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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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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2.06.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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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3쪽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DUMMY

끼이이익-


그와 더불어 열리는 내수사의 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다름이 아닌 맹타였다.


“의외였지. 그대 같은 이가 내게 복종한다는 게.”


“이 사람도 이제 제법 늙었지요. 거기에 한시적으로 폐하께서 허락하신 것들만을 관장하고 관리하는 일이니 마냥 나쁘지는 않다 여겼습니다.”


“끝까지 남에게 기대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생존을 위해 찢은 가문을 위해 이리 달라질 수가 있나. 하긴, 뭐 자식 놈은 상용에 가 있으니 계한에 빚을 지워놔야 하고 이쪽은 그 반대편에 자리한 진국에서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니.”


애초에 세상과 엮이길 싫어하는 기조를 지닌 집시 가문을 이끄는 가주이기에 때에 따라 권력과 세파에 휩쓸리는 것은 당연히 께름직할 것이니 믿을 양반은 아닌데, 그렇다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은 또 아니라서 본의 아니게 이쪽의 자산을 관리하는 가장 높은 책임자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뭐, 그렇게 따지면 젊은 날에 포도주 한 병으로 량주목 자리를 꿰찬 양반의 호기로운 젊은 날이 설명이 되진 않으니 이것도 그 잘난 가문의 가풍 대비 끓어오르는 본연의 젊음은 또 별개의 일일 것이라.


그 호기로움 이상의 호기심과 이미 진나라로 기운 전국의 판세라면 능히 이 능구렁이를 붙잡아두기엔 충분했다.


아닌 말로, 이보다 더한 가 문화조차 정작 저 편히 살겠다 진나라에 몸담은 판에 이 능구렁이라고 부와 권세가 뒤따르는 안돈을 마다할 리 있으랴?


“미안하지만 팍스 로마나는 끝났어.”


“그렇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뭐 지난날에 미쳐 다 다루지 못한 저 늙은이의 사연보다 당장에 저질러야 할 일이,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우선의 가치임을 모를 리 없을뿐더러, 저 능구렁이도 이제는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을 모르지 않는다.


이놈의 세계화도 결국은 부귀와 번영을 비롯한 돈의 흐름을 따라간다고, 기어코 이곳 돈황까지 맹씨 집안의 지부를 늘리면서 정보수집 겸 세력 확장을 위한 노력을 아주 큼지막하게 기울였다.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건?”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실로 가시지요.”


그렇게 이미 서로가 알 걸 다 안 사이에서 자리한 내수사의 사장실과도 같은 자리엔 일찍이 장안의 그것과 같이 포홍이 깔아놓은 판과 말 그리고 주사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투욱- 툭- 툭-


“길지 않은 내전의 여파는 파르티아의 영토를 일부 차지한 걸로 정리가 될 테지만, 이걸로 딴에 파르티아의 반감은 커질 거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장 큰 쩐주가 빈정상해버리면, 비단길이 막힐 거고, 그리되면 애초에 이쪽이 이리 설쳐대며 노골적으로 그 길목을 막지 않아도 알아서 막히겠지?”


애초에 로마와 파르티아가 뒤엉킨 서역의 비틀림은 예상에 없었던 것이나 만들어진 판세의 끝자락에 파르티아의 기마병을 상징한단 식으로 말들을 놓고 비단길을 놓고 나니, 실로 물 샐 틈이 없어 마치 상류와 하류로 나뉜 이중 구조의 댐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대진국(로마)이 두들겨 문을 열 수도 있습니다.”


“아, 동방 황제의 목을 딴 세베루스 그놈도 대박인데, 정작 그놈이랑 공동 황제를 지내게 되는 그 아들놈이 더 대박이거든. 아, 이 집안이 더 대박인가? 스스로 양자로 입적들 해서 성씨까지 바꿔요. 끊어진 황제의 핏줄을 계승해야 하거든. 거기에 내전으로 얼룩진 나라 다시금 중앙집권화하고 다듬으려면, 하고 싶어도 외방으로 도는 전쟁을 지속하지 못해요. 거기다 개나 소나 황제하고 전쟁한답시고 애굽(이집트)에서 식량 끌어다 썼을 텐데, 내전에 원정까지 뛴 마당에 더 쥐어짜면 과연 그 일대 속주에서 민심이 어떻게 되려고? 동방속주도 모자라 제국의 식량을 책임지는 애굽(이집트)까지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이거야.”


