“폐하........”


“의외로 인간이란 그릇은 너무나도 작아서, 그 역할이 나뉘어진 개미 떼와 다를 바 없지. 물론, 그렇기에 인간의 내세운 역사와 번영을 비롯한 업적과 풍요의 의의가 더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한 개인의 노력만큼은 그 다수에 의해 별것 아닌 것으로 매도되기 마련이야. 애초에 세상은 신을, 임금을, 목자를, 주인을, 철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점점 더 잘 먹고 잘 살게 될수록, 제가 그동안 매달렸던 그 대상을 찾지 않게 되며 점점 더 이를 업신여기게 되기 마련이거든.”


왜 독재자들은 권력을 쥐면 그 나라의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까? 왜 그들은 제 손아귀에 나라를 쥐고 그에 속한 국민들에게 풍요와 발전이 아닌 가난과 퇴보를 선사하려 할까? 왜 그들은 교육을 제하고 왜곡을 더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구멍 난 시대정신과 신념만을 가르칠까?


누가 그러했다. 저를 따르는 모두를 잘살게 만들며 그 눈높이를 마주하도록 만들자 돌아오는 것은 욕이었고, 저를 따르는 모두를 못살게 만들며 그 눈높이를 올려다보도록 만들자 돌아오는 것은 추앙이었다고.


결핍과 부재가 남아있어야 제가 해결 못할 문제를 해결할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인간은 기대고 수그리며 복종한다고.


고로 첫 걸음을 띤 아이가 스스로 두 발로 걷게 만드는 것과 반대로 그 다리를 부러트린 뒤에 목발을 쥐여줘야 한다고.


사고할 줄 모르는, 사고할 줄 알아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반신불구 병신으로 만들어놔야 별것 아닌 치료 행위가, 별것 아닌 도움의 손길이 구원이 되고 기적이 된다고. 그리해야 체제가, 자신들의 집권이 유지가 된다고.


이 세상에 약자는 많아야 하고 그 와중에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강자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제가 아닌 다른 도움의 구원의 손길이 없어야, 제 경쟁자요, 대체제며,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이 세상에 사라져야, 제가 아닌 이 나라를 떠받들 다른 기둥이 없어야, 저들이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며 매달려 복종한다고. 그래야, 저를 이 나라에, 이 땅에 유일무이한 하늘인 줄 안다고.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아쉬울 것 없는 인간은 절대로 그 머리를 수그리지 않는다. 부족함 없는 인간은 절대로 복종하고 기대지 않는다. 애초에 잘해주면 업신여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그리 자라난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커진머리와 더불어 자신을 제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분명하니, 자신들의 장기적 집권을 위해 애초에 인간을 성장시켜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별할 수 있는 존재로 일깨워서도 잘 먹이고 재워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재를 통해 국가적 발전과 사회의 풍요를 가져온 몇몇의 이들은, 되려 독재를 빌미로 교육과 환경의 개선을 가져온 이들은 그리 자신들이 길러낸 지자층, 식자층을 비롯한 국민에 의해 실각되거나 그들의 반발을 비롯한 후대로부터의 비난을 받는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저 집권이 목적인 대다수의 독재자들은 그 독재를 통해서도 국가적 발전과 사회의 풍요는커녕, 교육과 환경의 개선조차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종교요, 신념이며, 원론주의에 해당하기에 국가는 이전과 같은 빈곤과 부패의 온상으로서 매양 갈등과 내전을 비롯한 지속적인 사회 문제를 방출해낸다.


“내가 있어도, 내가 없어도 돌아갈 세상을 만들려니까 골치 아픈 게 한둘이 아니란 말이지. 콜레기아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신들의 시대로부터 절대왕정을 폐한 인간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요구되는 단 하나의 천명이 있다면 이는 비단 신들의 몰락이자 절대자들의 실각일 테니까.”


“폐하, 이는 너무 급작스러운......”


“그래서 공식적으로 은퇴하려고.”


“............!”


“이미 굴리엘모스는 알고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여기까지 써먹겠다고 했어. 고로 지금까지 시대적 계몽을 빙자한 변혁과 방임을 비롯한 신 놀음도 시대의 점핑도 모조리 여기까지야.”


“..........!”


그 와중에 그 모든 번영과 발전을 허락한 자신에게, 시대의 진보와 풍요를 선사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그 위대한 노력에 대한 감사함은 커녕 그에 따른 당연함과 더불어 이를 깎아내리기 위한 흠집내기와 험담이 돌아올 것을 모를 포홍이 아니었다.