“..........!”


물론, 이 와중에 파르티아를 두들겨 팬 로마의 동진을 우려하는 시각도 그보다는 역사를 아는 쪽의 분석이 더 정확하다.


“뭐, 여하튼. 그 아비 밑에 아들이 둘이야. 고로 후계 경쟁도 있는데다가 그 첫째 아들놈이 아우, 야만적이야. 성정도 야만족 버금갈 정도로 끝내준단 말이지. 진짜 볼만 할걸? 내가 이 나라의 임금만 아니었어도 가서 구경하고플 정도인데?”


“암군입니까?”


“대진국(로마) 역사상 가장 잔인한 폭군, 능력은 있는데 업적도 유래 없을 비극도 만들 줄 알 거야. 나쁘게 말하면 진시황을 닮았고, 또 달리 말하면 날 닮았지.”


“예?”


물론, 아직 벌어진 역사가 아니니 맹타의 입장에서 이를 알아채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 역사를 안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돌이켜봤을 때도 이놈은 진정으로 이전 시대의 진시황인 진왕 영정과 현 시대에 진시황인 진왕 포홍 그 둘이 저지른 가장 폭군다운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자 후대에서 그래도 드높이 기릴 업적을 하나씩을 골고루 빼다 박았다.


“로마 대학살이라고 알아? 그도 아니면 화폐개혁 위로 더해진 안토니우스 칙령은 알려나?”


뭐, 두말할 것 없이 로마 대학살은 진왕 영정이 저지른 분서갱유의 로마판이고, 화폐개혁 위로 더해진 안토니우스 칙령 또한 진왕 포홍이 싸지른 사부회와 서원령(콜레기아)과 전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똑 닮은, 말 그대로 판권만 사서 만든 로마판이라 할 수 있겠다.


뭐,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그 아비가 동방 황제의 기반이었던 동방숙주를 작살냈듯 그 아들 또한 후계자 경쟁에서 동생의 기반이었던 엘리트, 지식인, 문화 계층과 그 흔적들을 지움으로써 나름의 권위와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고, 나라의 기강을 잡으면서 제 적들에게 자신에게 반하면 어찌 되는지를 보여준다는 당위성이 있긴 한데, 그 과정 속에 한 나라를 구성하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학문적 측면의 일부가 아예 베어지듯 떨어져 나가며 극심한 손상이 되고 그 잔혹함이 너무 심해서 논란이 되었으니 이게 로마 대학살.


반대로 화폐개혁 위로 더해진 안토니우스 칙령은 결국 군인황제의 기반 유지를 위한 강력한 세금 징수와 국고 고갈, 이를 해결하기 저질 화폐의 유통을 통한 인플레이션, 하이퍼 인플레이션도 모자라 스태그 인플레이션까지 터지면서(물론, 후대의 기록도 부족하고 추측컨데 로마 몸집도 있고 한동안 몸빵으로 버텨내서 거진 인정들은 안 하지만) 벌어진 일로, 일종의 기사서임과도 같은 신분 상승의 끝판왕이자, 개나 소나에게 작위를 뿌리는 대신 더 많은 세금을 가져가겠다는 실로 유래가 없던 대규모의 제도 개혁이자 사회변혁이며 소위 허울뿐인 신분패와 세금을 동일선상에 놓고 벌인 요행에 가까울 등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등가교환이었다.


갑자기 신분 해방된 것도 얼떨떨할 텐데, 세금 폭탄을 맞게 되니 얼마나 얼떨떨할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싶을 정도라고나 할까?


그것도 그 신분 해방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다는 일종의 하향 평준화식 해방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로마시민이니 그에 걸맞은 자격과 책무를 갖춰야 하는 상향 평준화식 해방인데, 뭐 후대에 이르러 가장 민주적이고 공평한 칙령이니 진정한 의미의 시민사회를 위한 해방령이니 빨아 제끼는 거야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고, 당장에 이게 자기네 삶이 아닌 역사의 일면이라 그리 보는 것이지, 이후의 사회상을 보면 뜬금포 혼란 그 자체라 이는 마치 기존의 이들에게만 허락되었던 정치권을 돌연 사부회와 서원령을 통해 모두에게 기회의 평등이랍시고 내던지며 더한 혼란과 이합집산을 부추긴 무책임한 이쪽의 사회변혁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다.


아닌 말로 이게 조삼모사랑 뭐가 다르고 눈 가리고 아웅이랑 뭐가 다르며 결국은 앞선 로마 대학살로 사람 죽여 잃은 인기와 기반 충당하기 위해 돈 필요하니 화폐개혁 + 국고 충당을 위한 조치로 세금 내세요, 대신 헌혈증마냥 국가에 세금 헌납하면 로마 시민증 굿즈 드립니다 랑 뭐가 다른가?


뭐, 이쪽이야 그것도 국민계몽 + 신 놀음 한답시고 그 목적과 유효기간을 두고, 소위 일전에 계획해 둔 ‘일’을 벌이기 위하여 모두가 각지에서 똥을 싸지르도록 일을 저지른 거지만, 저쪽은 정반대로 제가 싸지른 진짜 말 그대로 ‘똥’을 닦겠답시고, 모두가 각지에서 똥을 싸지르도록 만들었으니 그 앞날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가 되겠지.”


“예?”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보자고. 신이 아닌 인간이, 고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인간이, 영원히 풍요로움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그야.......”


“두말할 것 없는 전쟁이지. 내가 부족하면, 타인에게서 내가 부족한 만큼은 빼앗아와야 하니까.”


“.........!”


“한데 그 잘난 국가 단위의 삥 뜯기는 이미 그 아비인 세베루스가 다 써먹어서 불가. 애초에 동방 황제의 출현에, 내전에, 그 내전을 유도한 외적의 징치에 대의명분도 모조리 그 아비가 써먹고 그걸로 전쟁까지 연이어 벌리고 그 기반들 작살내면서 내부 단속까지 잘했지. 한데 그때까지 허비한 내실이, 그리 전쟁으로 소모한 게 쉬이 채워지냐고. 다시 전쟁을 벌일 힘도, 인력도, 식량도, 물자도 부족한데 거기에 막상 그리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도 이를 채워줄 부유한 국가가 근처에 없네? 외적이 없으니 결국 내부에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또다시 내적을 만들어서 그 내부에서 부족한 걸 털어올 수밖에 없지. 때마침 제게 반기를 들게 될 동생의 기반도 있고.”


로마의 문제는 그 일대에 로마의 결핍과 갈증을 충족시켜 줄 부유하고 풍요로운 국가의 부재였다. 소위 유목민들마냥 여차하면 털어먹을 약탈의 대상인 농경 국가라도 하나 달려있어야 했는데, 그도 아니면서 여차하면 힘을 결집시킬 뜯어먹기 어려워도 뜯어먹어야 하는 소위 대국을 자처하는 정주민족이 세운 큰 나라라도 하나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미 내수만으로도 국제시장과도 같은 규모를 이뤄 돌아가는 로마의 경제에 무슨 아쉬움이 있겠냐만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시장으로 얽혀 이리저리 휘둘리고 영향을 받으니까 문제였고, 내전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기반을 소모한 것이 문제였다.


휴경지마냥 한데서 지력을 뜯어먹으면 그때 농사지은 곳은 쉬게 하고 다른 데서 또 농사를 지어 지력을 뜯어먹는 로테이션 체제가 망가진 것.


그렇다고 억지로 이를 상정해 파르티아 같은 유목국가를 뜯어먹자니, 애초에 제 터전마저 심심하면 내버리고 도망가는 유목 민족들에게서 뜯을 건 또 뭐가 있을까? 애초에 농토도 부족하고 기술력도 부족하며 기반조자 딱히 없는 이들이 어디 농경민족이나 정주민족만큼의 생산량과 기술력을 보여주며 풍요로운 식량과 물자를 비롯한 살림살이를 지니고 있겠냐는 말이다.


소위 그 이전에 존재했던 아케메네스의 페르시아가 예상외로 사기급 포지션과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뿐이지, 그 후신을 자처한 파르티아는 잘 춰져야 비단길과 함께 융성했던 흉노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미 집어삼킨 이집트 같은 국가가 로마 근처에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이를 쉬이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로마에게 있어 더 이상의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며, 여차하면 이를 제국 대신 갈아 넣고 국가의 수명을 억지로 붙들어 언제고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혼란을 정리할 최고의 지력을 지닌 그들만을 위한 성역이자 그들만을 위한 농토요, 목장이며, 제물의 역할을 다하는 이집트는 결국 하나였다.