자유와 공화의 가치도 심어 뒀겠다, 사부회다 청문회다 하는 자리에 서원까지 허락했겠다, 기존의 권력과 독재를 밀어낸다는 개념 아래, 새롭게 이를 자신들의 세력 확장이자 집권의 기회로 여기고 저들끼리의 집단지성과 풍요를 통해 절대적, 제왕적 권력에 반기를 들며 하나둘 그 고개를 뻗대기 시작할 이들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이 나라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임금의 부재와 더불어 콜레기아에서 비롯된 서원의 난립은 18세기 유럽을 뒤흔든 혁명 프랑스에 기반한 수도원 클럽 정치를 필두로 한 정당들의 난립이 될 것이요, 후계자가 존재치 않는 왕정 붕괴에 따른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은 시대적 소명과 같은 바람이 되어 일대를 뒤흔드는 파란이 될 것이며, 그에 따른 파장과 여파는 이내 그 주변국들을 집어삼키는 전무후무한 대유행이 될 것이다.


시대는 발전할 것이고 신에 이름에 빌었던 후광은 사라질 것이다.


그 와중에 어떠한 로베스피에르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또다른 누군가 나폴레옹을 자처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뒤엉킨 시대의 파편화된 모습들이 튀어나온 자리에 자신이 그려둔 안배는 남아있으나 그럼에도 당장에 이를 세간에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올라서야지, 스스로 두 발로 서야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 더 큰 세상을 마주해야지.”


아비가 떠난 자리에 남은 자식은 세월이 흘러 아비가 된다. 큼지막했던 등이 작고 왜소하게 느껴진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결정지으며 쥐고 흔들던 이는, 제 대신 이 세상 그 자체를 떠받들고 있 던 이는 이제 곧 사라진다.


이전과 같은 듬직함을 찾기 어려울 것이요, 그에 따른 기댈 곳조차 이전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기 힘들 것이며, 그에 따른 존경과 충정으로 얼룩진 눈조차 이내 의구심과 그에 따른 실망으로 귀결될 것이니, 더는 신과 임금에게 기대지 못할 이들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자발적 참여만이 스스로의 성장을 일깨우는 계몽으로 귀결될 터.


그것이 소위 수도원 정치에서 출범한 자코뱅과 같은 여러 정당의 난립이자 이를 따르는 추종자들로 귀결된 또다른 시대 과도기적 질서의 난립일지라도 종국에는 그들 모두가, 그 하나하나의 사고와 지성에 입각한 자아(ego)가 깨어나는 순간이 될 것이니, 그때에 이르러 과연 이 나라는, 이 땅은, 이 세상은 어떠한 모습으로 귀결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이들의 증식을 위하여 이쪽은 그저 아무 연유도 없이 악당을 자처해야 하는가? 새롭게 자신의 부재를 대체할 이들을 키워주기 위해 소위 씨받이도 아닌 욕받이가 되어 지금까지의 모든 숭배와 추앙에서 뒤바낀 조롱과 비판을 비롯한 힐난을 모조리 싸잡아야 하는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신전을 지키는 사제마냥, 아무도 관심이 없어하는 뒷방 늙은이가 되어 침묵 속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관해야 하는가?


“준비는 해둬야지. 이미 철혈의 재상을 심어놓았으니 나는 나의 안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고 신이 사라진 이 땅에, 이를 찾는 이들의 울부짖음이 처절하게 느껴지는 구원의 순간에 신은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을 거부한 인간을 위해 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도래할 테지만, 그것을 선이라 부를지 그도 아니면 악이라 부르게 될지는 그때의 이들이 가서 결정할 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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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6.24 08:53
    No. 1

    10/24 비단 가튼

    넌닝매에 빤스런에.. 킬포가 많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6.24 15:10
    No. 2

    덕분에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그리고 급하게 쓰다보니 런닝메이트 한자로 바꿀 생각도 못하고 그냥 일단 얼버무리게 된 터라 양해를 바랍니다. 그리고 빤쓰런이 주인공 말씀하시는 거면 흑막이라 빤쓰런 느낌은 아닌데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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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389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3) +2 22.07.04 178 3 16쪽
389 388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2) +2 22.07.03 159 3 16쪽
388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2 22.06.30 285 3 21쪽
»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2 22.06.23 201 3 22쪽
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4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3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2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0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7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7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28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69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5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0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4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4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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