허면 반대로 그 로마에 대비되는 이쪽은 어떠하냐?


“있지. 계한.”


크으, 그 이름도 멋지지 않은가? 동방의 이집트, 계한. 앞으로 만대를 살아갈 대진국의 번영을 위한 제물이자 농토이며 목장이 될 이 나라에 가장 필요한 성역이자 목표가 되는 국가.


물론, 상황은 다르다.


로마는 예나 지금이나 부족하기에 채우려고 하는 것이고, 이쪽은 되려 흘러넘치는 상황이 이제야 끝이 난 만큼 이제부터 그런 로마를 따라 부족해질 예정이다.


고로 기존에 부재했던 국가의 목표 의식이자 결핍에 의한 해결을 위한 국가가 내린 선택지는 두말할 것 없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시금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성역이었으니, 이쯤 되면 이쪽에서도 나름의 억울한 감정이 생긴다.


“이 똥 같은 것들이 자꾸만 내게 찾아와서 의구심을 가지고 성역을 되물어. 왜 내게 성역을 부수냐고. 한데 이제와 내가 반대로 묻고 싶은 것이, 애초에 그리 저들이 집어삼킨 장안을 비롯한 삼보일배는 지들에게 있어 성역이 아니냐는 거야. 아닌 말로, 누가 이를 허락해줬지? 애초에 나 또한 내게 필요한 것이 성역이라 여겨 이를 허락했고, 나는 나의 성역을 가졌지. 그리고 나만 가지면 이는 불합리하니까 실로 공평하게 나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속한 이들 모두가 저들만을 위한 성역을 가질 수 있도록, 서원(콜레기아)을 허락해주지 않았나?”


저들은 이 포홍더러 기존의 상하 위계적 질서가 자리한 계급주의 사회상을, 그에 따른 기득권과 특권을, 소위 그들이 사는 세계이자 그들만을 위한 성역을 부순다 불평한다.


그러나 반대로 현실은 어떠하였는가? 정작 자신들의 장기적 집권의 기반이 되고, 가장 기초적인 본성에 입각한 욕구와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이상을 비롯한 자아실현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룰 수 있는 성역을 가져놓고서도, 그리 돌아가는 사회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성역을 부숴야 한다 외치는 것은 정작 저들이지 않은가?


물론, 저들의 주장도 온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기존의 공고화된 전문성이 무너지고 이것이 무능하고 참을성이 없으며 포악하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소위 덜떨어지고 못난 대중의 손에 쥐어질 때, 소위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비천한 것이 귀한 행색을 하고 질 떨어지는 천박한 세상을 만든다는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의 세상을 살던 포홍의 정신만이 아닌, 그 반대로 2000년이 지난 세상을 살던 이의 정신을 돌이켜보건대 실로 이들의 주장이 마냥 틀리다고도 할 순 없을 것이다.


대저 왜 그리 열광하는지조차 모르는, 인격적으로도 미숙하고, 정신적으로도 사고력이 깊지 않으며, 예의범절조차 부족하고, 만인 앞에 모범이 될 수 없으며, 별 개똥 같은 것을 문학이고 예술이라 소비하고, 똥 같은 것을 금이라 포장해 선전하는 세상.


그게 뭔 지조차 모르고 아예 그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생각조차 안 하며 그저 당장에 오감을 자극하는 눈앞의 것에만 환장하는 소위 무지성한 인간들이 판을 치는 사회상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이를 예상한 저들이 바라본 혹세무민으로 얼룩진 미개한 시대의 일면은 당대의 자신들이 그리 낮춰보고 교화의 대상으로 보던 아랫것들이나 야만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여겨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정작 이를 주장하는 그 잘난 혈통주의, 신분제, 특권층을 주장하는 이들조차 결국 한낱 인간인지라 그 와중에도 결국 안 나올 것 같은 못나디못난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니, 이는 더 배우고 더 고결하며 더한 수양을 쌓고 더한 환경에 살았다는 그 잘난 조건이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의미한다.


고로 나를 알고 남을 알며 나를 돌아보고 남을 돌아봐야 서로가 모자란 병신인 것이 확인되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며 유세 떨고 사는 것이 세상임을, 결국 서로가 제 똥내는 못 맡으면서 남의 똥내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맡아 지적질하고 멋대로 구별 짓고 저만의 잣대 속에 우열 매겨가며 사는 것이 이 이승의 개똥밭임을 알라고, 이를 못 깨우치니까 몸소 느껴보라고 그리 세간에 좋다는 것들을 모조리 내주었거늘, 정작 제게 똥을 주었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허락된 똥을 처리할 변소인 성역을 지우려고 하니 그 꼴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래, 이는 변소다. 먹고 뱉고 싸지른 인간들의 똥을 받아내기 위한 장소다.


고로 개나 소나 먹고 뱉고 싸지르게 되면 세상에 똥내가 짙어지고, 고로 개나 소나 먹고 뱉고 싸지르지만 않으면 세상의 똥내는 흐려진다.


여전히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지만, 남을 욕할 줄은 안다.


내 주둥이에서 나는 것은 똥내가 아니어도 저것들의 주둥이에서 나는 저것은 분명 똥내가 맞다.


고로 저것들이 입을 다물어야, 이 세상에 더 많은 것들이 조용해져야, 소위 개나 소나 그 주둥이를 함부로 열어젖히지 않아야 이 세상이 깨끗해진다.


그래, 하나는 건졌다.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에 거짓된 신 놀음까지 펼치면서까지 이 땅에 그 하나의 관념만은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좋은 게 마냥 좋은 게 아니고, 옳은 게 마냥 옳은 게 아니며, 싫은 게 마냥 싫은 게 아니고, 옳지 않은 게 마냥 옳지 않은 게 아니다.”


더 노골적으로,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볼까?


“아,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바른 세상일지언정, 모두가 똥을 싸재끼는 것이 마냥 좋은 세상은 아니구나.”


똑같은 의미를 지닌 말의 어감이 이리도 다르다.


같은 것을 담고서도 정작 서로 다른 깨우침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드르륵- 탁-


고로 이렇게 되면 사회는 이 당시의 경험을 살려 다음의 단계로 진보한다. 그에 뒤처지는 이들, 반발하는 이들, 나아가려는 이들 할 것 없이 그에 따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허면 대저 누가 그 입을 닫아야 할까? 누구의 목소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까?”


어떻게 보면 책임론이자 명퇴론이다. 이상의 가치에 입각한 좋은 세상을 겪고도 유래가 없던 자유와 공화를 비롯한 풍요를 겪고서도 정작 이를 몸소 체감하고 나니, 정작 이 세상에서 이리도 좋을 것들을 그리 알아서들 지워내려고 한다.


학습이 된 것이다.


고로 옳고 그름과 득실을 논하는 자리에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를, 그 모든 것들 중에 과연 어떠한 것을 수용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사고하고 거르기 시작한다.


물론, 포홍은 애초에 이리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것들을 허락하면서, 그들에게 풍요도 모자라 성역까지 내어주면서도 넌지시 그 언질을 건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채, 이러한 일을 벌였다.


“부국강병 그리고 보국안민.”


소위 정책적 기조에 필터를 끼워 넣고 이를 거름망처럼 거르는 방식이 그것이다.


옳음과 이상이라는 가치의 난립이 실질적으로 또 급진적으로 이 땅에 쓰였을 때, 그것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에 따른 포장을 벗겨내면 정작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당장에 모조리 치워내지도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똥 덩어리임을 거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깨우쳐야 함에, 이 나라에 속한 모두가 이를 깨달아야 함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저질러 온 것이 바로 변혁과 방임이다.


그렇게 포홍은 또다시, 자신이 맹타에게 되물었던 질문에 단 하나의 문장을 더 추구하여 지금까지의 저지른 일의 완성형을 추구했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보자고. 신이 아닌 인간이, 고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인간이, 영원히 풍요로움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그 풍요의 문제를 알았을 때, 몸소 이를 해결하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 것 같고?”


이에 지금까지의 자신이 이야기한 모든 것의 대의제요, 명제를 깨닫게 된 맹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가 그러더라고, 나는 그 결과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세상을 움직인다고.”


그래, 결국 전쟁이다. 그러나 앞서 말하였듯 이는 자신이 이룩하고 허락한 모든 것을 다시금 모두에게서 거둬들일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고매하고 드높은 하늘의 천명이자 신의 뜻임을 모를 이들은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손으로 일궈내는 일대의 과업이자 조국을 위한 대업이라 여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를 위한 사부회였고, 청문회였으며, 공립과 왕립을 통한 서원의 난립이었다.


이를 위해 자유와 공화를 비롯한 풍요와 치세를 허락하였으며 그 속에서 특권층의 폐지와 계급 갈등의 해소를 비롯한 신분제의 평등에 따른 사회 혼란과 저들끼리의 득실에 따른 이합집산을 부추겼다.


이를 위해 다시금 외적의 존재를 알리며 이리 허락된 자유와 공화를 비롯한 풍요와 치세가 영원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그 풍요의 물줄기를 끊었다.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이 땅의 모든 이들을 계몽시키려면 적어도 그 이전에 이 땅을 장식할 천년의 제국 로마의 선례가 필요했다.


그렇게 저 먼 곳에 자리한 모두가 로마의 후예를 자처하듯, 이 땅에도 진나라의 후예를 자처할 배경이 필요했다.


그리 벌인 영토확장과 그리 받아들인 수많은 유민들을 하나로 묶을 이 땅에 안토니우스 칙령에 버금갈 재생의 치를 이룩하여 그들 스스로가 그 자부심만으로 흘러넘칠 진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탑재하여 먼 훗날 이에 찬동하는 이들 모두가 손을 들어 자신들에게 닥친 풍요와 결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린 자발적 선택이라는, 소위 이상과 현실에 부합하는 그 욕망의 결과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받아들여 깨우치길 바랬다.


“내가 있는 동안은 모두를 최대한 깨우치게 만들 생각이야. 허나 내가 없어도 결국 이 나라가 돌아가려면 적어도 저 로마마냥 매번 내전에 균열도 모자라 혼란까지 겪으면서도, 그리 매번 몸소 깨우치고 후회하며 때론 퇴보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면,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국가가 무너지지 않게 만들, 이 나라의 뛰는 심장을 멈추지 않게 만들 제세동기이자 그 호흡을 유지시킬 인공호흡기가 필요해. 고로 이 나라를 위한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며, 여차하면 이를 제국 대신 갈아 넣고 국가의 수명을 억지로 붙들어 언제고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혼란을 정리할 최고의 지력을 지닌 아조만을 위한 성역이자 그들만을 위한 농토요, 목장이며, 제물의 역할을 다하는, 이 진나라만을 위한 이집트가, 애굽이 필요해.”


고로 이제는 이 진나라가 공국에서 왕국을 거쳐 슐레지엔을 집어삼킨 프로이센이 되어야 했고,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혈의 재상을 품고 모두를 하나로 규합시킨 제국이 되어야 했다.


그 내부에 닥친 결핍과 공황에 따른 경제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식민지를 비롯한 국경의 안전과 결집에 따른 북독일 연방의 안정과 확장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되었다.


천년 제국 밀레니엄을 꿈꾸며 진정한 제국을 이룩할 때가 왔으니, 이제는 머지 않아 이 땅에 자리한 모두가 전쟁을 바라게 될 것인즉, 바로 이것이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였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러한 입장에 놓인 것은 아조 뿐이 아니지.”


작가의말

나름 열심히 고치고 수정하면서 계속 손봤는데 제 필력이 부족해서 이게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전화의 go west 이것도 뒤이어 나오는 거에요, 잊어버린 거 아닙니다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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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4 393화 – 자유과 공화의 옹주정은 혁명 프랑스를 닮아간다 +2 22.07.15 180 4 23쪽
393 39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4) +2 22.07.11 208 4 25쪽
392 391화 – 하늘이 내린 왕조를 등진 자유와 공화의 옹주정, 부패할 수 없는 로베스피에르의 탄생 22.07.10 179 4 16쪽
391 390화 – 전쟁을 부르는 빵과 아고라, 콜로세움과 서커스 +1 22.07.09 185 5 22쪽
390 389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3) +2 22.07.04 178 3 16쪽
389 388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2) +2 22.07.03 159 3 16쪽
388 387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1) +2 22.06.30 285 3 21쪽
387 386화 – 신의 실각과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 18세기 재림과 19, 20세기의 안배 +2 22.06.23 200 3 22쪽
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6 5 20쪽
»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4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4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381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3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2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0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09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7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7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28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6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59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69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49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68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5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3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2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0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4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4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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